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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까지] 01
S#1. 소망원 앞마당 (해질녘)
고급 승용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누군가의 발걸음이 승용차 쪽으로 조심조심 다가온다.
재빨리 만능키로 차 앞문을 딴다. 몇번 시도하자 차 문이 쉽게 열린다. 가방 안에 있던 백을 꺼낸다.
강당 건물 쪽에서 마이크 소리 울려나오고 있다.
송원장(E) : ...돌아가신 이준식 원장님의 유지를 받들어 소망원을 꾸려온지도 어언 여섯 해가 다 돼갑니다.
S#2. 소망원 강당 (해질녘)
지방도시 고아원. <제15회 소망원 후원자의 밤> 현수막이 앞에 붙어있다.
정장입은 중년 남녀 후원자들이 가슴에 꽃 달고 의자에 주욱 앉아있다. 다과상이 앞에 차려져 있고.
어린 원생 30여명 그뒤로 앉아있다.
(92년) 단상의 송원장 (50대초).
송원장 : 그동안 어려움도 많았지만 우리 소망원 아들 딸들이 착하고 바르게 자라준 것 만을 보람으로 살아왔습니다.
이 모두가 후원자님들의 정성과 사랑 덕분입니다.
S#3. 소망원 마당. (해질녘)
마당으로 울리는 강당의 마이크 소리.
송원장(E) : 인정이 메마르고 각박해져간다지만 후원자님들같은 분들이 계시는 한 우리 사회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않습니다.
(박수소리)
서희, 대걸레 들고 마당 수돗가 쪽에서 온다.
입구 담벼락 한켠에 오도마니 서있는 순미(6,7세). 입구 쪽만 바라보고 울고 있다. 엄마! 엄마! 부르다가 지쳐서 꺽꺽거리고 있다.
서희, 안으로 들어가며 자꾸 순미 쪽으로 시선이 간다. 돌아서서 순미에게로 다가간다. 마주 앉는다.
서희 : 새로 왔구나? 이름이 뭐야?
순미, 하얗게 질려있다. 눈물로 지저분하게 얼룩진 얼굴...
순미 : ...(대답않고 입구 쪽만 계속 본다)
서희 : 와아 참 예쁘게 생겼다...(얼굴 쓰다듬고) 언니랑 밥 먹으러 갈까? (손 잡고) 언니 지금 밥 먹으러 갈건데, 같이 가자.
밥을 먹어야 엄마가 오지. (잡아 끌면)
순미, 안 가려고 기를 쓴다. 서희 손을 마구 떼어낸다.
서희 : 아유! 순 고집쟁이구나?
순미 얼굴에 뽀뽀를 쪽 하는 서희. 순미, 서희 입 닿은 쪽 뺨을 싫다고 쓱쓱 닦아버린다.
서희 : (토라진 척 흘기다가) ...있지, 언니가 수수께끼 낼께. 맞추면 밥 안 먹어두 되고 못 맞추면 밥 먹으러 간다. 알았지?
순미 : (듣기 싫은 척 귀 막는다)
서희 : 알았다구? 좋아...문제 낸다? 토끼랑 거북이랑 달리기를 했는데 누가 이겼게?
순미 : ...(못 들은 척 고집스레 다른 데만 바라보는)
서희 : 그것두 몰라? 으음, 바보구나? 토끼가 이겼어.
순미 : (멈칫)
서희 : (빙긋 웃고) 못맞췄지?
순미 : ...(울먹) 아니예요. 거북이예요!
서희 : (회심의 미소) 어머, 토끼가 빠르니까 토끼가 이기지. 거북이가 왜 이겼을까?
순미 : (울먹이며) 아니예요, 거북이가, 토끼가 잠을 자니까 거북이가요...
서희, 순미를 꼭 끌어안아준다.
서희 : 아유, 똑똑하기두 해라! 언니가 바보였네? 바보는 언니네.
S#4. 소망원 마당 (저녁)
승용차들이 사이로... 송원장, 민선생(여.30대초 총무), 후원자들과 함께 담소하며 건물을 나온다. 차에 오르는 사람들.
송원장, 배웅 한다. 중년 여인 한사람, 난색 되며 백을 뒤적인다. 허둥지둥 다가 온다.
중년여인 : 이거봐요, 송원장.
송원장 : 네, 사모님.
중년여인 : 지갑...내 지갑이 없어졌어요.
송원장 : (딱 굳어지며) 네?
S#5. 동 식당 (저녁)
식사시간 지난 소망원 식당. 서희, 식판 앞에 놓고 순미에게 밥을 떠먹이고 있다. 물수건으로 얼굴의 눈물 자국도 닦아준다.
서희, 일어나 보온통 쪽으로 다가간다. 물컵에 물 따르며 순미 쪽을 바라본다. 혼자 밥 먹고 있다.
슬몃 장난끼 발동한다. 보온통 뒤로 숨는 서희. 순미, 밥을 먹다가 주위 둘러본다. 서희 모습 안보인다. 놀라는 순미.
순미 : 언니...(두리번거리며 일어난다) 언니? (밥을 그대로 입에 문 채 금새 눈물 뚝뚝 떨어지며 통곡한다) 언니이!!
서희, 숨어있다가 쏙 나온다.
서희 : 순미야!
무안한 순미. 서희, 깔깔 웃으며 다가가 어깨를 보듬는다. 서희를 마구 치는 순미. 서희, 피하며 도망친다.
서희 : 에잇 잡아봐라!!
순미, 쫓아온다. 순미, 어느새 키득키득 웃는다. 두사람, 식당에서 마구 뛰어다닌다.
입구에 송원장 와서 서있다. 서희, 눈 마주치자 멈칫 선다. 송원장, 서슬 퍼렇다.
S#7. 원장실 (저녁)
서희, 무릎끓고 앉아있다. 쏘아보는 송원장. 작정했다. 만원지폐 네 장을 서희 얼굴에 던진다.
송원장 : 이런 일 때문에 고아 전체가 욕을 먹는다. 너한텐 그저 돈 얼마겠지만 이거 하나로 인해서 미치는 파장을 생각해 봐라..
서희, 어처구니 없다.
송원장 : 아무리 용돈에 궁해서 그랬다지만 이렇게 살면 천벌 받아, 천벌. 어디서 그런 걸 배웠어? 지갑은 어쨌니.
서희 : ...원장어머니, 제 돈이예요. 용돈 모은 거예요.
송원장 : 손버릇 나쁜 걸루 모자라서 거짓말까지 하는거야? 이러니까 나가서 근본 없단 소릴 듣는거다. 알겠니?
서희 : ...(멍한)
송원장 : (작정했다) 니 친부모가 너 이렇게 자랐길 바라겠니?
서희 : ...(글썽해지는)
S#8. 원장실 앞 복도 (저녁)
오가는 원생들. 뛰어다니고 떠들썩하다.
현관 쪽 복도 한쪽에 무릎 꿇고 앉아있는 서희. 벌 받는 중이다. 입술 깨물고 고개 숙이고 있다.
서희 앞에 도화지 놓여있다. <정직하고 바르게 살겠습니다>라고 써있다.
오가며 수근수근 서희를 바라보는 원생들.
재석, 한쪽에 서서 지켜보고 있다가 성큼 다가온다. 도화지 쫙 찢더니 서희를 끌고 나간다.
서희 : (놀라) 재석아...
S#9. 소망원 근처 물가 (저녁)
서희, 두려운 얼굴로 끌려온다.
서희 : 어디 가는데? 응? 재석아,
멈춰서는 재석. 결심한듯 마주본다.
재석 : 서희야...
서희 : 왜.
재석 : (쏘아보듯) 너, 세준이 형 좋아하냐?
서희 : ... (본다)
재석 : ...많이 좋아하냐?
서희 : ...(시선 내리고)
재석 : 병신!
재석, 공연히 풀같은 것을 거칠게 발로 휙휙 젓는다. 이윽고 휙 돌아선다.
재석 : 세상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 믿을건 너 뿐이라구! 세준이 형이구 나발이구 다 소 용없어. 너한텐 너 뿐이야.
서희, 멍하니 본다.
재석 : 오늘 봤지? 어떤 꼴 당하는지 똑똑히 알았냐? 답을 정해 놓구 문제를 내는거야. 니가 기를 써두 못맞춰! 절대 못 맞춰.
십원만 갖구 있어두 니가 범인이라면 그때 부터 범인이야.
서희 : 재석아...나, 그만 가봐야 돼.
재석, 절망하며 입술 깨문다.
재석 : 야,이...(머뭇머뭇하다가 와락 팔을 잡는다) 너,나...어떻게 생각하냐?
서희 : (긴장) ...
재석 : 나,너...(좋아한다).
서희 : ...(본다)
재석 : (뚫어져라 바라보는)
서희 : ...충고 고마워, 재석아. (애써 웃고)
재석, 절망한다.
재석 : ...내가 훔쳤다.
놀라는 서희. 재석, 지갑을 물에 휙 던지더니 성큼 뛰어내려가버린다. 서희, 가슴 아프다.
S#10. 소망원 믿음방 (밤)
나이순으로 네 명 정도 함께 기거하는 방. 앉은뱅이 책상 세개. 간단한 붙박이장.
초등학생 여자아이 두 명 쯤 벌써 이불 덮고 잠들어있다. 서희, 웅크리고 누워있다. 마음 복잡하다.
수건으로 얼굴 닦으며 들어오는 혜정.
혜정 : 딱하다, 딱해. 너두 딱하다. 그러게 돈을 악착같이 모으더라니...도대체 한달 이천원 주는 그 용돈을 몇년을 모은거야?
오해 받을만두 하지. (한숨) 원장어머니 아주 작정을 했드라?
(벌렁 누우며) 하기야, 세준오빠 생일선물 사줄려구 모았습니다, 말두 못했을거구...
혜정, 딱한 듯 보다가 옆에 눕는다.
혜정 : 에이, 서울루 확 튀어버릴까부다. 졸업은 하면 뭐하냐?
서희 : ...
S#11. 대학 캠퍼스 (낮)
서울. 세준이 다니는 대학교 캠퍼스. 친구들과 농구하는 세준. 표정 밝고 환하다.
세준 앞에 서는 승용차 한 대. 경적을 울린다.
세준, 돌아본다. 차에서 내리는 유리(고2). 캐쥬얼한 사복차림.
유리 : 오빠!
세준 : (놀라) 유리 니가 웬일이야?
유리, 손으로 차 안을 가리킨다. 차에서 내리는 민혁. 친구들에게 공 패스해주고 다가오는 세준.
세준 : 그럼 그렇지, 민혁이 따라왔구나?
유리 : 학교 구경하러 왔어. 맨날 구경 한번 시켜달래두 들은 척두 안하구.
세준 : 느이 오빠가 다 알아서 데려왔네 뭐. 임마, 그럼 됐지.
민혁 : 학교 구경은 무슨 학교 구경? 세준이 너 보러 온거야.
민혁, 차에 기대고 담배 한대 불 붙인다. 연기 뿜으며 긴 앞머리를 쓸어올린다.
흘기며 민혁을 치는 유리..
민혁 : 밥이나 먹으러 가자.
유리 : 그래, 밥 먹자 오빠.
세준 : (시계보는) 어어, 미안하다. 집에 내려가 봐야 돼.
유리 : (섭섭한) 집에 내려가?
세준 : 임마, 숙제 내준거 다했어? (가방 메며)
토라진 유리. 민혁, 유리 모습을 귀엽다는 듯 곁눈으로 힐끗 본다.
S#12. 시계점 (낮)
손목시계들이 주욱 진열돼 있다. 여성용 시계 이것저것 꺼내놓고 고르는 세준.
세준 : (고르고) 이걸로 할께요.
주인, 포장지 꺼낸다.
주인 : 여자친구 줄려구요?
세준 : (씩 웃고) 예쁘게 포장해주세요.
S#13. 고교 교실 (낮)
여고 3학년 교실. 모의고사 시험 보고 있다. 감독 여교사, 앞에 서있다.
서희, 문제 풀다가 초조한 듯 주위를 둘러본다. 잠시 교사 눈치를 살핀다. 살그머니 옆자리의 친구를 툭툭 친다.
놀라서 서희 보는 친구. 서희, 입모양으로 몇시야? 한다. 못알아 듣자 손목을 톡톡 가리키는 시늉한다.
친구1 : (알았다며 손목시계 본다. 조그맣게) 십분 남았어.
서희 : 고마워.
교사, 서희 쪽을 본다. 서희, 눈 마주치자 놀라서 머쓱 웃고 다시 문제 푼다.
S#14. 교무실 (낮)
서희 담임(30대 남), 선물포장 풀고 있다. 쵸콜렛 한상자. 시험감독하던 여교사 지나가며.
여교사 : 어머 예쁘다...선물 받으셨어요?
담임 : 예에.
서희 들어온다. 목례 꾸벅하며 담임 앞으로 온다.
담임 : 어, 왔어?...오늘 시험 어땠어? 전교5등 밖으로 떨어지면 가만 안둔다?
서희 : ...(창피한 듯 웃고)
담임 : ...지망학과는 정했어?
서희 : (망설이다) ...아직 못 정했어요.
담임 : 목표를 정해놓으면 달리기가 훨씬 쉬워요. 내일까지 지망하는 학과 정해가지구와.
서희 : (고민...) 네.
담임 : 가봐.
인사하고 돌아서는 서희. 수심이 가득해지는데.
담임 : 서희야,
서희 : (돌아보는) 네?
담임 : 혹시라두 ... 포기할려는거 아니지? 내가 원장님한테 전화 드려줄까?
서희 : ...아뇨. (머쓱 웃고)
담임 : 그럼 됐다. (쵸콜렛 상자 내밀고) 자, 이거 받아라! 나는 이가 영 안 좋아서...
서희 : ...(당황하는)
S#15. 동 고등학교 교정 일각 (낮)
서희, 벤치에 앉아 설레는 표정으로 쵸콜렛을 새로 포장하고 있다. <세준오빠께>라고 쪽지 쓴다.
친구1, 저멀리서 온다.
친구1 : (외치는) 서희야, 도서실 안갈래?
서희, 당황하며 얼른 뒤에 감추고 일어난다
서희 : (손 활짝 흔들고) 나 오늘 바빠! 먼저 갈께!!
돌아서서 달린다. 마음 설렌다.
S#16. 소망원 마당 (낮)
서희, 하교한다. 순미, 양지바른 곳에 앉아서 서희 기다린다.
서희 : 순미야,
순미 : 언니!
다가와 안긴다. 한쪽에서 담배 피워물고 불량스레 앉아있던 재석, 서희에게 시선이 머문다.
송원장, 안에서 나온다.
송원장 : (싸늘한) 서희 나 좀 보자.
서희 : (멈칫 보는데)
송원장 : 재석이 너 한번만 더 외박하면 절대로 용서 못한다!
원장실 쪽으로 가는 두사람. 재석, 재수없다는 듯 침 탁 뱉는다.
S#17. 동 원장실 (낮)
서희와 들어오는 송원장. 민선생, 서류철 같은것 정리하다가 일어난다.
인사하는 서희. 눈치 살피는 민선생.
송원장 : 민선생, 후원자 명단 좀 다시 정리해요. 전산착온가, 후원금 고지서가 두번씩 배달됐다 그러네. 미안해서 어째...
민선생 : 네에..
슬몃 눈치보며 나가는 민선생.
서희, 송원장과 소파에 마주 앉는다. 서희 시선, 잠시 책상 위의 송원장과 세준이 함께 찍은 스냅사진에 머문다.
사진 속의 세준 모습. 송원장, 뚫어져라 서희 얼굴을 바라본다.
송원장 : 지난 번 일은 반성 좀 했어?
서희 : ...
송원장 : 오늘 세준이 내려온댄다.
서희 : (멈칫 본다)
송원장, 재빠르게 서희 눈빛을 읽는다.
송원장 : 너...우리 세준이랑 만나는 거 안다.
서희 : (충격...고개 떨구는)
지극히 다정하게 서희를 바라보는 송원장.
송원장 : 만나지 마라.
서희 : ...
송원장 : 나는 서희 널 친딸처럼 생각해. 우리 소망원 모든 원생들이 내 아들이구 딸이야. 나는 니가 행복해지기 바래.
무슨 뜻인지 알겠니? 세준이랑 만나면 너만 불행해져.
서희 : ...
송원장 : 세준이 걔가 워낙 정에 약해. 누구한테나 다 잘해주는 거 너두 알지? (가만히 보다가) 그리구...세준이 한테는
가능성이란게 있어. 그 가능성을 니가 막지 말아줬으면 하는게 솔직한 에미 심정이야.
송원장, 다정하게 서희 손을 잡는다.
송원장 : 이런...손이 왜이렇게 말랐니.
서희 : ...
송원장 : 공부를 참 잘한다구? 대견하다. 내가 후원자를 한번 찾아볼께. 대학 가도록 힘써보마. 세준이만 안 만나면
대학두 보내주구, 있을 곳두 마련해줄께. 자, 서희야, 약속하자. 니가 피해...만나자고 하면 피해. 알았지? 약속.
서희, 고개 떨구고 있다. 송원장 서희 얼굴을 지긋이 바라본다.
S#18. 원장실 앞 복도 (낮)
서희, 원장실 나온다. 어둑신한 복도. 벽에 기대고 서는 서희. 고개 푹 숙인채 그대로 죽은 듯이 서 있다.
입술 깨물고 애써 눈물 참는다.
민선생, 저쪽에서 오다가 서희모습 본다. 다가온다. 잠시 망설이다가 손 잡아준다.
민선생 : 어차피 졸업하면 여길 나가야 할거구...나가서 자립하면 다 잊게될거야.
어릴때야 누구나 오빠동생하면서 따르고 좋아하고 그러지. 그렇지만 세상에는...엮어져서 더 불행한 사람들이 있드라.
서희 : ...
민선생 : ...(딱한 듯 손을 꼭 잡아주는)
S#19. 소망원 앞길 (저녁)
세준, 가방메고 온다. 소망원 건물 바라보며 가슴 설렌다.
마당에서 축구하는 꼬마들. 세준을 보자 반가운 얼굴되며 일제히 뛰어온다.
꼬마1,2 : 안녕하세요?
세준, 얼른 머리 쓰다듬고 안아올려준다.
세준 : 잘있었어? 다들 잘있었어?
꼬마들 서로 안기려고 몰려든다. 세준, 꼬마들 일일이 안아올리고 어루만져준다. 서로 엉켜 간지럽히고 장난도 치고...
S#20. 소망원 복도 (저녁)
세준, 들어온다. 믿음방 보인다. 들뜬 얼굴로 다가서는데 마침 빨래 안고 나오는 혜정. 세준 보자 멈칫 놀란다. 씩 웃는 세준.
혜정 : (까딱하고) 내려오셨어요?
세준 : 잘있었니? 야아, 혜정이 너, 볼때마다 예뻐진다?
혜정 : ...(피식)
세준 : 학교 잘 다니지?
혜정 : 서희 없는데요...
세준 : ...아직 안들어왔니?
재석, 저쪽에서 나오다가 멈칫 본다. 마뜩찮은 시선으로 삐딱하니 본다.
S#21. 소망원 앞길 (저녁)
세준, 꼬마들과 어울려 축구 하고 있다. 문득문득 시계보며 입구 쪽을 바라본다.
서희, 멀리 길건너 건물 뒤에 몸을 숨기고 세준을 지켜보고 있다. 나서야하나 말아야하나 갈등한다.
세준, 땀 닦으며 구석 쪽으로 온다. 다시 시계보다가 입구 쪽 살피다가...서희, 그립고 가슴 아프다.
S#22. 송원장집 거실 (밤)
세준, 송원장, 식사한다.
송원장 : 그렇게 정직정직 강조하면 뭐해. 아무리 애를 써두 애들이 그 모양이다. 이해가 안가는 것두 아니다만...
(물 마시고 한숨)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드니...걔 겉보긴 오죽 얌전해뵈니.
잠시 사이...
세준 : ...그럴 리가 있겠어요?
송원장 : (멈칫)
세준 : 누가 훔쳐서 급한김에 숨겨논 모양이네요. 어머니 설마 의심이라두 하시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씩 웃고)
송원장, 지긋이 본다. 두사람 사이에 긴장 흐른다. 송원장, 뭐라 말하려하면 작심한듯 말을 막는 세준.
세준 : 어머니, 전 어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자랑스럽구, 또 존경스러워요...어떻게 그렇게 편견없이 남의 자식, 내자식 가리지 않고
사랑을 베푸실 수가 있을까 싶어서요. 저요, 어떨 땐 어머니가 저보다두 소망원 아이들을 더 사랑하시는 것 같아서
질투났어요. 어머니 참 훌륭한 분이세요.
송원장 : ...
세준 : 더 드세요. (잠깐 시계본다)
송원장 : 왜? 약속있어?
세준 : 아뇨...
송원장 : (흐음, 본다) 너 요즘 사귀는 여자친구 있니?
세준 : 여자친구야 많죠.
송원장, 테이블에 편지봉투를 하나 툭 던진다. 이세준 보냄. (주소 쓰고) 소망원 한서희 앞이라고 세준 글씨로 써있다.
세준, 굳는다.
송원장 : ...엄마한텐 한번두 편지 같은 거 안쓰드니 한서희 앞으로는 많이두 보냈드구나. 민선생이 숨기구 있는 거 압수했다.
세준 : ...
송원장 : (싸늘히) 난 니가 걜 그저 여동생처럼 이뻐하는거려니 여기구 있다. 무슨 뜻인지 알거니까 긴말 않겠어.
세준 : ...
S#23. 믿음방 (밤)
서희, 책상 앞에 앉아있다. 쪽지가 보인다. <서희야, 기다리다 간다. 오면 늦더라도 우리집 앞에 와서 전화해. ...세준>
선물 꾸러미가 놓여있다. 푼다. 손목시계가 나온다.
혜정, 등돌리고 앉아 거울 보고 여드름 짠다. 칫솔들고 나가며.
혜정 : ...세준오빠 안 만나러 가?
서희 : (씁쓸히) 응.
서희, 가만히 시계를 들고 본다. 마음이 아파온다.
S#24. 소망원 앞길 (시간경과 밤)
주위 어둡다. 소망원 담벼락에 기대고 앉아있는 어린 서희(8세). 얼굴에 눈물 자국 얼룩졌다. 다가오는 어린 세준(11세).
세준 : 새로 왔구나?
서희 : (외면)
세준 : 이름이 뭐니?
서희 : (고집스레 외면)
세준 : 나는 이세준이야. 자, 악수.
악수 청하며 서희 손을 잡는다. 싫다고 뿌리치는 서희.
세준 : 와아, 너 고집쟁이구나?
서희 : ...
세준 : ...있지, 오빠가 수수께끼 낼께. 맞추면 이름 말 안해두 되고 못 맞추면 말한다, 알았지?
서희 : (듣기 싫다는듯)
세준 : 좋아, 문제 낸다? 토끼랑 거북이랑 달리기를 했는데 누가 이겼게?
서희 : ...(못 들은 척 고집스레 다른 데만 바라보는)
세준 : 그것두 몰라? 으음, 바보구나? 토끼가 이겼어.
서희 : (멈칫)
세준 : (빙긋 웃고) 못맞췄지? 이름이 뭐야?
서희 : ...(울먹) 아니예요. 거북이예요!
세준, 얼굴에 웃음이 확 번진다. 서희 손을 꼭 잡는다.
S#25. 초등학교 현관 (회상-낮)
비가 내리고 있다. 현관 앞에서 엄마들이 우산 들고 기다리고 있다.
가방 메고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 저마다 엄마를 찾아 함께 우산 혹은 우비를 쓰고 집으로 간다.
어린 서희, 한쪽에 우두커니 서서 비오는 바깥을 보고있다. 엄마와 가는 아이들을 부러운 듯 잠깐 지켜본다.
이윽고 결심한 듯 빗속으로 뛰어든다. 가방 메고 막 뛰어간다.
S#26. 학교앞길 (회상-낮)
서희, 손으로 머리 가리고 비에 푹젖은 채 뛰어가고 있다.
세준 : 서희야!!
서희, 빗물 범벅이 된 채 돌아본다. 우산 들고 뛰어오는 세준. 비를 그대로 맞으며, 우산은 손에만 들었다.
얼른 곁으로 와서 우산을 편다. 씌워준다.
세준 : (어깨 감싸주며 나란히 걷는) 비 많이 맞았지?
서희 : 오빠 왜 비를 다 맞구와?
세준 : (어른스레) 너는 비 맞구 가는데 나만 우산 쓰고 올 수가 있냐?
서희 : (킥 웃는다)
세준 : (함께 웃는다)
우산 쓰고 뛰어가는 두사람.
S#28. 믿음방 (현재-밤)
책상 앞에 앉아있는 서희. 손목시계와 나란히 쵸콜렛 꾸러미를 올려놓는다. 다시 가만히 들여다 본다.
갈등하다가 이윽고 꾸러미 들고 일어난다...
S#29. 소망원 앞 (밤)
서희, 들킬새라 주위 두리번거리며 건물을 나온다. 뒤춤에 꾸러미 감추고 있다.
S#30. 송원장 집 대문 앞 (밤)
아담한 단층 양옥집. 서희, 조심조심 대문 앞에서 기웃거려보는데
순간, 승용차 한대가 서희 앞으로 와서 선다. 서희, 당황하며 얼른 다른집 대문 앞으로 피한다.
차에서 내리는 유리. 기사 뒤이어 내리며 짐들을 하나하나 꺼내고 있다.
유리 : (벨 누르고) 계세요? 아무도 안 계세요?
서희, 숨죽이고 지켜본다.
세준(E) : 누구세요?
유리 : 오빠 나야! 유리!
서희, 멈칫 한다. 대문 열린다. 안에서 나오는 세준과 송원장.
송원장 : 이게 누구야? 유리 아니니? (기사보고 인사) 박기사님두 같이 오셨네요?
박기사 : 예.
유리 : 오빠, 나 그렇게 팽개치고 오구두 맘이 편해?
세준 : (어이없는 얼굴) 장유리, 하여간 못말린다.
유리, 애교스레 세준의 팔짱을 낀다. 서희, 몸을 숨긴채 보고 있다.
유리 : (새침한) 아빠가 후원회 행사때 못 참석하셔서 죄송하시대요. 아빠 심부름 온거예요.
다음달 후원금까지 챙겨 가지구 왔어요. (세준보고 혀 낼름)
송원장 : (박스 내리는것 도우며) 아이구, 뭘 이렇게...고맙기두 하시지.
기사와 함께 트렁크의 라면, 과일박스 같은것을 내리는 세준.
송원장 : 들어가자. 유리두 인제 아가씨 다 됐구나? 그 꼬맹이 공주가.
서희, 다들 들어간 것 확인하고난 뒤 천천히 나온다. 집 안에서 웃음소리 흘러나온다.
가만히 서서 불켜진 창문을 올려다보는 서희. 이윽고 절망하며 돌아선다.
S#30-1. 소망원 믿음방 (밤)
서희, 순미와 쵸콜렛 풀어놓고 먹고있다.
서희 : 디게 맛있다. 맛있지 응?
순미 : 응.
서희 : ...
쵸콜렛 상자에 떨어지는 눈물 한방울..
S#31. 소망원 현관 (다음날 낮)
헌옷 한무더기가 현관 테이블에 쌓여있다. 옷을 고르고 있는 아이들 몇 명. 혜정 모습도 보인다.
서희, 안에서 빨래바구니 들고 나온다. 착잡함을 감추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혜정 : (손 흔들고) 서희야, 빨리 빨리 와. 옷 왔어.
서희 : (다가오는)
혜정 : (들뜬) 메이커 있는 옷두 되게 많어. 요번엔 되게 괜찮어. 다 새거 같애. (셔츠 하나 대본다) 이거 어때? 어울리니?
서희 : (씩 웃고) 이뻐.
스웨터 하나 고른다. 머리에 뒤집어 써보는 순간, 세준과 유리 입구 쪽으로 들어온다.
서희, 스웨터 목이 작아서 얼굴 반쯤 간신히 끼워넣다가 멈칫한다. 당황하며 시선 얼른 돌린다.
유리, 먼저 다가와 헌옷무더기와 서희와 혜정을 잠깐 안쓰럽다는듯 본다.
유리 : 예쁜 옷이 참 많네요...
서희, 억지로 목을 끼워넣고 다 입는다. 많이 작다. 혜정, 기분 나쁘다.
서희, 세준과 눈 마주친다. 서희, 얼어붙는다. 서희 손을 잡아 끄는 세준.
세준 : (원장실쪽 살피며 나직이) 따라와, 얼른.
서희 : (당황하며) 오빠,
유리, 의아한 얼굴로 본다.
세준 : 유리야, 너 먼저 들어가 있어. 좀 있다 들어간다구 전해드려!
서희를 이끌고 밖으로 뛰어나간다.
S#32. 소망원 앞길 (낮)
서희를 이끌고 나오는 세준.
서희 : (당황) 오빠, 나 지금 바쁜데...들어가봐야 돼. 어디 가는데?
세준 : (화난듯) 아뭇소리 말구 따라와.
S#32-1. 근처 바닷가 (낮)
세준, 서희 나란히 걸어온다. 이윽고 멈춰 서는 세준. 여전히 굳은 얼굴이다.
서희 : (두려운 눈으로)
세준 : 어제 몇시에 들어왔어?
서희 : ...(당황) 어어, 좀 늦게.
화난 얼굴을 스르륵 풀고 씩 웃는 세준.
세준 : 화난 줄 알구 놀랐지?
서희 : (한숨)
세준 : (머리 쓸어주며) 꺼칠해졌다...공부가 힘들어?
서희 : 아니.
세준 : 자신있지? 시험 얼마 안남았다. 열심히 하구 있지?
서희 : ...그럼. (억지로 웃고)
마주보는 두사람. 서희, 그립고 서러운 감정 숨기려 돌아서서 걷는다. 두사람, 나란히 걸으며.
세준 : 무슨 일...있었구나?
서희 : 아냐. 일은 무슨? 와아, 오빠 전보다 많이 말랐네? (아래 위 훑어보며) 오빠야말로 공부 힘든가보다.
세준, 웃으며 애틋하게 가만히 바라본다.
서희 : ...(시선 피하며 짐짓 과장스레) 으음, 예쁘더라.
세준 : (만족스러운) 시계 맘에 들어? 역시 내가 안목이 있다.
서희 : (피식) 오빠 제자 예쁘드라구.
세준 : 아아...유리? (서희 맘 상할까봐) 그 녀석 아주 철부지야. 버릇두 없구...
서희 : 철부지가 뭐 나빠? 그러니까 더 예쁘지.
세준 : ...니가 더 예뻐.
서희 : (쓸쓸히 웃고) 그래, 내가 더 예뻐.
세준 : (웃는다) 싱겁긴, 임마.
서희 : ...(바라본다) 시계 고마워, 오빠.
세준 : (다 안다는 듯 손 잡아주며) 힘든것 조금만 더 참아. 졸업만 하면 다 괜찮아져.
서희 : (본다) ...
서희, 더이상 마음 약해지기 전에 결심한다.
서희 : 오빠, 나...사실은 할 얘기가 있는데....
세준 : 뭐든지!
서희, 가만히 호흡 가다듬는다.
서희 : ...(말못하고 망설이다) 그동안...잘해줘서 고마웠어, 오빠.
세준 : (멈칫) 무슨 소리야?
서희 : 그러니까 ...음...(씩 웃고) 인제 나 찾아오구 그러지 말아, 오빠.
세준 : 너 지금 무슨 말 하는거야?
잠시 침묵하는 두사람. 서희, 이윽고 결심 굳힌다.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 지으며 본다.
서희 : 오빤 오빠 갈 길이 있구, 난 내 갈 길이 있는것 같아.
세준 : (멍한)
서희 : 뭐가 정말 오빠랑 나를 위하는 길일까 생각해봤는데...그게 정답인 것 같았어. 난 오빠한테 짐으루 남고 싶지 않아.
나두 나혼자 잘 살아 나갈 수 있어. (미소) 인제 내 걱정 마, 오빠...나 원래 씩씩하잖아.
세준, 어이없다.
세준 : 무슨 일 있었구나?
서희 : 아니야.
세준 : ... 혹시 남자친구 생겼니?
서희, 가만히 본다.
서희 : ...응.
세준 : (허탈한듯 웃고) 서희야,
서희 : ...(외면) 미안해.
세준 : 서희야, 날 봐.
서희 : 미안해, 오빠. 사실이야..(일어나는) ...나 그만 가봐야겠어.. 바쁜 일이 있어.
세준 : 한서희!
서희 : 갈께, 오빠. 서울 잘 올라가!!
씩씩하게 손 흔들고 뛰어간다. 세준, 기가 막힌다.
S#33. 소망원 복도 (낮)
뛰어오는 서희. 방문 앞에서 발길을 천천히 멈춘다. 돌아서서 눈물 쓱 훔친다.
S#33-1. 믿음방 (낮)
혜정, 거울 앞에서 가져온 옷들을 입어보고 있다. 서희, 웅크리고 앉아 뭔가 곰곰 생각한다.
서희 : 혜정아,
혜정 : (돌아보는) 니꺼두 몇개 골라왔어. 입어보라니까?
서희 : 너 혹시 작년에 나간...영숙이 언니 주소 아니?
혜정 : 왜?
서희 : 그 언니 요즘두 공장 다니니?
혜정 : 응. 부천인가 어딘가 인쇄공장 다닌대매?
서희 : 그 언니 어디서 지내? 자취하니?
혜정 : 그럴걸? 왜?
서희 : ...주소 몰라?
혜정 : 몰라. 정은이가 알걸, 아마? (돌아보며) 왜?
서희 : ...(다시 뭔가 곰곰 생각)
혜정 : (의아한) 왜? 취직하게?
서희, 급히 일어난다.
S#33-2. 소망원 마당 (낮)
서희, 두리번거리며 나온다. 저만치 꼬마들과 공놀이 하고 있는 여중생 정은.
서희 : (다가가며) 정은아!
정은 : (돌아본다)
서희 : 너 혹시 너희방에 있던 영숙이 언니 주소 아니? 공장 주소?
정은 : ...
서희 : 알아?
정은 : 그 언니 저번 달에 공장 관뒀어요. (난처한듯) 다쳤대요.
서희 : (어두워지는) 그래?
정은 : 지금 어딨는지 몰라요.
서희 : ...(절망하며)
순간, 뒤에서 와락 붙잡는 세준. 서희, 소스라치게 놀란다.
세준 : 나랑 얘기 좀 하자.
서희 : ...
S#34. 소망원 근처 야적장 같은 곳 (낮)
서희 손 이끌고 걸어오는 세준. 화났다. 이윽고 돌려세운다.
세준 : 너 지금 무슨 계획 꾸미구 있니?
서희 : ...(고개 숙이고)
세준 : 그렇게 자신이 없어? 너한테 그렇게 자신이 없어?
서희 : ...
세준 : 무슨 일 있었지? 말해봐.
서희 : 아무 일 없었어.
세준 : 한서희! 날 봐. 내 눈 똑바로 봐.
서희 : ...(본다)
세준 : 왜 솔직하지 못해?
서희 : ...
긴장 감돈다. 그 순간, 두사람 앞으로 불량배 서너명이 나타난다.
휘파람 불며 두사람 앞을 막아선다. 멈칫 하는 두사람.
불량배1 : 경치가 좋습니다.
세준 : (긴장한다)
불량배1 : 왜 싫다는 여자를 붙잡구 난리야? 그 팔 놔.
세준 : (여유 찾으려 애쓰며) 너희들 뭐야.
저 멀리 나무 뒤에 숨어 서 있는 재석. 두사람은 보지못한다. 불량배1과 서로 눈짓 주고받는다.
불량배1, 갑자기 세준에게 일격을 가한다.
서희 : 오빠!
키득대는 무리들. 불끈 일어나며 한대 치는 세준.
불량배1, 반격한다. 무리들 우르르 몰려든다. 꼼짝없이 당하는 세준.
서희 : 이러지말아요! (주위 살피며) 도와주세요!
세준 : 서희야, 너 도망쳐!
서희, 덜덜 떤다.
서희 : 도와주세요! 사람 살려주세요!
인적이 없다. 그순간, 저쪽에서 삐딱하니 슬슬 걸어오는 재석.
서희 : (놀라는) 재석아...
재석, 성큼 세준에게 다가선다. 한대 퍽 친다.
재석 : 이 새끼야. 너 서희갖구 놀지마!
서희 : (얼른 다가와 말리며) 재석아,
재석 : (뿌리치고) 뭐가 뭔지두 모르구, 물정 돌아가는 것두 모르구! 이 새끼야, 너같은 놈이 제일 싫어! 알어?
불량배들과 합세해서 세준을 구타하는 재석. 마구 치고 때린다.
다가와 말리는 서희. 떼어놓으려 애쓰지만 소용없다. 밀쳐져버린다.
서희, 안되겠는지 신발을 벗어들고 재석을 마구 두들긴다.
서희 : (울부짖는) 재석아! 재석아 제발 그만 둬! 오빠 놔줘!! 이 나쁜 놈아, (신발로 치는)
거칠게 뿌리치는 재석. 서희, 다시 저만치 나동그라지고 만다.
S#35. 병실 (낮)
세준, 피멍 들어 잠들어 있다. 송원장, 곁에 서있다. 송원장 눈에 맺히는 눈물.
들어오는 유리, 겁나는 듯 물러선다.
S#36. 소망원 원장실 (낮)
들어오는 송원장. 원장실 한쪽에 서있는 서희. 고개 푹 숙이고 있다.
송원장, 서슬이 퍼렇다. 서희, 고개 떨군다. 다짜고짜 서희 따귀를 철썩 올려붙인다.
송원장 : 만나지 말라 그랬지?
서희 : ...(얼굴 감싸고)
송원장 : 너 누구 죽일려구 작정했니? 누구 인생 망칠려구 작정 했어?
서희 : ...
송원장 : (흥분하며 서희를 잡아 일으키는) 나랑 약속했어, 안했어?
서희 : ...죄송합니다.
송원장 : (잡아 흔들며) 뭐가 죄송해? 우리 아들 죽구나서두 죄송 할래? 죽였으면 어쩔뻔했어? 응?
서희 : ...(글썽이며 바라보는데)
송원장 : 어쩌믄 이렇게 사람 속을 뒤집니? 어쩌믄...
송원장, 잡았던 팔을 놓고 털썩 앉는다...잠시 침묵과 긴장 흐른다.
서희를 지긋이 쏘아보던 송원장.
송원장 : ... (일어나며) 나가라. 짐싸서 지금 당장 나가거라.
서희 : ...(두려운)
송원장 : (서희 밖으로 떠밀며) 다신 내눈 앞에 나타나지마라. 다신 여기 얼씬두 마!! 얼른 나가!!
S#37. 동 마당 (낮)
서희, 마당에 서있다. 뛰어노는 아이들. 순미, 아이들과 어울려 낄낄거리며 그네타고 있다.
순미 : (서희 발견하고) 언니! (손 흔드는)
달려와 안기는 순미.
서희 : 순미 밥 먹었어?
순미 : 응.
서희 : ...순미야, 밥 천천히 먹었어?
순미 : 응.
서희 : 밥 천천히 먹어야 돼. 저번처럼 막 체하구 그러면 안돼. 알았지?
순미 : 응, 언니.
S#38. 믿음방 (낮)
서희, 책상 앞에 앉아 가방에 짐을 싼다. 옷가지 몇개와 책 몇권을 가방에 차곡차곡 싸기 시작한다.
책 사이에 세준의 편지들이 빼곡히 끼워져있다. 가방에 모두 집어넣는다.
순미, 세준이 준 인형을 안고 들어온다.
순미 : 언니 어디 가?
서희 : 순미, 밥 잘 먹고, 언니들 말 잘들어야 돼. 동화책도 많이 읽고, 밤에 자기전에 꼭 오줌 누고...알았지?
순미 : (의아한듯 본다) 어디 가?
서희, 가방에 짐을 싸며 점점 마음이 아프다. 애써 밝게 웃는다.
서희 : 용돈 주시면 고맙습니다, 하고 받고...또...순미보다 조그만 동생들한테는 잘해줘야해. 항상 양보하고 돌봐줘야 돼. 알았지?
순미 : ...그럼 엄마 와?
서희 : (멈칫 본다)
순미 : 그럼 엄마가 나 데릴러 와, 언니?
서희, 눈시울 붉어진다. 순미를 끌어안는다.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순미 : 언니...
S#39. 원장실 앞 복도 (낮)
서희, 원장실 쪽으로 뛰다시피 걸어간다. 문 두드리려는 순간, 송원장 원장실 나온다.
서희, 절실한 얼굴로 원장 바라보고 있다. 멈칫 보는 송원장.
송원장 : 뭐니.
서희 : 잘못했습니다. 저 여기 있게해주세요...
서희, 무릎을 꿇는다.
서희 : 저...여기 떠나면 갈 데가 없어요. 잘못했습니다. 오빠 안 만나겠습니다. 여기 있게 해주세요.
사이.
송원장 : ...일어나라. 그렇게 함부로 무릎을 꿇는게 아니야.
서희 : ...
송원장 : (잡아일으켜 세우고 바라본다)
서희 : (본다)
송원장 멀어진다. 서희, 그대로 서있다.
멀리서 바라보는 재석. 표정 어둡다. 천천히 다가온다. 서희, 고개 들고 본다.
재석 : ... (쏘아보는)
서희 : ... (외면하는)
서희 눈길에 절망하는 재석.
S#40. 뒷동산 (낮)
혜정, 뛰어온다. 재석, 한쪽에 서있다. 심상치 않다.
혜정 : 왜그래? 무슨 일이야?
재석, 거칠게 혜정 팔을 잡는다.
재석 : 너...나랑 도망가자.
혜정 : (놀라고)
재석 : 짐 싸갖구 나와. 같이 서울가자.
혜정 : ...(긴장)
재석 : 너 나 좋다 그랬지?
혜정 : (물러서며) 그래두...그래두 당장 여기 나가면 누가 밥이라두 먹여 준대?
재석, 혜정 팔을 당겨 확 끌어안는다. 공허한 눈빛.
S#41. 소망원 앞길 (낮)
서희, 가방 들고 소망원 앞에 서 있다. 잠시 건물을 돌아본다.
S#42. 소망원 복도 (회상 - 낮)
어린 서희, 복도 벽에 기대고 서 있다. 서희모, 서희 앞에 앉아있다. 30대 중반 가량. 깔끔한 인상이다.
서희, 갈테면 가라는 듯 삐딱하게 시선 돌리고 있다.
서희모 : 서희야, 엄마 금방 와. 엄마 금방 올거니까 잠깐만 언니 오빠들이랑 놀고 있어.
(지폐 몇장 쥐어주며) 과자 사먹고 있어.
서희, 돈을 뿌리쳐버리고 다른 쪽만 바라본다. 다 안다. 눈물 참느라 입술 꼭 깨문다.
서희모 : (가슴아프게 보다가) 서희야...엄마 금방 올께. (힘없어지며)
저만치 손 흔들고 멀어지는 서희모. 가면서 자꾸 돌아본다. 송원장, 서희모를 배웅하며 나간다.
정적 감도는 어둑신한 복도. 서희, 그대로, 마치 아무일 아니라는듯 고집스레 홀로 서있다.
천천히 돌아본다. 아무도 없다. 점점 두려운 눈빛 된다. 마침내 정신없이 쫓아나가기 시작한다.
서희 : 엄마!
S#43. 소망원 앞길 (회상- 낮)
울며 뛰어나오는 서희. 주위 살핀다. 아무도 없다. 미친듯이 큰길 쪽으로 나간다.
서희 : 엄마! 같이가요! 말 잘 들을께요! 엄마아!
S#44. 대로변 (낮)
서희, 가방 들고 한길로 걸어온다. 지나가는 차들과 인파 사이. 나오긴 했는데 갈곳이 없다. 신호등이 바뀌어도 건너지 않고 서있다.
S#45. 소망원 복도 (밤)
세준, 다급히 원장실로 걸어온다. 얼굴에 상처자국 확연하다.
S#46. 원장실 (밤)
송원장, 앉아서 신문 보며 차 마신다. 들어오는 세준. 뭔가 결연하다. 송원장, 고개 들고 본다.
송원장 : (일어나는) 너 누가 니 맘대로 퇴원하랬어? 벌써 그렇게 돌아다님 어떡해?
세준 : 어머니 서희한테 나가라고 하셨어요?
송원장 : (태연히) 내가 왜 걜 나가래?
세준 : (송원장 이중성에 질리며)
송원장 : 짐 싸가지구 제발루 나갔어. 재석이랑 둘이 가버렸댄다.
세준 : 어머니,
송원장 : 그렇게 이뻐라 해주구 키워줬는데 아무 소용두 없다. (한숨) 어린게 어디 가서 고생이나 안할지 모르겠다.
잘하면 대학까지두 보내줄려 그랬는데...
세준 : (송원장에게 점점 실망스럽다)
송원장 : 너 그녀석들한테 죽을 뻔 했어. 내가 만나지 말라구 경고했지? 에미 말 안 듣드니...망할녀석...
마음 상한 듯 앉아서 신문을 휙휙 넘기는 송원장.
세준 : (다가서며 차분히) 어머니,
송원장 : ...
세준 : ...저 서희 특별하게 생각해요. 어머니가 어떻게 하신대두 서희 찾아내고, 다시 만날 겁니다.
송원장 : (굳는) ...
세준 : 어머니 너무 잔인하셨어요.
송원장, 무시하고 계속 신문을 본다. 신문에 눈길 둔 채로.
송원장 : ...넌 미래가 있어. 나중에 에미한테 고맙단 말 할거다.
세준 : ...아버지라면 이러진 않으셨을거예요.
송원장 : (발끈 돌아보는) 뭐라구?
세준 : 아버지한테서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요. 나 아닌 다른 사람이, 혹시 아프고 외로울까, 항상 걱정하고 배려하는 게
사랑이라고 배웠어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소망원 물려받으셨을 때, 어머니도 그런 사랑으로 일 시작하신 거 아닌가요?
사이. 송원장 일어난다.
송원장 : 그래, 너 말 잘했구나. 서희랑 사귀면서 내 마음 아프게 하는건 사랑이냐? 그건 에미에 대한 걱정이고 배려냐?
세준 : (절망하며 보는)
송원장 : ...(서슬퍼런) 나냐 서희냐. 둘 중에서 택해라.
긴장 감돈다.
S#47. 소망원 앞길 (밤)
세준, 소망원 나온다. 착잡함에 얼굴 감싸쥐었다 놓는다. 어디가서 찾지? 서둘러 큰길 쪽으로 뛰어간다.
S#48. 터미널 (밤)
세준, 들어온다. 사람들 하나하나 초조하게 살핀다. 다시 뒤돌아 뛰어간다.
S#49. 거리 (밤)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가는 세준. 여자들 얼굴 하나하나 살피며 헤맨다. 막막하고 가슴 아픈데.
S#50. 구멍가게 앞 (밤-몽타쥬로)
서희, 문 앞에 나온 여주인에게 뭔가 묻는다. 여주인, 고개를 갸웃 거리다가 방향을 가리키며 어디어디로 가보라고 대답한다.
인사하고 돌아서는 서희.
S#51. 주택가 어느집 대문 앞 (밤- 몽타쥬로)
단층 슬라브집 대문 앞. 서희, 기웃거린다. 안에서 나오는 노파.
서희,꾸벅 인사하고 전에 여기 살던 김경자씨 아세요, 묻는다.
S#52. 산동네 판자촌 대문앞 (밤)
서희, 대문 앞으로 온다. 대문 안을 들여다본다. 쇠락하고 찌그러져가는 단칸 살림살이가 보인다.
9살 쯤 된 꼬마 하나가 튀어나온다.
서희 : 꼬마야.
꼬마 : (돌아보며) 네?
서희 : 여기가 김경자씨 댁 맞니?
꼬마 : 우리 엄만데요.
서희 : (밝아지며) 엄마 계시니?
순간, 방에서 맨발로 뛰어나오는 여자(40대). 서희, 휘둥그레진다.
꼬마, 얼른 골목끝으로 도망친다. 방문 열고 고함치는 남자. 취했다.
남자 : 이년아, 돈 안 내놔? 얼른 일루 안 와?
맞아서 퍼렇게 된 여자. 골목으로 뛰어나오다가 서희와 눈 마주친다.
서희 : 안녕하세요, 혹시 저 기억하세요? 박희숙씨 딸인데요.
놀라는 여자, 멈칫한다. 빗자루 들고 밖으로 쫓아나오는 남자.
여자, 엄마야, 하고 다시 도망친다. 서희, 멍하니 놀라 그들을 바라본다.
S#53. 거리 뒷골목 (밤)
여인숙 간판이 반짝거린다. 술취한 남녀들이 오간다.
여자(E) : 얘, 미안하다. 느이 엄마 소식 몰라. 소식 끊어진지 여러해 됐어...
여인숙 처마밑에 주저앉는 서희. 서글픈 시선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본다. 한손에 생활정보지를 들고 펼쳐 본다.
구인구직란이 보인다. 룸까페 베아트리체 숙식제공 월200 보장 같은 광고들이 주욱 이어져있다.
갈 곳이 없다. 주머니를 뒤진다. 동전 몇 개 잡힌다. 꺼내다가 실수로 백원짜리를 하나 떨어뜨린다. 굴러가는 동전.
길가 붕어빵 파는 포장수레 쪽으로 가서 멈춘다. 서희 동전 줍는다. 고개 드는데 붕어빵 보인다. 배고프다. 고개 돌리고 외면한다.
붕어빵 파는 모녀의 다정한 모습. 서희, 다시 시선 돌려서 그들을 바라본다.
S#54. 거리 (밤)
단란주점 앞. 종업원 모집이라고 붙어있다. 서희, 그 앞에 가서 선다. 기웃거린다.
안에서 나오는 취한 남자들. 서희, 뒤로 물러선다.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돌아서서 다시 황망히 머리 가리고 걷는다. 어디로 가나...
S#55. 민선생 하숙집 앞 골목 (밤)
민선생, 걸어온다. 한옥 대문 열고 들어가다가 깜짝 놀란다. 대문 간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서희.
민선생 : 서희 아니니?
서희, 올려다본다. 머리고 얼굴이고 부스스하다..
서희 : (희미하게 웃는) 선생님.
민선생, 반갑게 와락 잡으며.
민선생 : 아이구 이것아...
서희 : ... 죄송합니다...아무리 생각해봐두... 갈 데가 없었어요...오늘만,
창피하고 서러워져서 고개 숙인다.
S#56. 민선생 하숙방 (밤)
화장대, 옷장 등 단촐한 방안. 서희, 민선생, 마주 앉아있다.
소반에 남비 놓고 라면 먹는 서희. 민선생, 딱한 듯 본다.
민선생 : 체할라...천천히 먹어.
서희 : ...네.
민선생 : (물컵 따르며) 어디 가있었니? 어디서 헤맸어?
서희 : ...그냥...(웃으려 애쓰며) 여기저기요.
민선생 : 그러게...한번만 더 빌지 그랬어.
서희 : ...
민선생 : 배고팠구나? 천천히 먹어라.
서희 : 네, 선생님...
민선생 : 물두 마시구...
서희 : 네, 선생님...고맙습니다.
라면 삼키는데 목이 메며 이윽고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S#57. 민선생 하숙집 외경 (아침)
S#58. 동 방안 (아침)
서희, 웅크리고 잠들어있다. 창문 밝아온다. 눈을 뜨는 서희. 열이 끓는다. 시야가 뿌옇다.
다시 눈을 감았다가 뜨는데 눈 앞에 앉아있는 세준 모습.
서희 : (놀라 일어나려는)
세준 : 누워있어. 열이 많아.
서희, 일어난다.
서희 : ...(얼굴 살피며) 괜찮아, 오빠는?
세준 : 음.
뭉클한 서희. 잠시 사이 두고. 침묵 흐른다. 세준, 조금씩 이런저런 상황에 화가 난다.
세준 : 왜 도망쳤어? 졸업할 때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두 안 나오기로 나랑 약속했었잖아.
서희 : ...(애써 미소짓고) 도망친거 아니야. 나올 때가 돼서 나온 거야. 졸업두 얼마 안남았는데 뭐.
세준 : 학교는 어디서 다니구? 대학은 안갈거야?
서희 : ...
세준 : 겨우 여기 밖에 올 데가 없으면서, 나가긴 왜 나가?
그 말에 참았던 설움이 건드려진다.
서희 : ...그래, 나..여기밖에 올 데가 없는 주제야.
세준 : (실수했다 싶은)
서희 : 나 오빠랑 다시 안 만났으면 좋겠어.
세준 : ...
서희 : 가, 오빠. 부탁이야.
세준 : 서희야,
서희 : 가...
세준 : 왜? 어머니 때문에?
서희, 그대로 웅크리고 있다. 사이 두고...
서희 : 아니.. 원장어머니 때문이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나는, 오빠가 감당이 안돼. 그래서 그래.
세준 : ...
서희 : ...오빠랑 만나지만 않았으면 나 그런대로 행복했을거야. 오빠 만나고 사귀면서, 남의 헌옷 줏어 입는 내가
비참해지기 시작했구, 내 처지가 힘든 걸 자꾸 느끼게돼. 오빠 아니었으면 내식으로 잘 살았을거야.
되지두 않는 대학같은건 꿈도 안꿨을거야. 비교 같은 거 안하구, 비슷한 애들이랑 잘 지내고 잘 살았을거야.
세준 : ...
서희 : 나는...오빠가 좋으면서도 정말 싫었어. 오빠만 없으면 나는 편하겠어. 거기 그대로 있음 오빠를 자꾸 만나게 되니까
내발로 나온거야. 날 위해 그랬어.
세준, 가슴 아프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서희, 담담하게 바닥만 내려다본다.
세준 : 가자...
가방 드는 세준.
세준 : 일어나, 가자...니가 바라는대로 할테니까, 가자.
서희 : 오빠....나 좀 혼자 쉬고 싶어...부탁이야.
서희, 피곤한듯 웅크린다. 세준, 물끄러미 본다. 잠시 침묵 감돈다.
뭐라 말할 듯 하다가 마침내 조용히 일어나는 세준. 돌아서서 밖으로 나간다..
서희, 가만히 웅크리고 있다. 이윽고 시선 들어 바라본다. 세준 나가고 없다...서서히 두려운 눈빛이 된다.
S#59. 민선생 하숙집 앞 (아침)
골목 담벼락에 기대고 서있는 세준. 지긋이 바닥을 쏘아보며 뭔가 곰곰히 결심한다.
대문 앞으로 허겁지겁 나오는 서희. 두리번 거리며 세준을 찾는다.
세준, 문득 이상한 느낌에 돌아본다. 서희, 눈 마주치자 창피해서 황급히 고개를 떨군다.
세준 : ...
서희 : ...
세준, 천천히 그녀 앞으로 다가와 선다. 따뜻하게 마주본다.
세준 : 바보야, 너 나 많이 보구싶었지?
서희 : (고개 푹 숙인다. 목이 메여온다) ...
세준 : ...
서희 : 오빠, 사실은 나...무서웠어... 오빠랑 계속 만나다가 쫓겨날까봐...쫓겨나서 세상에 혼자 팽개쳐질까봐...
나는 그게 겁나고 무서웠어. 그래서 헤어질려 그랬지 오빠 위해서 헤어질려 그랬던 거 하나도 아니야 ...미안해...
참았던 눈물 떨구는 서희. 세준, 마음 무너지며 서희를 와락 끌어 안는다.
세준 : ...너 인제 아무데두 혼자 가지마. 세상 끝까지라두, 너랑 같이 갈거야..니가 귀찮아두, 불편해두 할 수 없어.
니 곁에 있을 거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
세준, 따뜻하게 쓸어준다. 서희, 서러움 터지며 하염없이 눈물 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