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르 드골 공항에 내렸을 때
'짐 찾는 데 어디냐'고 포터에게 영어로 물었는데
'아이 돈 노우 잉글리쉬'라 퉁명스럽게 대꾸,
'알아들었으면서도 이런다'고 우리말로 투덜거리자
그때서야 손으로 저쪽을 가리킨다
본디 프랑스어는
프랑스에 침입했을 때의 시저가
그의 군대가 쓴 비속한 라틴어가 바탕된 후
몇 세기 걸친 후 18세기 무렵
프랑스어가 국제어로 자리매기고는
루이 14세 때 외교 교섭에
최고의 언어로 승격
'누구든지 두 고국 있는데
자기 나라와 프랑스'라 한
미국 계몽사상가인 토마스 제퍼슨
프랑스 고전주의 비극작가인 라신과
다른 작가들도 다투어 문학에서조차
프랑스어를 뛰어난 언어로 추켜세웠으며
러시아마저 통치자, 귀족, 지식인까지
자국어를 옆에 제치고 프랑스어를 사랑했다
'무엇이 프랑스어를 세계어로 만들었느냐'에
'정확성 합리성 그리고 인류의 언어'라는 논문 발표한
프랑스 아닌 독일 베를린 학회,
프랑스 '대백과사전' 통해 프랑스어를
계몽사상에 의사소통을 매개하는 능력 주었는데
문학자 볼테르, '법의 정신' 쓴 몽테스큐,
'사회계약론'의 루소, '경제표' 발표한 케네,
경제학자인 튀르고 등 하나의 인명사전이었다
영국에서조차, 특히 계관시인 드라이든의 영향으로
프랑스어의 단도직입적인 말의 배열, 간결한 문법
그리고 세련 청아함을 본따기 시작,
프랑스어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영국 가는 기차에서 스무나무 살 프랑스 여인과 동행
여섯 시간에 걸친 도버 해협을 배로 건너
빅토리아 역까지 오면서의 대화는
그녀의 유창한 영어로
파리 가면 프랑스어만 쓸 것이라는 뜻깊은 말에
어느 여대생이 인천공항에 내리면서
'혀가 잘 돌지 않아 영어로 말하겠다'는
신문 가십난이 퍼뜩 떠오르며
민망한 쓴 웃음 지어졌다
- 세계의 빛과 그늘을 걷다, 동서문화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