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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사람, 신체부위 가리지 않아 항생제가 듣지 않는 시대가 온다면? (중)
사람들은 보통 항생제를 과도하게 사용했기 때문에 항생제에 내성이 강한 박테리아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상당히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현대 의학적인 수준으로 볼 때 그 정도라면 커다란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본인과 의사와 협의 하에 항생제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많고, 따라서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쉽게 풀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결코 아니다. 항생제를 과도하게 사용해 내성이 생긴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건강한 사람도 공격, 음식물로도 전염돼
▲ 최근 변신을 꾀하며 진화한 내성 박테리아가 인류를 공격해 충격을 주고 있다. ⓒ미주리 대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내성 박테리아는 이미 병에 걸린 사람이나 무증상 보균자로부터 교차감염을 통해 확산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음식물을 통해 퍼진다. 따라서 항생제를 별로 사용하지 않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내성 박테리아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를 비롯해 여러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여러 주에서 감염을 일으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살모넬라 하이델베르크라는 다제내성(multi-drug-resistant) 박테리아는 추적 결과, 한 가공육 업체의 닭고기에서 나온 것으로 판명됐다.
이 박테리아는 말 그대로 한 종류의 항생제에만 내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항생제에도 내성이 있다. 의사들은 종종 환자를 치료할 때 한 종류의 항생제가 듣지 않을 경우 배양검사와 같은 방법을 통해 박테리아가 취약한 항생제를 선택한다. 그러나 살모넬라 박테리아는 경우가 다르다.
2013년 10월 현재 이 박테리아는 미국 20개 주와 푸에르토리코에서 317명에게 감염을 일으켰으며 그 가운데 133명이 입원치료를 받았다. 미 농무부(USDA)는 당장 닭고기 회수에 들어 갔다. 또한 이로 인해 닭고기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농무부는 이 리콜의 등급이 클래스 원(Class I)으로 건강위해성이 높은 것으로 구분하였다. 클래스 원은 USDA의 리콜 단계 중에서 가장 높은 단계로, 어떤 제품의 사용이 사용자의 건강에 심각하고 유해한 결과나 또는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충분한 개연성이 있을 때 발령된다.
연간 2만3000명 사망, 재정손실 550억 달러
미국의 경우 내성 박테리아로 인한 피해는 예상보다 심각하다. 인명손실도 만만치가 않다. 2013년 9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내성 박테리아로 인한 피해에 대해 놀라운 보고서를 발표해 충격을 주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다양한 종류의 안전하고도 효과적인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박테리아에 감염되며 그 가운데 적어도 2만3000명이 사망한다는 것이다. 2만3000명이 죽는다면 이는 전염성이 강한 유행성질환이라고 할 수 있는 하나의 역병(疫病) 수준이다.
이로 인해 국가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대단하다. 미국은 순전히 내성 박테리아에 따른 재정손실만 연간 550억 달러에 이른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200억 달러는 의료비용이며 나머지 350 달러는 생산성 상실에 따른 비용이다.
이러한 심각한 사태에 대해 CDC의 톰 프리던 소장은 “앞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조만간 항생제가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포스트 항생제 시대에 돌입하게 된다. 일부 환자와 일부 병균은 이미 그 단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질균, 꾸준히 내성을 키워온 대표적인 내성 박테리아
박테리아 가운데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내성을 키우며 진화를 거듭한 종류는 임질균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흔한 성병인 임질을 일으키는 균으로 자유연애 시대에 돌입하면서 임질환자는 늘어났고, 그에 따라 임질균은 내성에 강한 종으로 꾸준히 진화해 왔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항생제가 듣지 않아 애를 먹는 임질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뿐만이 아니다. 생명에 위협을 줄 정도로 설사를 일으키는 박테리아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역시 치료에 통상적으로 사용돼 온 항생제에 내성을 지니게 됐다. 참고로 미국을 비롯해 서양에서는 동아시아와 달리 설사에 약하며, 설사를 심각한 질병으로 간주한다.
북미와 유럽 전역에서 이 박테리아에 감염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또한 카바페넴이라는 내성 장내 세균(CRE)은 치료가 불가능한 혈류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처럼 내성 박테리아 출현은 신체 부위 곳곳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 치료를 전담하는 병원은 어떨까? 내성 박테리아 감염을 피하려는 사람들에게 병원은 최악의 장소 가운데 하나다. 이 치명적인 병원균 대다수가 의료시설에서 흔히 발견된다. 병원은 살균소독과 환자 접촉에 관해 엄격한 기준을 채택해 환자들의 감염 위험성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병원, 혹 떼러 갔다고 혹 붙일 수도 있어
텍사스 대학 의과대학의 감염병과 과장이자 미국 감염병학회 회장인 바버라 머리 박사는 “환자의 입장에서 볼 때 요즘 같은 시기에 질병으로 인해 병원에 장기 입원하는 것은 무척 겁이 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얄궂은 표현으로 “병을 치료하러 병원 갔다가 오히려 더 큰 병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사실 머리 박사는 병원에 입원했다가 내성 박테리아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은 여러 환자들을 목격해 왔다.
몇 달 전 그녀는 담낭에 내성 박테리아 감염을 일으킨 여성환자의 사례를 상담해 주었다. 그러나 그 병을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가 없어서 병원에서는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기 때문에 환자는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로 보내졌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머리 박사가 아는 한 성형외과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례로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받은 환자가 치료 불가능한 박테리아에 감염된 경우다. 의사들은 감염이 몸 전체에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리를 절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페니실린, 미생물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다
▲ 항생제 페니실린을 발명한 알렉산더 플레밍 ⓒ위키피디아
1928년 페니실린이 발견돼 당시 유행하던 여러 종류의 감염병을 치료할 때만해도 인류는 항생제를 무기로 병원성 미생물과의 전쟁에서 조만간 승리할 것으로 확신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후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항생제내성균이 하나 둘씩 보고되기 시작했다. 항생제가 자주 사용되자 병원균들이 항생제에 저항하는 힘을 갖게 된 것이다.
황색포도상구균도 처음에는 페니실린으로 치료할 수 있었지만, 이후 페니실린이 잘 듣지 않아 메티실린이라는 더 강한 항생제가 개발됐다. 그러나 1961년 영국에서는 이 메티실린에도 반응하지 않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이 발견됐다.
심지어 1996년에는 지금까지 개발된 항생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반코마이신에까지 내성을 보이는 황색포도상구균(VRSA)이 등장했다. ‘슈퍼박테리아’는 이처럼 대안으로 개발된 매우 강한 항생제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균주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라고 예외적인 것은 아니다. 2013년 보건 당국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무려 13개 병원에서 63명의 환자가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카바페넴계열 항생제 분해 효소 생성 장내세균(CPE)’도 슈퍼박테리아의 일종이다.
당초 카바페넴(Cabapenem)이 기존 항생제 세팔로스포린이나 베타락탐제(beta-lactamase) 등에 내성을 지닌 세균을 잡기 위한 대안으로 개발됐으나, 이 항생제에도 반응하지 않는 장내세균을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CRE)’라고 한다.
CRE는 일반 장내세균처럼 요로감염·폐렴·패혈증 등 다양한 감염 질환을 일으키며, 특히 주로 중환자실에 장기 입원하거나 면역체계가 떨어진 중증 환자들이 감염되기 쉽다. 특히 CRE 가운데 CPE는 항생제를 직접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생성하는 것들로, 다른 균주에까지 내성을 전달하는 능력이 있어 의료계가 더욱 주목하는 내성균이다.
더구나 이번에 국내에서 60여명이 집단 감염된 CPE는 ‘OXA-232’ 타입으로 세계적으로도 프랑스에서 보고된 한 사례가 유일할 만큼 매우 드문 종류다. 인도로부터 들어온 희귀한 슈퍼박테리아가 허술한 국내 내성균 감시·관리 체계를 쉽게 뚫고 순식간에 60명 이상에게 옮겨진 것이다.
바이러스보다 내성 박테리아가 더 심각
최근 조류독감이 최대 문제로 부각하고 있다. 한 의학자는 “인류의 역사는 바이러스와의 투쟁의 역사다”라는 말을 남겼다. 여기에는 박테리아는 적어도 인류가 극복했고 앞으로도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 보면 우리에게 더 임박한 것은 바이러스보다 내성 박테리아다. 포스트 항생제 시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아마 바이러스보다 내성 박테리아와의 싸움이 더 중요한 시기다.
첫댓글 읽다 힘 빠저 못읽어다 아푸다 보면 반전문가돼 하지만 워낙 인채가 복잡 다양한 구조로 돼있어서 일반상식처럼은 안되고 주치의에 검사결과 보면서 의사에 결정을 따를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