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칸트 읽기’는 다름 아닌 진정으로 ‘철학하기’
- 칸트철학의 주제는 곧 철학 일반의 주제
칸트 3비판서를 비롯해 칸트 주요 저작을 완역한 백종현 교수가 칸트철학의 핵심과 쟁점을 일목요연하게 얇은 책으로 정리해 묶어냈다. 칸트 주요저작 아홉 권[9서]에서 인간문화의 궁극적 가치, 즉 진(眞) ㆍ 선(善) ㆍ 미(美) ㆍ 성(聖) ㆍ 화(和)의 주제[5제]를 추출하여 칸트철학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참’가치의 원리를 밝히는 작업이다. 이 책은 바로 저 다섯 과제를 들고서 방대하고 난해한 칸트 저술들의 핵심으로 곧장 파고들어가 각각의 의미를 요령 있게 들춰낸 결과물이다. 칸트철학에 막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칸트철학을 공부하고 있는 이들에게 유용한 지침서이다.
저자에 따르면 탈 주제를 지향하고 감성에 경도하는 현대에서 주체주의자, 이성주의자 ‘칸트 읽기’는 일종의 도전이자 어긋남일 수 있지만, 이러한 도전과 어긋남이야말로 철학의 시대적 사명이다. 모두가 ‘이성적’일 때 철학자는 감성의 의의를 역설하고 대중이 ‘감성적’이면 철학자는 이성의 의미를 밝혀 인간문화의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철학사상사뿐만 아니라 인류 문화사 전반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칸트 이성철학을 대표하는 저술로 『순수이성비판』, 『형이상학 서설』, 『실천이성비판』, 『윤리형이상학 정초』, 『덕이론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윤리형이상학」제1편), 『판단력비판』,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 『영원한 평화』, 『법이론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윤리형이상학」제2편) 등 아홉 권을 꼽을 때, 저자는 이 책들을 통해 밝혀진 것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추구하는 대표적 다섯 가치, 곧 진(眞) ㆍ 선(善) ㆍ 미(美) ㆍ 성(聖) ㆍ 화(和)라는 것을 강조하며 이러한 칸트철학의 주제가 곧 철학 일반의 주제임을 역설한다.
칸트철학에서 ‘성(聖)’과 ‘화(和)’의 의미와 주제를 추출한 통찰력 돋보여
진(眞), 선(善), 미(美)의 주제는 그동안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과 연관시켜 많이 알려져 있었으나 ‘성(聖)’과 ‘화(和)’의 주제를 칸트 저작과 연결시켜 논의하는 것은 칸트철학에 40년 열정을 쏟아낸 저자의 통찰력이 빛나는 대목이다. 우선 제4비판서의 성격을 갖는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는 진정한 성스러움은 인간이 선한 원리에 따라 “윤리적 공동체” 내지 “덕의 나라”를 이룩하는 데 있음을 밝혀내고 있는 저작이다. 칸트에 의하면 “이성의 모든 관심”이 수렴되는 물음 중 하나는 “나는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이다. 그것은 “곧 ‘무릇 만약 내가 행해야 할 것을 행한다면, 나는 그때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를 묻는 것이고 이 물음은 그 답변에 신의 현존을 포함함으로써 형이상학 내지 종교의 주제로 나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칸트에서 이론적 앎과 실천적 행함은 그의 희망의 형이상학인 종교론에서 화합을 얻는다고 역설한다.
한편 ‘화(和)’의 주제는 말년의 칸트가 내놓은 철학적 구상인 인류 세계의 ‘영원한 평화’ 이념과 관련된다. 칸트는 평화 안에서만 인간의 인간다움, 인간의 인간으로서의 권리, 곧 ‘인권’이 지속적으로 펼쳐질 수 있다고 보았는데, 저자는 이 주제의 핵심을 『영원한 평화』와 『법이론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윤리형이상학』 제2편) 등을 통해서 전달하고 있다. 칸트의 법사상이 인간 각자는 자립성을 갖되, 더불어 사는 삶을 통해서 화합해야 한다는, ‘부동이화(不同而化)’의 원리 위에 있음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 출처: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