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낫게 해주는 생수'를 생산한다는 말로 투자자들을 속여 수백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전국에 흩어진 피해자는 경찰이 확인한 것만 7천 2백여 명, 피해 금액은 385억 원에 달하는데요. 피해자는 대부분 60~70대 노년층이었습니다.
■ "생수 팔아 월급처럼 수익금 주겠다"…카드 빚까지 내 투자금 마련
2021년 초 부산 연제구의 한 업무용 건물에 사무실을 차린 60대 남성 조 모 씨. 만병통치약이나 다름없는 생수를 개발하고 있는데 기부금, 그러니까 투자금을 내는 사람에게 30년 동안 월급처럼 수익금을 주겠다고 홍보했습니다. 수익금은 원금의 3%에서 최고 8,200%. 물은 누구나 매일 마셔야 하니 전 세계 40억 명이 소비자가 되고, 생산 단가는 몇백 원 수준이어서 시중 생수 가격에만 팔아도 이윤이 남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조 씨가 투자자들에게 수익 구조를 설명하는 모습
피해자들도 처음에는 사기를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수익금을 받은 극소수 사람들의 통장 입금 내역을 보여주고 결정이 늦어질수록 수익이 줄어든다고 재촉하자 돈을 내주게 됐다고 합니다. 거기다 돈을 더 많이 낼수록 높은 직급을 주고, 더 많은 수익을 제공한다는 말에 '센터장' 직급을 받으려고 3천만 원 이상 낸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가족·지인에게 빌리거나 금붙이·부동산을 팔고, 심지어는 카드빚까지 내 투자한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조 씨가 개발했다고 주장한 생수 홍보 자료
■ 수익금 지급은 '차일피일'…투자자 항의에 돌아온 말은?
6개월이 흘러 첫 수익금을 받는 날. 돈을 그대로 다시 투자하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설명에 피해자들은 돈을 받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불안해진 피해자들이 "언제 수익금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묻자 기다려달라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참지 못한 피해자들이 반발하자 조 씨 일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수가 차야(신규 투자자가 나타나야) 돈을 줄 수 있다."
실제 이윤을 창출하지 않으면서 신규 투자자들을 모아 그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 사기)'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을 모두 잃게 생긴 피해자들은 망연자실했습니다. 특히 빚을 내어 투자한 피해자들은 지금도 큰 심리적·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데요.
투자자 단체 대화방 캡처
■ '만병통치' 생수 생산한다더니…잔치 한 번 열고 문 닫은 공장
취재진은 실제 조 씨가 생수를 생산하게 될 곳이라고 소개한 경북 청도의 공장을 찾았습니다. 공장 대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공장 내부에는 아무런 기계 설비도 보이지 않았는데요. 입구에는 오래된 고지서만 잔뜩 쌓여있었습니다. 고지서에 적힌 받는 사람 이름은 조 씨와 함께 경찰에 붙잡힌 60대 정 모 씨. 공장 주변 주민들은 "몇 년 전 관광버스에 사람들을 태우고 와서 잔치를 열더니 그 이후로는 사람이 오가는 걸 일절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첫댓글 만병통치생수... 어쩌다 저런 거에 속게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