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FRB)의 강력한 금융긴축 기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시장의 예상(전년 대비 8.1%, 전기 대비 0.3%)을 뛰어넘어 큰 폭으로 상승(전년 대비 8.2%, 전기 대비 0.4%)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 높아졌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뺀 근원 소비자물가지수(전년 대비 +6.6%, 전기 대비 +0.6%)가 1982년 8월 이후 4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 커진 셈이다. 휘발유 값은 전달보다 4.9% 내려가는 등 에너지 가격 지수가 2.1% 하락했지만, 식료품과 임대료 등 주거비용, 교육비와 의료비 등 서비스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체 물가지수의 상승폭을 키웠다.
심각한 물가 오름세가 다시 한 번 확인되면서 미국 연준은 다음 달 역시 큰 폭, 자이언트 스텝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 번에 세 단계, 0.75% 포인트를 인상하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세 번 연속 단행했지만, 가파른 물가 오름세를 잡지 못함에 따라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비둘기파보다, 시중통화량을 더 많이 줄여야 한다는 매파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시장 우려를 반응한 듯, 9월 소비자물가 급등 발표 직후 뉴욕증시는 급락하였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발표를 앞두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0%p 전격 인상했다. 지난 7월 사상 첫 `빅 스텝`(0.50%p) 인상에 이어 두 번째 빅 스텝 인상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올해 들어 지난 1월과 4월, 5월과 7월, 8월에 이은 여섯 번째 인상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3.0%로 올라 미국 기준금리(3.0~3.25%)와의 역전현상은 다소 해소되었으나, 이번 금리인상 결정 이후 올해 추가 금리인상 시점과 인상폭이 다시 주목되고 있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 급등 발표 이후 오는 11월 초에 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아진 셈이다. 만약 미국 연준이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의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면, 미국과 한국 간의 금리 격차가 0.75~1%p로 재역전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월 7일 "앞으로도 고물가 상황의 고착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향후 기준금리 인상의 폭과 시기는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여건의 변화가 국내 물가와 성장 흐름, 금융 및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 중반(9월 소비자물가 전년 대비 +5.6%)에서 쉽게 꺾이지 않는 데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다시 확대된다면 국내 금융시장에 유입된 외국인투자자금의 추가 자금 유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환율이 1430원대까지 올라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함에 따라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를 해소하는 한편, 외국인투자자금의 추가 이탈을 방지하고 환율의 급등세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더욱 우려되는 것은 급격한 금리인상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이다. 기준금리를 너무 빠르게 올리면, 기업과 가계 부문의 이자 부담이 급증하고 체감 경기도 나빠져 결국 소비와 투자 등 실물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플레이션 우려에 경기침체 우려마저 겹치게 되면 상황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빠르게 옮겨갈 것이다. 이러한 여건들을 감안한다면 한국은행이 추가적인 빅 스텝 금리인상을 강행하기도 매우 어려운 진퇴유곡(進退維谷)의 상황에 빠진 셈이다.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빠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생산 및 투자 활동을 진작시킴으로써 실물경기를 되살리고, 고용을 늘려 소비지출을 늘리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어떻게 하면 기업의 생산 및 투자 활동을 진작시킬 수 있을 것인가? 첫째, 법인세 등 조세 부담을 줄이고 임금인상을 자제함으로써 금리인상에 따른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둘째, 기업 활동에 관한 각종 규제를 없앰으로써 기업들이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셋째, 노동시장의 유연화, 노사협력의 강화 등 효율적인 노동정책을 펼침으로써 기업하기 좋은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세 가지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여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