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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불능(患其不能)
자신의 능하지 못함을 걱정한다는 뜻으로,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근심하지 말고 나의 능력이 없음을 근심하라는 말이다.
患 : 근심 환(心/7)
其 : 그 기(八/6)
不 : 아닐 불(一/3)
能 : 능할 능(月/6)
출전 : 논어(論語) 헌문편(憲問篇) 第32章
子曰: 不患人之不己知요, 患其不能也니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자신의 능하지 못함을 걱정해야 한다."
(憲問 32)
군자는 늘 자기의 부족한 점을 반성하는 법이지,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초조해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해 주지 않는 것처럼 약 오르는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 더구나 자신의 재능과 능력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분통 터지고 억울할 것이다.
타고난 재능과 능력 면에서 공자는 세상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모국인 노나라에서 요즘으로 말하면 법무부장관 겸 총리직에 해당하는 대사구(大司寇) 관직에 있다가 하루아침에 쫓겨나게 되었다.
당시 부패한 정치세력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공자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그래서 그런지 자신의 능력을 사람들이 인정해 주지 않을 때, 그 억울함과 답답함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공자는 '논어'에서 몇 차례 언급하고 있다.
예컨대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자신이 남을 알지 못하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학이 16)"라든가, "지위가 없는 것을 근심하지 말고 지위에 설 자격이 있는가를 근심하며,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근심하지 말고 알아줄 만한 사람이 되기를 구해야 한다(이인 14)" 등이다.
어떤 사람들은 인생에서 20대를 공기와 같다고도 말한다. 옆에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쉽게 지나치지만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나 그 존재감을 사람들이 제대로 평가해 주지 않을 때가 많다는 점에서도 기체와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30대가 되면 기체에서 액체가 된다고 말한다. '물은 담기는 그릇에 따라 그 모양도 달라지듯이' 30대는 자신이 소속된 회사나 단체에 의해 평가된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30대에는 누구나 그럴듯한 곳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40대가 되면 액체에서 고체가 된다고 말한다. 기체보다 액체가 존재감이 더 있다면, 고체는 그야말로 존재감 덩어리다.
고체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어느 사람은 다이아몬드가 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쇳덩어리나 돌덩어리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쇳덩어리나 돌덩어리가 된 그 사람도 20대에는 모두 다이아몬드 원석이었을 텐데 말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래서 젊음의 시간도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런데 우리가 만약 40대가 되고, 50대, 60대가 되었을 때 그저 돌멩이가 된다면 얼마나 후회스러울까? 그때서야 '대체 뭐가 잘못된 거야?'라고 반문해도 부질없는 일이다.
결국 자신의 모습을 만든 것은 20대 청춘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이 10대 혹은 20대라면 바로 지금이 미래의 자신을 다이아몬드로 만드느냐 아니면 돌덩이로 만드느냐의 갈림길에 서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혹시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세상이 제대로 평가해 주지 않고 있는가? 그렇다면, 과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렇게 생각할 때야 비로소 세상에 대한 원망은 자신에 대한 반성으로 바뀔 수 있다.
이러한 반성이야말로 자신을 발전의 길로 인도할 진정한 안내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其不能也.
공자가 말했다. "남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말고, 내가 능력이 없음을 걱정 하라."
子曰: 君子病無能焉, 不病人之不己知也.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자기의 재능이 없음을 걱정하지만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않는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人不知) 이유는 그들이 아직 당신을 모르기 때문이다. 남이 자신을 몰라준다고 격분하는 사람이 많은데, 공자는 남이 왜 나를 알아주지 않는지 생각하라고 권고한다.
답은 간단하다. 당신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충분한 능력과 영향력을 갖추면 사람들이 당신을 알아봐 준다.
이 말은 좋은 공부 방법이 되기도 한다. 효과적인 공부를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즉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아야 한다. 스스로 부족함을 모르는 사람은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
부하 직원과 동료들이 당신을 알아주길 바란다면 뛰어난 업무 능력과 실적을 보여줘야 한다. 남들에게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면 당신에게 어떤 점이 부족한지를 살핀 뒤에 개선하고 발전시켜라.
나의 능력의 한계를 넘어보자
세상에 태어나면서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열정이 듬뿍 넘치는 존재의 탄생을 널리 알렸다. 성장과정에서 나를 변화시키는 힘은 "가르침과 배움에서 스승과 제자가 서로 성장한다"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정신으로 지식을 터득하고 바른 인성을 갖추면서 나의 능력의 한계를 넘고자 한다.
아~, 저 친구는 덕망과 능력이 미흡함은 물론, 온화한 얼굴에 고운언어도 구사를 못하면서 기고만장(氣高萬丈)하는 걸 보니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어진 이는 어질게 보이고 지혜로운 자는 지혜로운 점이 보인다"는 견인견지(見仁見智)를 생각하게 된다.
어릴 때 코흘리개 동창 중에 자기 잘못을 이 핑계 저 핑계로 둘러대는 친구가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안하무인(眼下無人)의 자세로 "내가 하는 일은 옳고 남은 그르다"는 아시타비(我是他非)와 같은 버릇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학문을 접함으로서 지식이 경지에 오른 전문인으로 탄생한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근심하지 말고 나의 능력이 없음을 근심하라"는 불환인지불기지 환기불능야(不患人之不己知 患其不能也)로 한계를 넘는 도전을 하자.
하고자 하는 목적을 향해 혼신의 정신으로 진력을 한다. 그 결과에 따라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말 중에는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온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의 뜻을 새기자.
됨됨이가 미흡하여 능력의 한계를 넘는 과정에는 끈기와 인내가 수반된다. 그 무언가를 충족하기 위해 도전 속에 "부지런함으로서 자신의 부족함을 보충한다"는 보절막여근(補節莫如勤)을 지향한다.
누구나 하루생활을 소일(消日)거리로 임하는 자가 있는 반면에 하는 일마다 심사숙고를 하는 자는 능력의 한계를 넘는다고들 한다.
자신의 성격에 맞는 학문을 접하면서 석학(碩學)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어렵고 힘든 일을 극복하면 즐겁고 좋은 나날이 온다"는 뜻과 "고생 끝에 행복이 온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를 통해 능력의 한계를 자연스럽게 넘게 된다.
전문분야에서 경지를 이루기 위해서는 난이도가 높아갈수록 "진리를 믿으며 터득한 지식을 삶에서 실천하자"는 독신호학(篤信好學)을 가슴속 깊이 새기게 된다. 인간의 본능에서 오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능력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
그리고 "책속에는 이로움이 되는 내용을 접할 수 있다"는 개권유익(開卷有益)을 되새겨보자. 책을 열면 최고의 이론학문을 통해 현장실무에서 많은 이들로부터 공감대가 형성되는 결과를 만끽할 수 있다. 이로 인하여 능력의 한계를 넘어 성취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관행과 타성에 젖을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모르고 천방지축(天方地軸)에 사로잡히면 큰 좌절감에 빠지게 된다. 이를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일반상식에서 벗어나는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을 자기 멋대로 하는 사람을 '돌-아이'라고 한다.
자신의 능력을 망각하고 자기만족에 젖어들면 자만에 빠질 수가 있다. 자기성찰의 의미에서 바른 정법을 수호하고 정의로움을 실현하기 위해 나로부터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그릇된 것이 사실로 바르게 나타난다"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진실을 인지하자.
다사다난한 나날에서 미움을 멀리하고 삶의 지혜를 이해하면서 즐거움을 만끽하자. 의리가 넘치는 지인과 "믿음으로 의롭다고 칭하여진다"는 이신칭의(以信稱義)의 정신으로 옳고 바른 일을 떳떳하게 행하려는 정의감이 충만한 존재로 능력의 한계를 극복하자.
자신의 능력이 부족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깊은 생각을 하면서 행동은 고결하게 하라"는 심사고거(深思高擧)를 깊이 새기자.
그리고 "사마귀가 앞발을 들고 수레를 멈추려 한다는 뜻으로 자기 분수도 모르고 무모하게 덤빈다"는 당랑거철(螳螂拒轍)을 음미하면서, 나의 능력의 한계를 넘어 보자.
뿌린 대로 거둘 뿐
돈이 필요할 때 은행에서 돈을 찾아 쓸 수 있는 것은 이미 은행에 저축해 놓은 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은행에 저축해 놓은 돈이 없어도 급하게 돈이 필요할 경우, 어쩔 수 없이 대출이란 제도를 통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쓸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만큼의 신뢰를 쌓아 놓았기에 가능한 일이며, 결국엔 대출받은 돈에 이자까지 보태서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으로 남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까닭에 그 누구도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의 법칙을 피해 갈 수 없다.
착한 일이 쌓이면 착한 과보를 받고, 악한 일이 쌓이면 악한 과보를 받는 '선인선과 악인악과'야말로 우리의 삶 속에서 작동되고 있는 질량불변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결국, 콩 심으면 콩 나고 팥 심으면 팥 나듯, 나 스스로 심고, 그 심은 바를 거두는 쉼 없는 긴긴 여정이 바로 인생임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공자는 "군자는 자기 자신에게서 구하고, 소인배는 타인에게서 구한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고 강조하신 바 있다.
인격적으로 완성된 군자는 자신의 삶 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타인에게서 찾거나, 남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는 말씀이다.
군자는 실패를 모르는 전지전능한 괴물이 아니다. 매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알아차리고 고치며 끝내 실패해도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할 줄 아는 것이 군자다. 따라서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음은 당연하다.
자기 자신이 서 있는 현주소를 정확하게 알고, 자신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이 있는 군자라면, 타인의 찬사와 비난에 흔들리며 일희일비(一喜一悲) 할 까닭이 전혀 없다.
타인의 견해가 옳다면 겸허히 받아들이면 그뿐이고, 그렇지 않다면 일말의 흔들림이 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 군자의 삶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공자는 "남이 나를 몰라주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나의 능력이 부족함을 걱정하라(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患其不能也)"고 채근하신 바 있다.
공자는 또 "譬如爲山(비여위산) 未成一(미성일궤) 止(지) 吾止也(오지야) 譬如平地(비여평지) 雖覆一(수복일궤) 進(진) 吾往也(오왕야)"라는 말씀도 하신 바 있다.
산을 만듦에 있어서 한 삼태기가 부족한 채로 멈췄다고 해도 내가 멈춘 것이고, 땅을 고름에 있어서 움푹 파인 곳에 한 삼태기의 흙을 덮었다고 해도 내가 그 만큼 나아간 것이라는 의미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비롯되듯이, 내가 마음을 내서 한 걸음 내 디뎌야만 비로소 펼쳐지는 것이 인생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0점 조정된 맑고 밝고 고요한 마음으로, 그 무엇에도 집착함 없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하며 정견(正見)하고 있는가?
그 정견에 따라 즐거움의 씨앗을 뿌리며 즐거움의 싹을 키우고 있는가? 아니면 괴로움의 씨앗을 뿌리며 괴로움의 싹을 키우고 있는가?
선(善)의 씨를 뿌리고 있는가? 악(惡)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가? 선의 싹을 키우고 있는가, 악의 싹을 키우고 있는가?
지금 이 순간 나의 마음은 맑고 밝고 고요한가? 어떤 판단을 내리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며 인생을 수놓고 있는가?
▶️ 患(근심 환)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마음심(心=忄;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괴로움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串(관, 환)으로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患자는 '근심'이나 '걱정', '질병'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患자는 串(꿸 관)자와 心(마음 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串자는 사물을 꿰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꿰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물건을 관통하는 모습을 그린 串자에 心자가 결합한 患자는 꼬챙이가 심장까지 관통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근심은 마음을 짓누르는 병이다. 병이 들거나 근심 걱정이 생기면 몸과 마음이 아프게 되니 이렇게 심장을 꿰뚫는 듯한 모습으로 그려진 患자는 '근심'이나 '질병'을 뜻한다. 그래서 患(환)은 환난(患難), 마음에 걱정이 생기는 근심의 뜻으로 ①근심, 걱정 ②병(病), 질병(疾病) ③재앙(災殃) ④근심하다, 걱정하다, 염려하다 ⑤미워하다 ⑥앓다, 병에 걸리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근심 없을 개(恝), 근심 수(愁), 근심 우(憂)이다. 용례로는 병을 앓는 사람을 환자(患者), 근심과 걱정을 환난(患難), 병이나 상처가 난 곳을 환부(患部), 앓는 사람이 있는 집을 환가(患家), 근심과 재앙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환란(患亂), 근심 때문에 생기는 고통을 환고(患苦), 가난함을 걱정함을 환빈(患貧), 앓는 자리를 환소(患所), 병 또는 근심과 걱정을 환우(患憂), 앓는 부위를 환처(患處), 환난으로 생기는 해로움을 환해(患害), 병든 가축을 환축(患畜), 웃어른의 병을 높이어 일컫는 말을 환후(患候), 환난이 생겼을 때 서로 도와 주는 것을 이르는 말을 환난상휼(患難相恤), 이익이나 지위를 얻기 전에는 얻으려고 근심하고 얻은 후에는 잃을까 해서 걱정한다는 뜻으로 이래저래 근심 걱정이 끊일 사이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환득환실(患得患失), 병이 나아 평상시와 같이 회복됨을 일컫는 말을 환후평복(患候平復), 준비가 있으면 근심이 없다라는 뜻으로 미리 준비가 되어 있으면 우환을 당하지 아니함 또는 뒷걱정이 없다는 말을 유비무환(有備無患), 글자를 아는 것이 오히려 근심이 된다는 뜻으로 알기는 알아도 똑바로 잘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 지식이 오히려 걱정거리가 된다는 말을 식자우환(識字憂患), 내부에서 일어나는 근심과 외부로부터 받는 근심이란 뜻으로 나라 안팎의 여러 가지 어려운 사태를 이르는 말을 내우외환(內憂外患), 범을 길러 화근을 남긴다는 뜻으로 은혜를 베풀었다가 도리어 해를 당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양호후환(養虎後患), 도둑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근심을 일컫는 말을 절발지환(竊發之患), 보는 것이 탈이란 뜻으로 보지 않아서 모르고 있으면 그만인데 눈으로 보면 무엇인가 문제가 생겨 우환이 있게 됨을 이르는 말을 견물우환(見物憂患) 등에 쓰인다.
▶️ 其(그 기)는 ❶상형문자로 벼를 까부르는 키의 모양과 그것을 놓는 臺(대)의 모양을 합(合)한 자형(字形)이다. 나중에 其(기)는 가리켜 보이는 말의 '그'의 뜻으로 쓰여지고 음(音) 빌어 어조사로 쓴다. ❷상형문자로 其자는 '그것'이나 '만약', '아마도'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其자는 대나무를 엮어 만든 '키'를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其자를 보면 얼기설기 대나무를 엮어 만든 바구니가 그려져 있었다. 금문에서는 여기에 받침대를 그려 넣으면서 지금의 其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其자는 본래 '키'를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나 '만약'과 같은 여러 의미로 가차(假借)되어 있다. 그래서 후에 竹(대나무 죽)자를 더한 箕(키 기)자가 뜻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其(기)는 ①그, 그것 ②만약(萬若), 만일(萬一) ③아마도, 혹은(그렇지 아니하면) ④어찌, 어째서 ⑤장차(將次), 바야흐로 ⑥이미 ⑦마땅히 ⑧이에, 그래서 ⑨기약하다 ⑩어조사(語助辭)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떤 정해진 시기에서 다른 정해진 시기에 이르는 동안을 기간(其間), 그 나머지나 그 이외를 기여(其餘), 그것 외에 또 다른 것을 기타(其他), 그 역시를 기역(其亦), 그 세력이나 형세를 기세(其勢), 그 밖에를 기외(其外), 그 벼슬아치가 그 벼슬을 살고 있는 동안을 기등(其等), 그때를 기시(其時), 실제의 사정이나 실제에 있어서를 기실(其實), 그 전이나 그러기 전을 기전(其前), 그 가운데나 그 속을 기중(其中), 그 다음을 기차(其次), 그 곳을 기처(其處), 그 뒤를 기후(其後), 각각으로 저마다 또는 저마다의 사람이나 사물을 각기(各其), 마침내나 기어이나 드디어를 급기(及其), 어린 아이를 귀엽게 이르는 말을 아기(阿其), 한 달의 마지막이라는 뜻으로 그믐을 이르는 말을 마기(麻其), 마침내나 마지막에는 급기야(及其也), 그때에 다다라를 급기시(及其時),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아니하고 중간쯤 되어 있음을 거기중(居其中), 알맞은 자리를 얻음을 득기소(得其所), 일을 일대로 정당하게 행함을 사기사(事其事), 그 가운데에 다 있음을 재기중(在其中), 마침 그때를 적기시(適其時), 그 근본을 잃음을 실기본(失其本), 절친한 친구 사이를 일컫는 말을 기이단금(其利斷金), 또는 기취여란(其臭如蘭), 모든 것이 그 있어야 할 곳에 있게 됨을 이르는 말을 각득기소(各得其所), 가지와 잎을 제거한다는 뜻으로 사물의 원인이 되는 것을 없앤다는 말을 거기지엽(去其枝葉), 그 수를 알지 못한다는 뜻으로 매우 많음을 이르는 말을 부지기수(不知其數), 어떠한 것의 근본을 잊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불망기본(不忘其本), 말이 실제보다 지나치다는 뜻으로 말만 꺼내 놓고 실행이 부족함을 일컫는 말을 언과기실(言過其實), 겉을 꾸미는 것이 자기 신분에 걸맞지 않게 지나침을 일컫는 말을 문과기실(文過其實), 훌륭한 소질을 가지고도 그에 알맞은 지위를 얻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부득기소(不得其所), 그 사람의 고기를 먹고 싶다는 뜻으로 원한이 뼈에 사무침을 이르는 말을 욕식기육(欲食其肉), 착한 것으로 자손에 줄 것을 힘써야 좋은 가정을 이룰 것임을 일컫는 말을 면기지식(勉其祗植), 미리 말한 것과 사실이 과연 들어맞음을 이르는 말을 과약기언(果若其言), 얼굴의 생김생김이나 성품 따위가 옥과 같이 티가 없이 맑고 얌전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여옥기인(如玉其人), 용이 그의 못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영걸이 제 고향으로 돌아감을 이르는 말을 용반기연(龍返其淵), 어떤 일을 할 때 먼저 그 방법을 그릇되게 함을 이르는 말을 선실기도(先失其道) 등에 쓰인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부적절(不適切),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는 원수나 죽여 없애야 할 원수를 일컫는 말을 불구대천(不俱戴天), 묻지 않아도 옳고 그름을 가히 알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불문가지(不問可知),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도 없다는 뜻으로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묘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사의(不可思議),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일컫는 말을 부정부패(不正腐敗), 지위나 학식이나 나이 따위가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아니함을 두고 이르는 말을 불치하문(不恥下問),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는 뜻으로 마흔 살을 이르는 말을 불혹지년(不惑之年), 필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음을 일컫는 말을 불요불급(不要不急), 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난관도 꿋꿋이 견디어 나감을 이르는 말을 불요불굴(不撓不屈), 천 리 길도 멀다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먼길인데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달려감을 이르는 말을 불원천리(不遠千里) 등에 쓰인다.
▶️ 能(능할 능, 견딜 내)은 ❶회의문자로 곰(문자의 왼쪽 부분)과 짐승의 발바닥(문자의 오른쪽 부분)의 모습을 뜻하는 글자로 곰의 재능이 다양하다는 데서 능하다를 뜻한다. 月(월; 肉육)은 살, 마늘모(厶; 나, 사사롭다, 마늘 모양)部는 큰 머리의 모양에서 변한 것으로 머리가 큰 곰 같은 동물의 모습이다. 이 동물은 힘이 세고 고기 맛이 좋기 때문에 이 글자를 빌어 사람의 일이 충분히 된다는 뜻으로도 쓰고, 나중에 곰을 나타내기 위하여는 熊(웅)이란 글자를 따로 만들었다. ❷상형문자로 能자는 '능하다'나 '할 수 있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能자는 곰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能자는 본래 '곰'을 뜻했었다. 하지만 후에 '능력'이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었다. 곰을 그린 能자가 왜 '재능'이나 '능력'이라는 뜻으로 바뀐 것일까? 곰은 재주가 뛰어나기에 재능을 뜻하게 되었다는 해석이 있다. 신성함을 상징했던 곰은 여러모로 탁월한 능력을 갖췄던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能자가 이렇게 '재능'과 관련된 뜻으로 가차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灬(불 화)자가 더해진 熊(곰 웅)자가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能(능, 내)은 (1)재능(才能). 기능(機能) (2)능력(能力)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능하다 ②능히 할 수 있다 ③기량(技倆)을 보이다 ④재능(才能)이 있다 ⑤화목하게 지내다 ⑥~할 수 있다 ⑦응당 ~해야 한다 ⑧능력(能力) ⑨재능(才能) ⑩인재(人才) ⑪에너지(energy) ⑫곰(곰과의 포유류) 그리고 ⓐ견디다(=耐)(내)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일을 감당하거나 해결해 낼 수 있는 힘을 능력(能力), 일정한 동안에 할 수 있는 일의 비율을 능률(能率), 제 힘으로 움직임을 능동(能動), 능하고 익숙함을 능숙(能熟), 잘 하는 일을 능사(能事), 익숙하고 솜씨 있음을 능란(能爛), 능하게 잘 하는 말을 능변(能辯), 대상을 포착하여 관찰하는 주관을 능관(能觀), 능히 오거나 가거나 함을 능통(能通), 뛰어난 작품을 능품(能品), 능하고 어진 이를 능인(能仁), 잘 쓴 글씨나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을 능필(能筆), 넉넉히 감당함을 능당(能當), 유능하다는 평판을 능성(能聲), 뛰어난 재능을 능재(能才), 할 수 있음이나 될 수 있음을 가능(可能), 어느 기관이 그 기관으로써 작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능(機能), 기술적인 능력 또는 재능을 기능(技能), 재능이 없음을 무능(無能), 재주와 능력을 재능(才能), 두뇌의 작용으로 지적 활동의 능력을 지능(知能), 재능이 있음을 유능(有能), 능력이 없음을 불능(不能), 어떤 물건이 지닌 성질과 능력 또는 기능을 성능(性能), 온갖 것에 다 능통함을 만능(萬能), 큰 일이나 작은 일이나 임기응변으로 잘 처리해 냄을 이르는 말을 능소능대(能小能大), 능히 보고도 생각하기 어렵다는 말을 능견난사(能見難思), 능력을 개척하여 발전시킴을 일컫는 말을 능력개발(能力開發), 재능이 있는 자는 계책을 숨기고 남에게 알리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능사익모(能士匿謀), 인간의 능력은 모든 사물에 다 능할 수 없다는 말을 능불양공(能不兩工), 잘 해치우는 재간과 익숙한 솜씨를 이르는 말을 능수능간(能手能幹)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