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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뇌혈관질환 306만명 17년 분석결과…"예방목적 복용이 되레 사망위험 2배 높여"
아스피린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심뇌혈관질환이 없었던 노인이 저용량 아스피린을 장기간 복용하면 오히려 뇌출혈 발생 후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재활의학과 김형섭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이용해 55세 이상 나이에 심뇌혈관질환을 처음 앓은 306만명을 대상으로 아스피린의 일차 예방 효과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소염진통제인 아스피린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의 심뇌혈관질환을 겪은 환자들에게 재발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널리 쓰이는 약물이다.
하지만 심혈관 건강에 문제가 없는 사람이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사용하는 데 대해서는 그 효용성을 두고 찬반 논란이 큰 편이다.
연구팀은 심혈관 질환이 발생하기 이전에 아스피린을 복용한 그룹(8천770명)과 복용하지 않은 그룹(1만7천540명)으로 나눠 17년(2004~2021년) 동안의 뇌졸중 발생 후 사망률을 비교했다.
이 결과 출혈성 뇌졸중의 경우 아스피린을 미리 복용한 그룹에서 심한 뇌 병변 장애의 위험이 높았다.
또한, 90일 이내 단기 사망률과 장기 사망률도 아스피린을 미리 복용했던 그룹이 대조군보다 각각 33%, 6%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단기 사망률의 경우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은 나이였는데, 아스피린 복용 그룹 중 60대, 70대, 80대의 단기 사망 위험은 60대 미만에 견줘 각각 2.21배, 3.63배, 6.69배에 달했다.
아스피린 복용그룹에서 연령 및 성별에 따른 출혈성 뇌졸중 후 90일 사망률의 위험비. [논문 발췌] |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외국에서 나온 분석과 같은 맥락이다.
2018년 국제학술지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65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한 'ASPREE'(Aspirin in Reducing Events in the Elderly) 연구 결과 심혈관질환이 없었던 사람이 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오히려 사망률이 14% 증가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이런 경향은 74세 이상 고령층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미국심장학회(ACC)와 미국심장협회(AHA)는 심근경색, 뇌졸중을 겪었거나 또는 흉부 절개하는 수술을 받은 환자만 2차 질환 발생을 예방하는 목적으로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도 지난해 미국의학협회 저널(JAMA, 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새로운 아스피린 복용 지침을 제시했다. 60세 이상 고령층은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의 1차 예방을 위해 저용량(81~100mg) 아스피린 복용을 시작하지 말라는 게 핵심이다.
특위는 이 논문에서 아스피린을 매일 먹으면 위궤양과 같은 위장 출혈 위험이 약 60%, 뇌출혈 위험은 출혈의 형태에 따라 20∼30%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형섭 교수는 "심뇌혈관질환이 없었던 고령층이라면 1차적인 질환 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사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최근 국내외의 공통된 연구 결과"라며 "다만 과거에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을 앓은 사람이라면 재발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게 이득이 더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