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표결 전 반대토론…"특별법 누더기 만들어"
"채무 몇 천~몇 억인데 또 대출? 이게 구제책인가"
"부자들과 대기업들엔 국가 재정 수십조 마구 집행"
"대출 아닌 주거비 지원 위주로 법 다시 만들어야"
경찰 규탄 기자회견도…"윤희근 청장 막무가내 폭주"
"대통령 심기보좌에 정신 팔려 헌법 유린…꼭 막겠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에 대해 반대토론을 하고 있다. 국회방송 화면 캡처
전세 사기 피해자들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졌다. 여야가 대표적인 '민생 법안'으로 꼽았지만 이례적으로 극소수 반대표가 나왔다. 그중 대표적인 반대론자가 기본소득당 상임대표인 용혜인 의원이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은 정부가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최우선 변제금(세입자가 살던 집이 경매·공매로 넘어갔을 때 은행 등 선순위 권리자보다 앞서 배당받을 수 있는 금액)만큼 최장 10년간 무이자 대출해주고, '경·공매 원스톱 대행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용 의원은 이날 표결을 앞두고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 반대토론에 나섰다. 민생 문제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용 의원이 왜 앞장서 반대 목소리를 높였을까. 한마디로 '특별법'이라고 하기엔 피해자들에게 전혀 특별하지 않은 미흡한 내용이라는 이유였다. 그는 반대토론에서 "정부·여당이 특별법을 누더기로 만들었다"고 단언했다.
용 의원은 전세사기 특별법의 정책적 쟁점을 크게 ▲선(先) 구제-후(後) 회수 원칙에 입각한 공공의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매입 ▲정부가 이를 정 수용하지 못하겠다면 최소한 최우선보증금 회수 보장 및 주거비 지원, 이렇게 두 가지로 꼽고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일관되게 요구해온 이 두 쟁점 모두 거부됐다. 가장 절실한 이 두 쟁점을 담지 못함으로써 특별법은 전혀 특별하지 않은 법으로 전락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이미 대출을 받아 마련한 전세보증금은 휴짓조각 부실채권이 되고 몇 천에서 몇 억에 달하는 채무만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또다시 대출을 받게 하는 것이 대체 어떻게 구제책이 될 수 있겠느냐"며 "국회는 여야 합의라는 이름으로 최우선보증금의 회수와 주거비 지원을 보장해달라는 요구조차 외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 대책위원회와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5.23. 연합뉴스
용 의원은 "특별법을 누더기로 만든 정부·여당의 논리는 단순하다. 임대차 계약 관계라는 시장에서 발생한 사적 피해에 공적 재정을 쓸 수 없다는 것"이라며 "오늘 제가 이 법률안을 반대하는 이유는 시장에서 발생한 사적인 문제에 정부 재정을 쓸 수 없다는 바로 그 허구적인 논리에 대해 반박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공임대 정책,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 구제 등 사적 영역에 정부 재정이 투입된 여러 사례를 열거한 뒤 "전세 사기는 공적 구제 대상이 아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도대체 왜 아니란 말이냐? 방만하게 운영했던 대기업에는 수천억, 수조 원을 지원해도 되는데 전세 사기 피해자는 왜 안 되느냐?"고 거듭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그러면 정부는, 국회는 지금까지 국가 재정을 어디에 투입해왔는가? 지난해 연말 통과한 세법 개정안은 5년간 60조 원에서 70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부자 감세를 감행했고, 올해 초에는 효과도 불명확한 반도체 통합세액공제 확대에 5년간 13조 원 수준의 어마어마한 감세 혜택까지 안겨 줬다"면서 "부자들, 대기업들을 위한 일에는 수조 원, 수십조 원의 국가 재정이 변변한 논의조차 없이 마구 집행되는데, 신고 접수된 피해액 기준만 3000억 원에서 4000억 원 수준의 전세 사기 피해는 사적 자치의 영역이라 국가 재정을 투입할 수 없다고 한다"고 개탄을 금치 못했다.
용 의원은 "국민이 죽든 말든 국가 재정은 쓸 수 없다는 비정하고도 기괴한 이 정부·여당의 논리를 저는 도무지 용납할 수 없다. 단호히 거부한다"며 "제대로 된 특별법은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선매입부터 대출 위주가 아닌 주거비 지원 위주, 나아가 피해자 범위의 확대까지 담아내야 한다. 국민의 목숨이 단 한 명이라도 더는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저는 이 특별법을 부결시키고 다시 제대로 된 특별법 마련을 위해 국회가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호소드린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이날 전세사기 특별법은 투표 결과 재석 의원 272명 중 찬성 243명, 반대 5명, 기권 24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피해자들은 법안 내용에 큰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도 특별법이 미흡하다고 인정하고 보완 입법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2023.5.25. 연합뉴스
앞서 용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노조 활동 과잉 대응하는 경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막무가내 윤희근 경찰청장의 폭주, 반드시 막아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야간 문화제를 빙자한 불법 집회를 강제 해산 조치하겠다" "불법 집회 전력 있는 단체의 집회를 금지하겠다" 등 윤희근 경찰청장의 잇단 위헌적 망발을 정조준한 것이다.
윤 청장의 엄포대로 경찰은 '불법 집회 해산 및 검거 훈련'을 6년 만에 공식 재개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경찰청 산하 경찰 기동대 9개 중대와 경기북부·인천·강원경찰청 소속 기동대 13개 중대가 불법집회 해산 훈련에 투입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집회 탄압 지침이 즉각 하달되며 공권력 남용에 의한 과잉 진압이 곧 실행 단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용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 탄압 폭주 맨 앞에는 헌법도 나 몰라라, 국민도 나 몰라라 하는 막무가내 경찰청장이 있다"며 "급기야 경찰은 실제로 강제 해산 연습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용 의원은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묻는다"면서 "경찰의 공권력 집행은 당연히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에 의거해 집행돼야 하는데, 대체 어떤 법 조항에 근거해서 노동자들의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단'할 거냐"고 따졌다. 이어 "윤희근 경찰청장이 국민 앞에서 밝힌 대응 방침은 법률상의 근거가 전무할 뿐더러, 헌법상 권리를 부정하는 반헌법적 폭언"이라며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소명을 다해야 할 경찰이 헌법을 무너뜨리고 국민과 싸우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오늘 저와 함께 선 노동자들 역시 노동 3권을 보장해달라는 지극히 정당하고도 헌법적인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이곳 국회까지 찾아왔다. 국민의 안녕을 지켜야 할 경찰이 오히려 국민을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당한 파업과 집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로부터 목이 졸리고 수갑까지 채워지며 모욕과 폭력을 견뎌내야 했던 노동자들의 증언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금속노조 등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경찰의 노조 활동에 대한 폭력적 대응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용 의원은 또 "윤석열 대통령, 도대체 시계를 어디까지 되돌릴 생각이냐"면서 "오만방자한 윤희근 청장은 노동조합의 파업과 집회가 공공안녕을 침해한다는 명목으로 부당한 공권력 행사를 서슴치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공공의 안녕을 침해하고 있는 건 무리한 수사로 양회동 열사를 죽음까지 몰아넣고 나서도, 단 한 치의 반성도 없이 또다시 노동자들에 대한 폭력을 자행하겠다고 스스럼없이 선언하고 있는 윤희근 경찰청장과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두 사람을 직격했다.
나아가 "대통령 심기보좌에 정신이 팔려 헌법을 유린하고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 윤희근 경찰청장의 폭주야말로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서 엄단해야 할 '불법'이다"라면서 "정부에게 저항하고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국민을 가차 없이 짓밟고 적대시하는 '검찰총장' 대통령이 전국을 무법지대로 만들고 있다"고 맹렬하게 비판했다.
용 의원은 "윤석열 정부 들어 다양한 영역에서 끊임없는 후퇴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경찰의 반헌법적 과잉 충성에 의한 폭주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째 훼손할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저와 기본소득당은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절규를 무겁게 새기며, 윤석열 정부의 반헌법 폭주를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용 의원은 이날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관해 무죄 의견 취지를 담은 탄원서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하는 기자회견도 가졌다.
첫댓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정치인,
용혜인 의원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