딱새 부부가 작은도서관 도서반납함에 둥지를 틀었다
책 한 권이 들어갈 구멍은 새가 나드는 문
암컷은 알을 품고 수컷은 계속 밥을 나른다
딱새는 삼천지교를 꿈꾸는가
인간의 눈으로 딱한 새일 뿐인데
위태한 곳이 안전한 곳
도서관을 오가는 사람들이
고양이 까마귀 같은 천적들로부터 지켜주리라
가느다란 믿음이 있기 때문일까
차라리 모르는 것이 도와주는 것
무심함이 새를 잘 키울 수도 있다
딱새 부부는 느슨한 어깨 위로 빠르게 나든다
알이 깨어났는지 부부가 교대로 쉴 새 없이 먹이를 나른다
사서는 산딸나무 꽃잎 같은 방을 붙였다
이곳에 새 생명이 자라고 있어요
아이들이 커서 날아갈 때까지
도서반납일을 연기합니다
-『국민일보/시가 있는 휴일』2024.09.27. -
- 시전문계간지 ‘신생’ 100호 기념 시집
‘생명의 입술에 입술을 맞대면’ -
인간의 생명마저도 함부로 대하는 세상이다. 작고 딱한 생명을 귀히 여기는 사서와 그를 포착해 낸 시인의 마음이 아름답다. 어느 때보다 긍휼과 측은의 마음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