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경 출발하여 약 2주 일정으로 터키 동부지역, 쿠르드족 거주지역 답사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번 여행은 쿠르드족과 터키정부 사이의 평화협정과 관련하여 현지의 분위기를 살펴보고, 쿠르드 저항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자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한 그리고 지금은 감옥에 갖혀있는 압둘라 오잘란을 조명하는 여행으로 구성하였습니다.
대략의 일정은 이스탄불에서 터키의 현재 정치 상황을 살펴보고, 압둘라 오잘란의 고향마을과 그가 봉기를 처음 시작했던 곳을 살펴보고, 쿠르드 저항운동을 하고 있는 단체와 조직을 찾아서 현지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쿠르드족 도시 중 가장 중요한 도시이자, 터키 동부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티그리스강의 수원지가 위치하고 있어서 메소포타미아가 시작되는 지점인 디야르바크르 인근을 여행하면서 이 지역의 유적과 터키와는 다른 쿠르드족의 문화를 살펴볼 계획입니다.
이 지역은 메소포타미아가 시작되는 지점 답게 9,500여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인류 최초의 농경마을이 발견되기도 한 곳입니다.
아직 여름휴가 계획을 잡지 못하신 분과 평소에 터키 여행에 관심있었던 분 시간 여유가 되시면 함께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추천드립니다.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혹시 답사여행 함께 하실 마음이 있으신 분은 가능한 빨리 답변 주시기 바랍니다. --- 최근 터키의 시위와 관련한 기사를 보면서 몇가지 사실과 다른 점들이 있어서 알려야 할 것 같아 글을 씁니다. 터키의 현 상황을 언론은 일반적으로 세속주의 민주세력과 이슬람주의 독재세력의 대결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터키의 현 상황이 세속주의 세력과 이슬람주의 세력간의 갈등이라는 것은 맞습니다. 현 정권은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는 정권이고 터키 군부는 터키 공화국의 설립자인 무스타파 케말의 세속주의를 수호하는 세력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갈등은 행정부와 군부 사이의 갈등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현재의 갈등은 기층 민중과 지배세력간의 갈등의 성격도 갖고 있습니다. 터키의 무슬림 세력은 대부분 가난한 기층 민중이고, 세속주의 세력은 유럽 문화에 익숙해서 보수적 이슬람 사회로 되돌아가기 싫어하는, 평소에 유럽 여행을 몇번 쯤 가봤고 대학교육 이상을 받은 중산층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속주의가 민주주의를 대변하고 이슬람주의가 독재세력을 대변한다는 등식은 대단히 서양적인 마인드로, 현재 터키 상황에서는 맞지 않습니다. 오히려 터키에서는 이슬람주의 세력이 더 민주적인 세력입니다. 최소한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는 현 정권은 선거로 선출된 정권입니다. 하지만 세속주의를 표방하는 군부는 지금까지 군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정권이 출현하면 쿠데타를 통하여 정권을 교체해 왔습니다. 정의개발당(AKP)의 에르도간이 집권한 후 그간 몇 차례 에르도간 총리 암살 시도가 있었고, 군부에 의한 쿠데타 계획이 사전에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격분한 에르도간은 군부가 그 배후에 있는 '에르게네콘'이라는 비밀조직을 적발하여 소탕합니다. 에르게네콘은 그간 암살과 테러 등 정부의 공식 기구가 수행할 수 없는 온갖 더러운 일을 해오던 비밀조직이었습니다. 이 조직에는 터키 군부의 전 수뇌부가 총 망라되어 있었고, 터키의 유명한 작가, 언론인, 교수 등 유명인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조직은 그간 '어둠의 세력'이라 불리면서 터키에서는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특히 이들은 쿠르드 정치인, 활동가 등의 암살을 많이 수행하였고, 군부 통치에 반대하는(터키 군부는 지금까지 쿠데타로 정권을 교체한 후 권력에 남아있지 않고 새로운 민간정권을 선출한 후 다시 물러나는 독특한 행태를 취함으로써 국제적으로 그다지 나쁜 인상을 갖고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터키 군부는 행정부보다 사회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궂이 임기가 제한된 권력에 남아서 욕을 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터키 군부는 교육과 언론은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습니다. 행정부에서 완전히 독립된 교육위원회 위원 1/3을 군부가 추천합니다. 터키에서 지금까지 행정부가 군 수뇌부를 교체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군은 그간 3번에 걸친 쿠데타를 통해서 행정부를 완전히 교체했었지만 말입니다. 소도시는 반경 5Km, 주의 수도인 대도시는 반경 20Km 까지만 지방정부의 행정권이 미칩니다. 그 이외의 지역은 군부가 관할합니다. 그래서 터키 국토의 대부분은 군부의 통제하에 있습니다. 군부는 그래서 비록 행정권을 장악하지는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터키를 통치해 왔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터키의 소수 반정부 인사들도 암살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사회주의 무장혁명 세력인 쿠르드 게릴라(PKK;쿠르드 노동자당)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하여 사회주의 세력과는 앙숙이랄 수 있는 이슬람주의 무장세력(헤즈볼라라 불렸지만, 이란이나 레바논의 헤즈볼라와는 아무 관련이 없고, 또한 어떠한 종교적 경건성도 갖추지 못한 추악한 범죄집단인)을 조직하여 대낮에 길거리에서 살인과 부녀자 납치 등을 저질러 왔던 것도 군부였습니다. 어이없는 상황은 에르도간 총리가 다른나라의 지도자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부부동반 행사가 있을 때, 당연히 무슬림인 그의 부인이 히잡을 머리에 두르고 있다는 이유로 출입을 저지당했다는 것입니다. 세속주의 공화국을 표방하는 터키는 헌법에 공공 장소에서 히잡을 두르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총리의 부인이라도 여기서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총리의 부인이 경비원으로부터 출입을 저지당하는 일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에르도간 정권을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에르도간 정권은 타락해 있고,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이슬람에서 강력하게 금지하는 마약밀수를 주 수입원으로 하는 터키 마피아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한때 터키에서 가장 큰 부자는 마피아 두목이었습니다.) 어쨌든 상황이 이럴진대 세속주의 세력을 단지 이슬람주의에 반대하기 때문에 민주화 세력으로 보는 것은 언어도단인 것 같습니다.
모 소위 진보 언론에서 조차도 현재 터키 상황을 이슬람 독재세력과 세속주의 민주화 세력간의 갈등으로 묘사하는 것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심지어는 터키판 '아랍의 봄'으로 묘사하기 까지 했더군요. 결론은 터키의 현 상황은 최악과 차악이라는 두 세력의 권력싸움일 뿐 민주화와는 거의 상관이 없습니다. 그 중 조금이나마 터키 민중의 입장에서 더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선거에서 터키 국민이 선택한 현 집권당인 이슬람주의 세력이라는 것입니다. 터키가 아무리 이슬람주의를 강화한다 할지라도, 지금까지 터키 건국이후 지속되어온 서쪽에 편입되기 위한 노력으로 이미 유럽화된 터키를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 갈등 속에서 쿠르드 문제가 묻혀버리는 것이 조금은 걱정스럽습니다. 이번 터키의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는 쿠르드 게릴라와 터키 정부간의 평화협정 체결이 터키에서 가장 큰 이슈였고(물론 군부는 당연히 이를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터키에 평화가 정착될지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만들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평화협상 이야기는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아니고, 터키 정부 또한 평화협상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어 보입니다.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적절한 시점에 터키 답사가 이뤄지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언론에 의지하지 않고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을 토대로 터키의 소식을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청원 소전리 샘봉산 밑자락에서 한상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