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손은
닳고 닳은 문살 창호지 틈에
말린 국화꽃과 시든 과꽃을
심으셨다
꽃이 다시 피어났다
문이 들녘이 되었다
햇살이 비치면 그림 액자 같아졌다
- 정우림 시 ‘캐스팅’ 부분
『불교신문/문태준의 詩 이야기』2024.09.27.
문에 새로이 창호지를 바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볕이 좋은 날에 문짝에 붙어 있는, 누렇게 변색되고 해진 창호지를 떼어내고 새로이 바르던 일이 생각난다. 피어 있던 그 상태 그대로 잘 말린 꽃을 창호지 문에 놓아 붙이면 그 꽃은 다시 소생한 듯해서 창호지 문은 화단이 되고 들녘이 된 것만 같았다.
새로 바른 창호지 문에 가을밤 달빛은 은은하게 내려앉으리. 그 달빛은 방 안쪽까지 부드럽게 내려앉으리. 가을밤의 아늑하고 고요한 멋을 즐기려는 이의 심사를 더욱 운치 있게 하리.
〈문태준 시인〉
Shape Of My Heart · Dominic Miller · Sting · Budapest Film Orchestra · Nick Ing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