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 서울시의사테니스회에서 테니스 경기를 함께 했던 정진호 교수를 인터뷰하기 위해 대학로에 있는 서울대학병원 본관을 방문했다. 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9층에 있는 피부과 과장실까지 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다.
서울대 의대 정진호 피부과 교수는 최근 ‘코로나 시대 피부도 병들고 있습니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인터뷰 하러 가기 전에 인터넷에서 정교수님을 검색해 보니 기사들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정교수는 류머티스 피부질환과 태양으로 인한 피부노화(光노화)를 전공하며 자외선이 기억력과 인지기능에 중요한 뇌 해마의 신경섬유 생성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피부 노화 분야 세계적 권위자이자 열과 노화와의 관계를 규명해 더욱 유명한 정 교수는 “피부 노화는 단순한 주름의 문제가 아니다. 피부는 우리 몸에 굉장히 넓게 자리 잡고 있는 장기다”며 “햇빛으로 인한 피부 노화는 80프로 자외선, 20프로는 열에 의해 발생한다”는 내용을 전했다.
대한피부연구학회장을 지내고 현재 서울대병원 피부과장, 세계피부과연맹(ILDS) 아시아태평양 지역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 교수님께 햇빛에서 운동하고 있는 동호인들의 피부에 관한 자문을 해 본다. ( 정진호 교수 블로그 : http://blog.naver.com/jhchung59 )
*많은 동호인들이 태양에 노출된 채로 운동하고 있는데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도 기미가 올라오고 건조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예방및 처방을 해 주세요
자외선은 피부를 늙게 하고, 기미, 주근깨, 흑자와 같은 색소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에 모자와 렌즈가 큰 선글라스를 써야합니다. 자외선 차단제는 SPF 50+, PA+++ 이상을 골라 꼭 바르세요. 자외선 차단제는 손가락 2마디를 채울 수 있는 정도의 충분한 양을 발라야 효과가 있고 얼굴에 2시간 마다 덧 발라주어야 합니다. 최근 병원을 찾은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하루 5시간 이상 햇볕을 쬔 사람은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는 사람에 비해 주름살이 5배 정도 많이 생겼더군요.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고 생활해야 하니 얼굴에 뽀드락지가 나고 손을 자주 씻다보니 습진이나 그외 가려움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마스크에 의해 얼굴 피부장벽이 손상되어 건조해지고, 뽀드락지도 생기며, 기존 피부질환이 악화됩니다. 잦은 손세정도 손 습진을 유발하기 때문에 피부장벽 손상을 예방할 수 있는 보습제를 얼굴과 손에 수시로 발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 손과 얼굴을 닦을 때는 약산성의 클렌저를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고형비누는 알칼리성이므로 피해야 합니다.
*테니스는 언제 어떤 인연으로 시작 하셨는지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동네 테니스장에서 부모님이 테니스를 배우셨는데 그 때 부모님 따라 공놀이처럼 하다가 동네 코치에게 몇 달을 배웠습니다. 부모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주말에 부모님과 경기를 했고 서울의대에 입학하여 의대 테니스 반에 들어가서 예과 2년간은 거의 매일 테니스를 했죠. 본과 시절에는 바쁘기 때문에 짬이 나거나 시험이 끝나면 제 복식 파트너인 현재 서울대병원 외과 서경석 교수와 항상 테니스를 쳤습니다.
*테니스가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테니스는 의과대학 시절 공부 아니면 테니스였기 때문에 학창시절의 전부였습니다. 몸과 정신을 맑게 해주고, 운동의 중요성을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게 했죠. 의대를 졸업한 후에도 교수 테니스 회에서 동료들과 테니스를 하면서 삶이 더 풍요롭고 윤택해 졌습니다.
*테니스의 매력이라면 무얼까요?
첫째, 사이클이나 스키, 수영, 골프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고 있으나 테니스가 제일 재미있습니다.
둘째, 짧은 시간에 최대의 운동량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적은 시간에도 충분한 운동이 되죠.
셋째, 나이가 들어도 계속 할 수 있고 테니스 동호회에서 좋은 분들과 만나 인생을 논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입니다. 특히 저의 경우라면 병원내 테니스장이 있어 언제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10년 넘게 서울대 의대 테니스 동아리 지도교수를 해 오셨는데 학생들에게 테니스 관련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지요?
의대에서 테니스 동아리가 제일 인기가 있습니다. 대략 200여 명이 활동하고 있고 제가 의대시절 테니스를 사랑했던 추억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첫째, 평생 취미가 될 테니스 실력향상에 힘을 쓰고 노력할 것. 둘째, 1년에 2회 여름 훈련과 동계합숙 기간 동안 빠지지 말고 단체 훈련을 통해 실력과 우애를 다질 것. 셋째, 선후배 사이에 서로 돕고 평생 의지하는 동료가 될 수 있게 돈독하게 지낼 것 등등입니다.
*긴 테니스 인생에서 가장 잊히지 않는 기억이 있나요?
의대생 시절 전국의대 학생테니스 대회에서 3학년 때 복식 준우승을 했고 4학년 때 친구 서경석과 파트너 해 복식 우승을 했는데 많은 선후배들이 축하해 주고 기뻐해 주었던 일입니다. 그리고 4년 동안 추운 겨울 합숙훈련을 하면서 즐겁게 지내고 그때 함께 운동하던 선후배들과 아직도 정답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은 테니스가 준 좋은 선물입니다. 재학시절 2년 선배인 상계 백병원의 정재용 교수님을 그때 알게 되어 지금까지도 돈독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 일주일에 몇 번 어느 코트에서 운동하시나요?
요즘은 코로나로 운동을 잘 못하고 있으나 그 이전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 서울대병원 테니스 코트에서 운동하였습니다. 서울대 병원 테니스 코트는 우리나라 테니스 역사에 매우 중요한 코트입니다. 제가 의과대학 학생이었던 시절에는 4면 중 2면이 지붕이 있었고, 비가 올 때는 국가 대표 테니스 선수들이 실내 코트 (벽이 없었기 때문에 반 실내)에서 훈련도 하였을 정도로 국내 첫 유일한 지붕이 있는 테니스장이었습니다. 유서 깊은 서울대 테니스 코트에 대해 더 깊게 관심을 가져 볼 만 합니다.
*피부가 능력이라는 표현은 어떤 뜻일까요?
이제는 노인인구가 증가하여 고령사회가 되었습니다. 나이가 80세인 두 사람이 있는데 한사람은 피부 노화가 심해서 85세로 보이고, 한 사람은 피부노화를 잘 억제해서 70세로 보인다면 누가 고령사회에서 유리할까요? 당연히 피부가 젊고 건강한 사람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로 피부가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햇빛에 포함된 자외선이 뇌 기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던데 이 부분은 일반적이지 않아서 의아했습니다. 설명 부탁드립니다.
피부는 단순히 우리 몸을 보호하는 막이 아니라 피부세포들은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여 여러 가지 호르몬이나 생리 활성 물질을 분비해서 건강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우리 실험실에서 밝힌 것은 햇빛이 피부세포에서 코티졸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많이 만들게 하고, 그 결과 혈중 코티졸 농도가 올라가 뇌의 해마에서 신경합성을 억제하게 됩니다. 해마는 기억력을 담당하고, 기분을 조절하는 뇌 부위입니다. 따라서 햇볕을 많이 쪼이면 머리가 나빠지고, 기분 조절을 잘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가급적 햇빛을 피하는 것이 피부노화도 예방하고, 머리가 나빠지는 것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피부 노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서 정교수님 성함으로 화장품 회사 ‘정진호이펙트’를 세웠다는데 주로 어떤 제품을 생산하고 계신가요?
25년 간 연구한 피부노화 분야의 연구 결과를 산업화하기 위해 8년 전에 창업했습니다. 주름개선제, 자외선 차단제, 보습제 등 효과가 있는 제품을 실험실에서 연구한 결과를 활용하여 만들었고 임상 연구를 약처럼 철저히 수행하여 효능을 확인한 제품들입니다.
*서울대병원 의약연구혁신센터 박사님들이 만들었다는 abh+(에이비에이치 플러스) 는 뭔가요?
정진호이펙트에서 만든 화장품 브랜드의 하나로 ABH+는 Absolute Beauty Health and more 라는 의미입니다. 효능이 좋아 피부의 아름다움과 건강을 유지한다는 의미 입니다.
*모든 사람들의 피부 표면에는 혈액형에 따라 달라지는 abh 혈액형 당 성분이 존재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쉽게 그 당 성분이 피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에 존재하는 당성분에 따라 결정됩니다.A형은 A형당이, B형은 B 형당이, O 형은 O 형당이, AB형은 A형과 B형당 모두 적혈구 표면에 존재합니다. 그런데 피부에도 이런 혈액형 당이 존재하고 그 기능이 무엇인지도 우리 실험실에서 밝혔습니다. 혈액형 당은 우리 몸을 보호하는 피부장벽 구성에 매우 중요하며, 염증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피부에는 정상적으로 존재해야 할 혈액형 당이 없어지며, 그 결과 피부장벽의 기능이 떨어지고, 염증이 심해지게 됩니다. 따라서 혈액형 당을 다시 증가시키는 물질을 개발하였고 특허 성분이 든 보습제를 바르면 아토피 피부염의 증상을 좋게 해 줍니다.
*교수님 인생에서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연구를 통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지식을 창조하고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거죠.
또 저와 함께 연구하고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게 노력하는 것입니다.
*땀을 많이 흘리는 테니스 동호인들이 피부 노화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분 보충과 자외선 차단제를 잘 바르고 햇빛을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몇 년 전 WHO에서 자외선을 1급 발암물질이라고 정한 만큼 자외선은 피부암의 주범입니다. 피부과 의사들은 때를 밀지 않습니다. 각질층이 99프로 피부를 보호하는 보호막인데 그 성벽을 무너뜨리면 몸의 수분이 빠져 나가고 알레르기나 그외 균이 침투했을 때 방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샤워 후 보습제 바르는 것을 생활화 하고 신선한 과일 채소를 챙겨 먹고 휴식을 취하셔야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연구실을 둘러보니 모든 남성들이 선망하는 임금 왕(王)자가 새겨진 정교수님의 복근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피부 노화를 예방하는 방법과 피부 질환 치료제 개발로 늘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규칙적인 운동의 결과물이려니 추측을 했다. 하지만 질문에 대한 답변은 그것이 아니었다.
“매일 아침 헬스만으로는 복근 만들기는 쉽지 않고 사실 환갑 기념으로 8개월간 체지방을 줄여 만든 복근이다”고 전한다. 인생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그 능력만으로도 젊음이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수 년 전부터 연구 해 온 남성 탈모와 아토피 피부 연구가 마지막 단계에 와 있어 3년 후 정년을 맞아도 연구는 계속 될 것이라고 전하는 정교수님의 청춘은 어디까지일까? 정 교수님의 연구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결국 피부질환으로 고생하는 많은 분들에게 희망의 빛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서울대학병원 밖으로 나오니 밝은 태양이 내리쬐고 있었다. 그 태양은 피부에서 베타 엔돌핀을 만들어 기분을 좋게 만들지만 결국은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더 많다는 정교수님의 논문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글 사진 송선순
약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피부과 학교실 주임교수
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과장
서울대학교 노화고령사회 연구소 소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정회원
세계피부과학회연맹(ILDS)이사
세계피부연구학회(ISID) 이사
주)정진호 이팩트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