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좋은 서울 두고 왜 울산까지 시집 갔냐고.
신랑과 산지 37년째다.
소개로 만나 차를 타고
북악스카이웨이 드라이브를 했다.
음악이 나왔는데
정태춘의 북한강에서.
나보고
현정씨, 이 노래 제목이 뭔교~~
아니, 정태춘의 북한강에서 노래를
모른다는거에요?
충격 먹었다.
얼굴이 못생겨도 저렇게 못생길수가
있을까.
내 체중이 53kg였는데
신랑은 51kg에 머리는 벗겨지고
용접공이라 선입관을 가져서 그런지
머리도 공돌이처럼 하고.
그때 서울에 피자헛이 세군데
정도 있었는데
압구정동 피자헛에 가서
돈좀 제법 썼다.
중매쟁이 여동생과 난 참 잘먹는다.
신랑이 결혼하고 나서 하는 말이
자매가 회식하러 나온줄 알았다고.
신랑이 깨작깨작 먹는 스타일인지
그땐 몰랐다
그당시 유행했던 볼링장도 안가 봤다고.
맞는게 없어.
한달을 만나보니 도저히 내
스타일 아니어서 차버렸다.
장문의 편지가 왔다.
나중에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면
악수 정도는 하자고 적었다.
그때 울컥 해서 연락 하고 싶었다.
착한 사람이구나.
몇달후 명절날, 바람의 딸처럼
설악산 종주를 갔다 왔다.
갔다오니 신랑이 우리집에 와 있었다.
신랑 친구는 외숙모 여동생의 남편.
울산에서 선보라고 하니 서울 친구 집에 온것.
31세 노총각 마음이 바짝 탔겠다.
엄마는 산에 미쳐서 다니는 내가 걱정되셨는지
빚내서 결혼 시켜줄테니
신랑하고 결혼하라고 했다.
그리고 우시기까지.
점보러 갔는데 결혼하면
사모님 소리 듣고 산단다.
엄마에게 말도 안되는 얘기 하지 말라고.
비구니가 되려고 청도 운문사도 가봤다.
비구니가 안되면 평생을 독신으로
살려고 했다.
결혼이유는 남동생의 주폭때문에
무조건 멀리 시집 가고 싶었다.
술 안마시는 남자 하나 보고.
결혼하고 보니 주폭 동생보다 더
무서운 시어머니가 버티고 계셨다.
35년간 시달리고 남은건
수면제, 우울증, 건강이상.
지지고 볶고 산전수전 공중전 지하전까지 겪고.
신랑은 중견기업 부사장까지 올라갔다.
밑바닥부터 시작한 회사는
신랑의 공헌도가 절반이상 차지.
1천억 매출. 회사에서 사장을 해보라 했디.
거기서 스톱.
자기그릇이 작다고.
제네시스와 골프채 선물,인센티브.
특허 10여개 내어
20억 매출, 회사에 도움주고.
승승장구.
신랑은 퇴직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노후자금을 사기 비슷하게 당하고.
내가 화를 내고 왜 그런 사람 믿냐고
하니까.
이 인간 왈~~
왜 나를 말리지 않았어. ㅠ
현금없는 생활에 우울증 공황장애.
나 무시하고 지금도 큰소리 뻥펑치는 간 큰 남자.
개구리 잡아야 하는데 올챙이
잡았다 한다.
그래도 하나 보고 꾸욱 참고 산다.
새벽4시에 일어나 밭에 가서 1시간 일하고
하루에 2만보 걷는 알바 간다
퇴근하고 밥 대충먹고
다시 밭에 가서 참깨 심고.
밤 9시인데도 고구마 모종 심는다.
고구마 심으면서 적적한지
한마디 휙 던진다.
신호수 네명이 아줌마인데 남자
잘못 만나 남자는 놀고 여자는
일하러 다닌다고.
저 건너편 공단은 현장이
열악해서 이 더운날에 물도 못 마시고
일한단다. 아줌마들이 소변 봐야 하는데
화장실이 없어서 더운날 물도 안마신다고.
평생을 취미 하나 없이 산 내 남자.
주구장창 일밖에 모르는 68년의 삶.
존경하자.
에필로그
용접하다가 수년간 연구해서
특허를 낸 사다리가로대
우리나라에 신랑이 낸 특허밖에 없다고.
국제특허도 낼 생각이라고.
전국에 영업하러 가면
나도 여행하는 기분 날텐데
아직까지 주춤거리고 있다.
참 소심한 남자다.
대박났으면 좋겠다.
첫댓글 ㅎㅎㅎ
찼다가 마음 약해서
다시 연락 했죠??
엄마가 우시면서 결혼하란 말에
결혼했어요.
5년동안 산만 다녔거든요.
현정씨
결혼한 이야기를
읽으니깐
재미 있네요..
남의 연애편지 읽는것 같아요
3년 채우면 40년이네요.
같이 산 이야기
책으로 내보려고 해요.
자서전 형식으로.
결국은 사모님 소리를 듣게 되셨네요
차버렸다가 마음 약해서 다시 만났지만 인연이라 그런것 같군요
중견기업 부사장까지 가려면 본인에 노력도 컸으리라 생각 되네요
남은 인생 더 행복하게 사세요
운명인지
필연인지
부부로 지금까지 살고 있네요.
신랑의 노력은 상상 이상입니다.
1주일동안 집에도 안들어오고
연구하더니 특허도 내고요.
점쟁이 말을 믿고 결혼한거?
아니면 동정심에?
사랑이 있어야 동정심도 생긴다는데.
사랑했으니 모두가 가능했겠죠.
그멀리 울산까지도...
저도 처음엔 대중교통도 없는 산골짝으로
남편 따라 갔어요.
집에서 종일 남편만 기다리면서...ㅋ
점장이 말도, 동정심도 아니었어요.
철없는 24세에 주폭 동생 피하려다
더 큰걸 맞았네요.
울진 부구리라는 산골짝에서 신혼을 보냈어요
남편분께서
현정이에게 거절 당하고도
자존심 상한 티 안내고 장문의 편지로 현정이의
마음을 흔들 었으니 멋진 분이셨네..ㅎㅎ
의리있는 현정이가 그손을
잡아주었으니 누굴 탓하리요..
ㆍ
ㆍ
남편분은 본인이
좋아서 하는거니
너무 가엾게만 바라보지 말고
이제는 현정이가
좋아하는것도 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요~♡♡♡
언니
전 정부나이 안하고 살아요
작년엔 인생은 60부터
올해는 환갑~~
한달에 한번씩 서울 가고 있네요.
6월 7일 금요일에 번개 모임
하신다면 참석할께요~~
천생연분인게유~
비구니가 되려던 사람.
동생주폭 피하다
함께한 사람.
그게 찐.찐사랑 아니것슈?
국제특허내길 간절히 빌어드릴께유~
잊지마슈. 내기도.
ㅎ
참 성실한 두분♡
선배님
굿모닝입니다 ~~
기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긍정마인드로 살다보면
좋은날 오리라는 희망 가지고
살고 있어요~~
ㅎ
잘 읽었어요
살다보면
살아진다잖아요
그래도
사랑하며 살아요
우리~^^
이제는 측은지심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평생을 취미 하나 없이
일만 하는 남자도 참 불쌍합니다.
@현 정 남자는 열심히 일하는 남자가 멋진거예요
그다음의 멋짐들은
현정씨가. 함께 만들어가세요~~^
@하경 그런가요?
멋지게 한번 만들어 볼께요.
맛난 점심 하시구요~~
결혼부터 지금까지의 삶이
다큐입니다..
어찌보면 남편분께서 외골인생이지만
부지런하시고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참으로 멋져 보입니다
파이팅~
답글을 이제 봤네요.
제 글을 한번 흩어 보다가
칼라풀님 댓글 보았네요.
열심히 사는건 인정하는데
아내에겐 관심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