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박사, 한옥터에 죽은 나무 처리와 차선
〇 경사진 임야를 허가받아서 토목공사를 해서 한옥 본채를 완성하고 현재 담장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허가받은 비탈진 임야에는 오래전부터 기둥이 약 15미터가 넘고 그 위에 가지가 있는 소나무 4그루와 그보다 더 크고 우람한 자작나무가 1그루 있었습니다. 소나무는 본채 마당에 있고, 자작나무는 본채 뒤편에 있도록 원래의 모습을 보존하도록 설계하였습니다.
- 한옥에 온 손님들이 큰 소나무를 보면서 보인 반응은 “값비싼 나무를 공짜로 얻었다”고 평하거나, 나무가 지붕보다 훨씬 높은 것은 “나쁘다”는 취지로 조심스럽게 말씀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 토목공사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평탄화 작업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소나무와 자작나무의 기둥을 30센티미터 정도를 덮었습니다. 염려가 현실이 되어 자작나무는 봄이 되어도 가지에서 잎을 내지 못해서 앙상한 나무가 되었고, 소나무들은 겨울에 내린 눈과 바람으로 모두 가지가 꺽이고, 한그루는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 마을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소나무 아래를 파고 생막걸리를 계속 부어주었지만, 소나무 한그루는 잎들이 빨간색으로 시들고 말았습니다. 시공사 대표에게 죽은 나무들이 보기 싫으니 절단해 달라고 하면, 죽지 않았으니 두고 보라고 장담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손톱으로 자작나무부터 절단하려고 시도했으나 두께가 한 아름이나 되고 단단해서 손톱으로 절단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 처음부터 소나무가 4그루 있는 것이 싫었고, 생기가 넘쳐야 할 집에 죽어가는 나무가 있는 것이 싫었습니다. 이유는 성경에서 4수는 동서남북 사방과 땅· 우주를 나타내는 세상을 상징하는 수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수에 대하여 더 설명하면 3수는 하나님의 수이고, 7은 3과 4를 합한 수로, 완전함, 하나님의 완성 등을 나타내고, 10은 만족, 충만, 완전, 율법, 시험 등을 의미합니다.
- 생기를 읽은 자작나무를 절단하다가 갑자기 앞집 담장에 요즈음 계속 피어있는 능소화를 보고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있지만, 요즈음 능소화를 볼 때 마다 이 말이 틀렸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능소화는 하루 이틀 만에 시드는 꽃을 계속 새로 피우면서 6월부터 8월까지 피기 때문입니다.
= 요즈음 썬크림을 계속 발라도 얼굴이 검게 그을릴 정도로 한주에 2〜3회씩 와서 한옥 지반을 꾸며준 돌과 돌 사이에 각종 다년생 꽃들을 3면에 엄청나게 심었습니다. 그리고 키가 큰 소나무와 자작나무에 한그루에 3만 원씩 15만 원을 주고 능소화를 심었습니다. 나무 한그루에 능소화 한그루를 심고 바라보다가 나무 전체를 휘어 감기 위해서는 세월이 오래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래하는 화원에 질문했더니 능소화는 서로 싸워서 죽지 않고 오히려 경쟁적으로 얽어져서 더 잘 자란다고 해서 15만 원을 주고 추가로 구입했습니다.
- 추가로 능소화를 한그루씩 더 심고 바라보다가 “경쟁적으로 얽어져서 더 잘 자란다”는 말이 생각나서, 이방원의 〈하여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 정몽주의 〈단심가〉가 "이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 죽어/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이시랴“를 생각했습니다.
- 칡은 산과 밭등 어디에서도 얽혀 가면서, 마디마디 뿌리내리면서 생명력이 넘치게 유지하고 뻣어 갑니다. 칡은 몸에도 좋고 겨울 빼고는 푸른 색을 유지함에도 싫어하는 이유는 점령해 버리기 때문에 싫어하고, 능소화는 그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사랑받는 차이를 발견했습니다. 칡처럼 점령하지 말고, 능소화처럼 죽은 나무도 장식해 주면서 남은여생 함께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최선이 되지 못하면 차선이라도 선택하면서 저 능소화가 짧으면 2년, 길면 3년 뒤 소나무와 자작나무를 장식하여 이 지역의 명물이 되었을 때 그 때도 함께 볼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를 생각했습니다.
첫댓글 https://www.youtube.com/watch?v=3llMcOyAL4A&list=RD3llMcOyAL4A&start_radi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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