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부터 이럴 생각은 아니었다. 마당발 장진의 근황이 궁금했을 뿐. 장진 감독도 이럴 생각은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이야기보따리가 술술 풀어졌다. 기발하고 기막힌 장진의 새 영화 이야기, 그리고 그의 최근 라이프~1971년생 | 필름있수다 대표 | 각본 <개 같은 날의 오후>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동감> <화성으로 간 사나이> | 감독 <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 <킬러들의 수다> <아는 여자> <거룩한 계보> <박수칠 때 떠나라> <아들> | 기획, 프로듀서 <묻지마 패밀리> | 제작 <웰컴 투 동막골> <바르게 살자>장진 | 왜 보자고 그랬는데?
김혜선 기자 |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연극 <서툰 사람들> 공연에, 케이블 단편영화도 찍고, 희곡집도 내고 바쁘지 않았나? 할 얘기도 많을 거 같고. 꼭 영화 개봉 때만 감독을 만나야 하나? 장진 | 그래, 맞아. 보통 때 봐야지.
김혜선 기자 | 영화 얘기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장진 | 근데, 영화 얘기가 할 게 많아.(웃음) 곧 내 영화 <로맨틱 헤븐> 들어가지, <된장>이라고 극 저예산 영화 들어가지. 그걸 동시에 진행할 거고, <바르게 살자> 라희찬 감독과 나, 또 다른 감독 세 명이 하는 UFO 3부작도 있다. 2천만 원짜리 영화도 한 편 할 건데, 내가 한 2년 동안 캠코더로 찍을 영화다.
김혜선 기자 | 감독하랴, 프로듀서 하랴 엄청 바쁘겠다. 장진 | 최근작은 <로맨틱 헤븐>. 그게 뭐냐면
김혜선 기자 | 음... 영화 얘기를 굳이 해주신다면야. 장진 | 들어봐, 재밌어. 판타지 드라마다. 코미디 기운은 <아는 여자> 수준이다. 천국이 나온다. 죽어서 이별하는 사람들의 얘기고. 누구나 겪는 이별이지만 죽는 게 허무하잖아. 죽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죽어서도 좋아요. 뭐 이런 얘길 하려고.
김혜선 기자 |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면 <웰컴 투 동막골>의 천국 버전?장진 | 꼭 그런 건 아니고. 제목과 달리 멜로도 별로 없네.
김혜선 기자 | 우리가 아는 ‘장진 사단’의 그들이 나오나?장진 | 비싸가지고.(웃음) 근데 최적의 캐스팅이 유명한 배우를 가장 큰 역할에 넣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들이 와서 잘해줄 수 있는 작은 역할도 있으니까. 그걸 용기를 갖고 시도해볼까 한다. <로맨틱 헤븐> 시나리오가 마지막 수정고 단계인데 내 아기가 생긴 지 한 달 됐잖아. 아, 걔 땜에 집에서 글이 안 써져.
김혜선 기자 | 오, 축하! 아들인가, 딸인가? 장진 | 누가 요즘 딸을 낳니?(웃음)
김혜선 기자 | <로맨틱 헤븐> 정확히 무슨 얘긴가?장진 | 옴니버스는 아닌데, 몇 커플들의 이야기가 하나의 맥을 가지고 간다. 일단 하난 골수암 걸린 엄마와 딸의 이야기. 엄마가 특이 골수라 딸이 골수를 찾아다녀. 정확히 일치하는 이가 하필 살인사건 용의자로 도망 중이라 딸이 형사들과 같이 그 남잘 찾으러 다니는 얘기다. 또 하나는 택시 운전하는 녀석이 할아버지와 할머니 모시고 살아. 이놈이 할머니 옛날 사진을 보고 “와, 할머니 어렸을 때 예뻤네” 이러니까 할머니가 그래. “그거 나 아니야. 너희 할아버지가 평생 좋아하던 여자야.” 죽기 전에 그 할망구랑 네 할아버지 만나게 해달라고 할머니가 그래. 할아버지는 치매라서 사람 알아보지도 못하는데. 그런데 이 녀석이 손님 태우고 가다가 하필 사고를 당해서 천국에 가는 거지. 와이프가 죽어 혼자 된 남자도 나오는데, 와이프가 늘 지니던 다이어리를 넣은 가방이 없어졌어. 원래 사람이 죽을 때 빈손으로 가는 건데, 와이프가 천국에 다이어리를 갖고 간 거지. 근데 천국에 가면 사람들이 소니 카세트 들고 다니면서 음악 듣고, 그래. 판타지이지만 우리 사는 곳과 섞여 있어. 택시 운전사는 류승범. 다른 캐스팅도 거의 끝났다
김혜선 기자 | 줄거리 진짜 많네. <된장>은 진짜 된장 얘기? 장진 | <러브러브> 이서군 감독이 연출하는 일종의 페이크 다큐다. 연쇄살인범 사형수가 마지막에 “한 번만 더 그 찌개를 먹고 싶다아” 이러고 죽어. 그 찌개의 정체를 찾아가는 다큐멘터리지. 이 자식이 잡힐 때 어떤 산장 식당에서 먹던 된장찌개에 홀려가지고 경찰이 오는데 신경도 못 쓴 거야.
김혜선 기자 | 저런 된장!징진 | 사람들이 그 식당을 찾아갔더니 정말 유명 식당이고 된장찌개도 정말 맛있는 거야. 다큐멘터리를 찍던 방송국 PD도 그걸 먹고 집에 왔는데 아차, 그 맛을 까먹었네. 야, 사형수는 죽을 때까지 이 맛을 잊지 못했는데, 나는 왜 까먹었나 싶지. 근데 그 식당 할머니가 PD를 찾아와. 와서는 사형수가 그 된장찌개를 먹고 싶다며 죽었냐고 묻더니 그 찌개는 이 찌개가 아니다, 라는 거야. 나도 그 찌개를 먹고 싶다고. ‘그년’이 이거밖에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김혜선 기자 | '그년'? 그럼 그년을 찾아가나?장진 | 응. 아무튼 그년의 된장, 그 비밀을 밝혀내는 거지. 이서군 감독이 1년 반 정도 준비했는데, 내가 시나리오 마무리 해요. UFO 3부작도 재밌는데, 그 중 내 거는 조선시대 때 UFO가 나타나는 거다. 제목이 <에일리안첨지>.
김혜선 기자 | 에일리언 첨지? 첨지가 뭔데? 장진 | 조선시대 에일리라는 곳에 사는 안 첨지 얘긴데.(웃음) 안 첨지는 천재다. 임금님한테 드리는 논을 경작하고 있다. 몇 년째 흉년인데 이 인간은 논에 물 잘 대고 병충해도 다 막아내요. 근데 영화 시작하면 UFO가 왔다 가. 그래서 논이 쑥대밭이 돼. 미스터리 서클이 생기고.
김혜선 기자 | 미스터리 서클? 어떻게 만들게? 진짜로? CG로?장진 | 나도 모르지 그건. 요즘은 테크니션들 실력이 너무 좋아서 감독 너는 상상만 해, 다 만들어줄게라는 식이니까.(웃음) 근데 당파 싸움 심하고 탐관오리 들끓고 민초들 허덕이던 시절에 그 미스터리 서클이 오는 바람에 안 첨지가 모의를 꿈꾸는 대역적으로 몰려 쫓기게 돼.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미스터리 서클이 그 시대에 구원의 상징, 은총의 상징으로 점점 퍼져나간다는 거지. 사실 지금 대통령 바뀌었다고 나라가 달라질 거란 생각 아무도 안 하잖아요. 똑같아 그 시대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이 와야만 뭔가 달라질 거라고 믿는 세상에서의 구원 같은 거다.
김혜선 기자 | 언제부터 생각한 얘기인가?장진 | <바르게 살자>보다 훨씬 이전부터. 근데 라희찬 감독 게 더 재미있어. 아이, 내가 주면서도 아까워.(웃음) 주인공이 부산에 사는 소시민이야. 자식과 마누라도 있는데, UFO에 미쳐서 UFO 출몰 주기를 파악하고 자기 집 뒷산에 UFO가 나타나는 날을 알아내. 드디어 바람 불면서 UFO가 쫘악 나타나는데 연기가 나고 추락하지. 그걸 카메라로 다 찍어서 경찰서로 막 뛰어가는데, 마침 동네가 난리야. 그리고 그때부터 UFO가 하늘에서 계속 떨어지는 거야. 너무 자주 떨어져.(웃음) 외계인도 별 게 아닌 게 막 감기 걸려 죽고. 자기에게 모든 거라고 믿었던 게 아무것도 아니게 된 사람의 이야기다.
김혜선 기자 | 이거 시나리오 다 쓴 건가?장진 | 트리트먼트 정도. 이제 써야지.
김혜선 기자 | 꼭 다 쓴 것처럼 얘기하기에. 장진 | 이렇게 썰 풀다 보면 막 써져요. 나중에 썰 푼 사람들한테 전화해서 그때 어디까지 얘기했지? 라고 물어본다니까.(웃음) 3부작 세 번째는 감독 미정인데 체육관 같은 데 빌려서 세트를 지을 거다. 우리랑 정서가 비슷한 외계인들이 사는 혹성 세트지. 거기에 지구에서 온 콜럼비아호가 추락을 해. 그러니까 얘들이 UFO다! 이러면서 우리 식으로 NASA 같은 데서 와서 막 조사하는 거야.(웃음) 지금까지 얘기한 영화들만 해도 다 내가 쓰거나 연출하거나 프로듀싱 하거나 하는 라인업인데, 필름있수다의 다른 PD들이 개발하고 있는 건 더 많다.
김혜선 기자 | 요즘 한국영화 제작사들 많이 어려운데, 필름있수다는 괜찮은가?장진 | 그게...힘들다는 거 바깥에 얘기를 안 해서. 너의 힘듦을 적들에게 얘기하지 마라, 약해 보이니까.(웃음)
김혜선 기자 | 한참 얘기 듣다 보니 거의 구연동화 듣는 것 같다. 장진 | 원래 내가 이야기 들려주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내 직업이 이야기 만드는 사람이니까. 얘기 들려주고 사람들이 재밌어하면 만약 영화로 안 만든다 해도 그걸로 족하다. 그리고 난 얘기할 때 성의 없이 얘기 들려주는 것들은 다 때려주고 싶어. 얘기할 땐 최선을 다해야지. 엄마들이 아기한테 들려주는 구연동화가 그래서 최고의 스토리텔링이다. 엄마가 1인 몇 역을 하잖아. 심지어 동물도 하잖아. 최고거든. 이야기꾼은 그런 게 있어야 돼.
김혜선 기자 | 또하나, 시나리오를 쓴 <강철중>은 어떻게 돼가나? 장진 | 1편처럼 강철중 설경구는 양아치 형사고. 정재영이 깡패인데, 정재영, 설경구가 이번에 말발이 좀 서요. 얘기야 1편처럼 양아치 형사가 아, 내가 진짜 양아치인데 내가 봐도 넌 좀 심하다 싶은 양아치 악당을 만나서 무찌르는 거지.
김혜선 기자 | 사석에서 정재영이 결국 설경구가 다 따먹을 연기인 줄 알면서도 했다고 하소연했다던데. 장진 | 그 자식이 사석에서 그런 짓을? 나 참. 정재영이 못된 짓도 하고 얍삽한 짓도 하고 폼도 잡고. 전형적인 깡패야. 그런데도 멋있어. 장면 장면이 좋아. 강 감독님 코미디가 믹스되면서 진짜 재밌어.
김혜선 기자 | 열어보니 재미없으면 어쩌려고?장진 | 정재영, 설경구 보는 재미가 있다니까. 정재영이 멋져. 경구 형이 정재영이랑 붙는 장면에선 약간 밀리기도 하는데 결국 경구 형이 멋지게 살아남는 건 정재영 없는 장면들에서 돋보이는 게 너무 많으니까. 원래 이런 영화에선 주인공은 악당에게 열 번 지다가 마지막에 한 번 이기는 게 공식이잖아.
김혜선 기자 | 장진 식 대사와 강우석 코미디가 잘 안 맞을 수도 있다는 걱정, 없었나?장진 | 처음엔 그럴까 했는데, 아니더라고. 강 감독님이 회사인 시네마서비스 일 등 복잡한 게 많으셨는데도 신나게 찍으신 것 같다.
김혜선 기자 | <강철중> 현장에는 가봤나?장진 | 크랭크 인 하는 날. 원래 현장 잘 안 가요. 영화도 안 보는데. 스칼렛 요한슨도 몰라서 와이프가 기막혀 했다.(웃음)
김혜선 기자 | 시네마서비스가 정리 국면인데 그럼 강 감독과 차린 제작사 K&J는 괜찮나?장진 | 사람들이 오해하는데, 시네마서비스와 K&J는 별개다. 영향은 없고 스트레스만 있지.(웃음) 시네마서비스는 대기업 출신 영화인들이 아니고 영화판에서 번 돈 영화판에 쓰던 회사인데 힘들어지니 정말 속상하다. 앞으로 내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강 감독님이 그래도 영화판에서 내 오야지인데, 그분 힘 빠지지 않게 하는 거다. 내가 힘들 때 그분도 분명 날 도와주셨을 거다. 사실 <강철중> 시나리오를 쓸 타이밍이 아니었지만 쓰게 된 것도 그래서고 고료 안 받고 헌정했다.
김혜선 기자 | 배우들도? 장진 | 배우들은 받을 돈 다 받았지. 왜냐면 그래야 감독이 연출할 때 편해요. 그래야 연기를 제대로 시킬 수 있으니까. 근본적으로 난 배우들 개런티를 깎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극 저예산 영화를 찍을 때는 그럴 수도 있지. 내가 감독이 아닌 프로듀서일 땐 그러기도 하고. 하지만 예를 들어 50억짜리 영화 찍으면서, 대놓고 히트 쳐서 돈 벌겠다는 영화 하면서 어떻게 개런티를 깎나. 기자들이 영화계 힘들다고 다들 십시일반 한다는 식의 기사들 많이 썼잖아. 그거 다 이상한 기사야.(웃음) 절대로 배우들은 먼저 움직이지 않아요. 스탭도. 우리 입장에서도 스탭, 배우들이 먼저 움직이는 게 꼭 좋지 않아요. 영화계가 힘드니까 쇼박스나 CJ엔터테인먼트는 지닌 돈을 아껴라, 투자 심사할 때 제대로 옥과 석 좀 가려줘, 라는 거지. 요즘 저희가 힘드니까요, 각자 개런티 좀 깎아주시고요, 극장에선 돈을 좀 더 내주시구요, 이러는 건 개인적으로 좀 이상하다. 그래도 요즘엔 위기돌파능력이 생긴 것 같다.
김혜선 기자 | 어떤 면에서? 장진 | 5억 받는 배우한테 좀 힘드니까 4억만 받으라는 건 나쁜 거다. 그 배우는 5억 받는 만큼 하거든. 대신 5억 아닌 1억 받는 배우로도 영화를 성공시키는 위기관리능력이 필요하다. 이제 <추격자> 같은 영화의 성공 때문에 5억 받는 배우와 안 해도 영화가 좋으면 됩니다, 라는 게 각인된 상황이다. 이게 바로 위기를 뚫는 힘 아닌가? 배우 개런티 깎을 필요 없이 적절한 배우 찾아 영화 잘 만들었더니 관객이 찾아온 거다. 그만큼 관객은 공평하고, 얕지 않다. 그런데 이런 얘기 하면 나 전화기 꺼놓고 있어야 되는데.(웃음)
김혜선 기자 | 영화 외에도 그간의 공연, 단편, 희곡집 등에 온갖 다른 일들까지 생각하면 요즘 참 공사가 다망하지 않았나?장진 | 공연은 나한테 당연히 해야 하는 작업이다. 희곡집 낸 거는 약간 창피하다. 신작이 없으니까.
김혜선 기자 | 연극 <서툰 사람들>의 반응도 좋았다. 장진 | 전회 매진됐다. 초대권이 없었는데도 유료 점유율 107%였다. 보조석이 있었으니까. 확실히 공연이 됐건 뭐가 됐건 시장에서 창작 작업을 할 때는 자기 모럴을 믿어야 한다. 뮤지컬이 요즘 대세라고 해서 뮤지컬에 대한 이해나 지식도 없이 무작정 뛰어드는 식은 아닌 것 같다.
김혜선 기자 | 그래도 제작, 연출했던 영화들에 대한 뮤지컬이나 드라마 제안도 많았겠다. 장진 | <웰컴 투 동막골> TV 드라마 하자, <아들> 뮤지컬 하자, 했다는데... 결국 나한테까지 연락은 안 온다.(웃음) <서툰 사람들> 석 달 하는데 제작비 2억7천만 원 들었다. 손익분기가 유료 점유율 75%면 어려운 건데, 공연 중반 정도 했을 때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매출이 5억8천만 원이었다.
김혜선 기자 | 우와, 순수익은? 장진 | 석 달 공연에서 3억1천만 원 넘게 벌었다. 연극은 공연 들어가면 현금이 들어오니까 실제 필요한 돈은 제작비 절반만 있어도 된다. 강우석 감독님이 투자해서 우린 프로덕션 비용 10원 한 푼 안 썼다. 강 감독님이 연극 <택시 드리벌> 5천만 원 투자했을 때 한 달 있다가 6천만 원 돌려드렸다. 이번에는 1억2천만 원을 투자하셨는데, 아마 넉 달 만에 3천만 원 넘게 가져가실 거다.
김혜선 기자 | 영화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네. 장진 | 사람들이 연극이 배고프다 그러는데, 관객에 대한 두려움과 레퍼토리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충분히 된다고 봐. 나도 이번에 많이 배웠다. 하지만 여전히 드라마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이번에 소지섭, 이연희와 찍은 단편 <유턴>도 난 단편영화를 만들면 되고 그게 광고로 쓰인다기에 한 거지. 참, 4월부터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라디오 북클럽>이라고. 책에 관한 프로인데, 1주일에 하루만 나간다. 개인적으로 도움이 많이 될 거 같다.
김혜선 기자 | 살짝 사적인 얘기를 하자면 결혼이 글 쓰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장진 | 아파트 13층에 사는데 몸의 2/3를 창밖으로 내밀고 담배 피니까 참 위험하게 사는 거지.(웃음) 근데 난 결혼하니까 좋다. 같이 사는 사람이 일할 때 스트레스 안 준다. 오히려 내가 고민이지. 앞으로 마누라와 애가 볼 텐데, 비리비리한 거 만들면 안 되잖아.(웃음) 참, 나 얼마 전에 종합검진을 했다. 근데 결과가 거의 ‘돈이 튀냐?’ 수준이야.(웃음)
김혜선 기자 | 골초면서 어떻게 그렇게 건강한가?장진 | 작년에도 결혼 전에 와이프가 하라고 해서 너 나 지금 시험하니? 이러면서 하긴 했다.(웃음) 요즘 내 나이 또래 남자들이 과대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아침에 이를 닦는데, 잇몸에서 피가 나. 그럼 분명 잇몸에서 나는 건데, 갑자기 가슴이 아프고 막 걱정이 되는 거다. 근데 온갖 불안함 속에 받은 건강검진 소견이 ‘돈이 튀냐?’니까 세상이 막 아름다운 거야.(웃음) 원래 나는 ‘생이 별 거 있어?’식의 주의자였다. <로맨틱 헤븐>도 그런 얘기고 그래서 하늘나라를 내 맘대로 상상해서 만들었다. 주인공이 “아우, 하나님, 하늘나라 너무 멋져요, 너무 좋아요” 이러면 하나님이 이런다. “괜찮죠? 이번에 조경이랑 인테리어 새로 싹 바꿨는데.”(웃음) 워낙 낙천적이라 이렇게 살다 죽지 이랬는데 달라지더라고.
김혜선 기자 | 결혼을 해서?장진 | 무서움이 생겼다. 내가 이렇게 나약한 놈이라니. 이게 결국에는 무의식중에 작품에 미세하게 반영이 되겠지. 거대 도시에 눌려 있은 소시민은 결국 자본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 뭔가를 많이 가져서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아무튼 난 오래 살아야 된다. 오래 살면 또 많이 배워.(웃음)
김혜선 기자 | 얼마나 오래 살고 싶은데?장진 | 결혼할 때 주례 없이 각자 성혼서약을 했다. 난 이렇게 썼다. ‘당신이 그렇게 원한다면 당신만큼 오래 살겠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원하고 원한다면 그렇게 싫어하는 공포영화도 찍겠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원하고 원하고 원한다면 일요일에 야구도 안 하겠습니다.’(웃음)
사진 안하진
김혜선 기자
첫댓글 정재영이 멋져...ㅎㅎ
ㅎㅎㅎ
정재영이 멋지대........ㅠㅠ 얼마나 멋지면 그런 말씀을...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