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루게릭병은 뇌와 척수에 있는 운동 신경원(neuron)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운동 신경원은 호흡과 연하(삼키기)운동, 그리고 몸의 모든 자발적 움직임을 조절하는 신경계의 단위를 말한다. 운동 신경원에는 두 가지가 있다. 뇌에서 척수로 명령을 전달하는 상부운동신경원(upper motor neuron)이 있고, 척수에서 해당 근육으로 명령을 전달해 근육을 움직이게 만드는 하부운동신경원(lower motor neuron)이 그것이다. 우리 몸의 모든 자발적 움직임은 이 둘의 협력에 의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주먹을 쥐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먼저 당신의 뇌가 상부운동신경원을 통해 손 근육을 통제하는 부위의 척수로 명령을 전달한다. 그 다음 척수에서 해당 근육으로 신호를 보냄으로써 당신이 주먹을 쥘 수 있는 거다.
상부운동신경원이 망가지는 경우, 예컨대 뇌가 망가지면 척수로 명령을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 뇌의 통제에서 벗어난 척수는 자기 마음대로 근육에 명령을 보내고, 근육은 긴장이 지나쳐 경직상태에 이른다. 엄마가 안 계시면 아이가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노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하부운동신경이 망가지면? 척수는 근육에 전혀 명령을 보내지 않게 되고, 근육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아이가 아프면 컴퓨터 게임이고 뭐고, 자리에 누워만 있는 것처럼. 결국 근육은 쇠약해지고, 위축되어 양이 줄어든다. 루게릭병은 상부와 하부의 운동신경원이 다 망가져,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게 된다. 대기만 해도 튈 정도로 무릎반사가 증폭되고, 그와 동시에 근육이 위축된다. 감각이나 인지 능력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도 이 병의 특징이다.
어느 날 갑자기 팔, 다리에 힘이 없어진다. 길을 가다가 푹 쓰러지거나, 손에 힘이 풀려 가벼운 물건조차 들지 못한다. 처음에는 왜 그런지 잘 모른다. "전등을 갈아주다가 힘이 없었고... 그 후에 일어나서 보니까 쓰레기봉투도 못 묶겠어요. 힘이 없어가지고. 저리거나 아픈 건 전혀 없어요. 왜 그러지 왜 그러지 하면서 괜히 불길한 생각이 들더라고." 이건 초기증상에 불과하다. 병은 계속 진행되고, 환자 자신은 서서히 기능을 잃고 있다는 걸 느낀다. "자고 일어나면 어제 말을 들었는데 오늘은 말을 안 듣고. 그러니까 더 무섭죠. 문지방을 분명히 어제까지 넘었는데 오늘은 문지방을 못 넘은 거예요. 그리고 쓰러지고." 결국 씹거나 삼키지도 못하고,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우리가 숨을 쉬는 것도 횡경막과 늑간의 근육을 써서 하는 행위. 루게릭병이 진행되면 이것조차 할 수가 없다. 숨을 쉬려면 기관을 절개하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하지만, 이 경우 감염이 문제가 된다. 루게릭병의 사인은 대개 호흡부전이나 폐렴으로, 대개 증상이 발현된 지 3-5년 사이에 죽는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10년 이상 살기도 하는데, 그 중 한명이 바로 세계적인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ven Hawking) 박사다. |
첫댓글 아이들에게해 줘야겠네요.....유용한 정보네요..좋은 글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