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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여버린 명품백 사건... 당신이 검찰총장이라면?
선대식2024. 9. 25. 19:42
[최재영 수심위 '공소제기' 권고 파장] 심우정 신임 총장이 마주한 고난도 문제
[선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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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취임 열흘여만에 심우정 검찰총장이 시험대에 올랐다. 문제의 난이도가 꽤 높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8 대 7로 기소 권고 결정. 24일 밤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의 결정은 검찰을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뜨렸다. (관련기사 : '검찰 유도신문' 녹음 파일 통했나... "최재영 청탁금지법 기소" 결론 https://omn.kr/2aat0).
지난 6일 김건희 여사 수심위의 만장일치 불기소 결정이 속절없이 뒤집혔다는 자체가 검찰에는 충격이다. 표면적으로는 기소 8 - 불기소 7로 한 명 차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8 대 6이다. 수심위원 14명은 모두 새로운 사람들이라지만, 위원장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두 차례 수심위에 모두 참석했기 때문이다. 앞선 수심위에서 만장일치였던만큼 불기소 의견이 이미 한 명인 상태에서 시작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최종 '기소' 결론은 불기소를 주장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기소를 주장한 최재영 목사 측의 정면 대결에서 후자가 훨씬 설득력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두 갈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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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소리 유튜브 방송 캡처. |
ⓒ 서울의소리 |
어찌됐든 이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검찰 앞에는 크게 두 갈래 길이 있다.
첫째는 '최재영 수심위'의 결론에 방점을 찍는 선택이다. 즉, 최 목사를 청탁금지법상 부정 금품 제공 혐의로 기소.
그런데 이 경우 다음과 같은 사항이 파생된다. 최 목사 기소는 김건희 여사에게 한 청탁이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는 것은 전제로 하기 때문에 ▲김건희 여사의 알선수재·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살아날 수 있고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신고했는지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가 때오르게 된다. 둘 다 소위 V0, V1과 관련된 중대한 사항이다.
둘째는 앞선 '김건희 수심위'의 결론에 방점을 찍는 선택이다. 즉, 김 여사 불기소. 이 경우 최 목사 역시 불기소 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 선택으로 인해 예상되는 상황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처리로 인한 비난 여론 증가와 ▲이에 따라 '김건희 특검법' 국회 통과 가능성 증가 등이다.
수사심의위와 검찰이 엇갈렸을 때
과거 수심위의 결론과 검찰의 선택이 어긋나는 경우는 몇차례 있었다. 대표적으로 2020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과 2021년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월성원전 1호기 평가조작 의혹 사건이 있다. 당시 수심위는 모두 수사중단·불기소를 권고했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끝내 기소했다.
이런 검찰의 뒤집기는 법원에서 통했을까? 현재로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백운규 장관 사건의 경우 아직까지 1심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번 명품백 사건은 이 두가지 사례와는 몇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우선 수심위가 두 번 열리고, 그 결과가 엇갈렸다는 점이다. 하지만 첫번째 김 여사 수심위는 검찰과 피의자(김건희) 측이 사실상 같은 주장을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양측 주장이 대립하는 본래 모습의 수심위는 두번째 최재영 목사 수심위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큰 차이는 이재용 회장과 백운규 장관 사건의 경우는 모두 수심위가 기소하지 말라는 결정을 내린 반면, 이번에는 기소하라는 상황(두번째 수심위)이다. 그런데 검찰이 머뭇거리는 것이다.
25일 밤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수사팀은 "두 차례의 수사심의위원회 결정을 참고하고,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증거와 법리에 따라 관련 사건들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히고 고민에 들어갔다. 두번째 수심위 결론에 대해 반응을 내면서 굳이 '두 차례 수사심의위회 결정'이라고 이전 수심위까지 끌어와 언급한 것이 눈에 띈다.
그래서, 검찰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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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심위 앞둔 최재영 목사 최재영 목사와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 등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리는 '최재영 목사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이정민 |
결국 검찰의 선택은 무엇일까? 이 사안을 지속적으로 지켜보며 발언해온 검찰 외부 인사들에게 전망을 물어봤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던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최용문 소장(변호사)은 "검찰은 김건희 여사 불기소 처분으로 사건으로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애초 검찰 수사의 목적은 명품백을 둘러싼 김건희 여사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김건희 여사 봐주기 수사 시비를 자초한 검찰의 현실을 고려하면, 이 시점에 윤석열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창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검경개혁소위원장 역시 "검찰이 지금까지 '김건희 여사 변호인'을 자처한 상황에서, 심우정 총장이 이제야 발을 빼는 결단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구체적인 처리 방안에서는 조금 달랐는데, 그는 "사실상 동일한 청탁금지법과 알선수재의 구성요건인 직무관련성을 두고 검찰은 서로 달라서 최재영 수심위 결론을 김건희 여사 사건에 적용할 수 없다는 상식적이지 않고 궁색한 법리를 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최 목사를 청탁금지법으로 기소하면서도, 김 여사는 불기소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시간을 끌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동수 변호사(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은 "원칙적으로 김건희 여사 알선수재 혐의는 공수처에 보내 수사하도록 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서는 당장 소추를 할 수 없으니 조건부 기소 중지를 해야 한다"면서 "다만 대검 지휘부는 바로 직접적인 결론을 내지 않고 묘수를 찾으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신이 검찰총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