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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용인시민주권연대 원문보기 글쓴이: 개마고원
지난 4월 16일에 벌어진 세월호 참사를 앞에 높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시시각각 지켜봐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쇼로 눈물 한 번 흘렸을 뿐 유가족이나 생존자들을 적대해왔으며, 민원 관리대상으로만 여긴 듯하다. 이후 어떤 조치도 취해진 바 없잖은가. 겨우 선장이나 선원 등에 대한 재판이나 벌어지고, '트루먼쇼'처럼 유병언과 그 일가족을 쫓는 방송이 몇달간 지속된 것말고는 없다. 세월호 앞에 우리가 무슨 짓을 해왔는지 솔직하게 보자.
대통령, 눈물 한 번 흘리고 끝이다. 그 원고도 누군가 써준 것이리라. 이후 그가 한 노력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 걸 공염불이라고 한다. 아니, 공염불이라도 자주 하면 좋지만 그는 그러지도 않았다.
새누리당, 선거에서 질까봐 전전긍긍하면서 도망다니기만 했다. 마치 빚쟁이처럼 굴면서 세월호 특별법을 지연시키고, 지방선거 때는 파렴치하게도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 달라, 대통령을 구해달라는 가증스런 구호로 어리석은 유권자들을 속였다.
새정치민주연합, 그들은 마치 복권이나 당첨된 것처럼 이 국면을 즐겼다.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진심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문재인의 단식 투쟁은 꼴사나웠다. 한때 대통령 후보였으며, 참여정부의 비서실장으로서 이 나라 질서와 제도를 만드는 데 5년간이나 참여했던 사람이, 자기는 이런 제도적인 사고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것처럼 구는 것이 참으로 가소로웠다. 국정은 연속되는 것이지 박근혜 정부 딱 1년여만에 이런 사고가 원인부터 결과까지 한꺼번에 생긴 게 아니다. 유병언의 회사로 치면 참여정부 때도 있어왔다. 그러니 온전히 무죄라고 할 수 없는 사람이 역시 국민을 속이려 든 것이다.
더구나 지방선거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은 마치 당선증이라도 잡아챈 양 오만불손하게 유권자에게 호령했다. 찍어라, 이 바보들아, 이러기만 했을 뿐 유권자를 설득하는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유세 차량도 돌릴 필요가 없다, 어차피 이기게 돼있다고 장담하는 바보들도 있었다. 세월호에 새정치 당원들이라도 단체로 탑승해서 죽기라도 한 것처럼 그들은 상주 노릇을 자처했다. 하지만 부조만 거두고 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도 그를 비방하던 같잖은 무리들이 상주노릇을 하더니 똑같은 쇼를 이번에도 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특히 종편은 국민의 분노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으로 향하려는 조짐이 보이자 그 즉시 기독교 구원파의 유병언으로 초점을 바꿔나갔다. 그러고는 하루 종일 대남비방방송하듯이 유병언 잡기에 나서서 여자 문제, 가족 문제, 갖은 가십을 까나가기 시작했다.
여기까진 다들 아는 얘기니 별 흥미가 없을 것이다. 하나 남은 더러운 세력이 있다. 바로 무지한 유권자들이다. 세월호 사고로 수백 명이 생으로 죽는 걸 실시간으로 목격한 국민들은 너무나 큰 슬픔에 잠겨 노래방에도 안가고 춤도 안추고 목소리도 낮췄다. 하지만 결국은 경기가 어렵다, 먹고살기 어렵다, 언제까지 이 타령만 할 것이냐는 종편들의 부채질에 살금살금 넘어가 나중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비난하고 모욕하고, 심지어 그들을 죽여버리라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래봐야 반 년 지났을 뿐이다.
임진왜란 끝나자마자 이순신이고, 뭐고 다 잊어버린 민족이 바로 우리 겨레다. 그래서 일제에게 36년간 식민지로 살았지만 역시 또 잊어버리고 친일파 검사, 판사, 경찰, 공무원들을 중용하고 떠받든 게 우리 민족이다. 일제의 나팔수로 징병, 징용, 위안부를 찬양하던 더러운 신문들이 지금도 버젓이 이 나라 여론을 조작하고 혹은 물타기하고 있다.
- 우리가 유태인 같았다면 전범 히로히토는 천수를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일제는 이 나라를 36년간 유린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추종자인 친일파로 하여금 대한민국을 접수하도록 이 땅에 악의 유산을 남기고 갔다. 일제는 그들의 과거 식민지에서 일어난 육이오전쟁 덕분에 전후 복구에 완전히 성공하고, 친일파들을 앞세워 대한민국을 자신들의 시장으로 만들었다.
판교 환풍구 사고는 몇 가지 관점에서 우리 모두 같이 반성해야 한다.
1. 일단 희생자들 본인 과실 부분이다. 일정 부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다만 지하철 환풍구의 경우 사람이 걸어지나가거나 밟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점에서 일반인들이 환풍구 덮개를 밟아서는 안된다는 사전 고지나 상식이 부족할 수 있다. 따라서 희생자들의 과실은, 한두 사람이 올라가는 건 문제가 없으나 수십 명의 사람이 동시에 밟고 설 경우 과연 안전한지 의심하지 않은 점은 과실로 볼 수 있다. 이런 걸 안전불감증이라고 한다. 환풍구 아래가 보이도록 설계되어 일반적으로 겁을 먹을 수도 있는데 이분들은 미처 이런 생각을 못한 것이다.
2. 건축하는 분들의 과실 부분이다. 서울시내에 있는 수많은 지하철 환풍구처럼 몇 사람이 걸어가도 괜찮은 강도로 설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치자. 일본처럼 환풍구를 높이 세워 사람이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것도 보기에 흉물스럽고, 또 통행 문제 때문에 그리 추천할 만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강도 높은 철판 덮개를 쓰고, 그 아래에 보조받침대를 세워 그위에 사람이 촘촘하게 서도 안전할만큼 설계를 하고, 설사 휘어지더라도 아래에서 2차로 받쳐주는 안전장치를 세워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하는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은 죄가 있다.
3. 국회나 도의회, 시의회, 시청의 잘못이다. 법이나 조례 등을 만들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한 것도 죄다. 하지만 누구 죄라고 특정할 수는 없다.
4.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의 무관심이다. 수십 명이 환풍구 덮개에 올라간 상황이라면 안전 문제가 의심스러울 텐데, 그걸 보고도 공연에 한눈을 파느라 옆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는 걸 방치한 죄도 결코 작지 않다. 특히 주최측이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않은 잘못도 크다. 덮개가 무너지기 전 움푹 패인 사진이 공개되어 자세히 보니 더 안타깝다. 누구라도 그걸 지적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뉴스를 보니 유가족들이 합의를 끝내고 장례를 치른다고 한다. 이분들이 각자 슬픔을 안고 사회 안전문제로 이슈를 돌려준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희생당한 분들 덕분에 이 나라가 조금 더 안전해질 것같다. 하지만 아직 유람선은 타지 말자. 해상안전에 관한 법은 이 정부가 차일피일 미루고 있으니까. 거듭 말하지만 화물을 고정시키지 않은 걸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고, 평형수를 검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묵인하고, 불법증축을 눈감아주고, 침몰 전 안전검사에서 안전하다고 판정한 관계자 등 수많은 범죄 행위가 아직도 밝혀지고 있지 않다. 유병언과 그 일족만 물어뜯기에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너무나 많고 복잡하다.
우리가 사는 이 나라는 임진왜란 당하고도 전혀 대비하지 않다가 끝내 그들의 식민지가 된 나라요, 정묘호란으로 혼나보고도 싸우자 싸우자 입으로만 떠들다가 병자호란으로 삼고구배의 치욕을 당하는 나라요, 일제 36년간 징용, 징병, 위안부로 그 고통을 받고도 그들의 앞잡이인 검찰, 경찰, 공무원들을 새 나라 주인으로 받든 그런 나라요, 육이오전쟁으로 수백 만 명이 죽어나갔어도 여전히 제 나라를 지키지 못해 미국에 의지해 군사식민지를 자처하는 나라요, 치욕스런 인권 유린과 사상 통제, 정치 박해 등을 일삼은 유신정권을 다시 찬양하는 나라요, 북한 잠수정 공격으로 천안함이 피격되었다면서 대비책 하나 없이 수수방관하는 나라요, 세월호 침몰로 제 나라 국민 수백 명이 생으로 죽는 걸 보고도 유가족 욕하고, 조사를 미루고 대책을 눈감는 나라다. 이런 나라를 이대로 둘 것인가, 뜯어고칠 것인가, 이것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 국민들이 받아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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