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8. 레지오 훈화- 주님 공현 시기의 기원
찬미예수님!
이제 성탄시기가 끝이 났네요. 이번 주간에는 주님 공현 시기의 기원에 대해서 한번 살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예수 성탄을 기리는 동방 교회들의 축일이었습니다. 공현을 가리키는 그리스어 ‘에피파니아’ 또는 ‘테오파니아’는 ‘스스로 드러냄’ 또는 ‘유명한 존재가 된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하느님의 발현’이나 ‘하느님의 개입’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따라서 동방 교회들에서의 주님 공현 축일은 하느님이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남(탄생), 또는 예수가 하느님임이 드러남을 뜻합니다. “모든 사람을 구원하는, 하느님의 은총이 나타났습니다”(디도 2,11)는 구절이 성탄 밤 미사와 공현 때 모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두 축일이 각기 다른 지역에서 기원하였지만 그 뜻하는 바는 같음을 말합니다.
4세기 후반 에피파니오(315-403)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공현 축일에 주님이 세상에 옴(탄생)과 삼왕의 방문과 가나의 혼인 잔치를 기념하였다고 합니다. 요한 그리소스토모 시대에 안티오키아와 이집트에서 이 축일을 지낼 때, 그 대상은 예수의 탄생과 세례였습니다. 반면에 예루살렘 교회는 예수 탄생만 기념하였는데, 이 축일이 12월 25일에 예수 탄생을 기념하고 있는 서방 교회에 전해지면서 그 뜻도 변하였습니다. 그래서, 동방의 삼왕들이 새로 태어난 구세주를 경배하러 방문한 사건을 기념하면서 이교 백성에게 예수가 자신을 드러냈음을 선포하는 축일이 되었습니다. 로마 교회는 삼왕의 방문 사건에 예수의 세례와 가나에서의 첫 기적을 덧붙여 기념하였는데, 이는 예수가 하느님임이 드러난 사건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편 12월 25일의 성탄 축일을 접하게 된 동방 교회들은 축일의 본래 주제인 예수 성탄을 기리면서 1월 6일에는 주로 주님의 세례를 기념하게 되었고, 성탄 축일을 받아들이지 않은 아르메니아 교회만 공현 때 성탄, 삼왕의 방문 및 세례를 기념하고 있습니다.
동방 교회에서의 공현 축일의 기원은 서방 교회에서의 성탄 축일의 기원과 거의 같습니다. 2세기부터 1월 6일에 주님 세례 축일을 지낸 그노시스주의자들은 세례 때 인간 예수 안에 말씀이 내려왔다고 주장하면서 예수가 그 시초부터 참 하느님이라는 전통 신앙을 부인하였습니다. 또 이집트에서는 1월 6일에 동지(冬至)축제를 지내면서 승리자 태양신에게 예배하였습니다. 이에 교회는 이단을 물리치고 이교 풍습으로부터 그리스도인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1월 6일 그리스도의 탄생과 세례를 기념하는 공현 축일을 제정하였던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동지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흘러 낮의 길이가 확실히 길어진 1월 6일에 예수 성탄을 지냄으로써 예수야말로 참된 빛임이 드러났음을 명백히 하고자 한 의도도 있었을 것입니다. 문헌상으로 이 축일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동방전례로부터 영향을 받았던 갈리아 전례인데, 361년에 공현 축일을 크게 지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따라서 공현 축일의 제정은 예수 성탄 축일의 제정보다 조금 빠르거나 거의 같은 시대일 것이나, 니체아 공의회보다 훨씬 더 앞서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만백성에 구원의 빛으로 드러난 예수님께 삼왕처럼 우리의 정성과 마음을 봉헌하는 뜻깊은 한 주간을 보냈으면 참 좋겠습니다.
주님의 은총과 사랑이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