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1일 화요일
주님, 언제나 한결 같으신 당신을 배우게 하소서.
한의원으로 가기 전
형수님에게 뭔 용기인지 상황버섯을 챙겨 달라고 했다.
형과 함께 한의원에 와서 침을 맞았다.
어제 불을 때고 오지 않은 아궁이 때문에 일찍 서둘러 나왔다.
차를 타고 오면서 침을 맞은 몸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잔다.
충주까지 자고 왔다.
대전가는 차를 타고 또 잔다.
자다가 보니 깨보니 유성이다.
화장실에 가서 겨우 오줌을 눈다.
차에 올라 다시 잔다.
잠에 포흔이 진 사람처럼 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신 잠인가하고 자다보니
전주다.
서점에 들러 송광일의 '기적의 자연재배'란 책을 시집 두 권과 함께 샀다.
진안에 오는 길이 기적의 자연재배에 빠졌다.
비료도 농약도 퇴비도 쓰지 않는 먹거리 혁명!
한마디로,
고전압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부가 되라는 얘기다.
거름과 농약으로 키운 먹거리를 저전압 식품이라고 한다.
송광일교수는 자연의 순리로 키운 먹거리를 고전압 식품이라고 명한다.
자연의 순리로 키운 먹거리는 썩지 않고 마른다.
진안에 들어서서야 설레는 맘을 책갈피에 접어놨다.
진안시장에서 상황버섯을 끓일 유리그릇을 샀다.
집이 와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유리그릇에 상황버섯을 끓인다.
상황버섯 차를 마시고
고단함을 잠으로 달래려고 누웠다.
아직 방이 따끈해 지려면 멀었나 병아리가 엄마 품을 그리듯
자꾸 따뜻한 곳을 찾아 맴돈다.
이런 날에는,
한결같이 따뜻한 당신이 그립다.
긴 잠을 청한다.
2월 1일 수요일
주님, 길이 막힐 때, 당신의 한결같은 사랑을 기억하게 하소서.
오늘은 구량천 생산자들이 옥천 한살림 생산자를 초대한 날이다.
남부마이산 식당에서 11시 30분에 만나기로 했다.
시간이 되어 가보니
일찍 서두른 옥천 팀이 이미 마이산 탑사에 다녀왔다.
인사를 나누고 밥을 먹고 다시 산을 오른다.
젊은 구량천 식구들에 비해
옥천 식구들은 노익장을 과시했다.
남부마이산에서 북부마이산을 넘는다.
계단에서 계단으로 이어진 산행이다.
농사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옥천식구들은 넓은 밭에 복숭아나 포도농사를 짓는다.
거기다 대보니 구량천의 농사는 소꿉장난 같다.
괜히 주눅 든 다리가 계단을 내려간다.
언젠가 이 산을 넘었다가 후들거리는 다리에 알을 달고 내려왔다.
삼일 만에 종아리에서 나온 병아리 두 마리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오늘은,
거뜬한 다리에 알이 없다.
자전거를 꾸준히 탄 덕인가?
주눅 들다가 용감하게 산을 넘어 온 다리가 자랑스러워 가슴을 활짝 폈다.
다시 기적의 자연재배를 떠올리며 시대를 거스리는
농사를 생각하니 가슴을 펼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맘이 편안해졌다.
돌아오는 길에 아우목사네 들러
아이들에게 늦은 세배를 받았다.
생각나는 성경말씀을 물으니,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이 말씀이요" 한다.
"그래 그 말씀이 믿어지냐?"
"아니요. 믿어지기도 하고 안 믿어지기 해요."
사실은 나도 그렇다. 그래서인가 난 지금도 방황을 한다.
그렇다고 나처럼 방황을 하며 살라는 말은 못하고,
"거 좋은 일이다." 했다.
"그 말은 하나님이 우리를 한결 같이 사랑한다는 말이다. 알지?"
"예."한다.
말문이 막힐 때 말씀을 그대로 따라했을 뿐인데
뭐가 막 풀린다.
상황버섯 끓인 물을 마신다.
막힌 가슴이 풀리는 느낌이 든다.
2월 2일 목요일
주님, 생명의 물을 주소서.
상황버섯 차를 마신다.
막내딸과 만두를 만들기로 했다가
만두 속이 그새 쉬는 바람에 헛물만 켰다.
딸에게,
마음을 그리는 여덟살 화가 민찬이 얘기를 했다.
내 맘에 의도를 알아차린 듯
얼른 받아 넘긴다.
물을 자꾸 마시는 하루가 간다.
목마른 하루였나?
종일 물만 마셨다.
개울에 내려가기가 싫어서
어제 오늘 개들에게 물을 주지 않고 있다.
목마른 개들이 목마르지 않은 주인을 보고 있다.
이젠 상황버섯 차가 나를 삼킨다.
2월 3일 금요일
주님, 나 오직 주님만을 자랑하게 하소서.
진안에 나가다가 보니
블루베리밭에서 아래골 아우가 일을 한다.
읍내에 다녀와서
나도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밭으로 갔다.
자의가 아니라 타의로 밭에 왔다.
블루베리 밭에서 전지를 한다.
일을 하고 나면 손목이 많이 아픈데 일을 앞에 두고 살짝 겁을 낸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한 줄만 해 본다.
한참을 했는데 괜찮다.
이상하다.
이정도 일을 하면 아플 때가 됐는데 손목이 괜찮다.
힘을 내서 땔감도 한다.
트럭 짐칸에 나무까지 실었다.
어두워져 가는 길에 트럭이 가는 방향만 비춰주는 불빛만을
따라서 간다.
손목이 아파서 일하는 것을 겁내고,
아우가 일을 하니 겨우 일하고,
어두우면 꼼짝을 못하고,
빛을 따라서만 가야하는 둔한 인생이다.
그런데도 오늘은 밭에서 늦도록까지 일을 하고 집으로 간다.
지난 달 자전거를 타고 진안에 다녀왔는데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좀처럼 회복이 안 되더니 오늘은 순리대로 된다.
아!~
지인들의 도움으로 제천에 끌려가서 챙겨 온 상황버섯 차가
가슴에 막혔던 자리를 뚫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요 며칠 가슴이 시원하다.
먼 길에 지인들과 함께 가라고 밀어 낸 뜻을 이제야 깨닫는다.
내일이 입춘(立春)이다.
그분의 솜씨를 자랑하는 봄이 온다.
어디서 노래가 들린다.
봄이 오는 길/박인희노래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 온다네
들 너머 뽀얀논밭에도 온다네
아지랑이 속삭이네
봄이 찾아 온다고
어차피 찾아 오실 고운 손님이기에
곱게 단장하고 웃으며 반기려네
하얀 새 옷입고 분홍신 갈아 신고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 온다네
들 너머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
곱게 단자하고 웃으며 반기려네
하얀 새 옷입고 분홍신 길아 신고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 온다네
들 너머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
들 너머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
어차피 찾아 오실 고운 손님이기에
곱게 단장하고 웃으며 반기려네
하얀 새 옷 입고 분홍신 갈아 신고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 온다네
들 너머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
곱게 단장하고 웃으며 반기려네
하얀 새 옷입고 분홍신 갈아 신고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 온다네
들 너머 뽀얀~논밭에도 온다네
들 너머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