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가 흐르는 모래시계를 찾습니다
조이경
2년마다 물구나무를 서야 해요
처음 만드는 눈사람의 안녕을 걱정하지 않듯
모래 알갱이를 꽃씨라 생각했는데
더듬이를 힘껏 뻗으면 회전문이 명랑해질까요
아껴 먹는 구름빵에 내일이 들어있을까요
드라마에서처럼 오늘도 옥상엘 올라갑니다
금요일이 넥타이를 푸는 이곳
고함과 삿대질에 쫓겨온 한숨들 햇볕을 쬐고 있네요
멀리 도심의 호수가 내려다보여요
오리인지 거위인지 백조인지 모를 것들이 떠 있네요
저들의 오늘은 얼마큼 쏟아졌을까요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목이 길어 우아한 백조
얼마전 가슴털을 뽑힌 오리 한 마리,
아직껏 오리무중입니다
마스크의 물결에 떠밀려간 오리들,
바위 속을 열어보고 싶어요
풀씨를 틔우는 물이 어느 틈으로 흐르는지
막대그래프를 이어 붙이면 푸른 사다리가 되는지
중력을 모른 채 중력에 갇힌 새,
서걱거리는 모래알로 계약서를 씁니다
바닥이 다시 천장이 됩니다
「푸른사상」 2023년 봄호
조이경 시인
경북 문경 출생
2023전라매일 신춘문예 등단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수료
제16회 광명전국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제2회 문경문학상 대상 수상
[출처] 모레가 흐르는 모래시계를 찾습니다 / 조이경|작성자 마경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