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힘!
이상헌 방송작가 칼럼니스트/시인
일본의 유명한 공학박사 ‘이츠카이치 츠요시(五日帝剛)가 쓴 얇은 책이 광고를 하지 않고도 100만부가 넘게 팔려 나갔다. 이 책에는 그가 학생 때 겪은 신비한 체험담이 실려 있는데 광고 없이 100만부가 팔려 나갔다면 대단한 기록이다.
이츠카이치가 대학원에 다니던 26세 여름이었다. 그는 툭하면 짜증내며 남에게 심한 말로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 교수에게도 강의에 대해 지적하며 이것이 수업이냐고 항의하여 주위 사람들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현실을 도피하려고 이스라엘로 여행을 떠났지만 여행 중에도 트러블이 계속 일어났다. 비행기가 연착되고 지갑을 분실했는가하면 환전소에서 사기를 당하기도 하여 가졌던 돈 대부분을 잃어버렸는데 하필 그날은 이스라엘에 수십 년 만에 한파가 몰려와 값싼 여관을 찾아 나섰지만 잠을 잘 수 있는 방이 없었다.
‘세상에 나처럼 운이 없는 사람이 또 있을까?’ 자신을 한탄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멀리서 지켜본 할머니가 웃으며 다가왔다.
“학생. 잘 곳이 마땅하지 않으면 내 집에 하룻밤 자고 가지.”
그 할머니 집에서 따뜻한 수프를 마시면서 얘기를 계속 들었다. 할머니의 가족 이야기, 손자 이야기를 하던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운이란 정말 있어요. 그것도 아주 간단하게 얻을 수 있지. 운을 부를 수 있는 마법의 말을 계속 외치면 되지요.”
그 얘기에 이츠카이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예? 정말 이예요?”
“운을 부를 수 있는 마법의 말은 두 가지야, ‘고맙습니다.’와 ‘감사합니다.’”
운을 부를 수 있는 말이 있다는 말에 잔뜩 기대를 갖고 듣다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가 전부라는 말에 실망했다. 너무도 흔한 말이기 때문이다.
“나쁜 일이 있을 때 ‘고맙습니다.’를 말하면 그 불행의 연속을 끊을 수 있어요.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안 좋은 것을 생각하게 되고 또 안 좋은 일이 생기는데 ‘고맙습니다.’하면 그 불행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지요. 좋은 일이 있을 때, ‘감사합니다.’하면 운이 더 많이 들어오고요. ‘이렇게 되고 싶다’는 소망을 먼저 말하고 그것이 현실 속에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감사합니다.’하면 돼요. 젊은이가 이 마법의 말을 잊지 않고 하면 앞으로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며 계속 운이 좋아지게 되지요.”
이츠카이치는 안 좋은 인생을 바꾸겠다고 결심하고 귀국했다. 지하철 옆에서 혼자 음악을 듣고 몸을 흔들거리고 있는 청소년을 보니 또 짜증이 나려고 해 얼른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어떤 날 캠퍼스에 커플들이 서로 끌어안고 있는 것이 보여 짜증이 나려고 했는데 얼른 나도 아름다운 여자와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며 “만났습니다. 감사합니다.”하고 말했다. 이렇게 하다 보니 그렇게 잘 보이던 다른 사람들의 단점에 대해 신경을 안 쓰게 되고 단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짜증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를 협조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교수로 부터 인정받아 재료공학으로 공학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되었다.
대학원을 수료하고 일류기업에 취직해 꿈에 그리던 여성과 결혼했으며 헤드 헌팅회사의 눈에 띄어 직장을 바꾸고 수억 단위의 개발비를 지원받아 연구하고 사업에 성공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는 고작 10자다. 이 10자를 말하는데 1초면 충분하다. 천천히 해도 2초면 된다.
새벽부터 매미소리가 시끄럽다고 짜증내는 사람, 지하철을 타려고 계단을 뛰어 내려갔는데 전철문이 닫히고 떠났다고 화를 내는 사람도 눈에 띈다.
음식점의 반찬이 맛이 없다고 화를 내는 사람. 길을 걷는데 자기와 부딪히고도 사과는커녕 유유히 걷는 건방진 놈(?) 때문에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남의 자식은 공부도 잘하는데 너는 왜 이 모양 이 꼴이냐며 자기 자식을 원수처럼 대하는 부모도 있고 내가 전화를 열 번씩이나 했는데 왜 받지 않느냐고 부부싸움이 시작되기도 한다.
정주영 회장 생존 시에 인터뷰를 하기 위해 댁을 찾은 일이 있었는데 그날도 무척 더워 땀이 비 오듯 했다.
“회장님 에어컨 좀 틀어 주세요.”
“우리 집에는 에어컨이 없는데…”
“그럼 선풍기라도…”
“선풍기도 없어.”
나는 농담인줄 알았는데 정말이었다.
“더위야 며칠 기다리면 도망칠 텐데 에어컨 선풍기가 왜 필요한가?”
크게 된 사람들은 감사생활의 실천자이고 실패자들은 원망생활 연수생들이다. 성공 자들은 구름 위에 떠있는 태양을 바라보지만 실패자는 구름에서 떨어지는 빗방울만 바라본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는 신앙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고 신앙하는 사람에게는 놀라운 마력을 나타낸다.
같은 약이지만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말이란 그 만큼 중요하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6·25 전후, 우리의 삶은 너무나 비참했다. 하루 세끼 해결하기가 힘들었고 많은 학생들이 점심을 굶으며 공부했다.
5·16 이후에 새마을운동이 우리역사를 바꿔 놓았다. 아침마다 스피커를 통해 ‘새벽종이 울렸네.’와 ‘잘 살아보세’가 울려 퍼졌고 오늘의 풍요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절대절망에서 하차하고 절대희망으로 갈아탄 것이다.
나는 의사들이 포기한 갖가지 병에 시달리면서도 ‘죽겠다’는 말 대신 ‘견딜 만하다’고 해왔다. 어머니가 가르쳐준 대로 한 것이다. ‘죽겠다’고 할 때는 그 고통이 견딜 수 없을 정도였지만 ‘견딜만하다’로 바꾼 다음부터 차츰 고통이 줄어들더니 오늘날의 나로 변신한 것이다.
연기자들을 보면 그가 맡은 배역과 같은 운명을 살아간다. 비극이 인기가 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50대 이후의 사람들은 눈물의 여왕 전옥(全玉)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가 이끄는 악극단이 오면 여자들은 수건을 너덧 장 들고 극장에 가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나왔다. 우리보다 더 슬픈 사람을 보며 위로받고 나온 것이다. 내가 방송프로를 만들기 위해 그분을 인터뷰한 일이 있었는데 이런 말을 들려준다.
“16살 때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는데 서울역에 내리니 비가 엄청 쏟아지고 있었지요. 나는 슬프게 태어났고 슬프게 살다 가리라는 예감이 들었어요. 그 후 하는 연기는 모두 비극의 주인공이었고 지금까지 제 삶도 비극으로 점철되었습니다.”
그와 반대되는 연기자는 홍성우다. 그는 정의파 정치인이 아니면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았다. 그 후 국회의원을 여러 번 했는데 아침마다 자녀들과 함께 태극기 앞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하루를 시작했다는 일화는 무척 유명하다. 그런가 하면 개그프로에서 도둑 역할만 하던 젊은 연기자가 외제차를 두 번씩이나 훔쳐 타고 달아나 구속된 일도 있다.
“아파 죽겠다고 하면 점점 더 아파진다. 아픔이 올 때마다 ‘견딜 만하구나! 하고 말해 보렴.” 나는 그때부터 통증이 심하게 오면 “견딜 만하구나! 하고 말했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었고 지금까지 생존하고 활동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의식 자체도 120% 긍정으로 변했다. ‘불행 중 다행’은 있어도 ‘다행 중 불행’은 없다. 결국 모든 것은 다행히 중심이 된다. 훌륭한 스승과 훌륭한 동료, 훌륭한 부부, 훌륭한 진리처럼 다행한 일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가수 윤항기는 윤복희와 남매간이다. 일찍 부모를 잃고 아픔 속에 자라나 가수 활동을 했지만 표정 속에서는 언제나 그림자가 있었다. 그런데 새로 나온 노래가 ‘나는 행복합니다.’였고 얼마 후 가수 생활을 접고 목사가 되었는데 지금은 신학대학 총장이 되었다고 한다. 만일 ‘나는 불행합니다.’라는 노래를 불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말도 그렇다. 불행한 사람에게 “나는 행복하다”를 매일 10분씩 외치게 했는데 그는 최고로 행복한 사람으로 변했다.
내가 쓰는 말이 변하면 내가 변하고 가정이 변하며 국가가 변한다.
사랑의 말, 기쁨의 말, 행복의 말만 사용해 보자. 말을 바꾸면 인생이 변한다.
일본의 어떤 교수가 우리가 사용하는 말이 물의 분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실험했다. 병에 물을 담고 “좋은 물”이란 말을 들려주고 또 다른 병에는 “나쁜 물”이라고 한 다음 얼렸다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 ‘좋은 물’ 소리를 들은 물은 아름다운 결정이 나타났는데 ‘나쁜 물’ 소리를 들은 쪽은 기형으로 변했다. 이번에는 글을 써 붙이고 같은 실험을 반복했는데 역시 같은 변화가 나타났다. MBC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했다. 2개의 병에 밥을 담아 아나운서들에게 나눠주고 한쪽 병에는 ‘좋은 밥’ 다른 병에는 ‘나쁜 밥’하고 보름 동안 말한 다음 촬영하여 방영했는데 ‘좋은 밥’은 노랗게 누룩처럼 발효되었지만 ‘나쁜 밥’은 곰팡이가 생기고 시커멓게 썩어 있었다. 말과 글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는 과학이 증명한다.
첫댓글 좋은 글에 쉬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