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번역서 > 계곡집 > 계곡선생집 제32권 > 七言排律 > 張維 지겨운 무더위 이십 운[苦熱二十韻] ①화제가 하늘 맡아 ②축융을 마구 부려먹어 / 火帝司天役祝融 천지가 온통 화로 속에서 활활 타네 / 八紘都在一爐中 ③남와는 본래 생장을 돕는 게 임무건만 / 南訛本爲資生長 ④북지에 오히려 찜통 더위만 부추기네 / 北至翻成煽蘊隆 붉은 아침 해 바다 속에서 솟자마자 / 赤日曈曈纔出海 홍색 구름 번쩍번쩍 하늘을 금방 불태울 듯 / 炎雲爀爀欲燒空 하늘과 땅 어딘들 서늘한 곳 있을까 / 乾坤未見淸凉地 하늘의 대장간 풀무질을 도대체 누가 하나 / 陶鑄誰尸橐鑰功 연곡도 ⑤추자의 취율(吹律) 언짢아 하고 / 燕谷却嫌鄒子律 촉 땅의 ⑥등씨 동산(鄧氏銅山) 녹아서 흘러내렸으리 / 蜀山應鑠鄧家銅 높은 산 천 그루 나무 뜨뜻한 바람 불어대고 / 千林畏佳溫風動 골짜기마다 장독(瘴毒) 품고 운무 잔뜩 서려 있네 / 萬壑歊噓毒霧濛 샘이란 샘물은 모두 끓어오르는 듯 / 大抵有泉皆似沸 달궈지지 않는 물건 하나도 없게 만들었네 / 遂令無物不成烘 ⑦청모의 장기(瘴氣)에 떨어지는 호두산(壺頭山) 솔개요 / 壺頭鳶墮靑茅瘴 ⑧자패궁에서 뜨거워하는 못 속의 용이로세 / 潭底龍焦紫貝宮 그중에도 오뇌로 시달리는 이 서생 / 最是書生偏懊惱 쑥대 무성한 집 속에서 어떻게 견뎌내랴 / 不堪環堵翳蒿蓬 담 그늘 아래 듣나니 지겨운 개구리 울음소리 / 墻陰厭聽蛙聲聒 창 틈으로 들락날락 보이나니 ⑨표각들 / 甕牗愁看豹脚通 구멍 뚫린 홑적삼에 후줄근히 흐르는 땀 / 穿破短衫渾涴汗 바람아 불어 다오 냅다 부채만 부쳐대네 / 捉來輕箑强搖風 서늘한 집에 대자리 가난한데 될 말인가 / 涼軒珍簟貧難辦 차가운 수정(水晶) ⑩가을 고채(菰菜) 시로만 잘 읊누나 / 水玉秋菰句漫工 길거리 먼지 무릅쓰고 싸다니는 ⑪내대자(褦襶子)들 / 街上衝塵多褦襶 가로수 그늘 밑에 더위나 좀 식히시라 / 樾中蔭暍是帲幪 ⑫평천장(平泉莊) 손님 머리 위로 쌩쌩 부는 용피 바람 / 平泉會客龍皮滑 ⑬하삭음(河朔飮) 마련하고 건배하는 술잔들 / 河朔開筵羽爵崇 시원하고 더운 날씨 어찌 차이 있으랴만 / 不是炎凉元有別 즐거움과 괴로움 똑같기가 어렵다오 / 由來苦樂自難同 술 떠 붓는 북두칠성 멈추는 일 있으리요 / 璇璣斟酌無停運 순환하는 춘하추동 본래 지공무사(至公無私)하오 / 舒慘循環本至公 ⑭용화가 건듯 삼복 따라 굴러가면 / 龍火乍從三伏轉 가을철 접어들며 ⑮응풍이 점점 거세지리 / 鷹風漸入九秋雄 ⑯충화의 기운 간직하면 마음에 누 될 게 뭐 있으리 / 冲和在我心無累 여름엔 칡옷 겨울엔 갖옷 무궁무진 적응하리 / 裘葛隨時道不窮 ⑰현포 누대 올라서면 얼음물 퐁퐁 샘솟고 / 玄圃樓臺氷淅瀝 ⑱노한궁엔 영롱한 옥호(玉壺)가 있다는데 / 露寒宮殿玉玲瓏 지위가 서로 현격하니 어찌 엄두 내리요 / 仙凡路隔何由到 높이 누워 우리 ⑲녹주옹만 떠올리네 / 高臥長懷漉酒翁 ① 화제(火帝) : 오방(五方) 천제(天帝)의 하나인 적제(赤帝)로서, 남방과 여름과 불을 담당한다고 한다. ② 축융(祝融) : 남방의 불 귀신[火神] 이름이다. ③ 남와(南訛) : 염제(炎帝)에 속한 여름철 담당 불 귀신 이름이다. ④ 북지(北至) : 하지(夏至)의 별칭이다. 태양이 이날 적도(赤道)의 최북단에 위치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⑤ 추자의 취율(吹律) : 전국 시대 제(齊) 나라의 추연(鄒衍)이 연(燕) 나라의 곡구(谷口)에 있을 때, 땅이 비옥하면서도 기후가 썰렁하여 농사가 안 되는 것을 보고, 양률(陽律)을 불어넣어 곡식을 자라게 했다는 전설이 있다. 《太平御覽 卷54 注》 ⑥ 등씨 동산(鄧氏銅山) : 한 문제(漢文帝)가 총신(寵臣) 등통(鄧通)에게 촉군(蜀郡) 엄도(嚴道)의 동산(銅山)을 하사하여, 스스로 동전을 만들게 해서 거부(巨富)가 되도록 했다는 고사가 있다. 《史記 佞幸列傳》 ⑦ 청모의 …… 솔개요 : 후한(後漢)의 마원(馬援)이 교지(交趾)를 공격하며 호두산에 이르렀을 때 혹독한 무더위를 만나 역사(疫死)하는 사졸들이 늘어나고 자신도 병에 걸리자 “찌는 듯 치솟아 올라오는 독기에 솔개도 물속에 툭툭 떨어지나니, 고향에서 편히 살자던 소싯적의 그 말을 누워서 떠올린들 어떻게 될 수가 있겠는가.[毒氣熏蒸 仰視鳥鳶跕跕墮水中 臥念少游平生時語 何可得也]”라고 탄식했던 고사가 있다. 《東觀漢記 馬援傳》 청모(靑茅)는 향기가 독한 남방의 띠풀이다. ⑧ 자패궁에서 …… 용이로세 : 《초사(楚辭)》 구가(九歌) 하백(河伯)에 “물고기 비늘 집 용의 저택이요, 붉은 조개 누각 붉은 궁궐이로다.[魚鱗屋兮龍堂 紫貝闕兮朱宮]”라는 표현이 있다. ⑨ 표각(豹脚) : 다리에 꽃무늬가 있는 모기를 가리킨다. ⑩ 가을 고채(菰菜) : 진(晉) 나라 장한(張翰)이 가을바람을 맞고는 고향의 고채와 순채국 맛을 그리워하며 벼슬을 곧장 그만두고 귀향했던 고사가 있다. 《晉書 張翰傳》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에 “어떡하면 차가운 수정 지니고, 서늘한 가을 고채 맛을 볼거나.[乞爲寒水玉 願作冷秋菰]”라는 구절이 있다. 《杜少陵詩集 卷15 熱》 ⑪ 내대자(褦襶子) : 미욱해서 분수를 모르는 자를 말한다. 참고로 《고문원(古文苑)》에 실린 삼국 시대 위(魏) 나라 정효(程曉)의 ‘조열객시(嘲熱客詩)’에 “저기 저 내대자 보소, 무더위 속에 남의 집을 찾아다니네.[只今褦襶子 觸熱到人家]”라는 표현이 있다. ⑫ 평천장(平泉莊) …… 바람 : 당(唐) 나라 이덕유(李德裕)가 자신의 별장인 평천장에서 여름에 주연(酒宴)을 베풀 때, 황금 항아리에 담은 물로 백룡피(白龍皮)를 적셔 놓으니 한기(寒氣)가 일어나면서 서늘해졌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劇談錄 李德裕》 ⑬ 하삭음(河朔飮) : 피서(避暑) 목적의 주연(酒宴)을 말한다. 후한(後漢) 말에 유송(劉松)이 원소(袁紹)의 자제와 함께 하삭(河朔) 즉 하북(河北)에서 삼복(三伏) 더위를 피하려고 밤낮으로 주연을 베풀어 취하면서 만사를 잊었던 고사가 있다. 《初學記 卷3 避暑飮 感涼會 注》 ⑭ 용화(龍火) : 동방 7수(宿) 중의 심수(心宿)로서, 이 별이 서쪽으로 기울어지면 화기(火氣)가 수그러들기 시작한다고 한다. ⑮ 응풍(鷹風) : 입추가 되면 응준(鷹隼)이 맹위를 떨친다는 말에서 비롯하여 가을바람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漢書 五行志上》 ⑯ 충화의 기운 : 담박하고 평화로운 기운, 즉 진원(眞元)의 기(氣)를 말한다. ⑰ 현포(玄圃) : 곤륜산(崑崙山) 정상의 신선 세계 이름이다. ⑱ 노한궁엔 …… 있다는데 : 노한궁(露寒宮)은 한(漢) 나라 궁전 안의 관소(館所) 이름이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에 “만리 저쪽 노한전, 얼음물 담은 맑은 옥 병.[萬里露寒殿 開氷靑玉壺]”이라는 구절이 있다. 《杜少陵詩集 卷19 槐葉冷淘》 ⑲ 녹주옹(漉酒翁) : 술 거르는 늙은이라는 뜻으로 도연명(陶淵明)을 가리킨다. 도연명이 술이 익으면 갈건(葛巾)으로 술을 걸러낸 다음 다시 머리에 썼다고 한다. 《南史 隱逸傳上 陶潛》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19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