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영광 영당마을굿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이 카페에 올라온 기획서를 보고 가장 흥미를 끈 대목이 젊은 명인들이 벌이는 판굿이었지요.
젊은 전문가들이 벌이는 판의 기량은 얼마나 높을까 기대되던차에 저희반들의 의견이 모아져 토요일 강습을 하루 쉬고 함께 가기로 한것이죠.
사물초급반도 간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렸습니다.
'갈끄나 말끄나 .... 무슨 날씨가 이렇게도 추워뿌냐!'
낮부터 싸늘한 기온에 바람은 쌩쌩불고 하늘은 비가 올것만 같은 사나운 날씨때문에 약속을 어기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 가 보니 회장님도 못나오신다 하시고 또 다른 회원 두 분도 빠지니 더욱 망설여졌으나 우리반 유송일 사부님이 오늘의 마을에 출연하신다는 낭보에 힘찬 출발을 할 수 있었지요.
전국에서 모여든 젊은 명인들의 공연이 6시부터 시작된다는데 늦을까 염려되었지만 다행히 도착해보니 아직 공연은 시작되지 않고 달집태우기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달집을 태운 후 탈을 쓴 잡색놀이와 어우러진 영광우도농악이 한바탕 끝나고 정말 보고 싶었던 젊은 명인들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너무 많은 분들의 공연을 보아 느낀점들도 뒤죽박죽이 되었지만 그곳은젊음과 열정, 감동과 신명, 멋과 흥이 있는 진탕지게 어우러진 흥겨운 놀이판이었답니다.
각지에서 제각각 이름을 떨치고 있는 젊은 명인들답게 그들의 기량은 너무 우수해 그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음이 감사하게 느껴졌지요.
제일 먼저 나오신 분은 고창농악 전수관장을 하시는 이명훈님의 설장구 공연이었습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앉은반 설장구 가락과 유사하여 조금 익숙하게 들리기도 했습니다.
여자분인데도 장구를 빵빵 힘차게 내려치며 살풋살풋 돋음 걸음걸이로 걷다가 뛰는 모습이 아름답고 신명이 넘쳤습니다.
세번째는 광양 벅구놀이의 전수자 양향진님이 북놀음을 하셨는데 이 분은 5살부터 국악을 배우기 시작하신 분으로 40년 가까이 국악과 함께 살아오신 분이셨습니다. 벅구란 일반북보다 작은 듯한 북이라는데 이 북을 왼손에 끼고 다른 악기들과 함께 놀이하는 양향진님의 춤사위는 선비춤의 그것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하애정님의 고깔소고춤과 인성준님의 고창농악 고깔소고춤이 이어졌습니다. 광산농악의 소고는 자루가 있는 소고로 우리가 풍물천지에서 연수받았던 것과 같았지요.
광산농악소고의 고깔은 4개?의 꽃중에서 가운데 꽃이 조금 크고 예뻤는데 연희자가 움직일때마다 이 꽃이 흔들리는 모습이 살랑살랑거리며 흔들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고창농악의 소고는 자루가 없는 큰 소고로 매우 화려하고 연희자의 기량이 우수해 보였지요.
소고가 휘휘 돌아가는 모습이 꽃보다 아름답게 춤을 추고, 감칠맛나게 추니 보는 사람이 절로 흥겨워 따라 춥니다.
고깔은 광산농악의 꽃보다 약간 크며 전체 꽃의 크기는 같고 색깔은 다르더군요.
뒤에 사부님 말씀으로는 이 분의 공연 때 마을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나와 춤 추었다고 하는데 그만큼 고창농악이 영광분들에게는 장단이 익숙하고 또한 흥겨웠지 않나 싶습니다.
에공 순서가 헛갈려서리... 암튼
다음은 이 판에서 가장 값지던 경상도 북가락과 호남의 북가락을 비교할수 있는 순서였습니다.
경북에서 오신 달성농악 배관호님과 그 일행들의 북놀이는 매우 큰 하얀꽃의 고깔부터가 시선을 집중케 하더니 북도 매우 큰 북으로 남성적인 호방한 느낌의 심장을 울리는 가락으로 좌중을 들뜨게 하였습니다.
어떤샘은 이판에서 가장 화려하고 다이나믹해서 뒤의 호남가락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에게도 각각의 개성이 있듯이 가락도 나름의 개성으로 다른 빛깔과 맛깔을 낸다고 느꼈습니다.
달성의 북은 들썩들썩이며 군중을 흥분케하는 어떤것이 있다면 영광의 북은 자근자근하며 남도의 한을 뿜어내는 애조를 느끼게 하는 가락이었다는 생각입니다.
달성의 공연에는 젊은 남자분들이 한바탕 나와 춤을 추더니 영광의 북 공연에는 동네 어르신들이 나오셔서 멋드러지게 춤을 보여주십니다.
사부님 말씀으로는 경북은 춤과 북가락이 발달하였다면 전북은 농악, 전남은 소리와 살풀이 춤이 발달하였다는데 달성의 배관호님의 북춤은 춤과 북가락의 본고장답게 무게가 있으면서도 감칠맛나는 춤사위로 모든 사람을 흡인케 하였습니다.
놀이가 끝나고 이분이 이 주 토요일에 42년만에 15살 연하 짝을 만나 결혼하신다는 야그에 우리의 사부님은 아주 흐뭇 다행인 표정으로 자긴 아직 멀었다며 넋살을 떠십니다.
다음으로 정읍농악의 서인석님의 공연순서인데 이 분은 곡주에 취해 자꾸만 틀립니다. 그러자 동료 선후배들 보기좋게 판을 살려내고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놀이판으로 만듭니다. 무대라면 어림없을 실수도 용납되고 보듬어주어 더욱 흥겨운 판을 만드는 마당굿만의 따뜻함입니다.
에고 힘들다!! 숨 좀 쉬고...
그때도 여기 쯤해서 쉬었져.
드뎌 우리의 사부님 차례가 되었습니다.
영광우도농악의 전승자이신 김동언 선생님과 유송일 사부님, 그리고 다른 여자분이 함께 하셨습니다. 수제자이신 최용님은 그날의 상쇠로 마을굿 축제의 진행을 맡아 함께 하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사부님이 나오셨는데 연습도 못하고 오전에 잠깐 순서만 맞춰보았다고 걱정이 많으시더니 웬걸 참 잘하시더군요.
제가 보기엔 김동언 어르신께는 죄송하지만 우리 사부님이 제~~~일 잘 하시더라구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김용철님의 설장구였습니다.
홍길동처럼 검은 두건을 머리에 쓴 모양부터 예사롭지 않더니 훨훨 날아나오며 뭐라고 뭐라고 관객을 향해 소리를 질러댑니다.
그러고선 양팔을 크게 벌려 휘휘 도는 모습하며 장구장단을 치며 개다리?춤같은 몸짓을 하지 않나 시선은 계속 관객을 향해 던지며 연행하는
모습이 스타기질이 농후한 굿쟁이입니다.
"이 호랭이 씹어먹을 놈아" "이 잡놈아! 잘 생긴놈이 장구 한 번 잘 치구나~~"
갑자기 놀이판이 욕판으로 변합니다.
뒤에 사부님 얘기 들어보니 이 분은 신명단원으로 있다 지금은 염주동에서 소리노리패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는데 제자들중 아줌마들이 4,50명이나 된답니다. 그 인기가 짐작되지요.
돌아오는 차안에서 우리 아줌마 셋은 모두 이분에게 뾰~~옹 갔다고 하니 옆에서 듣던 아가씨도 "저두예요" 하더군요.
신명단원시절부터 춤에 관심이 많아 한량무등을 배웠고 무대에서의 춤의 각도에 따른 안무 및 관객과의 호흡에 고민을 많이 한 분이라고 했습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그것이 예술의 진정성에 가치와 판단을 달리하겠지만 우리처럼 갖고 있는 신명이 적어 밖으로 표출하기 힘든 사람으로서는 이분의 댓거리를 주는 공연이 참으로 흥겨웠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풍물천지 연수에서 진도북춤을 가르쳐주셨던 문진수 사부님의 채상소고놀이도 이쪽에서는 볼수 없는 화려한 공연이었습니다.
이 주전에 교통사고가 나서 아픈다리였음에도 불구하고 한 마리 나비가 나는것처럼 풀썩풀썩 나풀나풀 가볍고도 화려한 발걸음과 어우러진 화려한 채상소고는 한폭의 그림이었습니다.
미소년의 얼굴을 가진 문사부님은 어깨에 날개만 달면 진짜 나비가 될것만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워낙 춤사위가 몸에 익혀진 분이라 아픈몸에도 훌륭한 공연을 보여주신 것 같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겨울같은 싸늘한 날씨에도 모두의 열정으로 다 극복해낸 뜨거운 축제였답니다.
처음에 갈까 말까 망설였던 공연이 너무 훌륭한 분들의 공연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게 되는 큰 소득과 감동을 얻던 날이었습니다.
무대공연이라면 1시간만 지나도 지루해졌을 공연이 5시간을 함께 하였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더군요.
그날 먹거리판에서 어떤 분이 "30이 넘어서 풍물을 시작한 사람은 기량 향상에 대한 어떤 기대를 하지 말아라" "적어도 20대 초반에 풍물을 시작해야만 눈에 보이는 성장을 할 수 있다"고 하시던데 이 말을 듣고 우리네 회원님들 고개를 끄덕끄덕 동감했지요. 우리 나이에는 아무리 해도 어려운 풍물장단이니 말이죠.
그날의 공연을 볼 수 있게 기획서를 올려주신 최용님, 훌륭한 공연을 보여주신 젊은 명인님들, 우리반 유송일 사부님, 제일 연세가 많으심에도 빗길에 안전 운전해 주신 이경애 선생님, 우리반 회원님들 모두 모두 감사드립니다.
아는 것 만큼 느낀다는데 부족한것이 너무 많아 그 자리의 신명과 멋을
옮기는 것이 힘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