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서울과의 거리가 그 지역의 경제, 사회,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그 동안 서부 경남이 낙후된 것은 서울과의 교통이 불편하였기 때문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 지역은 대전-통영간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교통 문제가 상당히 개선되었으나 그 사이 KTX가 개통된 경부선과 호남선이 지나는 지역에 비하면 경쟁력이 다시 떨어졌다. 최근 거제-대전간 고속전철을 개설해 줄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청하고 있으나 빠른 시일 안에 성사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 시점에서 수도권과의 통행 시간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고속도로의 운행 속도를 높이는 길이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대부분 차들이 시속 130km 정도로 달리고 있어 당연히 제한 속도에 관심을 갖게 된다. 고속도로의 속도 제한 논의 우리나라에서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활발히 있어 왔다. 미국에서는 전국적으로 시속 55마일(88km)이던 속도 제한 규정을 1995년에 폐지하고 그 결정권을 주정부에 주었는데, 대부분의 주가 65~75마일(120km) 등으로 높였고, 제한 속도를 풀어버린 주도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독일에는 속도 제한이 없는 아우토반이 있으며, 이태리와 프랑스의 제한 속도는 최대 130km인데 150~160km 으로 올리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속도 제한은 도로교통법에서 정하고 있는데 왕복 4차선 고속도로의 경우 최고 속도를 100km을 원칙으로 하되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경찰청장이 지정한 곳은 110km로 한다고 되어있다. 현재 중부 고속도로와 서해안 고속도로의 일부를 비롯하여 총 7 개 구간이 110km로 지정 ‧고시되어있다.
<적응형 속도 제한 검토해 볼만>
우리나라에서도 제한속도를 높이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2005년에 여야의원 26명이 고속도로의 속도 제한을 최대 120km로 상향 조정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다.
속도 제한을 현행대로 두자는 측의 주장은 속도가 낮으면 안전하고, 에너지가 적게 들며 환경 친화적이란 것 등이다. 반면에, 상향조정 하자는 측은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실질적으로 130km 이상으로 달리고 있으므로 현행의 속도 제한은 범법자를 양산하는 덫에 불과하며, 무조건 속도를 줄이는 것이 더 안전한 것도 아니다 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졸음운전인데 저속의 정숙 주행이 졸음운전 방지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속 운전도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지만 실지로는 교통 흐름에 따라 빨리 달리는 것 보다는 흐름을 무시한 ‘무리한 추월’이나 ‘지나친 저속 운전’이 더욱 위험하다 한다. 외국의 예에서도 제한 속도와 교통사고율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를 찾기가 쉽지 않다. 아무튼 도로와 차량의 성능이 상당히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30년간 속도 제한을 100km로 묶어 놓은 것은 아무래도 난센스다.
속도 제한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기술적인 보완도 있어야 한다. 우선 거론 되는 방안은 ‘적응형 속도 제한(adaptive speed limit)’이다. 도로 전체 구간을 하나의 속도로 제한하지 말고 도로의 상태에 따라 속도를 달리하자는 것인데 이는 나아가 날씨, 교통 흐름, 차종 등에 따라 그때그때 바꿀 수 도 있다. 고속도로 곳곳에 전자식 전광판을 설치하고 도로공사 상황실에서 관리하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지능형 교통 관제 시스템‘ 등과 같은 거창한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처음엔 도로의 굴곡과 상태에 따라 간단히 설정을 해놓고, 노하우를 쌓아가며 조금씩 정교하게 조정해가면 될 일이다.
<제한 속도 결정 주체는 지역민>
도로 제한 속도를 결정하는 주체는 경찰이나 도로공사, 교통 전문가가 아니라 도로를 사용하는 국민이어야 한다. 물론 그 결정을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과 과학적인 데이터를 참고할 일이다. 고속도로의 제한 속도는 수도권 사람들 보다는 지방 사람들의 살림살이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이 문제는 중앙에서 해결해주길 기다리기 보다는 지역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대전-진주고속도로는 일부 지점을 제외하면 도로 상태가 매우 좋고 통행량이 많지 않으므로 속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의 도로교통법에서도 경찰청장이 결정하면 110km까지는 상향조정이 가능하다. 물론 굴곡이 심한 일부 지점은 얼마든지 낮은 속도로 묶어둘 수 있다. 그리고 나서 더욱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꾸준히 찾아야 한다.
고속도로 운행 속도를 높이는 것은 현 시점에서 지역의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중의 하나이다. 진주-통영고속도를 끼고 있는 지자체와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한다.
[2008.11.14 경남일보에 기고한 글]
첫댓글 친하게 지내 오고 있는 양반이 신문사 편집국장이 되었는데... 거절하기가 쉽지 않아 컬럼을 한번씩 써주고 있다. 한두달에 한번씩 쓰는데... 이거 마감일에는 꼭 다른 일도 겹치게 되어 초치기로 써내느라고 난리 부르스다. 한편 인터넷 덕에 자료는 1~2시간이면 충분히 모아져 좋다.
고속도로는 흐름이 중요한데,,,속도제한을 아예 철폐하면 좋겠다..
사고는 가끔씩 일어 나지만 고령화를 감안 할 때 어느정도는 규제가 따라야...
앞으로 이런 좋은글을 자주 올려주세여...와인관련글도 한번씩 올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