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과 ‘ 의지’에 마력이 있다니!
솔향 남상선/수필가
연말연시 회상에 잠기노라니 살아온 인생사가 주마등같이 스쳐갔다. 가난, 난쟁이, 조롱, 고학, 수면 부족, 코피, 이런 단어들을 훈장처럼 달고 살았는데도 그 시절이 그리웠다. 키가 작아 난쟁이란 야유 속에 코피 흘리며 고학할 때는 그렇게 힘들고 지겹던 시절이 어느 새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말았다. 고난의 시절이었는데도 지금은 잊을 수 없는 대상이 되어 눈에 밟히고 있다.
사면팔방을 바라봐도 빛이 보이지 않았던 그 시절이었다. 내 인생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정도 넘어지고 깨어지는 악전고투(惡戰苦鬪) 속에 이를 악물고 발버둥 치는 삶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활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는 잃지 않고 살았다. 칠전팔기(七顚八起)의 정신으로 열심히 뛰었다. 백절불굴(百折不屈)의 정신으로 땀 흘리며 절차탁마(切磋琢磨)하는 자세로 공부했다. 두드리는 심정으로 희망을 안고 의지의 발버둥을 치는 세월이었다.
세월의 위력은 인력으로 어쩌지 못한다더니 강산이 일곱 번 바뀌는 세월에도 많은 걸 탈바꿈시켰다.‘난쟁이’소리를 들으며 살았던 나를 ‘작은 거인’으로 통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놨다. 초동급부(樵童汲婦)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 농사일이나 도와주었던 나를 훈장까지 받고 교직생활 39년을 마친 퇴임하는 교사로 치환시켜 놓았다. 조롱 야유 속에 허덕였던 그 땅꼬마를 제자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작은 거인’으로 통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해 놓았다.
그 암담했던 시절에,
내가 희망도 의지도 없이 살았다면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꼬리를 물고 따라온 회상이었던지 80년대 검정고시 감독을 나갔을 때의 일이 생각났다. 내가 감독하던 교실 복도에 권총을 찬 교도관이 왔다 갔다 했다. 알고 봤더니 수인번호를 달고 검정고시를 치르러 왔던 죄수를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감옥생활의 악조건 속에서도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실현해 보려는 의지의 발버둥이 가상해 보였다. 수인번호를 달고 검정고시를 치르던 그 분들이 지금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사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그들은 성공하여 당당한 모습으로 살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희망과 의지로 꿈을 실현하려 하는 사람들한테는 위대한 마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얼마 전에 읽은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만델라' 의 옥중 일대기가 떠올랐다. 개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964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절해의 고도 루벤 섬 감옥으로 투옥된 사람이 있었다. 감옥은 다리 뻗고 제대로 누울 수조차 없을 정도로 좁았으며 변기로 찌그러진 양동이 하나를 감방 구석에 던져 주었다. 편지는 6개월에 한 번 정도만 허락되었으며 간수들은 걸핏하면 그를 끌어다가 고문하고 짓밟고 폭력을 가했다. 이미 사람으로서의 품격과 지위는 상실되었고 견딜 수 없는 모욕과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가 감옥에 끌려간 후, 그의 아내와 자녀들은 살던 집을 빼앗기고 흑인들이 모여 사는 변두리 땅으로 쫓겨났다. 감옥살이 4년 되던 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 이듬해 큰 아들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장례식에도 참석할 수가 없었다. 세월이 흘러 감옥살이 14년이 되던 해에 큰딸이 결혼해서 아기를 데리고 할아버지에게 면회를 왔다. 그리고 큰딸이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아기의 이름을 지어주세요.”
아버지는 말없이 땟물에 찌들은 윗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꾸겨진 종이 조각 하나를 꺼내어 딸에게 건네주었다. 딸은 그 종이 조각에 씌어진 글자를 보는 순간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글자는 이렇게 씌어져 있었다, '아즈위(Azwie)(희망)’ 그는 그 후로 온갖 치욕을 다 당하면서 13년간이나 옥살이를 더 하고 나서야 마침내 풀려나게 되었다. 1964년부터 1990년까지 무려 27년간이나 감옥살이를 했는데, 44세에 억울한 감옥살이를 시작해서 71세에 풀려난 것이다. 그는 남아공 흑백 분리 정책을 철폐하고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대통령에 당선되어서 자기를 박해하고 고통과 치욕을 주었던 정적들을 다 용서하고 사랑하는 인간의 고고한 삶의 방식을 보여주었다.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세계 언론은 그를 가리켜 인간의 품격을 한 계단 올려놓은 사람이라고 존경을 보냈다. 그가 바로 '넬슨만델라' 이다. 그 오랜 세월 어떻게 절망의 세월을 견디어 낼 수 있었을까?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는 위대한 변화가 반드시 일어나리라는 아즈위(희망)를 한 순간도 포기한 적이 없었다." 』
사람이 죽는 것은 힘이 들어서가 아니라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희망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온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위대한 지도자라 하겠다.
세상사 고생담을 늘어놓다 보니 불현듯 괴테의 <눈물과 더불어 빵을 먹어 보지 않은 자는 인생의 참다운 맛을 모른다.>는 명언이 뇌리에 스쳤다. 어쩌면 인생사 체험 속에 보고 들은 것들을 비롯하여 자화상에 대한 반추 성찰이 있었기에 그러했으리라.
현실이 어려워도 희망을 잃어서는 아니 되겠다. 의지가 희망을 살리는 불빛이 돼 주어야 한다.
나폴레옹은 ‘1퍼센트의 가능성, 그것이 나의 길’이라 했다. 희망을 가지고 나의 길을 찾고 문을 두드리는 의지를 가져야겠다.
넬슨만델라'는 종신형 영어 생활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의지로 일관하여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었다.
이에 비한다면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의 눈보라도 의지로 이겨낼 수 있지 않겠는가!
희망을 가지고 살아 고진감래(苦盡甘來)의 희열을 맛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희망과 의지에 마력이 있다니!’
사글세 전세방에서 난방비 전기세 수도세를 걱정하는 난민들이여,
사업 실패, 불경기 등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소상공인들이여,
암과 희귀병의 병고에 시달리고 있는 환자들이여!
희망과 의지는 위대한 마력을 지니고 있나니,
칠전팔기의 의지의 투쟁을 벌일 지어다.
희망을 가지고 힘을 낼 지어다.
겨울의 눈보라에 시달렸다면 화창한 봄은 머지않아 오리니 희망을 잃지 말지어다.
인생 세파에 시달리는 세인들이여 빛을 향해 나아갈 지어다.
<인생이란 학교에는 불행 이란 훌륭한 스승이 있다.
그 스승 때문에 우리는 더욱 단련되는 것이다.>
라는 프리체의 명언을 교훈으로 새길 지어다.
‘희망과 의지에 마력이 있다니!’
우리는 마력의 희열을
희망과 의지로 맛보아야겠다.
첫댓글 희망!
그 위대한 이름이여!
이보다 더 감동적인 단어가 또 있을까?
희망의 아침을 열어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새해엔 희망과 의지 두 단어를 가슴에 아로 새기고 하루 하루 살아보겠습니다. 다사다난 했던 지난해를 디딤돌 삼아 희망으로 가득 찬 새해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
주운 겨울 ,구름낀 하늘에 좋은 선생님잉계셨군요
좋은아침에 한줄기 햇살을보여 주시는맛이었습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