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태안 마애삼존불

다섯번째 태안 백화산 마애삼존불 2007년 2월 10일 (일) 마알간 통유리로 보이는 동쪽 하늘은 갓 올라온 붉은 해로 빠알갛게 물들어 있다. 침대 아래 바닥에서 이부자리를 깔고 잔 나는 그냥 누워서 동쪽 하늘의 해를 마냥 보고 있었다. 전날엔 바다가 보이는 방이 아니라 투덜댔는데 이렇게 아침엔 올라오는 해를 볼수 있으니 좋다. 그냥 일어 나지도 않고 한참동안이나 떠오르는 해를 쳐다보고 있으려니 참 편안하고 행복하다는 마음이 든다. 요즘 직장에서 좋은 일을 기대했다가 좌절되어서 너무나 어려웠는데, 이렇게 가족들 건강하고 같이 여행 할 수 있으면 되는데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는게 아닌가 하는 자책이 든다. 이만하면 되는데 무슨 욕심이 그리 많은지.......... 어제 가족들과 같이 태안 꽃지 해수욕장의 요션캐슬에 놀러 왔다. 아이들이 올 봄에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니 한 일년은 볼 수가 없어서 서운해서 가족여행을 온 것이다. 가족이래야 우리 식구 4명, 동생네 3명, 조카하나 그렇게 8명이다. 물론 시댁 식구들은 많지만 친정의 혈육으로는 가까운 사람은 딱 그뿐이니 나이를 먹으면서 더 혈육의 절절함을 느끼게 된다. 아무래도 시댁은 그냥 시댁식구일 뿐이다. 일어나보니 안방에 우리 식구, 작은 방에 동생네 식구, 거실에 조카가 소파에 구부려 자고 있다. 아이들과 제부는 어젯밤 늦게까지 고스톱을 쳤다. 콘도가 28평 방이라고 해도 여러 식구가 늘어져 있으니 좁아 보였다. 어제 저녁엔 동생네들이 음식을 모두 준비했으니 나는 설겆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천천히 주방에서 설겆이를 하고 있으니 동생이 일어나서 같이 아침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이방 저방에서 부시시 일어난 먹성이 좋은 아이들은 삼겹살을 구워 달라고 한다. 아침부터 삼겹살이냐고 웃었지만 깔깔거리며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흐뭇하다. 언니의 아들인 조카는 이제 스물아홉이니 아이라고 할 수도 없다. 수의대 4학년이니 올해 까지만 학교에 다니고 내년엔 직장을 잘 잡아야 하는데 걱정이다. 부모가 잘 못되어 뒷바라지를 못하는 실정이라 이모인 우리들이 그애를 공부시키고 있으니 오죽하겠는가? 그냥 간신히 학교에 다니고 있는 형편이니 항상 어깨가 축 늘어진 조카를 보면 안스럽다. 우리 딸들은 큰 애는 회사에 다니고 둘째애는 올해 대학 4학년이지만 같이 영국에 어학연수를 보내기로 하엿으니 하루에 한번씩 핸펀 할 데도 없다는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아리다. 아침을 먹고 콘도를 나와서 바닷가를 거닌다. 어젯저녁엔 너무나 추워서 바다에 좀 나왔다가 얼어 죽는줄 알았다. 그러니 겨울바다에 올 때는 항상 모자가 달린 두터운 파카를 입어야 할까보다. 하얀 바다를 뒤로 하고 사진을 찍는다. 어젯밤 그렇게 바람이 세더니 지금도 파도가 거세다. 하얀 파도가 차가운 바닷물에 얼어서 알알이 부서지고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바다를 뛰어 다닌다. 동생은 취미생활로 사진찍기를 하는데 우리에게 멋진 포즈를 잡으라며 커다란 카메라로 이리보고 저리보며 잔득 폼을 잡는다 . 동생네와 이렇게 같이 여행을 오니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나이를 먹어가며 어찌 그리 혈육의 정이 더욱 절절해지는지 동생이 웃어야 내가 웃을 것 같고, 동생의 행복이 내 행복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러니 요즘 젊은 엄마들은 아이들을 하나만 낳고 단산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 애들이 받을 외로움을 왜 생각 안 하는지 모르겠다. 세상을 살아 가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은 혈육뿐이 없는 것 같다. 동생네는 조카를 데려다 주려고 전주로 향하고 우리는 바다를 떠나 태안읍으로 향한다. 먼 길 떠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좋은 데가서 기도하고 싶다는 생각에 어제부터 태안 읍에 있다는 백화산 마애삼존부처님께 가고 싶었다. 태안은 가까운 이웃동네이지만 서산 마애삼존불은 뵈었어도 태안 마애삼존불은 아직 뵐 기회가 없어서 이번엔 꼭 다녀 오기로 했다. 태안읍 입구에서 114안내를 찾아 군청으로 전화하여 위치를 물어 보았다. 마침 당직자는 자기가 길위에 있는 듯 친절하게 위치를 말해준다. 요즘은 어디든지 친절이 몸에 배어있다. 백화산은 태안읍을 벗어나 바로 산위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다. 산위까지 도로가 나있어서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했다. 좋다는 것은 차를 타고 그냥 갈 수 있어서 좋지만 대신 등산하는 맛이 없어서 나쁘기도 했다. 백화산은 바위산인 듯 바다를 향하여 하얀 꽃이 핀 것 같은 형상의 산이었다. 표지판을 보고 주차장에서 내리니 옆엔 태을암이 있었고, 몇몇 사람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을 나온 듯 한가하게 바위에 앉아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최근에 나온 연구논문에 의하면 백제국에 불교가 들어 온 것은 침류왕 원년(384)의 이전에 이미 태안반도를 통해 구수왕9년(222)에 전래되었다고 한다. 백제시대의 태안지역에 세워진 사찰을 보면 우선 태안의 진산인 백화산의 지맥 흥주산에 건립된 흥주사가 있는데 , 이 절이 백제 구수왕9년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에서 불교를 공인하기 전에 사찰을 이 지역에 세웠다고 하기보다는 민간에서 이미 불교가 신앙되었다고 볼 수 있다. 3세기 초엽 태안반도에 전래된 불교는 이 지역에서 연차적으로 발전하면서 내륙을 향해 우선 서산지역으로 전파되어 가고 또한 뒤이어 6세기 초엽에 이르러 금동여래입상이 태안반도에 유입되므로서 이를 바탕으로 태안마애불과 서산마애불을 조성해놓고, 마침내 서산의 가야산에 제 2의 불타가야(Buddha Gaya) 성지를 건설하면서 한편으로는 내륙 깊숙이 전파되어 백제 사비시대의 불교문화의 꽃을 피웠다고 본다. 그리고 제 2차로 한강구를 통해 한산에 전래된 백제불교는 이곳에서 발전하여오다 475년 백제가 웅진으로 환도하면서 백제불교는 다시 웅진으로 이어져 60여년 발전하다 538년 다시 사비성으로 천도하자 이곳에서 태안반도에 전래되어 내륙으로 발전하여 온 불교문화와 합류하여 드디어 백제 불교문화의 찬란한 황금시대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태을암은 태안읍 동문리에 자리한 태안의 진산(鎭山)인 백화산 중턱에 건립되어 있는데. 창건연대(創建年代)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리고「태을암」이란 명칭은 국조(國祖)인 단군영정(檀君影幀)을 안치(安置)시켰던 태일전(太一殿)에서 연유되었다는 설이 있으나. 이를 실증(實證)할 수 있는 문헌이 없으니 신빙성이 희박하다고한다. 태을전은 태안마애3불이 있는 위쪽 약 200미터 지점에 있었다고 전하나 건물은 이미 없어지고 지금은 그 터만 남아 있다. 또한 이 태을암의 대웅전(大雄殿)에 안치된 불상은 중앙에 석가여래(釋迦如來)·좌측에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우측에 석가여래(소형)를 배열해 놓았는데, 이는 석가삼존(釋迦三尊)의 형식도 아니고 또한 협시불(脇侍佛)로 석가여래를 배열해 놓은 것도 매우 이례적(異例的)인 보기 드문 일이라고 한다. 태을암은 중창이 한창이었다. 그러나 정작 찾아온 마애삼존불은 어디 계신가 두리번 거리니 저 위에 전각에 따로 모셔 놓았다. 서산마애불은 전각이 없어서 기도할 데가 없어 서운했으나 이 곳은 커다란 전각에 모셔 놓아서 들어가서 한참이나 기도 할 수 있어서 좋다. 가족들과 모두 들어가서 삼배를 하고 나는 외국으로 멀리 떠나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무사히 잘 다녀오도록 부처님의 가호가 항상 있으시길 간절히 기도했다. 태안 마애부처님은 우리나라 마애불상의 초기 예로 부채꼴 바위 면에 사각형 감실을 마련하여 중앙에 보살상을 두고 좌우에 불상을 배치해 놓음으로써, 1구의 불상과 2구의 보살상으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삼존불상과 달리 2구의 불입상과 1구의 보살입상이 한 조를 이루는 특이한 삼존불상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2구의 불입상은 양감 풍부한 얼굴에 크게 번지는 미소, 넓게 벌어진 당당한 어깨와 장대한 체구, U자형 주름과 y형 내의가 보이는 착의법, 도톰한 듯 날카로운 대좌의 연꽃무늬 등 세부적으로는 거의 동일한 양식 특징을 보인다. 좌우 두 불상 사이에 끼여 있는 듯 뒤로 물러나 작게 새겨진 보살입상은 높은 관에 아무런 무늬도 나타나 보이지 않지만 본래는 장식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타원형으로 길고 통통한 얼굴은 잔잔한 미소를 머금어 원만상이며, 신체는 원통형으로 직립해 있다.어깨를 덮어 내린 천의는 길게 내려와 무릎 부분에서 X자형으로 교차하며 묵중하게 처리되었으며 배 앞에 모은 두 손은 오른손을 위로 하여 보주를 감싸 쥔 이른바 봉보주인(捧寶珠印)을 나타내고 있다.불신의 하반부가 노출되어 백제시대의 연화대좌가 확인됨으로써 그 도상적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중국과의 교류상 요충지에 자리함으로써 6세기 중반 경 중국 북제양식 불상과의 영향 관계 파악에 매우 중요한 작품이며 서산마애삼존불상(국보 제84호)에 30여년 선행하는 조형양식을 지닌 백제 최고(最古)의 마애불상이란 점에서 국보로서의 가치가 인정된다고 한다. 마애부처님께 기도하고 내려오는 길은 빠알간 동백꽃이 꽃눈망울을 반짝이고 있었다. 우리 지역에서는 동백꽃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아마 갯반닥이어서 따뜻해서 동백꽃이 피나보다" 라고 남편이 말한다. 아이들과 손을 잡고 내려오며 눈앞에 펼쳐지는 서해바다의 파아란 물을보며 아이들의 꿈이 저렇게 드넓고 파아랗게 세계로 펼치게 도와 주십사 다시 한번 부처님께 합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