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공식일정을 모두 마치고
9월 개학준비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휴가를 가기로 합니다.
충북 영동 물한리 자하산방 가는길은 늘 설레입니다.
생각을 모두 내려놓고
물소리 들으며 별뜨고 달뜨는 것 보고
차 마시며 쉴 생각에.
광복절 연휴여서 영동까지 가는 기차표가 없어서
김천가는 KTX를 타고 김천에 내리면 차를 보내주기로 합니다.
김천역에서 서로 접선을 해서 처음보는 '물까치'를 만나서 들어갑니다.
물까치는 공대를 나온뒤 녹색대 생태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목수일을 하다가
까페를 하고 다시 전통주점을 하려고 준비중인 청년..
처음 만난 사이 같지 않게 청년과의 대화가 잘 풀리고 재미있습니다.
새로운 일을 구상하며 자하산방에 일주일째 있다고 합니다.
자하산방에는
구로시민센타 소속 '열매맺는 책나무'라는 독서모임 가족캠프팀이 와 있습니다.
엄마아빠 아이들 모두 70명이 와서 마을회관과 노인정에 묵고 있습니다.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노인정으로 내려가니
노인정앞 잔디밭과 시멘트길가에 둥근상을 10개 차려놓고
엄마들이 연신 밥과 찌개을 퍼 나르고 밥상을 차리고
아빠들은 가마솥뚜껑을 뒤집어 놓고 고기를 굽고 있어요.
마치 경로잔치 한마당 같네요.
시원한 길가에 앉아 먹는 저녁밥.. 꿀맛입니다.
상추에 싸먹고 고추를 찍어먹고 된장찌개를 떠먹고
고기를 안 먹는 여울각시와 같은상에서 먹는 물까치는 고기를 실컷 먹고.
밥을 먹고 길에 누워 하늘의 이리저리 떠다니는 구름그림을 감상합니다.
누운김에 운동도 하면서..
자하산방으로 올라오는 길에 배감독을 만납니다.
영화감독인 배감독은 다음 영화를 구상하는 중에 자하산방에서 쉬고 있었는데
캠프 온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주려고 장비를 가지러 나갔다 들어오는 길입니다.
조금 있으니 아이들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밤으로의 여행'이 시작됩니다.
모두 손전등을 끄고 한줄로 조용히 반디를 만나러 나갑니다.
조용히.. 천천히.. 숨을 죽이고
여기서 반짝, 저기서도 반짝.. 드디어 반디불이 나타납니다.
그러다 누가 손전등을 키면 반디는 모습을 감추어버립니다. 또 한참을 기다리고.
마당으로 다시 돌아와서 모닥불에 둘러앉아 공부를 합니다.
반디는 왜 불빛을 낼까, 언제 낼까, 어떻게 낼까, 무얼 먹고 살까
질문에 대답, 대답에 또 질문.. 궁금중이 다 풀릴때까지 묻고 또 묻습니다.
야광버섯도 보고, 또 설명.. 질문과 답변
별자리에 대한 별별 이야기..
그렇게 '밤으로의 여행'이 끝나고 캠프팀이 모두 내려가고.
조용해진 마당에서 뀌뚜라미 소리가 가을을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평상에 앉아 김천의 토속주인 '과하주'를 마시고 있는데
캠프팀이 뒷풀이를 한다고 오라고 연락이 옵니다.
마을 한가운데 냇가 다리위의 정자..
돌아가며 술도 권하고 노래도 부르고.. 아무리 떠들어도 물소리가 다 덮어줍니다.
자리를 마치고 올라오니 새벽3시가 되었네요.
다시 하늘의 별자리와 은하수를 보고 밝게 빛나는 직녀성과 견우도 찾아봅니다.
풀벌레 소리가 선명해진 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새벽5시가 되어서야 잠자리에 듭니다.
아침에 아이들 소리에 잠이 깹니다.
이른 아침인듯 한데 차마시러 올아왔네요.
원두커피를 멧돌에 갈아 인디언식으로 내려서 꿀을 타서 꿀커피를 만들어줍니다.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오늘 날씨가 좋기를 염원하는 '천부경'을 따라 외웁니다.
누워서 들으니 경을 읊는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가 참 듣기 좋네요.
뜨끈한 방안에 누워서 밖의 얘기소리, 음악소리, 새소리 듣는것도 참 재미있어요.
오늘은 민주지산 숲과 계곡을 가는 날..
옥수수와 주먹밥을 나눠서 베낭에 넣고 출발합니다.
민주지산에 들어서자 모두 신발을 벗고 맨발걷기를 합니다.
모든 열이 빠져나가는 '발' 맨발로 걸으면 열과 독이 나가고 지압이 되면서 오장육부 운동이 됩니다.
아이들도 아빠들도 모두 신발을 들고 걸어갑니다.
중간에서 그 의미를 설명하고 체조를 하고 다시 또 걸어갑니다.
출렁이는 흔들다리를 건너가니 세찬 바람이 느껴지며 계곡이 나타납니다.
계곡에서 놀다 주먹밥을 먹고
꼬리치레 도룡뇽을 잡아, 보여주고 설명하고 묻고 대답하고.. 아이들이 신기해서 보고 또 봅니다.
깔깔 웃는 아이들을 보니 이야기숲 친구들이 보고 싶어집니다.
우리 아이들이 보고싶다고 하니 개학을 빨리 하라고 합니다. ㅎㅎ
한참을 놀다 내려와 쉬는 시간
자하산방에 들어와서 모두 낮잠을 잡니다.
안방, 건너방, 누마루에서..
사람 소리에 잠을 깨니 캠프팀 대표선생님과 또 한분이 차마시러 올라 오셨네요.
차를 준비하는 소리에 나가서 함께 차를 마십니다.
얘기를 하다보니 2000년에 처음 환경모임을 할 때 함께 한 사람들의 근황도 듣게 되었어요.
사람의 인연이란..
저녁7시에 캠프팀이 떠나고
걸어서 40분 폭포수 민박으로 밤마실을 갑니다.
마침 저녁을 먹으려고 차려놓은 밥상에 같이 앉아 먹어요. 솜씨좋은 안주인의 맛있는 반찬들..
걸어가며 오며 이야기도 나누고, 길가에 앉아 반디불이도 보고, 시원한 바람에 또 멈추기도 하고..
잠을 충분히 잔 다음날 아침은 개운하게 일어납니다.
마루에 난로를 놓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남자 셋이 100kg가 넘는 프랑스제 무쇠난로를 들었다 놓았다
구멍을 뚫고 밖으로 높이 연통을 세우고 연통옆에 나무를 대고..
3시간 넘게 작업을 해서 놓고 보니 굴뚝이 새로운 건축물 같아요.
모두 솜씨가 좋은 물까치를 칭찬해줍니다.
난로를 피워놓고 불구경을 합니다.
연기가 안 나오고 나무 3토막으로 하루를 가는 효율과 안전에 최고인 프랑스 장인집안의 작품.
두꺼비산들학교에도 놓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요.
난로를 피우니 서늘하던 마루가 아늑해지고 난로속 춤추는 불을 바라보며
'무념무상' 불명상에 듭니다.
하염없이 앉아 있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떠날 채비를 합니다.
한옥은 집을 비울 때 갈무리 할 것이 참 많네요.
마루의 찻잔과 차호 찻상을 모두 방으로 들여놓고
마당 평상에 비닐을 덮고 천막천을 덮어 눌러놓고
그릇을 모두 씻어 엎어놓고, 일한 장갑을 빨아서 널어놓고
누마루 문을 내리고, 떼놓았던 마루창호문을 달고..
배감독은 차의 짐을 정리합니다.
포항공대를 나왔지만 영화를 하고 싶어 다시 한예종에 들어가서 영화공부를 한 배감독
차에는 캠핑도구와 모든 생활용품, 촬영장비들이 가득 들어있어 피난민 차량같아요.
혼자 여기저기 다니며 캠핑하고 아이디어 구상하며 자유롭게 돌아다닙니다.
마무리를 하고 나오며 자하산방을 돌아보고 인사를 하고 차에 탑니다.
'자하산방 안녕! 잘 쉬고 간다, 고마워~'
첫댓글 아..정말 좋아보이네요^^ 한번쯤..친구들과 이런곳에서 밤새 추억속으로 빠져보고 싶네요^^
두아드님 키우는것도 어려워서..하루하루 벅찬 하루네요.ㅋ 두아이의 엄마, 언제쯤 익숙해지고, 나에게도 여유가 찾아올까요?ㅋ
여울각시의 글과 사진만 덕분에 잠시라도...눈도 마음도 편안해지는듯합니다^^
세월이 약이지요. ㅎㅎ
힘들지만 용기를 내서 떠나보세요.
캠프온 가족은 5개월된 아기도 데리고 왔었어요.
멋져요 ~ 자하산방도 배감독님도~ ㅋㅋㅋㅋㅋ
지금 배감독은 쪽박섬 바닷가에 있다고 오라고 하네요.
오늘회의가 아니면 달려갔을텐데..
비올때 바다에서 수영해 본적 있나요?
머리에는 비가 떨어지고 물속은 출렁이고..
그 느낌 무지 섹시해요 ㅎㅎ
글 읽는것만으로 힐링되는 느낌~~자연의 냄새가 여기까지 전해오는듯합니다ㅡ며칠 홀로푹~~쉬다오고싶은 맘이 굴뚝같네요 ㅎㅎ
네..
일상을 떠나서 시간을 잊고 지내기에 아주 좋아요.
몸과 마음을 쉬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갑니다.
너무 좋아보이네요
꼭!! 한번 들러보고 싶어요~~
네.. 언제 한번 같이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