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중일때 봐주셨던분에게 말씀드립니다. PC방에서 작업중이던게
급한 일로 자리를 떠야해서 임시방편으로 글을 올렸었습니다. 라노벨 리뷰는 어떻게 접근할지 몰라서
하던대로 책 리뷰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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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스쿨 DxD는 제가 일본쪽 서브컬쳐에 한참 몸담고 있었을 때쯤 유행처럼 번졌던 소설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만큼
이번 리뷰 이벤트에서 10년이 지나도 팬층이 유지되고 있는 이 소설에 응모하게 됐던건 오랫동안 방구석에 있던
앨범을 찾은거 만큼 싱그러움이 느껴졌었습니다. 운명적인 끌림이었을까요? 운좋게도 당첨이 되었고 그런만큼
성실하게 소설에 대해서 분석해보고 싶었었습니다.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가 제목에서부터 독자에게 내용을 설명하려들면서 점점 장문화 되는 요즘 추세에,
심플하고 간단한 제목 하나가 장르에 혜성처럼 등장합니다. 하이스쿨DXD
여기서 영문을 모르는 DXD에 대해 이미 제 머리속에서는 double D (미국의 가슴을 칭하는 속어) 가
바로 연상이 됐습니다.

이미 표지도 속표지도 참 야시시한게 생각없는 독자를 상대로 생각없게 글을 썼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글에 대해 알아가고 점점 분석을 하는 입장에 올라오면서 이 소설은 참 잘 쓰여졌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하이스쿨 DD의 이야기가 잘 쓰여졌다는것은 크게 세가지의 영역에서 그 탁월함을 보인다는 것인데, 이는 다른 세계를
여행하는 독자들을 위한 입문서 마냥 친화적이고, 공감대를 많이 느끼게 하면서 재미까지 줄 수 있다는 것에서 잘 쓰여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잘 쓴 작품이라는 것은 톨스토이 같은 대문호의 인생의 단편을 글자에 녹여내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명시합니다. 분명 철저히 타겟 독자층의 수요를 노리고 만들어진 글이며, 글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숙제같은
사전 지식을 요구하는 불친절한 소설입니다. 기본적으로 일본 서브컬쳐에서 클리셰처럼 벌어지는 상황들을 숙지한
독자들만이 책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작품 세계관도 기존의 구약성서적 지식이 있어야합니다.
그렇지만 요구하는 지식의 수준은 얕으며, 차용되는 세계관은 겉할기 수준일 뿐 이미 작품에서 많은 해설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전구속에 얽매이지 않고 읽는 독자들은 작가가 작품 초반부 많은 영역을 할애하며, 효도 잇세이라는 주인공과 독자를 동일시화 하는 빌드업 단계에 들어가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잘 쓰여진 글의 면모를 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여러가지 개념을 독자에게 한번에 설명하지 않으려하며
언제나 "마법은 한번에 하나씩만 보여준다" 라는 법칙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비현실적으로 느낄 요소들을
언제나 소화 과정을 거치되 호기심을 최대한 유지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읽고 있을 독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는게 더 많은 주인공일 수록 세계관의 특수함을 좀 더 알아갈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편적으로 첫 장면에서부터 고등학교 2학년생이 원하는 원초적인 욕구를 서슴없이 표현해대는 주인공 효도 잇세는 여자만 보면 헤벌래하는 표정을 짓지만 여자친구랑 데이트 하고 싶다는 소박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갈망합니다. 이에 독자에서는 공감대를 느끼고 항상 상상속의 여자친구였을 존재와 첫 데이트를 마친 효도 잇세이에게 공감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후 마법이 벌어집니다. 데이트 끝에 여고생의 등뒤에는 검은 날개가 펼쳐지고 주인공을 죽입니다.
그리고 죽었던 주인공은 다시 살아납니다. 눈앞에서 펼쳐진 주인공의 부활이라는 마법에 대해 독자는 상황에 대한 해설을 바라며 페이지를 넘기게 됩니다.
이런 마법과 학습의 과정에 대해서 만큼은 확실히 최근 소설보다 좀 더 괜찮은 문장으로 글을 쓴건 칭찬할만한
요소입니다. 다만 라이트 노벨이라는 점에서 가끔은 유치하다고 느껴지는 전개가 없지는 않습니다. 주인공과
같은 나이대의 독자가 읽어도 상당히 오그라드는 전개가 있고, 생존과 치열한 사투를 벌여야하는 전투 장면에서는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같은 의성어로 상황을 표현하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 될 수가 있습니다.
특히 시각적인 일러스트에 대해 민감해할 독자들에게도 큰 만족감을 주지는 않습니다. 다른 소설에 비하면
수록량이 적은 것은 둘째치고 시각적인 어필을 할 수 있는 부분들을 많이 놓치고 있습니다. 첫 일러스트는
소설의 도입부인 만큼 상징적인 의미에서 쓰인 일러스트라고 넘어갈 수 있어도 나머지 일러스트는 등장인물 외관을
소개하는 정도의 역할 밖에 하지 않습니다.
많은 라이트노벨들이 집필되는 시기에 여전히 연재가 이루어지는 타이틀이 흔치 않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의 1권은
왜 많은 독자들이 매료되었는가를 알 수 있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쉬운 빌드업과 학습의 과정 그리고 학교생활의
미묘한 조합들이 엮여 잘 만들어진 이야기를 엮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소설이었기 때문입니다. 전단지에 오컬트
문양을 그려넣고 계약자를 엮이게 하는 악마들처럼 이 책은 전단지 같은 가벼운 소재로 시작하지만 무거운 악마문양을 지니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입니다.
(1권 읽고 2권 바로 샀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