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도심 속 시골 같은,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있는 새댁이에요. 남편과 둘이 살고 있고, 이 집에 산 지도 이제 일 년이 찼네요. 사계절을 보내고 두 번째 겨울을 맞습니다.
집 구하기 결혼 후 반년이 지나던 어느 날, 뜬금없이 이사 가자던 남편은 아파트가 아닌 곳만 검색하더라고요. 남편은 층간 소음으로 고생도 했었고, 아무리 관리가 잘 되어도 아파트에서는 오롯이 내 집이라는 느낌을 못 받았던 것 같아요. 저 역시 어릴 적 단독 주택에 살았던 기억이 꽤 좋게 남아 있었고, 텃밭을 가꾸는 전원 생활에 막연한 로망(?)을 갖고 있었어서 크게 반대하지는 않았죠. 그러다가 지금의 집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두둥!) 무려 1964년생 단독주택이었습니다. 깜짝 놀랄 만큼 오래된 주택이었지만, 마당이 있는 이 집의 첫인상이 너무 예뻐서 저희는 마음을 빼앗겼답니다. 44평의 대지에 마당이 18평, 집이 16평이었어요. ㅎㅎㅎ 살고 있던 집을 생각해보면 공간이 그리 넓지 않지만, 둘이 살기에 작지 않은 크기라 생각했어요.
그 후로 계약, 공사, 입주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사 후 시작된 코로나 기간 동안 나만의 마당을 즐기며 살고 있기에 너무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기존의 골조를 최대한 유지하며 진행한 리모델링이었지만, 저희의 생활 방식과 로망에 맞춰서 다양하고 재미있는 시도를 해 볼 수 있었어요.
Plan&설계&디자인 저희 남편이 인테리어 디자이너에요. 그래서 디자인 설계와 시공 감리에 대한 비용은 세이브 할 수 있었지요. 일과 자가 리모델링을 병행하느라 짬짬이 작업할 수 밖에 없어서 아날로그적인 설계도로 공사를 했네요. 집이 작아지는 만큼 공간을 짜임새 있게 쓰기 위한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실용성에 대한 남편의 고민과, 로망 실현을 위한 저의 요구 사항이 반영된 설계도예요. 그럼 60살 가까이 된 집이 어떻게 변신했는지 함께 보시겠어요? 현관 Before현관 After 빨간 벽돌은 남편의 페이보릿입니다. ㅎㅎ 단열과 밝은 외관을 위해 흰 집이 되었지만, 현관에는 우리 집의 정체성이 살짝 보이게 하고 싶어 빨간 벽돌로 포인트를 줬습니다. 거기에 대비를 주고 마당의 식물들과 어울리도록 현관은 짙은 녹색의 페인트로 칠했어요. 본격적으로 실내에 들어가기 전에 있는 이 현관은 단열을 위한 꼭 필요한 공간이었어요. 외부 공기가 직접 실내에 영향을 덜 주도록 하기 위해서죠. 이렇게 생긴 공간에 키가 큰 신발장까지 만들 수 있어 일석이조 효과를 얻었습니다. 바닥은 세로로 긴 흰색의 모자이크 타일과 회색 줄눈을 시공하여 같은 화이트 톤이지만 재미있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이 중문은 현관문과 함께 실내와 실외 공기 사이에 층을 만들어서 확실한 단열 효과가 있더라고요. 동시에 채광을 가득 채워줍니다. 유리는 모루 유리를 선택했는데요. 아무래도 시야를 일부 차단해서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효과가 있어요. 거실 집이 작아서 바탕이 되는 인테리어 톤은 화이트를 선택했어요. 공간이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는 화이트가 제일인 것 같아요. 오래된 집이라 습기에 대한 우려가 있어서 벽체와 천정은 도배가 아닌 도장(페인트)로 마감했어요. 덕분에 갤러리 같은 깨끗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었어요. 집에서 마당의 지분이 반이나 차지하는 만큼 마당을 만끽할 수 있는 집으로 만들고 싶었는데요. 마당과 닿아있는 벽 쪽은 거의 유리 소재로 마감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대 마다 빛이 지나가는 길이 보여서 재미있고 좋아요. 비 오는 날 툇마루에 앉아 지붕 처마 끝에 비 떨어지는 것을 구경하고 싶어서 한 쪽에는 평상형 마루를, 다른 한 쪽에는 소파에서도 마당이 한 눈에 담길 수 있도록 프레임이 없는 통창을 만들었어요. 평상이 놓여진 곳은 폴딩도어를 설치해서 안팎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요. 단열 때문에 잠시 고민했지만 3계절을 시원하게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네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어두운 컬러의 소파에 새로 구매한 월넛톤의 목재 가구들이 복잡스럽지 않게 흰 바탕과 잘 어우러져서 참 다행이에요. 사실 남편이 설계하는 동안 제가 찾았던 인테리어 사진은 아기자기 알록달록한 컬러감 있는 인테리어가 대부분이었는데, 디자이너 남편에게 반려 당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스타일링 포인트는 색채감 있는 액자였어요. 마당이 있는 집 답게 식물 그림을 걸었어요. 강렬한 녹색이 인상적인 그림과 약간 톤다운된 레드계열의 꽃 그림이에요. 꽃 그림은 앤디 워홀 작품이더라고요! 터치가 강한 팝아트 말고도 이런 그림을 발견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어요 ㅎㅎ 이 집의 지붕이 모임 지붕 모양인데요, 솟아 있는 높은 천정을 최대한 살렸어요. 그래서 집이 좁아도 생각만큼 좁지 않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간접등을 켜면 명암이 주는 재미가 있어요. 주방 Before 기존에는 작은 집 코너마다 모두 방이 있는 형태였어요. 1자 형 좁은 주방과 그 앞의 통로 정도가 있었죠. 거실이라 할만한 곳은 없었죠. 주방 After 남편이 설계하는데 가장 신경 쓴 주방이에요. 싱크대와 이어져 가전제품들이 일렬로 놓여져 있는데요, 가사 작업이 일자 동선 안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만들었답니다. 집이 좁은 만큼 기능이 높아져야 한다며 가전계의 삼신할매 식기세척기, 건조기, 로봇청소기를 다 갖추게 되었어요. ㅎㅎㅎ 모두 빌트인 제품은 아니지만, 싱크 공사를 진행할 때 미리 사이즈를 다 감안해서 설계했기 때문에 붙박이처럼 공간에 꼭 들어맞게 배치할 수 있었습니다
수납 공간이 많지 않아 상부장을 꼭 만들었어야 했는데요, 그래도 답답해 보이지 않게 맨 밑은 오픈장으로 두었고요 자주 쓰는 그릇을 놓을 수 있어 편하답니다. 싱크대는 'ㄷ'자 모양을 하고 있는데요. 좁은 아일랜드 테이블이지만 이렇게 'ㄷ'자 형태가 되니 보조 조리대의 역할도 하고, 또 거실 공간과 구분을 해주더라고요. 주방의 가전들이 집에 들어섰을 때 보이지 않아 좋아요. 연장된 싱크 길이만큼 수납도 가능하고요. 하얗기만 한 집에 재미를 주고 싶어서, 제가 고집 부린 주방 모자이크 타일입니다. 그레이톤으로 합의 봤지요. 패턴이 다양해서 귀엽고 재미있어요! 주방 조리대를 넓게 쓰기 위해 선택한 LG정수기인데요, 살균수도 나오고 온도도 선택할 수 있어 참 편해요. 다이닝룸 저희 부부가 사람들 만나는 것을 좋아해요. 그만큼 자주 지인들과의 모임도 있고요. 살기는 두 명이 살지만, 대여섯 명이 모여 있어도 충분할 다이닝 공간이 필요했어요. 과감하게 두 개의 방을 포기하고 긴 다이닝 겸 거실 공간을 만들었어요. 테이블이 있는 입식 공간, 소파와 그 주변에 둘러 앉을 수 있게 낮은 테이블이 두는 좌식 공간으로 연출했습니다. 어디든 여럿이 둘러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벽을 다 터서 훨씬 집을 넓게 쓸 수 있게 되었어요. 밖에서 본 다이닝 공간이에요. 6인용 테이블은 마당을 바라보며 작업을 하거나 식사하는 용도로 쓰려고 두었는데요, 생각대로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마당 Before 서울 도심 속에 마당이라니! 40년 된 모과나무와 사철나무는 덤이었어요. 이 두 나무를 유지하면서 정원을 꾸몄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새싹이 자라고 잎이 무성해지다가 낙엽이 지고 눈이 쌓이는 모습까지 일 년 동안의 자연 변화를 지켜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어요. 여름에는 잔디가 머리카락 자라듯 쑥쑥 자라고 가을에는 낙엽이 또 정신없이 떨어져서 마당 관리를 하려면 부지런해야 하겠더라고요. ㅎㅎ 마당 After 관리가 편하도록 기본적으로 조경석을 깔고 사이사이에만 잔디를 채웠고요, 담장에는 대나무를 심어 옆집과의 시야를 어느 정도 막았어요. 마당 한 켠에 작은 텃밭 자리를 두어 소꿉장난하듯이 채소도 키워봤네요~ 농사라 할 수도 없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글을 마치며 노후주택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은 참 쉽지 않은 과정이라는 걸 느꼈어요. 기존의 것을 유지하면서 쓰임과 꾸밈의 최대치를 끌어내야 하니까요. 하지만 집을 지어(바꿔가며) 나와 내 가족에게 딱 맞는 공간을 만드는 여정은 정말 의미 있었어요. 특히나 오래된 마당을 품고 있는 주택에 산다는 것은, 지어진 지 60년 된 집의 시간에 일부가 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집은 작지만 다양한 재미와 구경거리가 가득한 곳이에요. 계절의 변화와 함께 단조롭지 않은 일년을 보냈는데요, 그래서 더욱이 이 집에서 쌓아갈 시간이 더 기대가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
첫댓글 어려운 리모델링 힘들겠어요~~
좋은 아침^^
오래된주택을
정성껏 아기자기하게
리모델링하셨네요
잘봤습니다
즐건 휴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