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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청 아카데미 通 靑 Academy | 412회 | 주제: | 노자 도덕경 25장 | 발표자: | 이태호 (통청아카데미 원장/철학박사) | ||||
일시: | 2018. 12.. 5(수) pm 7:00~9:00 | 장소: 대구시립수성도서관 제1강좌실 | 문의 | 010-3928-2866 | |||||
h.p. | cafe.daum.net/tongchungdg | ||||||||
통청 아카데미 : 서로 소통하여 사고의 틀을 좋게 바꾸려고 하는 공부모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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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장
(1) 원문
有物混成, 先天地生, 寂兮廖兮. 獨立不改, 周行而不殆, 可以爲天下母. 吾不知其名, 字之曰道. 强爲之名曰大. 大曰逝, 逝曰遠, 遠曰反. 故道大, 天大, 地大, 王亦大. 域中有四大, 而王居其一焉. 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
유물혼성, 선천지생, 적혜료혜. 독립불개, 주행이불태, 가이위천하모. 오부지기명, 자지왈도. 강위지명왈대. 대활서, 서왈원, 원왈반. 고도대, 천대, 지대, 왕역대. 역중유사대, 이왕거기일언. 인법지, 지법천, 천법도, 도법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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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混) : 섞다. 섞이다. 흐리다. 혼탁하다. 합치다.
적(寂) : 고요하다.(소리가 없다.) 평온하다.
료(廖) : 공허하다.(형체가 없다.) 쓸쓸하다. 텅비다.
개(改) : 고치다. 고쳐지다. 바뀌다.
태(殆) : 위태롭다. 해치다. 가까이 하다.
자(字) : 글자. 문자. 이름에 준하는 것. 본 이름 외(外)에 부르는 것. 별명.
역(域) : 지경. 땅의 경계. 나라. 국토. 영역. 세상.
서(逝) : 가다. 떠다. 떠나다. 죽다. 나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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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번역
(개별화되기 전의) 만물이 뒤섞인 채(chaos, 혼돈상태)로 이루어진 것이 있는데, (그것은) 하늘과 땅보다 먼저 생겼고, (소리 없이) 고요하도다! (형체 없이) 공허하도다! (對比 없이) 홀로 있고 (逝, 遠, 反의 일정성이) 바뀌지 않으며, (모든 곳에) 두루 가(미치)면서도 위태롭지 않으니 가히 천하의 어머니(만물을 낳는 모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그 이름을 모르겠다. (그래서) 이름에 준하는 것으로 도라고 부르겠다. 억지로 (의미를 좇아) 이름붙이면 그것은 크다고 할 수 있고, 크다는 것은 끊임없이 나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고, 끊임없이 나아가는 것은 멀리 근원(根源)에 이르는 것이라 할 수 있고, 근원에 이른다는 것은 다시 되돌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도는 크고 하늘(양기운의 대표)도 크고 땅(음기운의 대표)도 크고 왕(인간의 대표)도 역시 크다. 세상에는 4가지 큰 것이 있는데 왕이 그 중의 하나이다. 사람(왕)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스스로 그러하다.)
(3) 해설
25장은 14장, 16장, 40장 42장과 더불어 노자의 존재론을 잘 드러낸 곳이다. 노자의 존재론을 크게 보면, 만물은 서로 섞여서 구분할 수 없는 혼돈(chaos, 無, 沖)상태로부터 제각각 구분할 수 있는 개별존재로 모습을 드러내는 질서(cosmos, 有, 陰陽)상태로 가는데(逝), 끝까지 가게 되면(遠), 다시 혼돈상태로 되돌아간다(反)는 것이다. 이때의 혼돈 상태는 우리들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것으로 사물들이 정돈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지럽혀져 있는 그런 모습은 아니다. (소리 없이) 고요하도다! (형체 없이) 공허하도다!(寂兮廖兮)라고 하였듯이, 그것은 듣기지 않고 보이지 않은 무(無)의 상태로 보인다.
무의 상태로 보이는 혼돈상태는 유와 대비되는 무는 아니다. 유나 무로 분별할 수 없는 홀황이다. 홀황을 황홀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유라고 하기 에는 무에 가깝고, 무라고 하기 에는 유에 가까운 것으로 유무 함께 섞여 있는 혼돈상태이다. 이때 혼돈상태로 있는 것은 이름 붙일 수 없다. 이름을 붙이게 되면 그 이름과 상대적인 한정형식과 대비가 되어 그 의미가 축소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有라고 이름 붙이면 無와 대비되고, 善이라고 이름붙이면 惡과 대비되고, 明이라고 이름붙이면 暗과 대비된다.
노자가 그런데도 궁극적 존재를 道라고 이름 붙인 것은 그것이 逝, 遠, 反의 일정한 흐름을 유지(不改)하며, 상대적인 한정형식으로 대비되지 않으며(獨立), 모든 곳에 두루 미치면서 위태롭지 않으며(不殆), 천하 만물을 생존(天下母)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하에 이것보다 더 큰 것은 없다. 그래서 노자는 道에게 의미를 붙여 大라고 해석했다. 모든 살아 있는 존재(생물)는 반드시 죽는데 이것을 죽음(逝)이라고 한다. 생물에 있어 가장 큰 것은 죽음이다. 그리고 무생물에 있어 가장 큰 것은 소멸이다. 결국 모든 존재(만물)에 있어서는 생성과 소멸보다 더 큰 것이 없다. 생성된 것은 소멸하는데 까지 가게 되는데 노자는 그것을 멀다(遠)라고 표현하였다. 소멸되는데 보다 더 먼 곳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멸이 끝이 아니다. 소멸되면 혼돈상태로 되돌아가서(反) 다시 생성을 준비한다.
노자는 서원반(逝遠反 ; 만물은 혼돈상태에서 생성(탄생)해서 소멸(죽음)방향으로 가고, 생성의 끝인 소멸까지 가서는 다시 혼돈으로 되돌아온다)의 큰 흐름(움직임)은 누가 만든 것이 아니고 스스로 그러하다(自然)고 한다. 스스로 그러한 흐름을 道라고 한다. 그래서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道法自然)고 한다. 하늘기운(陽氣)의 움직임이 이 도를 따르기 때문에 우주의 질서(成住壞空成)가 있다. 이것을 하늘이 도를 본받는다(天法道)고 한다. 땅기운(陰氣)의 움직임이 이러한 질서를 따르기 때문에 탄생, 성장, 쇠퇴, 죽음, 탄생의 단계를 거치지 않을 수 없는 생명의 배태(胚胎 ; 발생하거나 일어날 원인이 사물의 내면에 생기다)가 있다. 그래서 땅이 하늘을 본받는다(地法天)고 한다. 사람의 운명이 생명의 원리(탄생, 성장, 쇠퇴, 죽음, 탄생의 단계를 거침)를 따르기 때문에 이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 그래서 사람이 땅을 본받는다(人法地)고 한다. 사람 중에서 이 운명을 알고 가장 잘 따르는 자가 왕이다.
노자는 왕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우리들은 보통 왕이 노자가 강조하는 자연적인 삶과 반대되는 것으로 인위적인 행위를 해서 가장 성공한 사람으로 여긴다. 노자는 산골짜기에 들어가서 자연과 벗하며 살아가는 소위 자연인을 바람직한 인간으로 여길 것 같은데,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정반대로 당대의 도시 중에서도 가장 도시이고, 문화 중에서도 가장 발달된 문화생활이 가능한 궁중에서 그 혜택을 누리고 있는 왕을 노자는 도에 가까운 큰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 왜 그런가? 노자가 보기에 왕의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왕의 마음이 큼은 나라 전체를 자신의 일로 생각하는 공(公)의 입장에 서는 것이다. “공공의 입장에 선다는 것은 왕의 마음과 같고, 왕의 마음은 하늘의 기운과 같고, 하늘의 기운은 도와 같고, 도와 같으면 오래간다.”(公乃王 王乃天 天乃道 道乃久, 16장) 여기에서 노자의 이분법을 극복한 큰 사고를 읽을 수 있다. 이분법에 매여 있는 사람이라면 일직선의 양쪽 끝은 반대쪽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구(地球)처럼 둥글고 크면 직선으로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출발지점에서 종착지점을 만나게 된다. 이런 면에서 보면 노자를 처세술이나 통치술 등 성공학으로 보는 사람도 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25장 요약 도표]
도가 천하의 어미인 이유 (可以爲天下母) | ||||
有物混成 | 先天地生 | 寂兮廖兮 | 獨立不改 | 周行而不殆 |
도라는 명칭에 관련된 노자의 생각 (吾不知其名) | ||||
字之曰道 | 强爲之名曰大 | 大曰逝 | 逝曰遠 | 遠曰反 |
도를 크다고 했을 때, 큼의 구체적인 사례와 본받는 방향 | ||||
큰 것들(四大) | 道大 | 天大 | 地大 | 王大 |
본받는 방향 | 道法自然 | 天法道 | 地法天 | 人法地 |
왕에 대한 긍정평가 (王亦大 域中有四大 而王居其一焉) |
(4) 문제제기
1. 도가 서원반(逝遠反)이라면 불교의 성주괴공(成住壞空)과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모든 것이 서원반이란 것을 알았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2. 크다는 것은 대비 있는 부분이 아니고 대비 없는 전체라는 말인가?
3. 왕이 되기 위해서 도를 닦는 것과 도를 닦으면 왕이 되는 것은 무엇이 다른가?
< 다음 주 강의 예고 >
413회 (2018.12.12): 노자 도덕경 26장 이태호 (통청아카데미원장/철학박사) 414회 (2018.12.19.): 인간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 및 송년회 (중등학교 음악교과서 집필자) 415회 (2018.12.26): 노자 도덕경 27장 이태호 (통청아카데미원장/철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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