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4월의 형법 개정에서 기존의 8장 161조를 9장 303조로 대폭 늘렸다. 경제관련 범죄행위 처벌 조항과 체제 수호를 위한 처벌 조항이 대폭 늘어났다.
◆ 반국가범죄 및 체제유지 관련 처벌 대폭 강화
남한에서 국가보안법 폐지가 추진되는 와중에 그에 상응하는 북한 형법의 반국가 및 반민족범죄 규정 등 체제 수호를 위한 조항이 강화·신설됐다.
우선 국가전복 음모죄의 경우 기존에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이었으나 이번에는 상한선을 아예 없앴다. 반국가사범에 대한 처벌 의지를 강력히 밝힌 것이다.
남한의 국보법 제7조(찬양·고무)에 상응하는 반국가 선전·선동죄의 경우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으로 과거와 변함이 없으나 ‘사회주의 문화를 침해한 범죄’ 조항을 신설, 반국가목적이 없이도 공화국을 반대하는 방송을 들었거나 유인물 등을 수집, 보관했다면 2년 이상 노동단련형에 처하도록 했다.
북한은 또 개정 형법에서 죄형법정주의를 강화했지만 민족반역죄 조항은 유지했다. 67조는 “조선민족으로서 제국주의 지배 밑에서 우리 인민의 민족 해방운동과 조국의 통일독립을 위한 혁명투쟁을 탄압, 박해했거나 제국주의자들에게 조선민족의 이익을 팔아먹은 것과 같은 민족 반역행위를 한 자는 최고 사형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 경제개방 대비 제도정비
외국과의 무역 확대에 따라 외화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99조 ‘화폐위조죄’는 형량이 종전의 7년에서 10년으로 무거워졌고, 106조 외화관리질서 위반죄가 신설됐다. 108조에서는 탈세죄가 신설, 북한에 입주한 외국투자기업과 외국인이 고의적으로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거나 적게 납부한 경우 3년이하 노동교화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이나 기업 단위의 상행위에 대한 규제도 강화됐다. 110조는 개인이나 기관·기업소의 책임자가 상행위를 해 막대한 이익을 얻은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북한에 개념이 없던 상표권 개념도 새로 생겼다. 113조와 114조는 불법적으로 상표를 만들었거나 매매하는 경우, 상표가 없는 상품을 판매, 수출입한 경우에는 역시 2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할 수 있겠금 규정을 만들었다.
확대되고 있는 대외무역 질서를 규제하는 조항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124조와 125조는 무역을 비롯해 다른 나라와의 경제계약을 잘못 맺었거나 대외경제활동을 무책임하게 해 국가에 대량의 손실을 입히거나, 불법적으로 외화벌이를 한 경우 2년이하의 노동형에 처하게 했다.
주목되는 것은 개혁·개방의 결과 생겨난 퇴폐문화 등 사회이완 현상을 통제하려는 조항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193조와 194조는 ‘퇴폐적이고 색정적이며 추잡한 내용을 반영한 음악과 CD-ROM 등을 허가없이 수입하거나 유포한 경우, 또한 이를 여러번 보았거나 들은 자도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 일부조항은 처벌 완화 혹은 현행 유지
일단 탈북자의 처벌 수준이 약간 완화됐다. 형량을 줄이고, 탈북자의 범위도 과거에는 북한을 탈출하는 것으로 제한했던 데 비해, 탈출했다가 돌아오는 경우까지 포함한 것이다.
종전 형법에서는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는 자는 3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한다”고 했던 것을, 개정된 형법 233조는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나든 자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특히 과거 ‘국경을 넘는 자’로 제한했던 것과 달리, ‘국경을 넘나든 자’로 규정, 탈북한 뒤에도 북한을 왕래하는 경우까지 처벌을 완화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피고인의 인권 보장을 약간 늘린 경우도 있었다. 255조는 “재판부가 고의적으로 부당한 판결, 판정을 한 경우 재판부를 3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반면 ‘반국가목적으로 인민을 살인, 납치하거나 상해를 입힌 테러행위자에게 5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하도록 한’ 60조(테러죄)는 99년 개정판에서 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