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이 “스르르” 떠난 자리에 청마(靑馬)가 긴 갈기 휘날리며 달려온다.
(2013년, 금광산악회 산행을 모두 마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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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 가는 계사년(2013년) 한 해를 떠나보내려니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
요즘 서너 명만 모여도 2-30년 전 생활 모습을 묘사한 드라마가 종종 화제가
된다고 한다.
거리로 나서면 1980년대 유행가가 심심찮게 들려오는데 지난해부터 시작된
“복고 열풍”이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란다.
추억을 되짚어 보는 이런 “복고열풍”은 장려하고 반길만하다.
갈수록 고령화하는 우리 사회에서 어르신들과,
이들의 무거운 짐을 넘겨받은 중년층 모두의 정신건강에 좋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치매 예방 및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과거의 기억,
추억에 대한 회상(回想)이다.
“복고 열풍”은 고령화 사회에서 단절된 세대 간에 갈등 해소와 새로운 공감대를
만들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복고 열풍”은 노인치매 예방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금광회원님들도 지난 한 해 동안 열심히 다녔던 산을 생각하며 기쁨과 즐거움,
힘들고 어려웠던 산행의 추억을 다시 되새겨보고 정신적 건강을 되찾아 봅시다.
돌이켜보면 금광산악회의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계사년 한 해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계사년 시발(始發)산행을 장성 입암산(笠岩山)에서 했는데,
눈 덮인 산속은 안방처럼 따뜻했으나 마을은 한파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추웠다.
하산 주를 끓일 수가 없어 대신 수북 가는 길 봉산면 “참살이” 식당에서 팥죽을
사 먹었다,
푸른 바다 출렁이며 걸어갔던 강진 가우도(駕牛島) 사장교.
도선국사(國師)의 설화가 깃든 광양 백계山,
백운산자연휴양림은 잘 보존된 원시림과 인공림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으며
숲속사이로 다양한 숙박,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감기와 배탈이 나서 아내가 끓여주는 죽만 먹다가
죽으로 도시락을 싸 가지고 녹차의 고장 보성 득량면 오봉산도 다녀왔다.
1월은 날씨가 추었고, 날씨가 추우니 하산酒로 소주가 불티나는 산행이었다.
벌써 2월 중순 입춘대설이라고 올 들어 최대의 폭설이 내렸었다.
시산제를 모시고,
노스님의 형상을 닮은 장흥 노승山에서 잡풀과 가시밭길을 해 맸으며
호랑이가 누어있는 형상이라는 남해 호구산도 다녀왔다.
절기는 입춘으로 접어들었다.
설과 보름음식으로 물린 입맛을 달래주려고 아내가 “봄동”을 사다 무쳤다.
“사각사각” 달콤한 봄 내움이 입안에 한 입 가득한 날엔 호남 4경의 첫 번째인
모악춘경(母岳春景)인 어머니의 산 김제 모악산을 찾았었다.
동네 뒷산으로 생각했던 삼천포 각산에선 회 파티를 하고 생선뼈로 지리를 끓여
추위로 언속을 풀어주었다
아삭아삭 씹히는 봄 미나리가 제철인 3월 중순엔 지리산둘레길 5코스 중
1구간인 휴천면 동강里에서 금서면 수철里까지 걷기도 했다.
주변 산세에 취해 산청 웅석봉 능선 길을 비틀거리며 걷기도 했고,
따뜻한 봄날 연신 하품만 하면서도 인간이 말의 조상에게 제사 지냈다는 옥천
마성山을 다녀오면서 육영수생가지(陸英修生家址)에도 들렸다.
청명, 한식날에는 강화도 1박2일 추억 만들기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강화역사박물관을 둘러보았다.
강화제적峰 평화전망대, 강화인삼시장, 강화광성보(江華廣城堡)도 들렸다.
도로변의 꽃 잔디가 온통 빨갛게 피어있는 보성 계당山에서 봄의 향연(饗宴)
속으로 깊이 빠져들기도 했으며,
요즘 주꾸미가 제철이란 데
진안 마이산 벚꽃축제에서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웠다.
철쭉꽃 만발한 남원, 춘향축제에 흠뻑 빠지기도 했는데,
벌써 4월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싱그러운 “계절의 여왕” 5월이 시작되었다.
바위는 산에 있어야 아름답다 했던가?
합천 황매산 뒷자락인 감암山-부암산 암봉(岩峰)을 타고 넘어왔으며,
안개바다에 붉은 노을 넘실대는 남원 봉화산 철쭉산행도 했다.
부처님 오신 날에는 공주 마곡사에서 불심을 지피기도 했으며,
지리산 삼신峰, 그리고 청학동 도인촌(道人村)을 찾아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곡식의 씨를 뿌리기 좋은 절기(節氣)인 망종(芒種)이다.
녹색 비단으로 감겨있는 아찔한 바위산 함양 계관山을 찾았고,
사계절이 아름다운 괴산 산막이 옛길도 걸었다.
여름이 짙어가는 요즘은 매실 수확 철이란다.
고봉준령(高峰峻嶺)들이 일망무제(一望無題)로 펼쳐진 양각-수도산도 다녀왔고,
자연을 즐기는 남명(조식)선생의 모습인 산청 백운동계곡에서도 하루를 보냈다.
“기암절벽 사이로 / 소(沼)와 폭포(瀑布)가 어우러지고 /
등천대(登天臺) 물보라 하늘로 치솟아도 / 저 흘러가는 흰 구름은 알고 있으리라 /
강은 山을 넘지 못하고, 산은 江을 건너지 못한다는 것을”(自作詩: 백운동계곡에서)
벌써 6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네.
왜 이렇게 쫒기 듯 여름은 허겁지겁 빨리도 뛰어 오는 걸까?
벌써 삼복(三伏)중의 첫째 복인 초복(初伏)이다.
화개동천 “지리산 옛길” 따라 하루를 걸어보았다.
올 더위를 완도 명사십리해수욕장에서 한 방에 날려버리자고 큰소리쳤지만 찌는
무더위를 이겨내기는 힘들었다.
모래열기가 목구멍까지 파고든다.
구례 노고단에서 운무(雲霧)에 몸을 씻고 신선의 경지에 들기도 했으며,
코재(무넹기)에서 화엄사로 내려와 화엄불국세계를 보았다.
남부지방은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리고 있었고,
영취산아래 함양 민낯의 부전계곡이 난개발로 그 처녀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벌써 입추(立秋)라니!
살인적인 무더위를 피하고자 향적봉, 그리고 구천동계곡에서 삶을 노래했었다.
“충북의 소금강”
그리고 “괴산 팔경”의 쌍곡계곡이 있는 군자산에서는 무모한 산행으로 예수가
고난의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언덕을 오르는 형상이었다.
가뭄과 무더위로 계곡물은 말라붙어 순창 강천산계곡이 시골길을 연상케 한다.
기백산 용추계곡에서는 장대같이 쏟아지는 비 때문에 갈 길을 잃고 말았으며,
비 내리는 장수 장안山에서도 초라하고 코믹한 자세로 점심을 먹어야하는
어려운 산행이었다.
빗나간 기상예보로 맘 졸인 금산 진락산,
금산인삼축제장에서 웃음을 찾았다.
가을이 되기 전에 군산 선유도에서 신선이 되어 하루를 노닐다 왔다.
벌써 낯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도 지났다.
예천 비룡산에서 내려다본 육지속의 섬,
회룡포의 전경이 신기하기만 했다.
오곡백과를 수확하는 한로(寒露)가 지났으며 꽃을 품은 무화과가 제철을 만났다.
하늘이 불을 밝혀준 산이라는 완주 천등산도 다녀왔다.
10월의 절반이 훌쩍 넘어가 버렸다.
대관령옛길 따라 1박 2일로 오대산 소금강에서 가을추억을 만들었다.
낙산해수욕장의 야경과 오대산 소금강의 풍경이 눈에 선하다.
5시간의 강행군은 내 나이와 체력에 한계를 느끼게 했다.
천자의 면류관 같은 장흥 천관산에서 바위와 가을억새를 구경하고 왔다.
한반도 남단 최고의 비경인 통영 사량도,
지리망산(智異望山)의 바위능선을 힘들게 산행하고 왔다.
벌써 겨울 절기인 입동이 지났다.
장차 미륵존불(彌勒尊佛)이 강림할 것을 예견한 통영 미륵산을 다녀왔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 내려왔으며 동양의 나폴리라는 통영항의 아름다움과
한려수도 다도해의 조망이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언제부턴가 체력에 한계가 느껴지기 시작했으며 그동안 꾸준히 지켜온 산행
1진에서 서서히 밀리기 시작한다.
2진대장인 “파란하늘”의 권유로 완도 오봉산 산행 때 후미산행을 했는데
즐거움과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완도수목원은 국내 유일의 난대수목원으로 천연상록수림이 잘 조성되어 있었다.
주초부터 기온이 뚝 떨어지더니 중부지방에 폭설이 내렸다한다.
여덟 개의 봉우리가 그림자 지는 고흥 팔영산(八影山) 눈길 산행도 했다.
한 해의 끝자락인 12월이 되었다.
산의 모양이 암탉을 닮았다는 유성 빈계山은 대전시민의 쉼터와 같았다.
호남의 내금강이라는 선운산도립공원도 다녀왔다.
선운산도립공원 능선의 한 산군(山群)에 속하는 청룡山을 눈을 맞으며 걸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사 선운사 산내 암자인 도솔암을 구경했다.
그리고 순창 책여산에서 계사년 송년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50명의 남녀회원들이 참석해 대 성황을 이루었다.
산행은 오전 중으로 마무리하고 팔덕면 면소재지에 있는 “구룡별관”에서
“생 오리 주물럭”과 “오리 탕”에 소주와 맥주를 곁들여 식사를 했다.
노래방이 비치된 식당이라 취하고, 노래하고, 춤추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아름다운 미담 하나를 소개하련다.
전주시민들은 매년 이맘때면 첫눈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한 사람을 기다린다고
하는데 바로 “얼굴 없는 천사”란다.
그는 2000년부터 매년 성탄절을 전후해 남몰래 성금을 기부해온 주인공이다.
올해도 30일 오전 11시 15분경 노송洞주민센터에 한 남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주민 센터 앞 화단의 ”얼굴 없는 천사碑” 옆에 돈을 놓아두었으니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는 짤막한 말을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직원들이 현장에 가 보니 종이상자 하나가 놓여있었는데
그 안에는 돼지저금통과 현금 뭉치가 들어 있었다한다.
1만 원, 5만 원 권 지폐와 동전 등 모두 4,924만 6,640원 이었다.
이 얼굴 없는 천사가 14년간 기부한 성금은 모두 3억 4,699만 7,340이나 됐다.
요즘처럼 경제 불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어려운 이웃을 배려해주는 그분의 천사
같은 마음은 우리에 가슴에 진한 감동을 남겨주고 있다.
얼굴 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우리 모두 사랑합니다.
(2013년 12월 31일 자정에)
첫댓글 올해는 "청마"의 해다. "청마"란 전설속의 상상의 말이다.
짙은 흑마의 색갈이 푸르게 보여 "청마"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단다.
한해를 뒤돌아 보니 ~ 힘들때도 있었지만 많이 행복 했던것 같아요 ~ 함께하면 행복은 더해지고 ~ 힘든것은 사라지니 내년에도 많은 회원님 함께 하여 ~ 행복한 시간 만드시게요 .
갑오년 청마의 해, 하시는 모든 일에 대박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