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아아. 혹은 너울거리는 뱀
김충규
나의 목덜미를 네가 축축한 혀로 핥았다
안개 자욱한 풀밭을 헤매다 왔는지
너에게선 안개 냄새와 풀 냄새가 미묘하게 섞여 있었다
발 없고 날개 없는 네가 땅을 질주하여
허공에 이륙하는 광경을 나는 한 번도 보지 못했으나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방전되어 고요히 어둡던
내 몸에 저릿저릿 전기가 들어오는 듯했다
너는 그렇게 아득하게 날아올라서
젖 뗀 별을 깨물어 울음 울게 하는지
간혹 어떤 별은 네 무늬처럼 황홀한 빛을 발했다
너는 내 목덜미를 핧기만 할 뿐 꽉 깨물지 않았다
알아본 것이니? 내 속에 사십년 동안 능글능글 살아온 뱀이
내 속을 뜯어먹으며 너울거리는 것을
이리 오렴 여인과 동침할 때 그 사이에 누이고 싶은
달콤한 혀를 지닌 뱀아 이제 내가 네 목덜미를 핥으마
아니 깊숙이 내 이빨을 심어서
네 독을 내 속으로 옮기고 내 독은 네 속으로 옮기고 싶으니
내 독이 네 속에서 사무치게 퍼져
너는 아마도 공허의 바다가 넘실대는 우주로 내달려
거기서 소용돌이를 일으킬지도 모르것다
하여 지상의 어느 하룻밤이 검은 폭우에 수줍어하리
나는 어쩌면 땅속으로 스며들어서
내 속에 서늘히 번진 네 독으로 인해 우우
광기 어린 눈으로 비명을 지를 지도 모르것다
내 속의 뱀이 내 껍질을 뚫고 땅 위로
솟구치는 광경을 일렁거리는 눈으로 바라보게 되지 않을지 ···
쿡ㅡ, 그 순간 네 이빨이 내 목덜미에 꽂히는 소리
으으아아, 너는 내 속의 뱀이 불러온 정령 뱀이었던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