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econmingle.com/economy/credit-card-loan-balance-hits-all-time-high/
|| 생활고에 빚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 속 서민들의 호소
|| 카드론 잔액 역대 최고치 경고. 카드론
|| 대환대출도 급증
|| 가계부채 비율 91.7%로 세계 2위, 경제성장 발목 잡아
“카드론으로 버티다가 이제는 빚을 갚기 위해 카드론 대환대출을 이용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 모 씨(42)의 말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두 아이를 키우는 김 씨는 지난해부터 월급만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카드론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50만 원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600만 원이 넘는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고물가에 생활비가 급증하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금융권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빚으로 빚을 갚는 위험한 도박으로 번지고 있다.
서민들의 생존형 대출, 이대로는 위험하다.
여신금융협회가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2조 9888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다였던 지난 1월 말 기록(42조 7309억 원)보다 약 2500억 원이 증가한 수치다. 경제적 불확실성과 고물가가 서민층의 급전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
소비자금융연구소의 김현우 연구원은 “고금리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가처분소득이 감소한 가구들이 생활비 충당을 위해 단기 대출을 이용하는 빈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빚으로 빚을 갚는 ‘돌려막기’, 위험한 악순환
더 우려되는 것은 카드론 외에도 카드론 대환대출과 현금서비스, 리볼빙 이월잔액 등이 모두 증가했다는 점이다.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 6843억 원으로 1월 말(1조 6110억 원)보다 늘었다. 현금서비스 잔액도 6조 7440억 원으로 전월보다 증가했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카드론을 빌린 뒤 갚지못해 카드사에 다시 대출받은 잔액으로, 이른바 ‘돌려막기’의 대표적 사례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활비 부족으로 카드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결국 원금과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다른 대출로 막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가계부채, 세계 최상위권의 위험 신호
이러한 개인 단위의 대출 악순환이 쌓이면서 한국의 가계부채는 국제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16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7%로 조사 대상 38개국 중 캐나다(100.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특히 한국은 2020년 이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서며 ‘세계 최대 가계부채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해 국민계정 기준연도 개편 등의 영향으로 93.6%로 하향 조정되었으나, 여전히 위험 수준이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도 지난 11일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지난해 3분기 기준 90.7%로 세계 44개국 중 5위라고 밝혔다. 이는 G20 평균(61.2%)과 신흥시장국 평균(49.1%)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가계부채 비율이 90%를 넘어 100%까지 상승하는 것은 금융 안정과 경제 성장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생계형 대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상환 능력은 약화되는 ‘빚의 함정’에서, 서민 경제의 건전성 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