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3번째로 올림픽 男마라톤 2연패한 킵초게
[도쿄올림픽]
오주한, 경기중 햄스트링 부상 기권…25년 만에 메달 노린 한국 아쉬움
2, 3, 4위 2초 차로 들어와 진풍경…경기로 도로통제 몰랐던 시민들
휴일에 나왔다 발 묶여 경기 봐…무관중 올림픽 못 지킨 아쉬움도
엘리우드 킵초게(37·케냐)가 8일 일본 삿포로 일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2시간8분38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이로써 킵초게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이날 경기가 시작된 이른 아침부터 27도의 기온과 77%의 습도로 출전자 107명 중 30명이 중도 포기하기도 했다. 기대를 모은 귀화선수 오주한은 부상으로 기권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엘리우드 킵초게(37·케냐)의 모습은 여유로웠다. 레이스 초반부터 선두권에서 결정적 순간을 노린 그는 30km 구간부터 치고 나갔다. 이른 아침이지만 27도의 기온과 77%의 습도는 경쟁자들을 중도 포기하게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떤 문제도 되지 않았다.
킵초게가 결승선까지 마지막 약 300m 직선 코스를 남기고 모습을 드러내자 결승선 양옆에 밀집해 있던 시민들이 이 순간을 스마트폰에 담으며 환호했다. 예상치 못한 관중의 박수에 킵초게도 환한 표정으로 양옆을 보면서 두 손을 흔들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8일 일본 삿포로 오도리공원 일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마라톤은 2시간8분38초를 기록한 킵초게의 올림픽 2연패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개막 전부터 유지해온 ‘올림픽 무관중’이 정작 ‘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며 대회 피날레를 장식해온 마라톤에서 산산조각 나 뒷맛을 개운치 않게 했다.
시민들의 ‘밀집’은 경기 전부터 불가피해 보였다. 오도리공원 등 마라톤 코스 일대가 경기가 열리는 오전 7시 전부터 통제됐다. 이 사실을 모르고 휴일 아침에 외출을 나섰다가 길이 막혀 관중이 된 시민도 많았다. 한 시민은 “길을 가다 선수들 뛰는 모습을 봤다. 휴일이라 급하지 않아 구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킵초게는 아베베 비킬라(에티오피아·1960 로마, 1964 도쿄), 발데마어 치르핀스키(독일·1976 몬트리올, 1980 모스크바)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올림픽 마라톤 2연패를 달성한 선수가 됐다. 1등보다 2등 경쟁이 더 치열했다. 네덜란드의 압디 나게예(32)가 2시간9분58초, 벨기에의 바시르 압디(32)가 2시간10분으로 결승선을 ‘2초 차’로 통과해 희비가 갈렸다. 2019 보스턴 마라톤 우승자인 케냐의 로런스 체로노(33·2시간10분2초)는 3위 압디보다 ‘2초’ 늦어 메달을 놓쳤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이봉주) 이후 25년 만의 마라톤 메달을 노린 한국은 아쉬운 결과를 받았다. 케냐 출신의 귀화선수 오주한(33·청양군청)이 10km까지 선두권 경쟁을 벌였지만 13km를 지나자마자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중도 포기했다. 오주한은 “(석 달 전 별세한) 한국 아버지(고 오창석 감독)를 생각하며 숨을 고른 뒤 다시 달렸는데 (부상 부위가)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의 응원에 항상 고맙다. 다음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안기고 싶다”고 말했다.
2016 리우 대회 당시 완주자 중 뒤에서 세 번째인 138위에 그쳤던 심종섭(30·한국전력)은 완주한 76명 중 49위(2시간20분36초)에 올랐다.
결승선 600m 앞두고 쓰러졌던 최경선 완주 최경선(왼쪽)이 7일 일본 삿포로 일원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여자 마라톤에서 결승선을 600m가량 남기고 도로 위에 쓰러져 있다. 근육 경련과 탈수 증세 등으로 잠시 경기를 중단했던 최경선은 다시 일어나 완주에 성공했다. 최경선은 2시간35분33초로 34위에 올랐다. 삿포로=신화 뉴시스
7일 무더위 등으로 17%(88명 중 15명)가 기권한 여자 마라톤에서는 한국의 최경선(29·제천시청)과 안슬기(29·SH공사)가 각각 34위(2시간35분33초)와 57위(2시간41분11초)로 완주에 성공했다. 최경선은 마지막 600m를 남기고 근육 경련과 탈수 증세로 쓰러졌지만, 다시 일어나 결승선을 통과했다.
―삿포로에서
김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