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상설법(山上說法)-‘세상이 불타고 있다’
오늘은 부처님께서 상두산(象頭山)이라고 하는,
형상이 코끼리 머리를 닮은 영산입니다.
그 산정에서 천 명의 제자들을 향해 설법하신 산상설법(山上說法)을
중심으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잡아함경≫ 중 제197경에 있는 말씀으로
‘세상이 불타고 있다’는 제목입니다.
마침 해질 무렵이어서 온 천지가 저녁노을로 불타는 듯 했습니다.
그 내용으로 말씀하신 것인데 그 의미가 아주 깊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쉽게 해설을 해드려야 되는데,
짧은 시간에 이해를 돕기 위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마는
집에 가셔서 깊이 사유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수행자들이여, 온 세상이 불타오르고 있다.
온 세상이 불타오르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눈이 불타고 있다. 눈에 보이는 세상이 불타고 있다.
눈의 분별이 타오르고 있다.
눈이 보아서 즐거운 것이나 괴로운 것이나 모두 불타고 있다.
무엇 때문에 불타오르고 있는가?
탐욕·분노·어리석음으로 불이 타오르고 있느니라.
또한 생로병사의 근심 걱정과 고통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이처럼 귀에서도 코에서도 혀에서도 몸뚱이에서도 불이 타오르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마음에서도 불길이 훨훨 타오르고 있느니라.”
이 부처님의 산상 설법은 대단히 유명합니다.
부처님께서 불과(佛果)를 이루시고 얼마 되지 않아서
사화(事火) 즉 불을 섬기던 카사파 삼형제, 카사파는 가섭 존자가 아닙니다.
다른 인물입니다. 카사파 삼형제와 그 추종자 천 명을 상대로 해서
법을 설하신 일성(一聲)입니다.
그 뒤에 사리불과 목건련이 이끄는 수행자 250명도
집단 개종을 해서 부처님께 귀의했습니다.
그리해서 그 후로 모든 경전에
‘부처님이 어느 때 어느 곳에서 1,250명의 제자와 같이 있었다’로
경전은 그렇게 시작이 됩니다.
이날 부처님의 설법은 바로 듣는 제자들이 그동안에 불을 섬기던 외도였습니다.
사마외도였습니다.
그런데 저녁노을이 붉게 물든 황혼을 바라보며
불꽃의 비유로 설법을 하신 겁니다.
우리의 감각기관인 눈·귀·코·입·몸·의식의 여섯 가지 감각기관이
색깔과 소리와 향기와 맛과 느낌, 생각의 여섯 가지 인식 대상을 만나게 되면
왕성한 탐진치의 불꽃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여러분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예를 들어서 말하자면
눈으로 아름다운 미인을 보았다면, 소유하고 싶은 욕심의 불꽃을 일으키고
욕심이 채워지지 않으면 분노의 불꽃이 일어나고,
탐욕과 분노에 의해 어리석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어리석음의 불꽃을 불러일으킨답니다.
이 불꽃의 비유는 대단히 유명하여 훗날 대승불교 시대의
≪법화경≫에서는 ‘세상은 온통 불타는 집, 삼계화택(三界火宅)’으로 표현이 됩니다.
불교는 이 불난 집에 사는 중생을 건져내기 위한 가르침입니다.
여러분들이 어려운 설법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하나의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숲속에 사는 재칼, 재칼은 호랑이과(科)에 속한 아주 사나운 맹수입니다.
재칼이 먹이를 찾아다니다가
늙은 코끼리 한 마리가 강가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재칼은 ‘잘되었다’ 생각하고 코끼리의 코와 이빨과 귀와 배와 발과 꼬리를
물어보았지만 너무 단단해서 그 어디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재칼은 코끼리의 주변을 돌다가 마침내 항문을 발견하고
거기를 통해서 뱃속까지 파먹고 들어갔습니다.
재칼은 몇 날이고 그 속에 있으면서 배가 고프면 내장을 뜯어먹고,
쉬고 싶으면 코끼리 뱃속에서 그냥 드러누워 쉬었습니다.
재칼은 세상에서 제일 편하고 좋은 곳은 코끼리 뱃속만 한 곳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코끼리 시체는 햇볕에 마르면서 점점 줄어들었고
항문도 오그러 들었습니다.
재칼은 사방이 캄캄해졌다는 것을 알고 밖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이미 항문이 쪼그라들어서 도저히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코끼리 뱃속에 갇힌 재칼은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 되자
죽음의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마침 비가 쏟아져 코끼리 가죽이 느슨해졌고
항문 쪽에서 햇볕이 들어왔습니다.
재칼은 이제 살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힘을 다해
코끼리의 항문을 머리로 들이받고 뛰쳐나왔습니다.
그러나 비좁은 항문을 들이받고 뛰쳐나올 때
그만 털이 빠지고 가죽이 벗겨져서 재칼의 몰골은 꼴이 아니었습니다.
그때서야 재칼은 자기 몸뚱이를 보고 후회가 되었습니다.
‘내가 이 고통을 당해도 싸지.
내가 욕심에 눈이 가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결과니까 말이야.
내 앞으로는 욕심을 내지도 않겠지만,
코끼리 몸속 같은 데는 절대 들어가지 않을 거야.’
재칼은 그날 이후로는 코끼리의 시체만 보아도
지난날의 혼났던 기억이 떠올라 아예 본 체도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출처:2018년 자재 만현 큰스님 법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