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종중사무총장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갔다. 오후4시여서 아침 8시 무궁화로 가도 시간이 남아 다른 볼 일 한 가지 더 보고 안국역 2출구 앞 장소(義白學校)로 갔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보니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린 밤7시가 넘어버렸다. 오늘 내려가시냐고 묻는 박 회장의 인사말에 열차표는 예매가 되었는가 묻는다. 나는 본시 어떤 표도 예매하지 않습니다. 라고 답하고 약간의 설명을 곁들인다. 시간의 자유로움을 위해 안합니다. 그거 해놓으면 계속 초조감에 사로잡혀 불안하니까요 라고 답했다.
천안까지 가서 익산을 점검해보았으나 광주송정역까지 고속열차 연결시간이 다 끝나버려 천안 자텔에서 1박했는데 이튿날 주변이 시끄러워 좀처럼 잠이 들지 못하다 새벽잠이 들어 아침 8시30분 첫차를 놓쳤다. 다시 3시간 이상을 기다리게 되어 무료한 시간을 아끼는 차원에서 인근을 돌아보는데 동아 라이크텐 오피스텔 분양 모델하우스에 들려본다. 전용면적 84㎡의 방3 화장실 2개면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것보다 약간의 여유도 있을 듯하여 가계약을 하고 다음날 다시 가서 본 계약을 해버렸다. 2년 후 내가 입주하든 세를 놓든 이것은 분명 희망이 있는 상품이다.
천사(1004)의 집을 계약해 놓고 돌아와 설레는 마음에 잠을 못 잘 정도로 기분이 들떴다. 1차 1,000만원에 이어 2차 계약금 1,817만원은 두 달 반쯤 남았으니까 마이너스통장에서 절반만 꺼내도 완전계약은 가능할 것 같아 융자대출 받겠냐는 제안을 사양했다. 2년 후 입주든 세를 놓든 잔금처리는 그때 가서 생각하자. 입주를 한다면 현 거주 지오스@ 보증금 꺼내고 제주펜션 매매하면 가능하고 아니면 융자대출 받아도 방법은 넉넉하다.
왜 잠이 안 올까? 2년 후 거주지를 옮길 경우 이사에서 거주정착까지 과정을 예상해보는 일이 간단치가 않기 때문이다. ‘지긋지긋한 이사’ 그만 하고 싶다고 몇 번이고 다짐을 해보았지만 5년 넘기기가 힘들다. 이제 그 습관이 길들여져서인지 힘은 들어도 결과는 항상 즐겁다. 새로운 환경을 접한다는 것은 자신의 고질적 나태를 벗어나는 신선감 그 느낌은 사모해오던 이성을 새로 만난다는 기쁨과도 같다. 살림살이가 새로 바뀌고 냉장고가 깨끗하게 청소 된다. 새로 적응할 곳에 돌아보아야할 광범위한 관광지가 대기하고 있으니 풍족한 소일거리가 내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음은 당연한 순리다.
북향으로는 태조산 흑성산 남으로는 광덕산이 있고, 독립기념관 개관기념 초청야영의 추억, 인근의 온양온천과 현충사 등 거의 다녀본 곳이지만 십 수 년이 지났다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변했고 시대에 변화에 적응 발전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슴 설렐 거리가 된다. 서쪽으로 타 시군 지역으로 조금만 가면 당진시요 그 위로 삽교천 서해대교 행담도의 전설들이 역사를 담은 관광지로 고급스럽게 승화되어 있다. 나는 길들여진 시트콤인생길을 종횡무진 참지 못한다. 이래서 내 인생은 예매할 수 없는 삶인 것이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트콤 인생 그 자체를 즐기며 살다보니 예매는 절대로 그리고 영원히 못할 것이다. 그래도 그리움 몇 개는 안고 산다. 아기자기했던 신혼생활, 해외여행 함께했던 연인과 막연하나마 아직도 포기할 수는 없는 기다려지는 희미한 꿈, 나를 진정 이해해줄 이성이 어딘가에 있기는 있을 거라는 희망, 그래서 삶을 예매하지 않고 계속 대기상태로 옮겨 다니며 사는지 모른다.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줄까? 하는 어리석은 착각이 예매를 못하게 늘 발목을 잡는지도 모르겠다.
첫댓글 나를 진정으로... 이성이 어딘가에...
喜壽에도 숨김없이 異性을 그리워 한다고 말할 수 있는 당신은 진정한 로맨티스트이며
티켓팅 없이 항상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옮겨다니는 삶은 원조 보헤미안 그대로입니다.
감사합니다.
천사의 집에서 와 중복된 내용 양해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