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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만에
안녕하세요.
EMINEM이라는 회원입니다.
2년 전 추석이었으니까
2년 만에 비스게에 글을 쓰게 되네요.
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해에
이 까페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20여년간 까페에 글을 올리고 회원님들과
여러 댓글을 주고 받으며 느꼈던 감정들이
어느 샌가 흐릿하게 잊혀져, 기억이 거의
나지 않을 정도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2년은...
정말 김동률의 '2년 만에'라는 노래에
나오는 가사 첫 소절처럼
생각이 잘 안 나요.
# 넘지 말아야 할 선
평소의 지론이 술 마시면 전화, 문자 및
인터넷은 하지 말자 주의이고, 그것을
철두철미하게 지켜 왔는데,
2년 전 추석 때 상이한 정치적 견해를
가진 분들과 의견충돌이 일어나면서
모든 게 다 어긋나 버리고 말았네요.
가족 행사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 먼 친척
양반이 한 분 계십니다.
태극기 부대 극우 노인분들같은 성향으로
술 취해서 분위기를 흐려놓곤 하여 상당수의
친지들이 국힘 지지 성향임에도 불구,
그 양반만큼은 참 싫어하고 멀리 했습니다.
그런데 2년 전 추석 때 나타나서 만취하여
문재인-조국-민주당은 빨xx, 국힘 무한찬양하는
난동을 부려대서 이성의 끈을 놓아 버렸네요.
부글부글 끓는 속을 부여잡고 주량의 약 2배가
넘는 술을 벌컥벌컥 들이키다가 결국 폭발해서
선을 넘으며 그 분의 모든 말들을 따박따박
깨부수고 조롱하며 망신의 망신을 줬습니다.
평소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주량을 아득히 넘어 이성의 끈을 놓아 버리니
잠재되어 있던 본성이 나왔나 봅니다.
친척분들과 아버지에게 정말 크게 한 소리
들으며 혼났습니다.
때마침 I Love NBA에서도 정치적 견해가 다른
회원분과 '이재명 의혹' 문제로 엄청나게 길고
소모적인 논쟁을 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저 위에 언급한 친척분의 만행을 참고
술을 들이키며 그걸 가라 앉힌답시고 휴대폰으로
그 회원과 논쟁을 계속 했던 것입니다.
결국 현실 세계에서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최악의 결과를 낳고 말았죠.
알럽 비스게에서도 결국 폭발하여 그 회원에게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조롱, 경멸, 멸시 등의
추태를 부리며 활동중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 뒤늦은 후회
주량이 센 편이고, 주사도 없고, 술 먹고
실수한 적도 없어서 안일하게 생각했나
싶었습니다만, 술은 핑계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말이 통하지 않고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을 하는 상대라 할 지라도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선을 넘은 행동을 해서는 안 되죠.
결국엔 그 상황을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
술을 절제하지 못한 것, 술에 취해서 선을
넘어선 것 모두가 내게 내제된 본연의 모습,
혹은 인성의 단면이라 생각하니 참으로
씁쓸하고 부끄러웠습니다.
다음 날 일어나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고,
오랜 기간 자책했던 것 같네요.
자책의 자책의 자책을 하면서 후회하다가도,
한편으로 이 사단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고자 하는 헛발질과 삽질을 가끔씩 하며
몇 달을 보낸 것 같습니다.
# 애주가는 없다
저 볼썽 사나운 사단들이 있고 나서
술을 극도로 절제하고 있습니다.
술을 많이 들이킬 줄만 알면
뭐하나 싶었습니다.
(대개 한 식당에 가면 소주 2.5~3병
마십니다. 자리 옮기면 계속 먹고)
아무리 극한 상황이라 할 지라도
그 상황에서 술을 절제하지 못 하고
선과 도를 넘는 행동을 했다면
그건 '술을 못 마시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짜로 많이 마실 때는 일주일에
3~4번도 마시던 술을
이제는 한 달에 한 번꼴도 안 마시고 있어요.
어떤 때는 두 세달까지 금주하기도 하고.
와이프도 그렇고, 친구들, 동료들도
그렇고 엄청 놀라더군요.
그 소문난 애주가가 절주를 한다는 것에.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젠
적응이 되었습니다.
미루고 미루다가 술자리가 생기면
속을 든든히 하고, 약 챙기고, 다음 날
일상에 1도 지장을 주지 않을 만큼의
주량을 지키고,
술자리에서는 정치 이야기를 안 하고,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자리를 뜹니다.
# 그래도 정치는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다른 이슈에 대해서는 안 그런데
유독 정치 이슈에서만큼은 제 자신이
양보를 하지 못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다른 부문에 대해서는 '다름'과 '틀림'을
분명히 구분하여 유연한 대처가 가능한데,
정치에 관해서 만큼은 그게 되지 않고,
또 그러고 싶지도 않네요.
민주진보 진영도 진짜 못 하고 있긴 한데,
대놓고 뻔뻔한 작태를 보이는 수구보수 진영을
지지하며 편향된 분노를 하고 있는 분들을
나와 생각과 관점이 '다르다'로 이해하는 것이
제겐 불가능합니다.
앞으로도 술자리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 음 ...
분명 앞으로도 제 입장에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정치적 관점을 가진 분들과
의견 충돌이 있을텐데,
술 안 먹은 상태에서 토론하고,
조롱, 경멸 절대 하지 않고 매너 유지하되,
토의하다가 말이 진짜 안 통한다 싶으면
그냥 PC와 휴대폰을 끄려고 생각 중입니다.
적어도 진짜 진빠지는 끝장/진흙탕 토의는
그냥 제가 잘 가는 다른 커뮤니티에서 하고,
알럽에서는 적당히 하려고요.
알럽의 규정들이 강화되는 감이 있어서
이런 스탠스를 유지하지 않으면
까페에 오래 있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헤어진 연인 보듯
아무튼.
활동중지 처분을 받고 한 6개월 간은
다음과 알럽 까페는 쳐다보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정치적 표현에 있어서 상당히 자유로운
다른 커뮤니티에서 더 열정적으로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참 말로 하기가 좀 그런데.
징계 후 6개월이 지나고 나니까 결국에는
슬쩍슬쩍 알럽 곁눈질을 하게 되더군요.
어떤 때에는 참지 못 하고 댓글을 쓰려고
로그인을 했다가
'까페에 접근 권한이 없다'는 메시지를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지은 적도 있었습니다.
나름 존심은 있어서 또 한참 동안은 알럽을
쳐다도 안 보다가도, 또 생각나서
곁눈질하러 가고 ...
이런 걸 지난 2년간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 유브 갓 메일
그 2년간 많은 일들이 있었죠.
설마설마하던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대한민국은 많이 위태로워 보입니다.
갓난 아기였던 둘째 딸은 이제 쑥쑥 커서
뛰어다니며 말도 제법 잘 하게 되었고.
제 주변에 이런저런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해서 할 말이 많은데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잘 쓰지 않는 다음 메일을
정리하기 위해 로그인을 했는데
I Love NBA에서 온 이메일을 한 통
보게 되었습니다.
징계 후 1년이 지났으므로 징계 해제 요청이
가능한데, 징계 해제 여부는 운영진 합의를
거쳐야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이메일을 봤을 때 처음에는 혹 했는데
곧 무시하게 되더군요.
내 잘못과 추태로 쫓겨나서 활동중지된
커뮤니티에 다시 들어가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더군요.
그렇게 몇 달을 묵혀두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문득문득 저 메일이
생각나더라구요.
아닌 척은 했지만, 알럽에 대한 그리움이
제 생각 이상이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추태를 보이고 활중되었는데
운영진들이 쉽게 승인해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지레 포기했던 것 같습니다.
# 좋은 기억이 훨씬 더 많다
20년간 이 까페에 글을 참 많이 썼어요.
그런데 제 가족 사진이나 사적 정보,
저작권이 들어가있는 글들을 꽤나 많이 써서
까페 활동권한이 없는 제가 그 게시물들을
어떻게 관리하기가 참 애매하더군요.
잘 아는 변호사와 이야기를 하다가
그 대상이 되는 게시물을 파악해놓으라
하길래 제 예전 글들을 검색하면서 따로
메모를 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제 까페 닉네임이 등장하는
타 회원님들의 댓글들을 몇 개 보게 되었습니다.
EMINEM이 보이질 않는 이유에 대해
활동중지 처분 받았는데, 때가 되면
다시 복귀하는 날이 오지 않겠냐..라는
그런 류의 내용들이었습니다.
그 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알럽에서 적잖은 분들과 날이 바짝 선 토론을
하며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수 백배는 더 많은 시간을 들이며
많은 회원님들과 긍정적인 소통을 했었다는
...그런 생각이요.
그것이 제가 알럽을 매몰차게 떠나지 못 하고
기웃기웃거리게 만들었던 이유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 하나, 댓글 하나 써가면서 많은 회원님들과
공유했던 좋은 기억들이 생각났습니다.
# 마치며
그래서 생각을 고쳐 먹고 활동중지 해제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운영진에서 승인이 날 것이라곤
1도 기대를 안 했는데, 운영진의 선처로
결국 활동중지가 해제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선처를 해주신 운영진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활중 해제 결정 후, 운영진으로부터
개정된 까페 규정을 잘 살피고 주의해줄 것을
당부받았는데, 그 점에 대해선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 노력할 예정입니다.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
아무튼 EMINEM이라는 불량 회원이
다시 컴백했습니다.
앞으로는 트러블 안 일으키고
얌전하게 활동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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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족
벤치 멤버에서 선발 멤버로 올라오는 것이
와우....생각보다 엄청나게 빡세네요.
NBA 까페이니만큼 본연의 목적인 NBA 관련
활동을 활성화하고, 분란 조장을 주목적으로
하는 회원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이렇게
승급 요건이 강화된 게 아닐까 유추해봅니다만.
덕분에 오랜 기간 하지 않았던 NBA, 뉴욕 닉스
팬질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팬질을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다만, 조금만 허들을 낮추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알럽 까페나 NBA에
처음인 분들은 승급 조건이 너무 버겁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불만이나 건의는 아니고 개인적 생각입니다)
아무튼, 여러분이 누리고 있는 '선발의 지위',
누군가에는 '너무나 갖고 싶은 그것'일 수 있습니다.
열심히 활동합시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8.2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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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오랜만에 다시 뵈니 반갑습니다. 글 정말 잘 쓰시네요. 역시
김동률의 "2년만에" 갑자기 듣고 싶어지네요.
웰컴백 이십니다 :)
댓글 달아주신 회원분들 감사 드립니다.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 물씬 납니다.
열심히 규정 잘 지키며 활동하겠습니다.
오래오래 봅시다요들.
아주아주 환영합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둠키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
@ΕΜΙΝΕΜ 예. EMINEM님. 선물 받은것 같네요. 잘 오셨어요
잘 오셨어요
오셔서 반갑습니다 행복 활동 해주세요😏
복귀하시고 활동 못하신 게 선발이 못 되셨기 때문이었던가요? 헐...
아이디는 다시 보이시는데 활동은 영 없으시고... 해서 같은 아이디 다른 분이 가입하셨나, 까지 생각했었습니다. ;;;
행여 그렇다면 그분에게 실례가 될까봐 댓글 더 달기도 조심스러웠는데, 하지만 쓰시는 글을 보니 컴백 인증이네요.
핸드폰 화면에 딱 맞게 줄을 바꾸며 쓰는 줄갈이와 내용에 맞춰 딱딱 끊어주는 문단 나누기,
단문으로 다다다 이어지며 신나고 즐겁게 읽히는 글쓰기
무엇보다 쉽게 공감되고 기꺼이 이야기에 따라갈 수 있게 만드는 내용과 문투
이런 재능을 밴 하는 코치진이라니... 싶지만 말씀처럼 팀내 하극상에 분란 생산자면 어쩔 수 없죠. ㅎ
고생하셨습니다. 2년이라면 유배네요. 자의든 타의든
그렇다면 뭐라도 알럽판 자산어보 부탁드립니다.
돌아오셔서 진심으로 다행이고 즐겁고 고맙다는 말씀드려요. :)
과찬이십니다. 감사합니다.
승급조건이 바뀌어서 벤치-->선발로 갈 때
농구관련글 25개, 댓글 100개를 작성이 필요해서
열심히 했네요. ㅎㅎ
활중은 잘못을 했으니 죗값을 받은건데,
어디 한 2년 군대 갔다온 느낌도 납니다.
앞으로 재미있고 유익한 글 많이 쓰겠습니다~
돌아 오신 거 축하 드리고 길고 상세한 이야기 감사합니다. 오늘 다른 곳에서 작은 갈등이 있었는데 괜히 공감가는 글이네요
반갑습니다. 예전에 시계 이야기 몇 번 나눴던 분 같은데 오랜만에 뵙네요.
제가 요즘 휴가중이기도 하고,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가물가물하기도 하지만 아니어도 뭐 괜찮습니다..
맞습니다. 시계 이야기를 나눴고,
롤xx 관련해서 제가 도움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바르샤 이야기에서도 몇 번 뵌 적이 있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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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닉넴!!!
반갑습니다~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에미넴님이 돌아오시니 좋습니다. :)
환영합니다^^
환영합니다! 정치 얘기 하면서 화 안 내기가 쉽지 않죠. 상암 경기장 잔디만 봐도, 정치가 망가지면 스포츠도 망가지는 걸요. 저도 술 먹고 별 추태를 다 부려본 사람으로서.. 에미넴 님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술이 잘못했다고 봅니다. ㅎㅎ 이제 카페에서 자주 봬요!
유 아 모스트 웰컴 환영해요^^
와.. 드디어 컴백하셨군요. 너무 너무 반갑습니다. 👏 👏 👏
잘 오셨습니다 :)
불량선인이다! 반갑습니다! 오랜만이네요 ㅋㅋㅋㅋ
저를 기억해주시고 환영해주신 분들,
저를 모르셔도 까페 복귀를 환영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질문이나 답변이 필요한 글 빼고
일일이 감사의 댓글을 달지 못 한 점 죄송합니다.
네임드 복귀시군요. 환영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청춘을 함께한 이곳을 내 머릿속에서 완전히 비우기란 참 어렵죠. 용기내서 돌아오신것을 격하게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