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제2세대 신들의 상징물과 상징하는 동물
제우스와 그의 사촌 레토 사이에서 태어난 태양신 아폴론의 상징물은 현이 7개인 U자 형태의 악기 리라Lira, 활과 화살, 월계관이고, 그를 상징하는 동물은 까마귀다. 리라 그리고 활과 화살은 각각 현악기와 궁술의 신으로서의 아폴론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 준다. 아폴론이 트레이드마크처럼 월계관을 쓰고 다니는 것은 월계수로 변신한 연인 다프네Daphne를 영원히 기리기 위해서였다. 다프네는 그리스어로 '월계수'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까마귀는 왜 하필 아폴론의 새가 되었을까? 그것은 까마귀가 유럽에서는 지능이 아주 뛰어난 새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지혜의 신이기도 했던 북유럽 신들의 왕 오딘이 양어깨에 늘 까마귀 두 마리를 데리고 다닌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아플론은 태양신이면서도 이성의 신이기도 했다. 지능은 이성과 동전의 양면처럼 깊은 관계가 있다. 아폴론은 또한 예언의 신이기도 했는데, 예언의 능력도 바로 냉철한 이성에서 생기는 법이다.
제우스의 숲의 요정 마이아Maia 사이에서 태어난 전령의 신 헤르메스의 상징물은 케리케이온Kerykeion 지팡이다. 이 지팡이는 맨 위에 날개가 달리고, 아래쪽으로는 뱀 2마리가 서로 마주 보며 휘감고 있는데 로마에서는 카두케우스Caduceus라고 했다. 날개 달린 신발과 날개 달린 두건도 헤르메스의 상징물이다. 날개 달린 두건은 시대에 따라서 모자의 투구로 변했다. 헤르메스의 상징물 모두에 날개가 달린 것은 헤르메스는 전령으로서 빨라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태어난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의 상징물은 모루, 부집게, 고대 그리스의 장인들이 썼던 원추형 모자 필로스Pilos다. 특히 고대 그리스의 도기를 보면 헤파이스토스가 디오니소스의 설득으로 불화 관계에 있던 어머니 헤라와 협상하러 올림포스 궁전으로 올라가는 장면이 있는데, 헤파이스토스는 술에 취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으면서도 부집게만은 손에 꼭 쥐고 있어 우리의 미소를 자아낸다. 그의 철저한 직업의식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태어난 전쟁의 신 아레스Ares의 상징물은 그의 정체성과 성격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창과 방패고, 그를 상징하는 동물은 저돌적인 멧돼지다. 일설에 따르면 아레스는 연인이자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미남 청년 아도니스Adonis와 사랑에 빠져 매일 함께 붙어 다니느라 자신을 소홀히 대하자 분노가 폭발하여 멧돼지로 변신해서 아도니스를 어금니로 들이받아 죽였다.
제우스와 테베의 공주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난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상징하는 동물은 표범이다. 그래서 그는 2마리 표범이 끄는 마차를 타고 다닌다. 표범은 애욕을 상징하는데 아마 디오니소스의 신도 대부분이 여신도여서 그를 상징하는 동물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의 상징물은 포도 넝쿨로 만든 관, 칸타로스Kantharos술잔, 티르소스Tyrsos 지팡이다. 특히 지팡이는 기다란 자이언트 회향풀 줄기 맨 위에 솔방울 하나를 박아 넣고 그 아래 줄기를 아이비 덩굴로 감은 것인데 풍요를 상징한다.
크로노스에 의해 거세당한 우라노스의 남근이 바다에 가라앉으면서 생긴 거품에서, 혹은 제우스와 물의 요정 디오네 사이에서 태어난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상징하는 동물은 비둘기와 백조다. 비둘기는 새끼를 많이 낳아 풍요의 상징이고, 백조는 미의 상징이다. 그래서 아프로디테는 2마리 백조가 끄는 마차를 타거나 혹은 한 마리 백조의 등 위를 타고 다녔다. 화가들도 아프로디테를 그릴 때 그 주변에 늘 비둘기도 함께 그려 넣었다. 아이네이아스가 지하 세계의 아버지를 찾아가기 위해 숲속에서 지하 세계 출입증인 겨우살이를 찾아 헤맬 때 그를 안내한 것도 바로 어머니 아프로디테가 보낸 비둘기였다.
아프로디테는 또한 케스토스 히마스kestos Himas라는 아주 특별한 '마법의 가슴띠'를 갖고 있었다. '케스토스 히마스'는 원래 '수를 놓은 벨트'라는 뜻이다. 하지만 허리가 아닌 가슴에 벨트를 두른다고는 할 수 없는 법. 그래서 '수를 놓은 가슴띠'로 생각하여 아예 '마법의 가슴띠'로 번역하는 게 좋다. 아프로디테뿐 아니라 누군가 그 가슴띠를 두르고 있으면 아무도 그 마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헤라도 한때 아프로
디테에게서 그것을 빌려 긴요하게 썼다.
아프로디테를 상징하는 꽃은 우리가 사랑하면 떠올리는 꽃 장미다. 또한 그녀를 상징하는 나무는 그 이름이 우리에게는 아주 낯선 도금양이다. 도금양은 은매화라고도 하는데 영어로는 '머틀Myrtle'이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결혼식 때 신부에게 도금양 가지로 만든 관을 씌워 주었고 그 꽃으로 만든 부케를 주었다. 그런 풍습의 유래와 도금양의 탄생에는 아프로디테의 여사제 미리나Myrina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미리나는 원래 미모가 아주 뛰어났고 약혼자도 있었는데 언젠가 도둑 떼에게 납치되었다가 천신만고 끝에 탈출한 뒤론 다시 자유를 찾게 된 게 신들 덕분이라 굳게 믿고 얼마 후 아프로디테의 사제가 되었다. 우리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절이나 수녀원에 들어간 셈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옛 약혼자가 신전으로 찾아와 자신을 억지로 데려가자 그를 죽이고 스스로 도금양으로 변신했다. 아프로디테는 그녀의 충정에 깊이 감동하여 도금양에 향기를 선물하고 그것을 자신의 나무로 삼았다.
제우스와 그의 사촌 레토 사이에서 태어난 달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상징물은 초승달 모양의 머리띠 장식과 활과 화살이고, 그녀를 상징하는 동물은 사슴과 사냥개다. 활과 화살 그리고 사냥개는 사냥의 여신으로서의 정체성을, 사슴과 초승달은 각각 접근하기 힘들고 차가운 성격을 잘 대변해 준다.
제우스와 지혜의 여신 머티스 사이에서 태어난 지혜의 여신 아테나를 상징하는 동불은 커다란 눈을 지녀 지혜를 상징하는 부엉이 혹은 올빼미다. 참고로 올빼미는 부엉이와는 달리 '귀깃'이라고도 하는 뿔 모양의 깃이 없다. 아테나의 상징물은 아버지 제우스가 그녀에게 맡긴, 마치 현대의 니트 카디건처럼 양어깨에 걸칠 수 있도록 만든 아이기스Aigis방패고, 그녀를 상징하는 나무는 올리브다. 아테나는 포세이돈과 아테네시의 수호신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일 때 창으로 땅을 쳐서 올리브 나무를 솟아나게 했다.
브랜드로 읽는 그리스 신화 중에서
김원익 지음
첫댓글 재밌는 그리스 신화~
모는 신들은 상징이 있네요
나를 특징할 수 있는 것은 뭘까? 생각해봅니다^^
고민중이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