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수시의 지형이 세세하게 드러났다. 3월 31일 가장 먼저 전형안내를 밝힌 서울대를 비롯 지난달 1일 고대, 8일 이화여대, 18일 한양대가 수시요강을 미리 내놓았고 교육부가 제시한 요강공개 마감시한인 지난달 30일 대부분 대학들이 수시 요강을 일제히 쏟아놓았다.
교육부는 이미 간소화원칙에 따라 2015 전형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전형방법 간소화, 특기자 전형 축소, 제출 서류 간소화, 수능최저 완화가 간소화의 핵심이었다. 특히 상위 대학들이 과연 얼마나 간소화될 것인지가 관심꺼리였다. 대부분 대학들은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중을 늘리면서 논술전형을 소폭 축소하고 특기자전형을 어학관련 모집단위로 제한적하려는 움직임으로 화답했다. 제출서류도 단촐해지면서 학생부와 자소서를 중심으로 서류 전형을 실시하려는 경향이 커졌다. 추천서는 대학에 따라 또 같은 대학 내에서 전형에 따라 엇갈렸다. 자소서 증빙서류는 제출을 받지 않거나 제출 분량을 지난해보다 줄인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논술전형에서 많이 설정하는 수능최저의 경우 지난해 일반선발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대학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우선선발과 일반선발 사이로 설정됐다. 일부대학은 인문계열만 수능최저를 높게 잡기도 했다.
대학입장에서 보면 간소화원칙을 수용함으로써 교육부의 지침을 따르는 한편 우수학생 모집을 위한 수싸움이 고스라니 요강에 담겨 있게 마련이다. 수요자의 입장을 위해 실시되는 전형 간소화 원칙이 어떻게 2015수시에 반영되었을까. 간소화원칙으로 교육부와 수요자를 모두 속이려 든 부정적 사례들도 일부 발견되었다. 수요자를 위한 간소화인 만큼 부문별로 좋은 대학 나쁜 대학으로 4회로 나눠 따져보았다. (편집자주)
<전형의 간소화> 지난해 10월 확정된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의 핵심 내용은 전형의 간소화다. 학생부 위주 전형, 논술 위주 전형, 실기 위주 전형, 수능 위주 전형 등 4가지 위주 전형으로 나누고 대학별로 전형방법을 최대 6개 이내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 골자이다. 전형방법 6개 산정시에는 정원외 전형이 제외되며, 예체능계열 실기, 사범계열 인적성 검사, 종교계열 교리문답도 제외된다. 수시에서는 학생부 위주 전형, 논술 위주 전형, 실기 위주 전형 등 3개 위주 전형을 운영해야 하며, 수시에서는 최대 4개의 전형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결국 예체능 사범대 종교관련 모집단위를 제외한 인문/자연계열 정원내 전형에서 학생부 위주, 논술 위주, 실기 위주 등 3개 위주 전형을 운영하면서 최대 4개의 전형방법을 넘지 않는지가 간소화의 기준이 된다. 상위 대학의 경우 서울대와 서울시립대가 간소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수시에서 일반전형과 지역균형선발전형 두 개로 간결한 형태의 전형을 운영한다. 두 전형 모두 1단계에서 제출서류를 종합평가하고 2단계에서 면접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지균은 서류내용 및 인성 검증 중심의 사정관제 면접이라면 일반전형은 구술문항을 활용한 면접이라는 점이 다르다.
일반전형의 경우 구술문항이 제시문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논술고사의 성격을 띄고 있는 만큼 사정관제냐는 비판의 여지는 있다. 논술 실시 대학과 마찬가지로 ‘교육과정 내 출제’문제가 학생부 위주 전형의 면접고사에서 불거지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2014학년과 달리 올해는 의대 치대 수의대를 제외하면 모집단위의 성격에 따라 공통 출제 문항을 활용한다는 점은 간소화로 평가할 수 있다. 2014학년의 경우 자연계열은 공통문항을 활용했으나 인문계열은 단과대별, 모집단위 별로 문항이 달랐다. 사회과학대는 단과대 공통문항을 활용했지만 인문대학은 모집단위 별로 각기 다른 문항이 출제됐다.
서울시립대도 서울대만큼 간단하다. 정원내 전형에서 논술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 둘만을 운영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일반학생들이 지원하는 전형 외에 고른기회전형Ⅰ, Ⅱ도 정원내 전형으로 설정했지만 전형 방식은 동일하다. 논술은 논술100%와 수능최저 충족여부를, 학생부종합전형은 1단계 서류평가와 2단계 면접을 반영해 최종합격자를 결정한다.
나머지 사립 대학들은 대체로 학생부 위주 전형, 논술 위주 전형, 특기자 위주 전형 등 3가지 위주 유형으로 학생부 교과, 학생부 종합, 논술, 특기(어학성적 등)의 4가지 전형방법을 활용했다. 여기서 특기자 전형의 감축/폐지여부가 전형 간소화의 잣대로 떠올랐다. 논술전형을 축소/폐지할 것을 교육부가 권장하고 있지만 서울대를 제외한 대부분 대학들은 여전히 논술을 동일하게 고수했기 때문이다. 학생부 전형이 교육부의 확대 권장과 그동안 유지해온 사정관제의 틀을 유지하는 대학의 필요가 맞물리면서 간소화의 성패는 특기자 전형에서 가름났다고 보여진다.
특기자전형을 아예 없앤 학교로는 경희대가 꼽힌다. 지난 2014학년 어학특기자와 수학/과학특기자를 선발했으나 2015에서는 선발하지 않는다. 대신 학생부종합전형의 정원을 대폭 늘리고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학생들만을 선발하는 지역균형전형까지 도입했다.
특기자전형을 폐지하려 했으나 기존의 특기자전형이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던 학생들이 소송을 걸었거나, 모든 모집단위에 대해 운영하던 특기자전형을 관련 모집단위로 제한해 운영하는 학교들도 있다. 대체로 어학특기자전형이 해당된다.
선의의 피해자를 염두에 두고 특기자전형을 어학관련 모집단위에만 국한시켜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대학은 건국대 동국대 한양대 한국외대가 대표적이다. 한양대는 영어영문학과, 영어교육과, 국제학부는 영어, 중어중문학과와 독어독문학과는 각각 중국어 독일어 에세이/면접을 실시하는 특기자전형을 운영한다. 동국대 영어영문학과, 일어일문학과, 중어중문학과에 일정수준 어학성적을 가진 학생을 대상으로 에세이 시험을 실시한다. 건국대는 KU국제화전형을 통해 영어영문학과 영어교육과는 영어, 중어중문학과 국제학부는 중국어, 일어교육과는 일본어의 일정수준 공인어학성적을 가진 학생을 대상으로 국문 논술을 실시한다.
어학관련 특기자전형 외에 수학/과학 특기자전형까지 운영하는 학교는 고려대 서강대 연세대 중앙대 등이다. 4개 학교 가운데 연세대는 특기자전형을 늘려 오히려 간소화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국제계열 특기자전형은 지난 2014학년 313명에서 올해 394명으로 83명이 늘었다. 박승한 전 연세대 입학처장은 “특목고 출신이 지원하는 국제계열의 정원을 늘렸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계열을 제외하고도 인문학인재계열 102명, 사회과학인재계열 118명, 과학공학인재계열 240명, 예능계열 26명, 체능계열 47명 등이 특기자전형 정원이다. 특기자전형 선발인원만 968명인 셈. 정원내 모집인원 2386명의 40.57%에 해당하는 수치로 서울시 상위권 학교 가운데 특기자전형 비중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상 인문/자연/예체능으로 나뉘는 계열을 국제/인문학/사회과학/과학공학/예체능으로 세분화한 점이 특징이다. 이 가운데 국제계열은 전형이 영어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다른 특기자전형과 차원을 달리한다. 해외고 출신113명을 선발하고 나머지 281명을 국내고 출신으로 선발하지만 자소서가 영문인데다 면접고사에서도 영어면접을 실시하는 만큼 진입장벽이 일반고 학생들에게는 높은 전형으로 손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