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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며칠 뒤, 연호는 퇴근 후 회사 근처 까페에서 지연을 만났다.
아직 연호에 대한 마음이 남아있는 그녀이기에 그의 전화도, 만남도 진심으로 기뻤다.
그러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지연의 밝았던 표정은 점점 어두워져갔다.
"죄송합니다. 이런 부탁 말도 안 되는 얘긴 거 알지만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요."
고개를 푹 숙인 연호의 얼굴엔 부끄러움과 슬픔이 동시에 서려있었다.
"나 아직 연호씨 좋아해요. 그런 나에게 이런 제안 정말 잔인하단 생각이 드네요."
지연이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조금은 냉정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녀가 이대로 화를 내며 나가버려도 절대 서운해 하지 않을 것이다.
뺨을 때려도 물세례를 퍼부어도 고스란히 감수할 수 있었다.
지연은 이야기를 끝내고 마치 판결을 기다리는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채 앉아있는 연호를 바라보았다.
그 사이 수척해져 있었다.
양복으로 가려진 어깨는 전보다 더 말라 왜소해 보인다.
창백한 얼굴빛과 까칠하게 껍질이 벗겨진 입술만 봐도 그가 얼마나 이 문제로 고민하고 시달려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 모습이 가슴 아프다.
그런 반면, 연호의 제안을 받아들여 결국 일이 뜻대로 이뤄진다면 그 후엔 이 남자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기대감도 생기는 것이다.
"좋아요. 연호씨 뜻대로 할게요."
놀란 눈으로 연호는 고개를 들었다.
"괜찮..겠어요? 거절하셔도 됩니다. 절대 부담 드리고 싶지 않아요."
연호의 말투는 조심스러웠지만 이미 결정을 내린 지연은 지금껏 보이지 않던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그 대신 저도 조건이 있어요."
"네. 뭐든 말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지연은 손을 뻗어 연호의 것을 맞잡았다.
흠칫 놀랐지만 그는 냉정하게 뿌리치지 못했다.
"당신이 그와 헤어진다면..."
그녀의 말에 연호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이미 수십 번을 머릿속에 생각한 일이었지만 막상 다른 이의 입에서 헤어진다는 말이 나오자 순식간에 그 일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그 뒤에 연호씨 위로하는 건 내 몫이야. 알았죠?"
그녀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연호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막연한 얼굴로 지연을 바라볼 뿐이었다.
"지금 대답하지 않아도 좋아요. 뭐, 일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직 모르니까. 일단 끝이 난 후에 그때 얘기하죠."
씽긋 웃는 지연의 얼굴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이런 여자가 왜 자신에게 마음을 주려 하는지 연호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은 그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미 이별은 정해진 결론이었다.
그 과정까지 어떻게 이르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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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호의 귀가가 조금씩 늦어지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두번, 야근을 한다는 명목으로 늦게 들어왔다.
그러다 두 번이 세 번이 되고, 세 번이 네 번이 되며 점점 더 빈번하게 늦어졌다.
자연스레 도원과 연호가 같이 저녁을 먹는 기회도 적어지고, 대화도, 함께 있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줄어갔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장기간에 걸친 변화였다.
조급하게 갑작스레 돌변한 것이었다면 예감이 좋은 도원이 아마 눈치를 챘을 것이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이 젖듯 변화는 아주 천천히 다가왔다.
간혹 없던 출장이 생기고, 주말에도 집을 비우는 날이 늘어갔지만 도원은 별 거 아니라 여기고 넘어갔다.
연호는 전에 없이 느긋하고 살갑게 다가왔으며 둘이 함께 있을 때면 예전보다 더 적극적이고 뜨겁게 안겨왔다.
함께 있는 시간은 줄었지만 그만큼 더 충실한 기분을 느꼈기에 도원은 연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세세한 변화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연호는 주희와 도원 사이의 거래에 대해 일체 모르는 척 하며 전과 다름없이, 아니 전보다 더 친근하게 도원을 대했다.
그가 완전히 방심하고 자신을 신뢰할 수 있게.
백퍼센트의 믿음이 한순간에 깨질 때 느끼는 배신감.
지금 연호에게 필요한 건 그것뿐이었다.
"또 출장이야?"
주말이 끝나는 일요일 늦은 밤, 짐을 싸고 있는 연호를 보며 도원이 볼멘소리를 했다.
"그렇게 됐어."
"부서 바꿨어? 요즘 무슨 출장이 그리 잦아?"
"부장님이 날 잘 봐주셨나봐. 자꾸 데리고 다니시려고 하네."
"이번엔 어디로 가는데?"
"부산."
"언제 와?"
"하룻밤 자고."
"쳇. 요새 느긋하게 얼굴 보기도 힘들어. 오늘도 일요일인데 출근했었잖아."
"미안. 연말 되면 자주 그래. 이 시기 지나면 좀 한가해질 거야."
연호는 어린애 달래듯 웃으며 도원의 등을 두드린다.
"그 대신 오늘밤엔 실컷 안게 해줘."
도원이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낸다.
"KTX 타려면 내일 새벽에 나가야하는데..."
연호가 곤란한 듯 주저하자 도원은 그의 손목을 잡아 끌어안으며 말했다.
"안 그럼 내일 안 보낸다.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로 해 버릴거야."
"알았어! 진정해."
연호는 어이없단 듯 도원의 가슴을 때리고는 이내 그의 목뒤로 팔을 둘러 안겼다.
기대오는 연호의 허리를 바짝 끌어안아 몸을 밀착시키며 도원은 기다렸다는 듯 입맞춤을 한다.
몇 번이고 고개를 돌려 입술을 맞물리며 키스를 나누다 이내 도원의 손길이 주저없이 옷 속으로 들어오자 연호는 목 안 깊은 곳에서 신음을 토해내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뜨거운 손길에 달아오른 흥분 속에서 연호는 멍하니 방 안 천장으로 시선을 던졌다.
몇 번이나 더 이 따뜻한 품 안에 안길 수 있는 걸까.
다정한 손끝과 입맞춤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문뜩 시야가 흐려지려하자 그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는 복잡해지는 머릿속을 애써 무시한 채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려 이성을 던져버렸다.
날이 밝자 어젯밤 싸 둔 가방을 들고 연호는 집을 나갔다.
도원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라 배웅도 못한 채 여직 침대에서 뒹굴고 있었다.
그러다 핸드폰 알람이 울린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나 연호가 나가기 전 차려놓은 아침을 먹고 출근준비를 서둘렀다.
꽤 쌀쌀해진 아침공기를 마시며 차를 몰고 회사로 향했다.
라디오뉴스에 귀를 기울이자 오후부터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첫눈이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기사가 들려온다.
"아래쪽 지방은 좀 덜 춥겠지."
잠이 덜 깬 눈으로 얼핏 봤던 연호의 옷차림을 떠올려 본다.
양복 위에 입은 코트가 많이 낡아 얇아졌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새코트를 하나 주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에 어울리는 머풀러와 장갑까지 세트로 사야지 라며 머릿속에 연호와 어울리는 색상을 떠올린다.
피부가 흰 편이니까 역시 검은색이 잘 어울릴 것 같다.
하지만 너무 짙은 블랙이면 꼭 장례식복장 같겠지?
카달로그를 뒤져 적당한 걸 찾아보는 게 좋겠어.
회사에 도착할 때 까지 내내 코트생각뿐이다.
오전근무가 끝나고 점심을 먹다 문뜩 오랜만에 백화점에 나가볼까 하고 생각한다.
쇼핑은 취미가 아니지만 직접 매장에 가 어떤 것들이 있나 보고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어차피 오늘은 연호도 없고 혼자 불 꺼진 집에 가느니 차라리 늦게 들어가자라며 백화점행을 결정했다.
연말이 다가오는 시기라 그런지 백화점 인근도로는 무척이나 막혔다.
차도 사람도 거리의 불빛도 술렁술렁 파도처럼 밀려다닌다.
가까스로 주차를 하며 나중에 연호랑 함께 올걸 그랬다고 후회한다.
다른 층은 무시한 채 고가의 양복브랜드가 밀집한 곳으로 향했다.
마침 품질도 디자인도 근사한 코트 하나를 발견했다.
이왕 나온 김에 크리스마스 때까지 기다릴게 아니라 당장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번 주 내내 계속 춥다고 했으니 하루라도 빨리 입혀야할 것 같다.
점원에게 코트와 어울리는 머풀러와 장갑도 같이 포장하라고 했다.
커다란 선물상자에 담긴 옷을 바라보니 미소가 그려진다.
이 코트를 입은 연호의 모습을 상상하자 흐뭇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값을 계산하고 차가 있는 지하 주차장으로 가려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다.
지하1층의 식품관과 지하2층의 주방용품 및 잡화코너를 지나 3층 주차장으로 향하려는 순간이었다.
눈에 익은 커플 한 쌍이 다정하게 식기를 고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한발을 내디디려던 도원의 걸음이 멈췄다.
마치 신혼부부처럼 나란히 서서 하얀 접시 하나를 이리저리 살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
그들은 바로 연호와 지연이었다.
무슨 대화를 하는지 들리진 않았지만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따뜻하게 미소짓는 모습이 누가봐도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한 쌍처럼 보였다.
도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는 그들이 자신을 볼 수 없도록 몸을 숨기고 휴대폰을 꺼냈다.
몰래 지켜보자 잠시 후 연호가 안주머니에 있던 전화를 꺼내 받는다.
"어디야?"
도원이 다짜고짜 물었다.
[어디긴. 일 끝나고 이제 막 호텔로 들어왔어.]
"...그래?"
[응. 퇴근했어?]
"아직."
[그런 것 같더라. 주변이 시끄러운가봐. 소음이 심해.]
"그렇지 뭐. ... 부산날씨는 어때?"
[좋아. 거기 눈 왔어? 일기예보에 올 거 같다고 하던데.]
"아직은 아냐. 하지만 밤에는 온다고 했어.]
[아쉽다. 같이 있었으면 첫눈 오는 거 보는 건데.]
"......"
[여보세요?]
"아.... 저기.. 별 일 없는 거지?"
[일은 무슨. 내일 오후엔 갈 수 있을 거 같은데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저녁때 해 줄게]
"생각나는 거 없어."
[그래? 아, 지금 부장님이 찾는다. 이만 끊을게]
전화가 끊겼다.
연호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연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다시 커피잔이 전시된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들을 지켜보는 도원의 표정은 일그러져있었다.
문뜩 지난주 세훈이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집 앞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며칠 전 호텔 레스토랑에서 연호와 지연이 함께 식사하는 걸 봤다는 것이다.
도원은 집으로 들어와 연호에게 그 일에 대해 물었고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퇴근길에 우연히 만나 밥을 먹게 된 것이라 얘기했다.
물론 도원은 조금의 의심도 안했다.
두 사람이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예전에 넷이서 식사를 하며 친구로 지내자고 의기투합했던 걸 생각하면 그들이 우연히 만나 밥 한끼 먹은 게 별 대수는 아니었다.
그렇게 가볍게 넘겼던 일인데 오늘 이렇게 두 사람의 모습을 보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게다가 연호는 출장을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의 정황으로는 그는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고, 몰래 지연을 만나고 있었다.
출장 간다는 말만 안했더라면 지금 또한 우연한 만남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전개는 뭔가 이상하다.
다음날 저녁 퇴근하고 오자 연호는 벌써 집에 와 있었다.
"어서와. 밖에 춥지?"
살갑게 도원의 가방을 받아주며 차가운 뺨을 녹여주듯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싼다.
그런 연호의 모습에선 한치의 수상함도 느낄 수 없었다.
도원은 어제 보았던 두 사람의 모습이 혹 신기루는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얼른 씻고 와. 동태찌개 얼큰하게 끓여놨어."
"잠깐만"
다시 주방으로 향하려는 연호의 팔을 잡은 도원.
"응? 왜?"
"... 부산 구경 잘 했어?"
"구경할 시간이 어딨어. 일하느라 정신없었어."
"아깝네. 가볼 곳이 꽤 많은데."
"그러게. 다음에 휴가 받으면 같이 부산으로 놀러갈까?"
"......"
"싫어?"
"아니. 그래 부산한번 가자."
영 개운치 못한 기분으로 도원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저기.. 근데 말야..."
그때 연호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주저하는 얼굴로 말했다.
도원은 순간 흠칫 놀랐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자 연호는 방 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멋쩍게 말했다.
"실은 아까 청소하다 봤는데 장롱 안에 있는 상자 혹시 내꺼?"
"어?... 아... 네 거야. 크리스마스선물로 받아줘."
평소라면 그런 비싼 옷 받을 수 없다며 당장 영수증 들고 가 환불하라고 난리를 쳤을 연호였다.
그런데 웬일인지 선뜻 웃으며 고맙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겨울 코트 하나 필요했는데 잘 됐다. 고마워."
쪽 소리나게 뺨에 입을 맞추며 웃는 연호가 오늘따라 유난히 낯설게 느껴지는 도원이었다.
"머플러랑 장갑도 땡큐! 올 겨울은 하나도 안 춥겠다."
그답지 않게 호들갑을 떨며 연호가 다시 주방으로 가자 도원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진다.
어제 일에 대해 물어야 하는데 상상도 못했던 이상한 일이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도원은 일단 침묵한 채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결론 내렸다.
잠시 후 먹음직스런 저녁상이 차려지고 두 사람은 마주앉아 밥을 먹었다.
한창 식사를 이어가던 중 거실 테이블에 있던 연호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연호는 곧장 달려가 전화를 받았다.
별다른 얘기 없이 듣기만 하다 짧게 통화를 끊는다.
"누구야?"
"회사친구."
"무슨 일로?"
"... 요즘 부인이랑 별로거든. 이혼할까 고민중이래."
"회사에서 그런 사적인 얘기를 할 정도로 친한 사람이 있었어?"
"어?... 어. 요 근래 친해졌어. 다 먹은 거야? 후식은 뭐 줄까?"
"그냥 커피."
자세한 얘기를 피하며 대화를 돌려버리는 연호를 도원은 씁쓸한 표정으로 보았다.
연호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양치를 하고 온 그는 9시 뉴스를 보려 리모콘을 찾았다.
그때 리모콘 보다 먼저 연호의 휴대폰이 눈에 띈다.
아까 전화를 받고 그대로 테이블 위에 놓고 온 모양이었다.
도원은 흘낏 주방 쪽을 살펴본다.
등을 돌리고 설거지에 매진중인 연호를 확인한 그는 망설임 없이 휴대폰을 집었다.
예상외로 비밀번호가 걸려있다.
이까짓 거야 뭐.
라는 생각으로 일단 연호의 생일을 눌러본다.
오류가 나자 이번엔 자신의 것으로 해 본다.
그래도 열리지 않자 고민 끝에 마지못해 지연의 생일로 다시 시도해본다.
기다렸다는 듯 잠금해제 되는 휴대폰.
순간 울컥하고 화가 치밀었지만 애써 참으며 통화목록을 살펴보았다.
방금 전화 온 상대의 이름이 보인다.
아닐거라고 생각했던 지연의 이름이 있는 걸 확인하자 그대로 휴대폰을 내던져버리고 싶었다.
도원은 전화기를 원래 있던 자리에 내려놓고 소파에 앉았다.
머릿속이 뒤죽박죽 가슴에선 화르륵 불길이 솟구친다.
당장 연호의 어깨를 잡아 흔들며 이실직고 얘기하라 소리치고 싶었다.
부산출장은 어떻게 된 건지, 왜 지연과 백화점에 있었던 것인지, 그녀에게 온 전화를 거짓말로 받았는지 따져 묻고 싶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한 건 어느 것 하나 연호에게 당당하게 캐물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왠지 뭔가 하나를 꼬집어내어 따지기 시작하면 문제는 점점 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 결국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수상한 일의 연속을 눈감아주며 넘어갈 수는 없다.
조만간 연호를 붙잡고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대답을 듣고 말겠다 결심하는 도원이었다.
+++
3일 내내 내린 눈으로 도심은 온통 하얀 세상으로 바뀌어 있었다.
도로 위 차들은 거북이걸음으로 온종일 막혔고, 기온이 뚝 떨어져 빙판길이 된 거리를 사람들은 그야말로 살얼음판 걷듯 조심조심 발을 뗀다.
눈발이 그친 하늘은 여전히 흐렸다.
저녁때가 되어 퇴근 시간이 겹치자 도로는 뒤죽박죽 차들로 엉켜 북새통을 이뤘다.
신호가 바뀌어도 앞으로 나아갈 줄 모르는 차 안에서 도원은 초조한 얼굴로 조금전 도착한 메시지를 다시 확인해보았다.
야근으로 늦게 들어간다는 연호의 문자였다.
벌서 며칠 째 같은 내용의 문자가 오고 있다.
아무리 연말이라 이런저런 일로 업무가 많다 해도 전과 달리 야근이 너무 잦다.
자정이 다 되어 들어오는 연호에게선 어렴풋이 비누향이 풍겨올 때도 있었다.
어디에서 샤워를 하고 오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의 늦은 귀가가 회사일 때문이 아님은 바보가 아니라도 쉽게 눈치 챌 수 있었다.
신호를 받아 복잡한 사거리에서 겨우 빠져나온 도원의 차는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방향을 틀었다.
도원은 연호의 회사 맞은 편 도로 변에 차를 정차시킨 후 빌딩 입구를 노려보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 무리의 인파가 건물을 빠져나간 뒤 한참 뒤에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밖으로 나온 연호는 누군가와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며 좌우를 두리번거린다.
앞쪽에 주차되어 있던 차를 발견하고는 웃으며 그쪽으로 뛰어간다.
그가 조수석에 오르자 차는 이내 출발했다.
도원은 뒤에서 요란하게 울려대는 경적을 무시한 채 불법유턴을 강행했다.
그리고 놓칠세라 연호가 탄 차를 뒤쫓았다.
운전대를 잡은 도원의 손마디가 하얗게 변했다.
앞서가고 있는 차가 누구의 것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역시나 차는 도원이 예상한대로 목적지를 찾아가고 있다.
차가 멈춘 곳은 아니나 다를까 지연이 사는 아파트 주차장이었다.
차에서 내려 다정하게 로비로 들어가는 두 사람이 보인다.
도원은 자석에 이끌리듯 그들의 뒤를 따랐다.
엘리베이터가 10층에 멈춰있다.
그녀의 집이라면 알고 있다. 일부러 바꾸지 않았다면 현관 비밀번호까지 안다.
한때 자주 드나들며 그녀를 안았던 곳이니까.
도원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잠시 망설였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보며 이걸 열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는 것처럼 그는 이대로 돌아설지, 아니면 이 두 눈으로 그들의 모습을 확인할지 마음속으로 끝없이 갈등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손가락은 10층 버튼을 누르고 있었고 그의 발걸음은 기계처럼 움직여 걸었다.
복도에 선 채 현관문을 바라보고 서 있기를 몇 분...
그는 초인종 대신 비밀번호를 눌렀다.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자 어지럽게 흐트러진 남녀 신발 두 켤레가 보인다.
거실은 조용했다.
그는 곧장 방으로 향했다.
문고리를 잡았을 때 비로소 자신의 손이 떨고 있음을 알았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손잡이를 돌려 방문을 열었다.
침대에 나란히 앉은 두 남녀는 이제 막 키스를 나누려 하고 있었다.
연호의 손이 지연의 허리를 감싸고, 지연은 눈을 감은 채 그가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느닷없는 침입자의 등장에 두 사람은 놀라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잠시 넋이 나간 듯 멍한 표정이었다.
도원은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침대를 향해 저벅저벅 다가왔다. 그는 신발도 벗지 않은 채였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성난 표정으로 연호의 팔을 잡아 채 끌어내린다.
바닥으로 쓰러진 연호를 인정사정없이 거칠게 일으켜 세우는 도원.
순간적인 아픔에 잡힌 팔을 빼내려 버둥거리자 더욱 손에 힘을 주어 끌어낸다.
"그만둬요!"
지연이 도원을 막아섰다.
"비켜"
얼어붙을 듯 차가운 목소리에 지연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아..안돼요! 일이 이렇게 돼서 미안하지만... 이 사람은 안 돼요."
지연은 생전 처음 보는 도원의 분노가 두려웠지만 애써 용기를 내 본다.
"이해가 안 되는군. 뭐가 안 된다는 거지? 착각하지 마. 이건 내 거야."
도원은 장난감 인형을 내보이는 아이처럼 꽉 움켜쥔 연호의 팔을 들어 보인다.
"이거 놔! 난 네 물건이 아니야!"
그때 연호가 힘껏 팔을 뿌리치며 지연의 옆으로 가려했다.
하지만 있는 힘을 다해도 잡힌 팔을 빼낼 수가 없었다.
"얘기는 집에 가서 듣도록 하지. 날 이해시키려면 아주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얘기해야 할 거야."
냉소적인 미소를 짓는 도원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디차다.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두려움이 온 몸으로 스며드는 걸 견디며 연호가 말했다.
"미안해. 하지만 나... 지연씨와..."
"닥쳐!"
"윽!"
팔을 부러뜨릴 듯 움켜잡는 도원.
"그만해요! 연호씨와 난 서로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에 대한 마음은 이미 끝났어!"
지연이 달려들어 도원의 손에서 연호를 떼어내려 했다.
하지만 어림도 없는 노력이었다.
도원은 그녀를 가볍게 밀쳐내고는 그대로 연호를 끌고 그곳을 떠났다.
신발도 신지 못한 채 질질 끌려나와 엘리베이터에 실렸다.
주차장까지 내려오는 내내 무거운 침묵이 두 사람을 감쌌다.
도원은 연호가 차가운 땅을 맨발로 걷고 있다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주차해 놓은 차 속으로 떠밀듯 연호를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
한참을 달린 후에야 도원은 연호가 신발도 겉옷도 입지 않은 채 앞좌석에 앉아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정신없이 달리느라 차 안에 히터도 틀지 않은 것이다.
차가 잠시 신호를 받아 정차한 사이 도원은 히터를 틀고 겉옷을 벗어 연호에게 주었다.
"입어"
"괜찮아."
"입으라고!"
"괜찮다고 했잖아!"
"닥치고 입으라면 입어!"
"싫어! 안 입어!"
"제기랄! 안 입을 거면 버려! 당장 내다 버리라고!"
"그래? 원한다면"
홧김에 소리 지르자 연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창문을 열고는 도원이 준 겉옷을 창 밖 도로위로 휙 던져버린다.
이건 평소의 서연호가 아니다.
아무리 화가 나고, 짜증이 나도 이런 식의 행동은 전혀 연호다운 것이 아니었다.
도원은 참지 못하고 차를 길가에 세웠다.
"이게 무슨 짓이야!"
"네가 버리라고 했잖아?"
"뭐?!"
"......"
시선을 앞으로 고정한 채 고집스레 앉아있는 연호를 바라보다 도원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너 도대체 왜이래?"
"......"
"말을 해! 대체 왜 이러냐고!"
"미안해."
연호가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도원의 눈빛이 가늘어진다.
"미안하다고? 왜 내게 미안하지?"
"너도 알잖아. 내 말이 뭘 의미하는지."
"......"
연호는 무릎위에 가지런히 놓인 자신의 두 손을 꽉 맞잡으며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지연씨를 특별한 의미로 만나온 지 꽤 됐어. 처음엔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어. 여자와 진지하게 사귀어본 적 없었으니까. 그런데 만날수록 점점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날 생각하고, 의지해주는 여자가 있다는 게 싫지 않았어. 너와의 관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걸 얻게 됐어. 뭔가 따뜻하고.. 부드럽고.. 편안한......"
연호는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번 출장.. 사실 거짓말이었어. 지연씨랑 같이 보낼 시간이 필요했어."
그 일이라면 이미 도원도 아는 얘기였다.
부산 간다던 사람이 백화점을 활보하고 다녔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야근이란 핑계를 댄 채 여자가 있는 아파트로 갔다.
침대에서 키스를 나누려던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자 간신히 잠재운 분노가 다시 타올랐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도원의 말에 연호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헤어져줘."
충격으로 커진 도원의 눈을 말없이 바라보던 연호는 다시 힘주어 말했다.
"더는 안 되겠어. 헤어져줘.. 더 이상 내 마음을 속일 수 없어."
창백해졌다 이내 붉어지는 도원의 얼굴빛이 연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 말을 하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오래 준비하고, 기다려왔던가.
반복하고 또 반복하며 몇 번이고 자연스럽게, 진실되게, 그가 절대 의심하거나 이상하게 여기지 않도록 준비해왔다.
어떻게 해야 그에게서 멀어질수 있을까 오랫동안 고민했었다.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해주는 도원의 마음을 알기에 더 이상은 그의 곁에 머물 수 없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많은 피해를 끼쳤다.
물질적인 것을 넘어 그의 미래까지도 갉아먹는 좀벌레가 되어버린 것이다.
왜 도원같은 남자가 자신을 만나 온갖 피해를 당하고,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꿀 수 있는 행복조차 가질 수 없게 된 것일까.
우리는 왜 다시 만나고 말았을까.
연호는 하루에도 수십번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어설픈 이별은 먹혀들지도 않을 것이다.
철저히 배신하고,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않을 만큼 지독하게 굴어야 한다.
그래야 그는 미련 없이 추억하나 남기지 않고 돌아설 것이다.
연호는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지연씨가.. 결혼하자고 했어."
그녀를 이용하게 된 것에 죄책감이 컸지만 이것이 상대방을 단념하게 하는 최선의 길이었다.
"나 같은 인간이 과연 결혼생활을 해 나갈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는데... 조카가 생기고 하니까 나도 내 핏줄이 갖고 싶어졌어. 이제 나이도 나이니만큼 가정에 정착하고 싶기도 하고."
연호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연습한 대로 줄줄 쏟아냈다.
이건 자신의 바람이 아닌 도원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연호의 소망이었다.
그렇게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살아가는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
더 이상 자신과 같은 골칫덩이 말썽 많은 인간과는 무관하게 살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내려"
도원이 차갑게 내뱉었다.
"한마디만 더 하면 널 죽일 거 같으니까... 지금 당장 내려!!"
연호는 말없이 차에서 내렸다.
문이 닫히자마자 차는 기다렸다는 듯 굉음을 내며 사라져갔다.
이제 그친다고 예보했던 것과는 달리 늦은 밤 우중충한 하늘에서 다시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거리를 지나던 사람들이 흘끔거리며 연호를 훔쳐본다.
얇은 셔츠차림에 맨발의 남자가 눈을 맞으며 하염없이 도로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혹시 큰일이 벌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되어 자신의 차로 도원의 뒤를 쫓던 지연이 길가에 서 있는 연호를 발견했다.
그녀는 급히 차를 세우고 연호에게로 달려왔다.
"연호씨..."
추위로 창백하게 변한 그의 얼굴은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 모습에 덩달아 울음이 터질 뻔한 걸 간신히 참으며 지연은 연호를 차에 태웠다.
"이제 됐어요, 연호씨.. 다 끝났어요... 잘 했어요. 아주 잘 버텨줬어요."
지연의 위로가 도화선이 된 듯 흐르던 눈물은 어느새 통곡으로 바뀌어버렸다.
아이처럼 소리내어 우는 연호를 품에 안고 위로하고 싶었지만 그가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지연은 그저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
그렇게 연호는 차 안에서 오랫동안 울었다.
연호를 길거리에 내팽개치고 집으로 향하는 도원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길 없었다.
그 와중에도 우스운 건 차디찬 길에 맨발로 서 있을 연호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마음이 쓰인다는 것이다.
'젠장... 신발이라도 신기는 건데...'
엉뚱하게도 그런 생각만 떠오른다.
아깐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그가 신발을 신었는지 겉옷을 입었는지 그런것 따윈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빨리 그를 데리고 집으로 가야한다고만 생각했다.
가는 도중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람 속을 있는 대로 뒤집어놓더니 기껏 하는 말이 뭐? 헤어져줘? 지연을 특별한 감정으로 만나왔다고?
다시 생각해도 뒷목이 뻣뻣해질 만큼 화가 나고 충격적인 얘기뿐이다.
집으로 돌아온 도원은 냉장고를 열어 맥주를 꺼냈다.
단숨에 한 캔을 비워내고는 성에 안 차 거실 장식장에 있던 양주를 꺼내 병째 들이켰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좀처럼 삭일수가 없다.
담담하게 이별을 요구하는 연호의 모습이 너무도 낯설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대체 언제부터 우리 사이에 균열이 생긴 거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게 순조로웠다.
눈치 없이 눌러앉아 있던 주희도 집으로 돌아가고 그 이후 딱히 두 사람 사이에 틈이 생길 만한 사건은 하나도 없었다.
너무도 평온해 지루할 정도였다.
연호는 다정했고, 그를 안는 기쁨은 늘 충만했으며 앞으로의 삶이 순탄하고 편안할 것이란 뻔 한 예측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잔잔한 호수 같은 일상에 만족하며 산 것은 어쩌면 도원 혼자뿐이었는지 모른다.
그 사이 연호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도원이 연호에게서 느끼는 편안함을 연호는 다른 이에게서 찾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순간 도원의 뇌리를 스치는 일이 있었다.
혹시 연호가 주희와의 거래를 알게 된 걸까?
도원은 문뜩 생각해봤지만 그럴 리는 없을 거라 여겼다.
만약 알았다면 연호 성격에 당장 쌍심지 켜고 달려들어 돌려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태 잠잠한 걸 보면 분명 모르는 것이다.
그 일과 지금의 상황을 연결하기엔 꽤 긴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연호가 너무 조용했다.
그럼 정말로 단순히 연호의 마음이 변한 것일까...
아무런 대비도 없이 몸속으로 독주가 쏟아져 들어오자 순식간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모든 게 엉망이다.
몸도, 마음도....
다시 한번 감정을 다스리고 연호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야만 한다.
그러나 그런 의지와는 달리 도원의 몸은 힘없이 소파위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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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요!!
급하게 쓰느라 오타를 잘 확인 못했어요!
죄송해요!!
첫댓글 ㅠㅠㅠ 엉ㅇ엉어어어어어어엉...ㅜㅜㅜ 꼭 헤어져야 겠니???...ㅜㅜㅜㅜㅜ
전 도원이 상처받는게 왜 이렇게 좋죠...ㅎㅎ
ㅠㅠㅠㅠㅠㅠ 연호랑 도원이 우짤꼬... 주희, 망할 나쁜 여자!!!!! 담편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아아아아아아아악!!!!!너무재밋어요!!! ㅠㅠ연호ㅠㅠ슬프네요 일부러ㅠ
자존심 버리고 그냥 살지...슬프네요...ㅜ.ㅜ
너무 슬퍼요 엉엉엉...떠나려는 연호의 맘은 알겠는데...
도원이 배신감에 치를 떨다 연호 생각대로 철저하게 내치는 상황이 올수도 있겠지만....그렇다면 떠난 연호 자신은...
이렇게 계속 두사람 힘들어야 하나요...주희 이 나쁜 기집애...때려주고 싶어라...
언제 다시 달달 모드로 돌아갈려나...
이번편 빨리 와서 너무 좋아요~~~다음편 기대할게요.
이런 이러면 안되는데..... 지연이도 연호도 도원이도 너무 불쌍해요ㅜㅜ
으헝헝헝ㅠㅠㅠ 연호야ㅠㅠ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너무 슬퍼요 주희 그거그거 아주 못되가지구 ㅠㅠ 런제나 데코님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