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오미와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다가 열차가 피렌체쯤을 지날때 잠에 빠졌다.
피곤했는지 잠 한번 안 깨고 푹 잠을 잘수 있었다.
역시 아침에 차장이 베른이라고 쿠셋문을 두드리며 깨웠다.
나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서 화장실에서 간단히 세수하고 내릴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창문밖을 쳐다보니 사진으로만 보았던 푸른빛깔의 베른의 강이 보였다.
'역시 드디어 스위스에 왔구나."
긴장한 마음으로 열차에서 내리니 스위스는 공기부터가 다른것 같다.
베른의 새벽은 그 자연만큼이나 무척 조용하였다.
열차에서 내려서 멍하게 주변을 바라보다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코인락커를 찾아보았다.
베른에서 1박을 할껀 맞지만 오전에 잠시 다녀올때가 있었다.
나는 배낭을 베른역 코인락커에 넣고 로잔으로 갔는 열차를 기다렸다.
'아. 피곤하네. 열차안에서 꽤 잤는데도 이러네.'
부다페스트에서 베네치아에 올때보다 훨씬 편하게 수면을 취했음에도
온몸이 뻣뻣해졌음을 느낀다.
로잔에서 다시 베른으로 돌아올때 바깥풍경을 보기로 하고
가는동안에는 일단 부족한 수면부터 채우기로 하였다.
그리고 잠에 들고 얼마 안되어 로잔역에 도착하였고
로잔에서 다시 몽트뢰로 가는 열차를 갈아 탔다.
나는 몽트뢰역을 나오자마자 호수부터 찾았다.
확 트인 호수를 보니 심란했던 내 마음도 한결 편해진 기분이 들었다.
내가 몽트뢰에 오게된 이유는 어느 여행분야 케이블TV에서
시옹성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아주 감명깊게 본 적이 있었다.
그걸 보고서 이번여행을 준비하며 스위스를 가면 저기는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갈때는 버스를 타고 시옹성에 가서 간단히 구경을 하였는데
실내는 실외에서 바라 보았던 성에 비해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약간의 실망감을 가진채 바로 유람선을 타고 로잔으로 갔다.
로잔에서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물어봐서 톨로쎄나에 갈수 있었다.
톨로쎄나에는 그 유명한 오드리햅번이 24년간 살았던 별장과 그녀의 무덤이 있다.
그녀의 무덤앞에서 그녀의 영화 로마의휴일을 생각하며 묵념의 시간을 가지며
온 인류에게 명작들을 선사하였던 그녀에게 경의를 표하였다.
그리고 나서 레만호수를 바라보았다.
"정말 여기는 마음이 편해지게 만들어주는구나..."
이 마음이 편해지는 호수를 보니 왜 오드리햅번, 찰리채플린, 도스토예프스키등이
왜 이곳에서 여생을 보냈는지 이해가 되었다.
나는 이렇게 오전 일정을 그대로 마치고 로잔에서 다시 열차를 타고 베른으로 돌아왔다.
베른으로 가는 열차안에서 스위스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느라 시간가는줄 몰랐다.
베른에 도착하고 일단 호스텔에 가서 바로 체크인을 하였다.
호스텔 바로 앞 카페에서 가볍게 아침겸 점심을 해결하고
지도를 바라보면서 스위스의 수도 베른시내를 한번 돌아다녀보기로 결정하였다.
베른은 스위스의 수도이지만 굉장히 작은 도시였다.
일단 호스텔 바로 앞에 있는 큰 다리부터 가보았다.
다리가 얼마나 높은지 밑에 흐르는 강에서 높이가 50m이상은 되는것 같았다.
다리에서 밑에흐르는 푸른색깔빛의 강을 바라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아. 정말 예쁘다. 어떻게 물 색깔이 저렇게 될 수가 있지?'
빙하가 녹아서 저렇게 푸른색을 띈다고 하는데 스위스는 정말 축복받은 나라다.
다리아래쪽을 자세히 쳐다보니 강쪽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런데 물살이 너무 세서 수영을 못하는 사람들은 많이 불안할것 같았다.
'참 스위스 사람들 재밌게 노는구나. 나도 저렇게 놀고 싶다.'
나는 시계를 보니 아직 여유가 많다 생각하고 먼저 지도를 다시 보고는 곰공원에 가기로 하였다.
곰공원에 가는도중 TV에서만 보았던 스위스의 국기들이 달려 있는 도로를 걸으니
정말 스위스에 왔다는것이 실감이 나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곰공원에 와서 보니 곰은 2마리만 있고 공원이라고 하기에도 참 민망하였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실망감을 뒤로한채 나는 다시 베른시내쪽으로 향하였다.
베른의 여러 건물들을 살펴보면서 강 근처로 내려가다가 수영장을 하나 발견하였다.
'이게 웬 떡이냐.'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곧바로 호스텔로 돌아가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을 찾았다.
강 바로 옆에 있었는데 여기 베른 사람들은 초보자들은 수영장에서 놀고
고수들은 강에서 물살에 몸을 맡기며 수영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도저히 여기 베른사람들처럼 강에 뛰어들기에는
내 수영실력을 내가 제일 잘 알기에 무조건 수영장내에서만 수영을 하면서 놀았다.
그때 마침 한국에서 여행온 남자 세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분들은 한번 강가에 뛰어들어보자고 하였지만
나는 외국에서 시체로 발견되기는 싫다고 거부하였다.
우리는 그곳에서 2시간여를 같이 얘기도 나누고 놀다가 헤어졌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냈다.
내일이면 다시 나오미와 만나기로 한 날이다.
나오미는 밀라노에서 잘 지내고 있는것일까?
'여기 베른도 참 마음에 드는곳이구나.
내가 여기 살았다면 수영장에서 살았을텐데.'
오늘도 무척이나 피곤한 하루를 보냈기에 빨리 잠들수 있었다.
자기전에 한국에 계신 부모님 생각을 해야하는데 나오미 생각이 나는건 뭘까?
오늘은 드디어 인터라켄의 라우터브루넨에 가는날이다.
호스텔에서 아침 일찍 체크아웃하고 베른역으로 가서 바로 인터라켄 가는 열차를 탔다.
인터라켄 가는 내내 스위스풍경을 감상하였는데
역시 스위스는 지구가 인간에게 선물한 최고의 자연풍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나는 창가에서 넋놓고 그저 바깥경치만 바라보았다.
그러다보니 1시간도 채 안되어서 열차는 인터라켄동역에 도착하였다.
인터라켄에 도착하여서 나는 패러글라이딩을 타기로 결정하였다.
이것도 한국에 있을때 한 여행카페에서 보고 정보를 얻은것인데
하늘을 나는 기분이 무척 궁금하였었다.
나오미와 있었다면 못 했을것 같은데 혼자 와서 한번 해봐야겠다 생각을 하였다.
나는 한국에서 알아갔던 번호로 전화를 걸어서 예약을 안 했는데
오늘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오늘 날씨조건도 좋고 추가로 할수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쪽 봉고차를 타고 산으로 무조건 올라가는데 정말 이렇게 높이 올라가나
의문이 들 정도로 한참 올라갔다.
그리고 차가 더이상 못 올라가는곳까지 차로 올라간뒤 걸어서도 좀 더 올라가서
드디어 페러글라이딩 타는곳에 도착하였다.
그들은 장비를 펼치면서 하강준비를 하였다.
2인이 같이 내려가는데 앞에 손님이 타고 뒤에는 그쪽 분이 타서
내려가는걸 도와주는 방식이다.
앞쪽 사람들이 먼저 내려가고 드디어 우리가 내려갈 차례였다.
내 뒤에 분이 절대 달려갈때 멈추지 말라고 말하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신호에 맞춰 그대로 달려나갔다.
나는 전혀 날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못한 사이에 내 두 다리는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하늘에서 바라본 인터라켄은 정말 아름다웠다.
'아... 내가 하늘을 날고 있구나.'
페러글라이딩은 참 재미있었다.
게다가 너무나도 아름다운 인터라켄의 모습이 내 발바닥 밑에 있는 그 기분은
설명하기 힘들정도로 쾌감이 되어 나에게 돌아왔다.
'이런맛때문에 비싼돈을 주고 페러글라이딩을 하는구나...'
나는 착지를 하고서도 그 감동은 가지 않았다.
이곳에서의 페러글라이딩은 나에게 평생 잊지 못할 경험과 짜릿함을 주었다.
가격이 비싸긴 했지만 확실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점심을 해결하고 융프라우 왕복티켓을 끊고 드디어 라우터브루넨으로 갔다.
그런데 열차안에서 마치 한국에 온듯한 기분이 들었다.
열차안에 왜 이렇게 한국인들이 많은건지..
'여기가 라우터브루넨이구나.'
20여분을 달리다보니 드디어 열차는 라우터브루넨에 도착하였다.
나는 라우터브루넨 역 근처에 나와 있는 대형지도를 보고
예약했던 호스텔을 찾아가서 체크인을 하였다.
"2인실 예약하셨는데 혼자오셨네요?"
"아 일행은 나중에 올꺼예요."
주인인 알프레드씨는 무척이나 친절하였다.
한국어로 되어 있는 종이를 보여주는데 그만큼 이곳에 한국사람이 많은가보다.
그 종이와 함께 이곳에서의 주의할점등을 설명해주었다.
이제 겨우 오후 3시다. 나오미와 약속했던 6시까지는 아직 3시간이나 남았다.
나는 우선 라우터브루넨을 한번 산책해보기로 하였다.
분명 여행카페에서 라우터브루넨을 조사했을때 꽤 멋진곳이 많았던걸로 기억하고 있었다.
우선 마을 깊숙히까지 한번 가보기로 하였다.
높이 50m는 되어 보이는 폭포도 신기한듯 쳐다보고 묘지같은곳이 있길래 그곳에도 가보았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묘지가 있다니 묘지같은 기분이 들지도 않았다.
마을 깊숙히 뭐가 있을까 하고 계속 걸어갔는데 길은 계속해서 있는데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시계를 보니 돌아가야겠다 싶어서 다시 발길을 돌려 돌아오니 어느덧 5시가 되었다.
나는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라우터브루넨 역으로 갔다.
역승강장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열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기다린지 얼마 안 되어 첫번째 열차가 도착하였다.
하지만 나오미는 내리지 않았다.
나는 나오미를 내 머릿속에 떠올렸다.
비행기안에서 처음 만나서 서로가 배낭여행자라는 사실에 좋아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게 계기가 되었고
다음에 언제 인연이 닿으면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는데
부다페스트 호스텔에서 다시 우연찮게 만났으며
세체니온천을 함께 가고 또 밤에 그런 사건을 당하면서 같이 여행하게 된 6일간의 기억.
그것은 나에게 불과 이틀이 지났을뿐이지만 선명하고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
물론 나오미가 밀라노로 떠나고 3일동안을 혼자 여행하면서 장점도 없었던건 아니지만
혼자라는 현실은 나에게 고독과 쓸쓸한 허전함만을 남겼다.
나오미가 보고싶어졌다.
하지만 다음 열차가 왔을때에도 나오미는 내리지 않았다.
나는 초조하게 시계를 바라보았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라우터브루넨까지 30분에 1대씩 출발해서 총 2대가 1시간에 1번씩 왕복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열차가 6시를 조금 넘긴시간에 도착하고 그 열차에 나오미는 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기다린지 얼마후 6시가 지나고 열차가 왔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서 열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하나둘씩 살펴보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나오미는 없었다.
나는 또 다시 기다려야했다.
그렇지만 그 이후 열차가 총 4번은 더 왔지만 나오미는 내리지 않았다.
한국이었으면 폰으로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라도 봤겠지만
여기는 스위스다.
난 폰도 없을뿐더러 지금 당장 나오미와 연락할 방법도 없다.
그저 나오미를 믿고 아무도 없는 이 라우터브루넨 역에서 기다릴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불안해져갔다.
약속한 시간에서 2시간이나 지났음에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밀라노에서 무슨일이 있었던건지 아니면 사고라도 당한건지 나는 전혀 알수가 없었다.
어쩌면 로마 민박집에서 그녀는 어느정도 유럽여행에 익숙해져서 나와의 여행을 끝낼려고
밀라노에 혼자가겠다고 고집부리는건 아닌가 하는 그런 의구심까지 들었다.
차라리 그런거라면 더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부다페스트에서처럼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으면 어떡하나 하는
나오미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나는 의자에 앉아 있지 못하고 어느새 계속해서 승강장을 왔다갔다 하면서 생각에 빠졌다.
이번에 오는 열차에도 나오미가 안 탔으면 나는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는 숙소로 돌아가서 나오미에게 괜찮은지 아무일 없는지 메일을 보낼까 그런 생각도 하였다.
하지만 나오미가 만약 나와 여행을 같이 하기 싫어서 그랬던거라면
메일 보내기도 내 입장도 난처해진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자 혹시 그녀가 정말 그래서 밀라노에 혼자간거라면
다행이다고 생각하면서도 섭섭하다는 그런 마음까지 생기자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해지는건지
혹시 나오미와 계속 함께 있고 싶어서 그런것일까?
아님 내가 나오미를 좋아하기라도 하는걸까?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또 다시 열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열차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이번에 안 탔으면 돌아가자. 그리고 한번 아무일없이 무사한지 메일을 보내보자.'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다시 열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중에 나오미를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역시 나오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내 씁쓸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느 한국커플이 나에게 한국말도 말을 건다.
"저기 XX호스텔 어디예요?"
각각 바깥쪽 손으로는 캐리어를 끌고 안쪽손은 꾹 같이 잡고 있는 그들이
나는 왜 이렇게 얄밉게 느껴질까?
내가 묶고 있는 숙소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I'm sorry. I can't speak Koean"
나는 대충 이들에게 이렇게 말을 하고 나서 다시 주변을 살펴보았다.
'쏘리쏘리' 하는 그들의 말은 내 귀에 전혀 들리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내리는 사람들까지 확인했지만 나오미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역시 안 온건가?'
나는 아쉬움을 뒤로한채 쓸쓸히 발걸음을 돌렸다.
이만 숙소로 돌아갈려고 하였다.
"준혁상."
처음에는 환청을 들었는줄 알았다.
"준혁상."
또 들렸다.
깜짝놀라 뒤를 돌아보았을때 그곳에는 나오미가 있었다.
"나.. 나오미."
정말 나오미였다.
3일전 나를 떠날때 걱정말라며 그 웃음을 짓던 나오미가 정말 내 눈앞에 있었다.
나는 곧바로 나오미에게 달려가서 그녀를 안았다.
뭔가 설명하지 못할 복잡한 심정에 내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서로의 귀에다 속삭였다.
"준혁 늦어서 미안해요."
"아니예요. 전 무슨 사고라도 났는줄 알고 너무 걱정했어요."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아니예요. 이렇게 와준것만으로도 정말 고마워요."
"준혁 왜 울어요? 무슨일 있었어요?"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이쁜 입술에 키스를 하였다.
라우터브루넨역 승강장에서 유로속 한커플이 가장 아름다운 키스를 하고 있었다.
|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http://cafe.daum.net/bpguide)
|
첫댓글 와......제가 첫 댓글이네요..정말 감동입니다.....
소설을 읽는듯한 착각이...
으앙~~완전 멋져요~~~저도 빨리가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