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공식작전
못만든 영화라고 생각하진 않는데, 정작 재미는 좀 없더라고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신파 덩어리에 제가 욕을 욕을 했던 더문 보다도 더 재미가 없었습니다.
이게 왜 이렇지... 곰곰히 생각을 좀 해봤는데, 우선 모가디슈-교섭과 유사점이 너무 많습니다. 영화적 완성도를 이야기하자면 교섭보다야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이미 비슷한 두개의 영화를 본 다음에 비공식작전을 본다는데에 있겠죠. 한마디로 말해서 좀 질리는 감이 있습니다.
또,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텐트폴 영화라서 그런지,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너무 전형적이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게 더 문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는데, 사람들에게 익숙한 장치들이 배치하면서 보다 대중적인 영화가 되길 바라는 것 같은데.. 그게 정도를 넘으면 클리세가 반복되는 지루한 영화가 되기도 쉽거든요. 게다가 먼저 이야기 했던 모가디슈-교섭과의 연관성이라는 부분도 있다보니 더더욱 좋지 않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디테일이 좀 아쉽기도 했습니다. 예를들자면 일종의 전화국(?)에 가야지 할 수 있는 국제전화를 걸었지만 말은 할 수 없는 상황은 뭘까, 레바논에 딱 한 명 남아있는 한국인이 베이루트에서 택시기사를 하고 있고 쫓기던 하정우가 그 택시에 뛰어들 확률은? 이런 물음에 대해 영화는 답을 준비하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나쁜 영화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대부분의 부분에서 무난하고 적당한 영화인데, 이런 저런 이유로 재미있게 보질 못했다... 정도의 평이네요. 그렇다고 흥행 성적이 이 정도로 꼬라박을 영화는 아닌거 같긴한데, 그 부분은 좀 안타깝네요.
모가디슈, 교섭을 안 보신 분들에게는 추천합니다.
* 콘크리트 유토피아
얼마전에 이동진씨가 출연하는 유튜브에서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면서 "끝나고도 계속 생각나는 영화"를 이야기 하더라고요. 그런면에서 볼때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좋은 영화라는게 확실한거 같습니다. 금요일 저녁에 영화를 봤는데 다음날에도 계속 내용을 곱씹게 되고, 앞으로도 한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될 것 같거든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너라면 어떻게 할껀데" 라고 계속 묻는 영화입니다. 아포칼립스라는건 그 질문을 던지기 위한 배경으로서만 기능할뿐, 장르의 특징을 가져오진 않습니다. 때문에 이미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셨듯, 일반적인 팝콘무비를 생각하고 가시면 여러모로 당황스러울수 있을겁니다. 이 영화는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어떤면에서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생각과 답변을 강요하는 종류의 영화거든요. 때문에 저처럼 흥미롭게 받아들이고 두고두고 곱씹어 보는 사람이 생기는거고, 반대로 이런 부분을 불편하게 느끼시는 분들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짧게 비판 하나만 하자면, 마지막 씬은 여러모로 부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영화의 톤과도 맞지 않았고, 좋게 해석해줘봤자 지나치게 기독교적인 마무리라는, 쉽게 말해 억지라는 느낌이 좀 있습니다. 원작 자체가 기독교적인 색채가 짙은건지 감독의 취향인지 모르겠으나, 영화가 전체적으로 기독교적인 상징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걸 나쁘게 보는건 아닌데, 마지막 장면만은 세계관을 해친다는 느낌까지 들어서 좀 거슬리네요.
뭐 내용은 더 언급하면 스포일러가 되니 그 정도로 하고, 영화의 완성도 이야기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헤어질 결심을 볼때 많이 생각했던 부분인데, 2~3시간에 이야기를 시작하고 마무리까지 해야되는 영화라는 장르의 특성 상 이야기를 압축하고 배치하는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일수 밖에 없는거 같습니다. 그래서 사실 영화에서 낭비되는 컷이라는건 애초에 존재할 수가 없고 존재해서도 안된다고 봐야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는 그렇지 못한게 현실이라고 느껴집니다. 낭비되는 컷이 없다고 느껴지는 영화는 그야말로 소수거든요.
그런면에서 볼때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매우 훌륭한 작품입니다. 당장 인트로만 보더라도, 최근 제가 시리즈물을 보면서 인트로 스킵하지 않는 유일한 작품이 DP인데, 어떤면에서는 DP 이상으로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인트로는 의미-완성도-미학적인 부분까지 너무나 훌륭했습니다. 인트로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장면들이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 어쩌면 영화로서는 당연한,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보기드문 작품인것 같습니다.
그 외에 여러분들이 말씀해주신 배우들, 특히 이병헌씨의 초-중-후반 변화하는 연기, 극을 이끌어주는 음악, 미술적인 부분까지. 제 짧은 식견으로는 흠잡기가 힘든 전체적으로 퀄러티가 굉장히 높은 영화라는게 제 느낌입니다.
머리 비우고 즐길 수 있는 팝콘 무비를 선호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이 좀 애매하고, 내용적으로 불편한 부분도 분명히 있어서 모든 분들에게 추천하긴 어렵네요. 그래도 완성도가 높은 영화이고 두고두고 곱씹어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해서,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돈 아까울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후기 감사합니다 ㅎ
전 콘크리트만 봤는데 진짜 재밌어요
이병헌 연기 진짜 미쳤네요
뵨사마 미친 연기력
비공식작전은 유사한 테마의 영화가 나온터라 기대감이 적었는데, 후기 보니 어떤 느낌일지 알 것 같습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무거운 주제이긴하지만 작품성으로 접근해야된다고 봤는데, 후기 보기 보러 갈 생각이 기대되네요.
영화감상하고 후기 남기겠습니다!!
전 엄태화 감독 전작을 본게 없어서 신파가 나올까봐 걱정했었습니다ㅋ
공구리 유토피아는 기생충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을때의 느낌이 들었어요.그리고 뭐랄까 한국영화 특유의 가벼운 느낌? 늘 어두운 영화임에도 뭔가 너무 가벼운 느낌이 드는게 한국영화의 아쉬운점 중 하나얐는데 꽤 괜찮은 할리우드 영화 분위기도 나서 엄태화 감독이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라는게 느껴졌습니다.남은 하반기동안 어떤 한국영화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이것보다 괜찮은 영화가 나올까 싶고 아카데미 출품작은 공구리가 되지않을까 하네요.
콘크리트 마지막 씬 5분은 개연성, 일관성을 다 해쳐서 영화 전체 완성도를 떨어트릴 정도로 최악이었습니다. 차라리 이별 하는데서 끝냈어야죠. 일관되게 생지옥으로 묘사해놨는데 유토피아 같은곳을 그렇게 쉽게 찾을거면 죽어나간 대다수는 뭐고 설사 그런 곳이 존재했더라도 진즉 외부 힘으로 멸망했어야 맞겠죠
저도 동의합니다. 영화 보면서는 미스틱의 결말이 떠오를 정도로 황당했고, 나오면서는 텐트폴 영화로서 해피엔딩이 필요했나 싶더라고요. 그리곤 하루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니, 일종의 원죄가 있는 자는 파멸에 이르렀으니 원죄가 없는 사람은 구원 받아 낙원에 닿은게 아닌가 싶네요. 근데 그렇게 당위를 이해한다고 치더라도 지나치게 기독교적인 해석이고 잘못된 연출이고 억지스러운 마무리였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네요.
@theo 그런 생각을 안해본건 아닌데 아담과 이브에서 이브가 선악과를 먹었다고 혼자만 원죄가 있는 것이 아닌것처럼 밖에서 죄를 저지른 사람들 덕분에(중립적으로 비추고있고 상황을 감안하면 죄라 하기도 어렵겠죠) 살아온것이 명백한데 직접 피를 묻히지 않았다고해서 죄가 없다고 하기도 좀 억지스럽죠. 다른 사람들을 구원하려고 했던 사람들도 이미 좋지않은 결말을 맞기도 했고요
박보영의 설정이 약간 지나친 면이있어도 영화적으로 충분히 이해가가고 결말을 제외하면 수작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아쉬운 마무리였네요. 라스트씬 이전에 바깥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먹잇감처럼 둘을 노려보고 지켜보던 장면이 있었는데 그렇게 마무리할거면 왜 넣었는지도 의아하고 박보영 꿈이나 사후 느낌으로 그리고 있지도 않아서,, 거의 마지막까지 웰메이드라 생각하고 봤는데 억지스러운 뜬금 해피엔딩은 좋은 코스요리에 허접한 디저트로 마무리하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둘 중 하나만 보려고 했는데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가야겠네요
후기 감사합니다 ㅎ
콘크리트도 평작 수준이지 이게 이렇게 극찬을 받을수준인지는 모르겠어요
주제는 괜찮은거 같은데 재미면에서는 10점만점에 7점? 무난한수준
결말도 별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