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7일 개원한 국립세종수목원은 국내 첫 도심형 수목원이다. 세종특별자치시 연기면 행정중심복합도시 한가운데 있으며, 무려 축구장 90개 면적에 달하는 65ha에 식물 2834종, 172만 본이 식재됐다. 경기 포천의 국립수목원, 경북 봉화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이어 세 번째로 조성된 국가 수목원이다. 온대 중부 권역에 서식하는 다양한 수종을 볼 수 있으며, 아름답고 다양한 정원과 멋진 온실도 갖춰 한나절 나들이 코스로 손색이 없다.
붓꽃의 꽃잎을 형상화한 사계절전시온실
매표소와 방문자센터를 지나면 잔디가 깔린 축제마당이 펼쳐진다. 이곳에 사계절전시온실이 있다. 최고 높이 32m에 총면적 약 9815㎡이며, 외떡잎식물인 붓꽃의 꽃잎을 형상화했다. 유리 건물인데도 차갑고 스산해 보이지 않는 이유다. 꽃잎마다 지중해온실, 열대온실, 특별전시온실이 자리하며 사계절 내내 화려한 꽃과 나무를 볼 수 있다. 우리와 기후대가 다른 지중해와 열대에 서식하는 식물을 전시·교육해 식물 종 다양성의 중요성을 알게 해준다. 사계절전시온실은 모양이 독특하고 아름다워 세종시의 랜드마크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페인 알람브라궁전의 정원을 참고해서 지은 지중해온실
2200㎡ 규모 지중해온실에는 식물 227종 1960본이 있다. ‘공룡의 먹이’라고도 불리는 울레미소나무,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바브나무, 지혜의 여신 아테나를 상징하는 올리브 등이 눈길을 끈다. 스페인 알람브라궁전의 정원을 참고해서 지은 지중해온실은 지중해풍 조각품과 어우러져 낭만적인 풍경을 빚어낸다.
아이들을 사로잡는 열대온실의 벌레잡이(식충)식물
열대온실은 ‘신비로운 정글’을 주제로 꾸몄다. 2800㎡ 면적에 나무고사리, 알스토니아 스콜라리스, 보리수나무 등 열대식물 437종 6724본이 있다. 아이들이 덱을 따라 걷다가 벌레잡이(식충)식물 앞에서 오래 머문다. 식물도감에서나 보던 식물이 눈앞에 있으니 신기해하며 떠날 줄 모른다.
꽃이 밤에 피어 ‘밤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빅토리아수련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효과가 커 온난화를 방지하는 식물로 꼽히는 맹그로브, 개구리 알과 올챙이의 탁아소 역할을 하는 브로멜리아드, 꽃이 밤에 피어 ‘밤의 여왕’이라고 불리며 잎에 사람도 올라탈 수 있는 빅토리아수련 등이 발길을 붙든다.
다 자라면 키가 32m나 되는 알스토니아 스콜라리스
알스토니아 스콜라리스는 다 자라면 키가 32m나 되는데, 여기에 맞춰 온실도 천장을 높게 지었다고 한다. 온실은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따뜻한 공간을 초록으로 가득 채운 식물을 보면 나중에 또 어떤 모습으로 울창해질까 싶고, 아는 식물을 만나면 반갑다.
수목원을 돌며 흐르는 청류지원
사계절전시온실에서 나오면 야외 공간이다. 겨울 햇살을 받으며 은은하게 흐르는 실개울이 보인다. 함양지에서 민속식물원까지 수목원을 돌며 흐르는 길이 2.4km 청류지원(淸流池園)으로, 금강에서 물을 끌어왔다.
실개울을 건너면 한국전통정원이 있다.
실개울을 건너면 한국전통정원이 보이고, 우람한 목조건물 솔찬루가 서 있다. ‘소나무처럼 푸르고 옹골차다’라는 뜻이다. 궁궐정원이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관람객이 파종과 재배, 수확까지 체험하는 민가정원도 있다. 습지원, 야생화원, 민속식물원, 무궁화원, 치산녹화원, 식물분류원, 숲정원, 치유정원, 후계목정원 등 다양한 야외 공간을 둘러보기에 아쉬운 계절이지만, 온실 구경만으로 충분히 보상받고 남는다.
국립세종수목원은 국내 첫 도심형 수목원이다.
국립세종수목원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월요일, 1월 1일, 명절 당일 휴원),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수목원 외부와 사계절전시온실 관람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방지를 위한 단계별 방역 지침에 따라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