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ㆍ일월드컵을 앞두고 유럽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개고기 식문화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 BBC방송의 한 여성 특파원이 "한국 사람들이 보신탕을 먹도록 내버려 두라"는 내용의 보도를 해 화제다.
폴란드 태생으로 현재 BBC의 폴란드 특파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레네타 김(35)은 전세계의 관심사가 된 보신탕을 직접 취재한 뒤 '보신탕은 한국인의 고유한 식문화'라는 결론을 내렸다. 프랑스 배우 출신 동물보호주의자 브리지트 바르도가 지난달 28일과 3일 2차례에 걸쳐 모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개고기를 먹는 것은 야만적"이라며 "야만적 식습관은 언론이 희화화해도 마땅하다"고 말해 한국인의 분노를 자아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국 유수의 방송사 특파원으로서 그가 보신탕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은 무엇일까. 그와 함께 한국의 보신탕 문화와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 온 이유는.
▲나는 BBC의 폴란드 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9월 초에 입국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보신탕 문제를 제대로 알아보자는 취지에서 11월 말 평택 근처의 개사육장을 취재했다. 지난 1일에는 부산에서 열린 2002년 한ㆍ일월드컵의 조추첨을 취재하기도 했다.
―보신탕에 대해 취재를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한국의 보신탕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처음에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서구에서 개는 '친구'이자 '동반자'의 개념이 강하다. 그런데 '친구'를 잡아먹다니…. 그것도 비정하게 매달아 놓고 죽을 때까지 때린다고 들었다. 내 눈으로 직접 취재하고 확인해 보고 싶었다.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무엇인가.
▲유럽인 대부분은 한국인들이 개를 죽일 때 '매달아 놓고 죽을 때까지 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굉장히 '잔인하다'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정확히 개가 어떤 식으로 사육되고 도살되는지에 대해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취재를 정확하게 하지 않아 실상을 잘 모르고 보도한 것이다. 사육장을 2곳 취재했는데 주인에게 '개를 매달아서 때리냐'고 물었더니 막 웃었다. 요즘은 아무도 때려서 죽이지 않으며, 전기쇼크로 죽인다고 했다.
―최근 유럽 언론들이 보신탕에 대해 일방적으로 비판적인 보도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BBC에서는 기자들을 교육할 때 한 정보원의 말만 믿고 보도를 하면 안된다고 가르친다. 그것은 사물의 다양한 시각을 저버리는 일이다. 어떤 한가지 사건을 가지고 여러 정보원으로부터 이야기를 수집해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최근 보신탕 문화를 보도한 유럽 보도매체의 기자들은 한정된 정보원의 편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한 듯하다. 기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유럽 사람들은 '한국은 개를 때려 죽여서 먹는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국가와 민족 나름의 음식문화를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자신의 문화적 잣대로 다른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된다. 유럽에서는 '말고기'를 먹고, 일본에서는 살아 있는 생선의 회를 뜬다. 중국에서는 뱀도 먹고 다른 동물들도 먹는다. 그것은 그 나라의 고유한 음식문화다. 오랫동안 내려온 풍습을 가지고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서구의 잣대로 한국의 음식을 평가하면 안된다.
―이번 보신탕 취재에서 얻은 결론은 무엇인가.
▲내가 빵을 먹는다고 한국 사람들에게 빵을 먹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먹는 것은 자유의지다. 나는 이 취재를 하면서 3가지 결론을 내렸다. 첫째, 한국에서 개는 애완용과 도축용이 따로 있으며 개를 매달아 패죽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시골이나 일부에서는 매달아 패죽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둘째, 한국에서 개고기를 먹거나 파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셋째, 누구든지 자기가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음식문화는 해당지역의 관습과 전통을 무시하고 얘기할 수 없다.
―남편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주관적인 시각이 작용한 것은 아닌가.
▲사실 폴란드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박사학위까지 있는 엘리트가 '개고기'를 먹는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다. 그는 보신탕과 개소주를 좋아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에게 그것을 인정하도록 강요한 적은 없다. 설사 강요했다 하더라도 나는 내 주장을 펼 수 있는 사람이다. 남편이 한국인이라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보신탕 문화에 대한 보도 이후 반응은 어땠나.
▲런던 BBC 본사에서는 내가 취재한다고 했을 때 매우 흥미있어 했다. 방송을 들은 대중의 반응은 아직 잘 모르겠다. 보신탕에 대해 가진 편견을 없애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흥미로운' 뉴스거리를 보도하기보다는 '진실'을 말해주고 싶었다. 그것이 전부다. 기회가 주어진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