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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인의 방 [蒜艾齋 산애재] 원문보기 글쓴이: 松葉
▲시집 [☆편자의 시간☆]의 앞표지(좌)와 뒤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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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자의 시간]
임동윤 시집 / 시와소금 대표시인선 003 / 나무아래서(2013.09.15) / 값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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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자의 시간
임동윤
사내의 팔뚝에 물결치는 것은 구릿빛이다
불편한 길은 쉽게 평정해야한다는 듯
사내의 구릿빛 팔뚝이 바람을 가른다
쇠망치가 허공을 후려칠 때마다
갈기를 늘어뜨린 말들이 화들짝, 깨어난다
금세 신발을 갈아 신고 달려 나갈 듯
이마에 돋는 땀방울이 차갑게 화덕을 달군다
거칠게 달려온 갈기를, 발톱 아픈 날들을
구부리고 두드렸다가 다시 펴는 망치질
저 사내의 동작은 한 치의 오차도 없다
어쩌면 빠른 속도가 스스로에게 필요한 듯
발 아픈 말들이 씽씽 달릴 수 있게
힝힝대던 무쇠를 얌전한 수제화로 다듬고 있다
징이 없어서 자주 떨어져나갔던 발굽들
그래, 달리지 못한 세월은 얼마나 많았던가
잘 부리려면 제대로 손을 봐야하는 법
울퉁불퉁한 길도 잘 달릴 수 있게, 편자는
말의 신발, 불편한 구두의 말들에게
편자를 대주는 일은 길을 잘 닦는 일이다
검게 그을린 땀범벅의 근육이
불꽃 너울대는 화덕에 시우쇠를 녹이면
망치질 손등마다 시퍼런 힘줄이 불끈 솟는다
발굽의 두께를 다스리기 위해
몇 번이고 두드리고 다시 펴는 시간
땀인지 눈물인지 분간할 수 없는
달아오른 열기가 여름 장제소를 달구고 있다
*편자 : 험하고 울퉁불퉁한 노면으로부터 말발굽을 보호하기 위해 덧대는 U자형의 쇳조각.
아주 가벼운 노래
임동윤
그대에게로 가서 바람이 된다면
한 사나흘 놀다가는 사내가 된다면
내 속은 온통 텅 빈 나이테
눈보라 치면 그저 묵묵히 받아줄 뿐
탱자나무 가시에 눈이 찔려도
그대 가꾸는 집은 흔들림이 없네
차라리 확, 터뜨려버릴 까
고뇌의 끝자락을 잡아당겨, 훌훌훌……
나를 비워야 갈 수 있다면
눈 맑은 물 한 방울, 거기
한 사나흘 놀다가는 바람이 된다면
명중하는 것들은 슬프다
임동윤
달이 뜨기 전 저수지는 고요하다
빗방울이거나 바람이 와서
겨드랑이를 간질이지 않으면
그의 얼굴은 잔잔하다
자정 무렵, 거기 가보면 안다
버드나무 그늘은 아무런 미동도 없는데
어디선가 풍덩, 수면이
흔들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은, 어떤 사내가
변두리에서 중앙을 향해 훌쩍
아주 가볍게 몸을 날린 탓이다
그러나 그 뿐, 다시 중심은 고요해진다
오직 몸을 던진 사내만이 흔들리는 것은
그가 바깥에서만 머문 탓이다
아무도 그의 최후를 슬퍼하지 않는다
오직 수면이 흔들리는 것은
문상 와 울어주는 피라미가 있기 때문이다
빗방울이 수면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물결무늬 과녁은 쉽게 지워지지만
사내가 그린 풍경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때밀이의 시간
임동윤
온천장 때밀이 사내의 팔뚝은 배암이다
목표물을 향해 곧게 머리를 쳐들고 질주하듯
능구렁이 한 마리 꿈틀거린다
이태리타월이 제 길을 찾아 갈 때마다
구릿빛 근육에선 물안개가 스멀스멀 일어선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서비스는
시원함과, 혹은 상쾌함을 안겨주는 일
오직 이 일만을 위해 태어난 듯 뻘뻘 땀을 흘린다
땀방울과 숨결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얼굴이
수증기 뒤에 숨어있다는 것을 감지하고나 있을까,
한 계절을 잘못 건너와 스스로 몸을 낮춘 그는
일당제 스피아, 이 바닥에선 때밀이 알바
언제나 팬티, 혹은 반바지 차림으로 땀을 흘린다
허리와 어깨, 머리에 수건을 두르는 것은
뚝뚝 떨어지는 땀을 남몰래 훔쳐야하기 때문,
때밀이는 앞과 뒤를 미는 힘의 강도가 다르다
가슴팍은 살살 밀고 등짝은 빡빡 문질러야 한다
한때는, 때밀이에게 몸을 맡겼던 사내
바다 한 가운데서 난파선을 타고 난 후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스스로를 닦아내는 중이다
살갗이 퉁퉁 불은 욕탕 구석에서 이태 째
세상 먼지를 지우개로 밀 듯 싹싹 미는 사내
가장 어둡지만 가장 성스러운 일인 것을 안다
어떤 방법으로 생을 밀것인가 골몰하면서
그림자놀이
임동윤
목마른 바람으로 저녁은 늘 흔들린다
하늘 흐르다가 허공으로 곤두박이는 새들
젖은 날개의 사람들이 골목으로 들어선다
어둡고도 처연한, 도무지 선명하지 않은
그림자들이 돌아오는 담벼락은 뒤숭숭하다
흩어지는 꽃잎들, 펄펄 날리는 전신주의 전단지들
대문간은 어둠으로 가득 찬다
흐느적거리는 발걸음들이 현관에 쓰러진다
아침에 본 그 얼굴이 아니다, 잔주름이다
외등 언저리는 적막이 똬리를 틀었다
가슴에 품은 꽃들이 밤이면 소멸하고
아침이면 다시 이슬에 젖는 골목
사랑한다는 말조차 거품으로 떠돌아야 한다
그리워하는 일조차 호사임을 깨닫는다
그래서 그리워하지 않기로 했다
저녁이 되어 어둡게 돌아오는 골목
보아라, 벽에 비치는 얼굴들을
선명하게 관통당하는 시간의 잔해들을
떠돌다 죽은 어둠이 골목에 즐비하다.
소광리에서
임동윤
겨울하늘 멱살이 붙잡혔다
침엽의 손 시퍼렇게 펼쳐든 무사들
간밤의 눈을 떡시루처럼 받쳐 들었다
몸은,
갑옷으로 붉게 무장을 했다
거친 눈보라에도
위풍당당한 저 직립을 보라
오금이 저려온다
오래 구부러진 길
구겨진 몸이 부끄럽다
마음을 내려놓는다
위선과 과체중의 몸이
저 꼬장꼬장한 물살에 씻기면서
아득히 허공에 내걸린다
*소광리: 울진군 서면의 금강소나무가 서식하는 지역
바람유적지
임동윤
텅 빈 외양간으로 바람만 드나든다
햇살 속을 팔팔 날아다니는 먼지들
낮게 떠돌다가 여물통에 내려앉는다
누구든 출입을 허락한다는 듯
화들짝, 열려있는 문
주인 잃은 코뚜레와
워낭이 문설주에 걸려 있다
입술과 혀, 잇몸과 코
발굽과 발굽 사이 물집 잡혔던 구제역
그날, 산채로 트럭에 실려갔던
부사리의 울음이 그림자로 남아있다
먹이 하나 없이 먼지만 자욱한 구유 속
핏자국과 짓뭉개진 배설물이
지리부도에도 없는 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아득히 울음소리만 떠도는 외양간
반쯤 기운 출입문과 부러진 말뚝 사이
연둣빛 봄볕이 바람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자주 펄럭이는 천막 틈새로
초록 산이 내려와 채양을 만들면
봄볕에 젖은 날개를 터는 새들
텅 빈 외양간을 바람소리로 채우고 있다
어디선가 달려오는 소 울음 소이
손에 닿기만 해도 꽃이 필 것만 같은
외양간을 봄 햇살이 가득 채우고 있다
눈 오시는 날.2
임동윤
마른 숲의 이마까지 다 환하다, 일기예보는 종일 폭설
자작과 박달나무 사이를 넘나드는 눈발 속에는
바람도 새소리도 아닌 것이 흥건히 고여 있다
이 겨울 내내 삭지 않는 은빛물결이 찰찰 넘쳐난다
홍시를 먹는 날은 까치밥을 생각할 것이다
처마를 덮는 눈보라, 춥고 어두운 저녁까지
나는 굴뚝 언저리를 맴도는 꽁지 까만 새를 볼 것이다
그 겨울 아침 눈을 떴을 때부터 폭설은 내렸었다
흰 물살이 바람의 속도로 천지간을 휘젓고 다녔는데
그것은, 모든 길을 지우는 일이었다
눈발과 바람이 만나는 마을은 경계 바깥의 일이었다
그때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참나무장작으로 도토리묵 가마솥에 불을 지피는 일
혹은, 싸리나무를 휘어서 새잡이 틀을 만드는 일
그리곤, 새털에 조 이삭을 매달고 참새를 부르는 일
나는 덫을 놓는 일을 공부보다 먼저 연마하였다
그때부터 삶과 죽음은 한 몸이었다
계사년, 지평선을 지우며 눈보라가 친다
저것 봐, 흰 물살이 모든 풍경을 먹어치우는 것을
침엽수림은 꼿꼿이 일어서려하고
바람이 그의 정수리를 누르며 감언이설로
허리를 옭아매는 것을
잘 휘어지며 눈덩이를 털어내는 물푸레나무가
저 청솔의 꼿꼿함을 이긴다는 지혜를 새삼 배운다
그런데도 왜 눈물이 나고 헉헉 가슴이 막히는지
세우는 길과 지우는 길 중에서
어느 쪽으로 내 몸이 기우는지 분간할 수가 없다
다만 눈보라 속으로 사라지는 새와, 그 파닥임
그리고 절해고도라는 생각만 깨알같이 눈뜰 뿐
숲과 계곡은 여전히 환하다 종일 눈보라가 친다
가벼운 것이 그리운 저녁
임동윤
눈 내린 고향집 마당에서
참새 떼가 푸른 아침을 물고 한참을 놀다갔다
눈향나무에 이는 은물결 찰랑이는 햇살을
맘껏 주어먹다가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에
수없이 많은 발자국을 찍어주고 갔다
혹한과 바람 속을 견뎌온 저 말간 발들
수십 번 오갔을 텐데
눈밭은 오히려 솜사탕처럼 부풀어있었다
막 문을 여는 꽃봉오리처럼, 그것은
어느 것 하나 다치지 않게
제 몸의 무게를 줄인 탓이다
저 희고 순결한 눈밭에 검푸른 점 하나
남기지 않으려고
적게 먹고 날개의 부력을 한껏 높인 탓이다
어쩌면 새는, 누군가를 짓뭉개는 일을 몰랐을 것이다
아니, 알고도 버렸을 것이다
저마다 자리를 독점하기 위해
눈 붉히며 몸집을 불리는 그대들과는
애초부터 생각이 달랐을 것이다
어깨마다 걸린 무거운 짐이
저 순결한 눈밭에 검고 깊은 자국을 남긴다는 것을
새들은 생각조차 하기 싫었던 것이다
바람의 길을 허허롭게 가는 가랑잎처럼
쌓인 눈덩이를 몸 흔들어
스스로 무게를 줄이는 소나무처럼
눈 내린 고향집 마당 한가운데 서서
검게 찍힌 내 몸무게를 어떻게 할까
고민, 고민하다 왔다
그 겨울 삽화
임동윤
앙상한 소들의 울음이 일어섰다
새벽을 뚫고 들려오는 메마른 울음소리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소들의
몸 밖으로 내어보내는 신음이
그의 몸에서 되새김질하고 있었다
칼날 같은 외침은 배가 고파요, 그 한 마디였다
지금은 FTA문제가 아니다
한 때는 좁게만 보였던 외양간이 텅텅 비었다
종일 바람만 드나든다
거품 불고 나자빠지는 소들을 땅에 묻는 일뿐
주인에게 소의 존재는 무엇이었을까
목숨 혹은, 돈을 위한 수단은 아니었는지
철퍼덕 또 한 마리가 땅에 눕는다, 차갑게
왕방울 눈에 고이는 눈물은 얼마나 짭짤할까
눈도 내리지 않는 마른 겨울
익명의 바람이 펄럭펄럭 지나간다
새
임동윤
내 머문 높이에서
바람 한 점 없이 돌아가야 한다
푸른 날개 파닥였던 때
나무들은 흔들렸고
거기, 안주했던 날들이
환한 저녁으로 저물고 있다
붉게 물든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
날개까지 캄캄하게 물든다면
이제는 푸른 것들을 놓아야할 때
서로가 서로를 보지 못한다면
다만, 더욱 멀게
그리운 별처럼 보아야 한다면
환한 풀밭
임동윤
눕기 위해 사는 것처럼 보이는 무리도 있다
이곳에서,
키 큰 자들의 그늘을 마다하지 않고
구둣발에 정수리를 밟히는
딱딱한 콘크리트바닥의 눈곱만한 틈을 찾아서
머리를 드는, 쓰러지면서도 쓰러지지 않는
여리면서도 강한 허리를 본 적이 있다
어쩌다 머리를 들면,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다
가끔 구름을 물고 산책하는
어미와 새끼 새들의 활공도 보인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시퍼런 눈들이 번뜩이기 마련
메꽃이 조팝나무 목을 친친 감고 오르기 마련
환삼덩굴이 강아지풀과 애기똥풀을 야금야금
먹어치우고
쇠뜨기풀이 토끼풀과 민들레를 슬슬 밀어내다가
먹어치우기 마련
기민한 종족들만 중심을 차지하기 마련
키 크고 힘이 좋은 종족만 일가를 이루고
햇빛을 차지하기 마련
바람이라도 불면, 나는
넙치처럼 재빨리 땅에 몸을 붙이고 숨을 죽였다
내 몸집은 비교할 수 없이 작아서
들키는 족족마다 주검과 연결되었다
개미들은 무리지어 치열하게 움직였고
몸집이 왜소한 것들은 이리저리 치이다 시들해졌다
마음이 여린 것들은 중간에 낀 채
어쩔 줄 몰라서 눈치만 늘어났다
이곳은, 생존법칙
풀밭은 학교며 풀은 수능생이다
서로를 밟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이를 악 문 채, 나는
오늘도 누군가를 타고 기어오르고 있다
초옥 가는 길 - 노도에서 띠우는 편지 1
임동윤
뗏목돛배는 떠나고
노을과 물보라가 섬을 지우면서
칼에 찔린 것처럼 통증이 인다
선천에서 돌아온 날이 바로 엊그제인데
내 오늘 머리 허연 죄수가 되어
또 피눈물의 앵강을 건너왔구나
노모老母와 오래 살기를 원했는데
이젠 어느 시절 돌아가 함께 할거나
입은 있으나 입이 없는 것처럼
대숲 흔들리는 길을 휘청휘청 올라간다
쑥부쟁이 구절초 환삼덩굴이 줄지어 서서
남루한 행색을 받아주지만
이젠 숨을 곳조차 없는 낭떠러지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벼랑 끝이다
견뎌야 한다,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눈 감지 마라, 사방이 탱자나무가시다
침묵의 하루하루가 입 벌리고 기다리는
초옥草屋 가는 길, 자벌레 같이
꿈틀꿈틀 기어가는 이 목마름
비린 바람만 사방에서 불어온다
뱃멀미에 납작해진 나는 벌써
탱자나무가시에 몸이 찔려서
울컥, 마른 통증을 다시 앓는다
우물을 파며 - 노도에서 띠우는 편지 8
임동윤
멀고 깊은 우물 하나 판다
길이 있는데도 보이지 않는 바닥
부러진 풍경은 어둡기만 하다
허공이 어둠의 멱살을 잡고 사라진다
내가 캐내는 바다는 어제보다 물결이 드높다
동박새 울음이 떼거지로 몰려와ㅓ
후박나무 가지에 달라붙는 저녁
붉은 그늘이 와서 몸을 밀어놓고 있다
여전히 내가 찾는 그대는 멀고
아득하다, 성큼 바람에 지워져 있다
아침에 본날개는 서쪽 등성이에 걸려 있다
퍼낸 흙덩이만 내 몸에 버려져있다
희고 단단한 물길은 멀고
해풍에 그을린 탱자나무가 몸을 흔든다
가시에 자주 눈이 찔린다
녹슨 삽을 씻으며
소금기 없는 가슴을 열어놓는다
잠시 후면 어두워지고
희미한 별들도 총총 일어설 것이다
제발, 피 흘리지 않도록!
굴피
임동윤
저것은 당신이 흘린 피
물 한 모금 찾아 바닥을 가는
목마름과 비바람을 몸으로 견디는
가장 깊은 곳 알록달록 문신을 새기는
당신 오래된 종아리의 문신 같은
우리들이 빨아먹은 피 같은
눈 밑에 퍼렇게 새긴 잔물결 같은
점점 더 물드는 나뭇잎으로
검버섯 허공에 피운 뜬구름으로
마치 우리가 씹다버린 껍질 같은
저것은 당신의 마지막 피
*굴피 : 참나무의 두꺼운 껍질
공휴일
임동윤
오장육부를 드러낸 뜨거운 것이 내 안에 산다
붙들려서 자주 흔들리는 끈끈한 아교질
그때마다 그늘은 슬그머니 비집고 든다
저 빛살에 밀려나는 어쩌지 못하는 물결무늬
지울 수 없는 목소리와 불분명한 얼굴들이다
마침내 그림자로 가득 하는 나날
허공이 철새들을 날리고 골목엔 처연한 달빛
달맞이꽃도 황망히 봉오리를 접는다
기억할 수 없는 이름들이
부를 수 없는 이름들이 아득히
거미줄에 하루살이로 까맣게 앉아 있다
흔들리는 그림자, 오랜 꽃씨들은 발아하지 않는다
눈이 맑아진 것이다
문득 그리워지는 일이 사랑하는 일임을 깨닫는다
종일 그늘에 갇혀 울 때
빛은 눕고 그림자는 일어서고
허공을 다스려온 바람이 빈 마당을 휩쓸고 간다
축령산 편백나무 아래서
임동윤
이곳에서는 누구라도 불러보고 싶다
개망초, 하늘말라리, 애기똥풀, 이질풀……
기억나는 이름들을 호명하다가
피톤치드향이 산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편백나무 숲에 슬쩍 든다
매미 울음이 숲을 달구기 전
편백과 삼나무 숲길을 소요하는 일이란
오랜 기다림 끝의 일출을 만나는 기적이고
땡볕에 드러난 이마위로 땀방울이 맺히지만
여기서는 걷는 일 외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다
문득, 쇠박새 울음소리를 들은 듯하다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저 풀잎 같은 소리
때때로 여울물소리로,
마른 풀잎 적시고 가는 몇 가닥 빗소리로
바람결에 살강살강 내 귀가 열리고 있었다
젖은 동굴의 시간과 안개가 걷히고
비늘잎 사이 쏟아지는 하늘만 투명하였다
나를 휩싸고 돌던 어둠이 사라지고
모든 나무들이 훅훅 뿜어내는 푸른 산소들
머리부터 발끝까지 맑은 물이 돌고 있었다
풍덩, 푸른 물속으로 빠져드는 몸
어디선가 매미울음이 바람결을 가르고
해의 전신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저 장대한 숲은 무척 생각이 깊어 보였다
그 그늘에 안겨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들
아낌없이 숲에 몸을 맡기고
저마다 조용히 사는 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마른 풍경의 시간
임동윤
버려진 풍경들은 죄다 마른 먼지로 떠도는법이다
혹은, 타의에 의해 제 무게를 내려놓는 중이다
눈여겨본다는 것은 서로를 사랑하는 일,
할머니 옛집에서 그것들과 만나는 일은 슬프다
푸른 심줄을 길어 올리던 우물이 밑바닥을 드러냈다
재개발로 수맥이 끊겼다고 환경단체에서 말한다
그것보다 환삼덩굴에 몸을 맡긴 탓이라고 나는 믿는다
시간을 놓친 두레박줄은
이제 바닥으로 내려가지 못한다
머리통에 마른 먼지만 뽀얗게 뒤집어쓰고 있다
그나마, 물소리를 먹고 자란 앵두나무만 빨갛다
빨간 그늘 속으로 참새 몇 마리 앉았다 가면 저녁
새의 날갯죽지에도 둥글게 빨간 물이 든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우물은 탁탁 밑바닥이 보인다
아, 하고 소리쳐 불러도 메아리만 텅텅 돌아올 뿐
무당거미와 모기떼가 주민등록을 옮긴 벽 사이로
황갈색 나뭇잎들만 바람에 실려와 살판이 났다
한때는 찰랑찰랑 만수위를 이루었던 어머니 젖가슴
밤이면 보름달이 별들을 불러와 몸을 씻곤 했다
구름 한 점 내려와 머물지 못하는 곳으로
어쩌다 별들이 내려와 몸 씻으려 해도
덩굴에 친친 감겨 언저리만 빙빙 맴돌다 간다
모든 풍경을 마른 먼지로 만드는 종족들은
오늘도 찰랑찰랑 물소리를 내려놓고 있는 중이다.
경계의 바깥
임동윤
홍연어가 뛰어오르는 폭포 밑
불곰 몇 마리 물보라를 맞고 있다
그 큰 몸이 일순 정지된 듯
부글거리는 거품 속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강으로 돌아가기 위해
훌쩍훌쩍 벼랑을 뛰어오르는 연어들
연신 폭포 위로 몸을 날리고 있다
가파른 벽을 넘어야만 갈 수 있는 길
저들이 몸을 날리면 불곰에겐 찬스!
그 짧은 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커다란 손이 날렵하게 허공을 가른다
이윽고, 파르르 떨리는 꼬리지느러미
죽는 일은 늘 경계의 바깥이다
그래서 저들은 두렵지만 두렵지 않다
소용돌이치는 거품 속에서
먹고, 먹히고, 벗어나는 순명의 길
경계의 바깥은 서로 낯설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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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작고 연약한 것들의 생각으로
짧은 하루가 또 저물고 있다
불러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손들이
구부러진 길 저쪽으로 사라지고 없다
거기서 바람이 분다, 아니
바람은 언제나 내 안에서 불어오곤 한다
흔들릴 때마다
바닥까지 휘어지는 이 부대낌
부끄럽다, 도무지 기억에 없다
햇살이 바람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누가 저 어둠을 벗기겠는가
또 하루를 보낸다
내 안의 저녁은 뜬눈이지만
잠든 새의 고요로 늘 열려 있다
=============== == = == ===============
임동윤 詩集 [편자의 시간]
[시인의 에스프리] -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것들을 위하여
임 동 윤
1.
내 시를 관류하는 것은 작고 여린 것들이다. 변두리로 밀려난 그들에겐 힘도 배경도 없다. 그래서 그들의 삶은 늘 겨울이다. 오래 낡아서 자주 고장이 나다 끝내는 운행할 수 없는 폐차처럼 우리의 몸도 그렇게 마멸되어 간다. 무게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해 흔들리거나 어둠 한 가운데서 길을 잃고 방황하기도 한다.
날마다 몸에서 비듬처럼 떨어지거나 빠져나가는 것들, 하루가 다르게 혼미해지는 기억들, 등불조차 밝힐 수 없는 희망들, 그 위에 절망처럼 붐비는 시간의 그림자를 본다. 저 작고 연약한 것들의 가녀린 떨림을 본다. 찢겨진 날개, 뽀얗게 쌓이는 먼지의 세월, 켤 수 없는 전조등, 녹슨 철판 위에 붐비는 부식의 시간, 우회전 좌회전이 제멋대로다.
이런 것들이 늘 만나는 우리의 따뜻한 삶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소멸을 향해 달려간다. 그 와중에서 만나는 시간은 인내와 기다림의 한 과정으로 다가온다. 저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거역할 수가 없다.
2.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많다. 너무 작아서, 혹은 정말 미약해서, 그리고 현란하지 않아서 눈 여겨 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는다. 이런 것을 만나기 위해서 훌쩍 도시를 떠나본다.
복잡하고 바쁜 서울을 떠나 풋풋한 흙냄새에 흠뻑 취하다보면 그냥 거기 퍼질러 앉아 살고 싶은 때가 많다. 그 밤에는 어김없이 내 머리 위로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폭죽처럼 쏟아져 내렸다.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싼 산 너머로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다운 빛깔의 별들이 빛을 뿜으며 긴 꼬리를 지평선으로 아니, 내 정수리로 뚝뚝 떨어져 내리곤 했다.
시골 밤하늘은 별들의 잔치였다. 그때 나는 크고 작은 별들이 저마다의 빛깔과 밝기대로 어둠을 밝히며 반짝이는 것을 오래도록 지켜보았다. 그리곤 그 별들마다 꽃 이름을 하나씩 붙이는 작업에 몰두했다. 저 별은 안개꽃, 이 별은 함박꽃, 그리곤 또 등꽃, 해바라기, 망초꽃, 구절초, 접시꽃, 장미꽃으로 명명한다.
그러면서 문득 깨닫는다. 유난히 빛을 뿜는 별이 있는가 하면 그 빛에 주눅이 들어서 제 빛을 온전히 밝히지 못하는 것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았다. 유난히 빛을 뿜는 저 별보다 묵묵히 그 배경이 되어주는 별들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나는 조금씩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렇다. 희뿌옇게 배경이 되어주는 수많은 별들 때문에 저 유난히 빛나는 별이 존재한다고 생각되었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나는 또 다른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 세상에는 제 뜻을 기대 이상으로 펼치며 과분한 삶을 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제 뜻을 온전히 펴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다는 것을, 들어내는 것보다 묵묵히 그 배경이 되어주는 사람들, 아름답게 사는 길은 남 보기엔 무척 쓸쓸해 보이지만 실은 보이는 듯 보이지 않게 사는 것이라는 사실 앞에서 그 밤 내내 잠들지 못하였다.
저 별이 더욱 빛나는 것은 그 배경을 작고 보잘 것 없는 별들이 뒤를 받쳐주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도 밤하늘과 다름이 없으리라. 이름 없는 다수의 사람들이 자기 위치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을 묵묵히 감당하기에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거친 비바람에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팽팽하게 유지되는 것이리라.
그날부터 나는 저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에게, 너무 작아서 힘이 없고 또 힘이 없어 자꾸만 뒤로 밀려나는 것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주고 싶어졌다. 이 밤에도 힘 있는 사람들의 그 배경이 되어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 겉보기에 그들은 작을지라도 결코 작은 것이 아니리라.
3.
틈만 나면 나는 시골길을 달린다. 그래서 내 마음은 늘 고향에 가 있다. 어머니 품 속 같은 고향으로 가는 길은 시방도 열려 있다. 언젠가 오촌 당숙의 장례식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산 첩첩 돌아드는 가파른 길에서 나는 새삼 고향의 따뜻함을 느낀 것이다. 마른 풀 한 포기, 절벽 위에 뿌리 내리고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소나무들, 꽝꽝 얼어붙은 개울물, 앙상하게 잎 떨구고 흰 뼈로 서 있는 떡갈나무들…… 보잘 것 없는 모습들을 보면서, 거기서 나는 내 유년의 기억을 되살렸던 것이다.
시골에 고향을 두고 있음은 그 자체가 행복이다. 오늘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포용력이 없다. 자연을 모르고 오직 도시의 바쁜 시간 속을 달려왔기 때문이다.
고향이 없는 삶은 무언가 허전한 느낌을 준다. 그만큼 자연은 마음의 평화와 넉넉함을 준다. 바람과 물과 숲에서 꿈을 키울 수 있고 모든 생명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인내하는 법을 배우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고향 찾기의 노역은 죽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것은 체질이며 호흡이며 끝내 놓을 수 없는 따뜻한 꿈이기 때문이다.
4.
섬은 내게 그리움의 대상이다. 밀물 드는 포구의 저녁은 아름답다 못해 눈물겹다. 아침에 떠난 어부들이 고단한 어로를 마치고 돌아오는 경건한 시간. 만선의 꿈은 아직 안개 속에 가려있어도 그 바다를 밑천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늘 풍요롭다. 그 만큼 바다는 풍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바다는 오늘도 살아서 꿈틀거린다. 산 같은 해일로 집들을 허물고 죽음보다 깊은 굴형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섬은 늘 뭍으로의 침범을 노린다. 뭍에서 멀리 떠나 있기에 그만큼 그리움을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섬이 되고 싶다. 섬처럼 고립되고 싶은 욕망이 오늘도 꿈틀거림은 어쩌면 내게 악마적인 요소가 남아서 일까. 나는 밤마다 꿈꾼다. 집어등 오래 불 켜고 등 푸른 생선들을 낚아 올리는 어부의 꿈을. 밤바다 어디에도 정박하지 못하고 밤새 뜬눈으로 자맥질하는 저 괭이갈매기처럼.
5.
겨울 숲에 들면 이웃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잎 떨군 떡갈나무들이 서로 등 기대고 서 있는 것을 본다.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눈보라에 맨몸으로 당당히 맞서는 것을 본다. 그것은 꿈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침묵 속에 언 땅 잔뿌리가 길어 올리는 물소리를 듣는다. 혼곤한 잠 속에서도 기억하는 봄날 아침의 눈 시린 예감이 있다.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엔 넉넉함이 있다. 마른 가지들이 흰 깁에 싸여 눈 뜨는 소리로 가득하다. 이렇듯 삶과 죽음은 백지 한 장 차이인가. 동전의 앞뒤와 같은 것일까. 나무와 내가 등 기대면 내 몸에서는 알 수 없는 피가 돌고 아직은 허술한 간격 사이에 둥글게 눈 녹는 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6.
시가 일상 언어관습에는 없는 새로운 언어형식을 만드는 일이라면 그것은 이 세상의 언어관습에는 없는 새로운 언어관습이기 때문이다. 많이 경험해온 소재나 이야기라도 세상에 나와서 처음 보고 경험하는 느낌을 갖게 만들어야만 한다. 시를 창작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 세상에 없는 언어 관습, 처음 보는 언어 형식을 만들어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의 형식을 답습한다면 거기에 ‘창작’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주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시는 일상 언어와는 달리 완성된 형태의 문장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참여할 수 있는 여백과 공간을 만들어 불완전하게 끝낸다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즉 반제품으로 독자에게 내놓는 것이 현명하다.
그래서 시의 효과를 위해서 어떤 이미지를 끌어오며 어떤 텍스트 끌어다 쓸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어떤 사물에 관한 얘기를 쓸 때, 그 사물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그 사물에 연관된 것을 동원하여 그 사물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효과적이다. 즉, 소에 관한 얘기를 쓸 때에도 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소의 코뚜레나 소의 멍에 또는 그 밖의 요소에 대해서 써야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 편의 시에서 묘사와 진술이 시를 구성하는 요소라고 볼 때, 그 구성하는 방식, 혹은 시의 언술 형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 늘 곤혹스럽다. 그러면서 그 속에 시적 화자의 말, 비유, 리듬, 어조 등의 모든 시적 언술들이 구사해야 한다는 데 시 쓰기의 어려움이 있다.
남들이 가져오지 않는 소재를 찾아 써야하며, 항상 내가 쓰고자 하는 것들의 반대되는 개념까지 염두에 두고 창작을 하려고 한다. 한 가지 주제를 접할 때도 되도록 반대개념을 찾아 쓰도록 노력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 그만큼 시는 무한공간인 동시에 무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말이 되지 않는 것을 말이 되게 할까. 과학적 개념과 논리적 개념 사이를 늘 허우적거린다. 시는 두 개의 존재를 하나로 만드는 힘을 가진다. 그래서 시는 기발함이 있어야 하고, 철학이 있어야 하고, 문장과 문장 사이의 고도로 정제된 결합이 있어야만 한다. 내가 하고픈 이야기도 짐짓 이미지를 차용해서 써야한다는 것, 거기 시 쓰기의 어려움이 있다.
7.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 연약하여 늘 짓눌려 사는 것들, 이들을 향한 나의 그리움, 또 이들을 향한 나의 눈여겨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시에게 말한다. 더욱 눈을 크게 뜨고 말갛게 얼굴을 씻어달라고. 그리하여 또 하나의 세계, 또 하나의 새로운 길로 나를 이끌어 달라고. 변두리에 존재하는 것들의 궤적을 따라가는 일이 무척 힘에 부치고 더욱 장맛비에 젖는 일이라 해도, 그것으로 또 하나의 나를 세우는 일이라면 나는 마다하지 않으리라. 그것들이 숙명처럼 나를 깨울 것이고, 그 길이 저 어둔 숲을 지나 광활한 벌판으로 달려 나가는 <편자의 시간>이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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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사의 글 ◆
내 시를 관류하는 것은 작고 여린 것들이다. 변두리로 밀려난 그들에겐 힘도 배경도 없다. 그래서 그들의 삶은 늘 겨울이다. 오래 낡아서 자주 고장이 나다 끝내는 운행할 수 없는 폐차처럼 우리의 몸도 그렇게 마멸되어 간다. 무게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해 흔들리거나 어둠 한 가운데서 길을 잃고 방황하기도 한다.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 연약하여 늘 짓눌려 사는 것들, 이들을 향한 나의 그리움, 또 이들을 향한 나의 눈여겨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시에게 말한다. 더욱 눈을 크게 뜨고 말갛게 얼굴을 씻어달라고. 그리하여 또 하나의 세계, 또 하나의 새로운 길로 나를 이끌어 달라고. 변두리에 존재하는 것들의 궤적을 따라가는 일이 무척 힘에 부치고 더욱 장맛비에 젖는 일이라 해도, 그것으로 또 하나의 나를 세우는 일이라면 나는 마다하지 않겠다.
이제 그것들이 나를 깨울 것이고, 그 길이 저 어둔 숲을 지나 광활한 벌판으로 나를 내모는 <편자의 시간>이라면 -
― 임동윤,「시인의 에스프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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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윤 시인∥
• 경북 울진 출생으로 청년기는 물론 오랜 날들을 춘천에서 보냈다. 1968년 강원일보신춘문예, 1992년 문화일보와 경인일보 시조 당선 및 한국일보 시 당선을 거치면서 뒤늦게 왕성한 창작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 2000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특별창작지원금을 필두로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지원금 2회, 경기문화재단 지원금을 4회 수혜 받았다. 시집으로 <연어의 말> <나무아래서> <함박나무가지에 걸린 봄날> <아가리> <따뜻한 바깥> 등이 있다. 수주문학상과 김만중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계간《시와 소금》발행인 겸 편집주간으로 있다.
• 일곱 번째 시집인 <편자의 시간>에서 시인은 주변부에 머무르는 것들과의 소통을 간절히 소망한다. 그들은 모두 멀고 아득한 대상이다. 그들에 대한 관심을 통해 시인은 세상에 존재하는 작고 여린 것들의 가치를 한껏 고양해준다. 그 관심이 한낱 부질없는 것이라 해도 바깥에 머무르는 것들에 대한 시인의 사랑은 여전히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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