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의 컬링선수들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길남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났다. 개최지로 선정된 뒤 준비하느라 여러 사람이 수고 했다. 경기장을 짓고 인프라를 닦으며 선수들이 묵을 숙소와 식당을 마련하는데 애를 썼다. 참가한 인원을 지휘 통솔하는 것도 보통머리로는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행사의 꽃인 개막식과 폐막식 행사를 맡아 기획하여 연습하는데 많은 역량을 기우렸다. 내 아둔한 머리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수고한 분들에게 감사한다.
올림픽은 고대나 근대 구분 없이 평화를 이상으로 했다. 전쟁을 하다가도 올림픽이 돌아오면 모두 그치고 참가했다. 이념이나 사상, 종교, 지역, 얼굴색을 구분하지 않고 참가하여 정정당당히 겨루었다. 이기는 것보다 참가하는데 의미를 두고 서로 도우며 경기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 정치하는 사람들이 올림픽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 남북이 화해와 평화의 정신으로 참가하는 것을 꼬집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여러 차례인데도 평양올림픽이라 비하하고 격을 깎아내리려 했다. 올림픽 정신을 모르는 소치다.
국민들은 기뻐했다. 특히 컬링에서 우리 여자팀의 인기는 대단했다. ‘팀킴’이라는 명칭과 같이 우리 선수들과 감독이 모두 김씨였다. 그리고 김초희만 경기도이고 의성여고 출신들이다. 김영미와 김경애는 자매간이다. 주장 김은정과 김영미는 친구이고 김경애와 김선영도 친구다. 의성은 마늘의 고장이라 마늘을 먹고 그 매운 맛을 보여준 것 같다. 올림픽 첫 출전인데도 세계의 강팀을 모두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아깝게 은메달에 그쳤지만, 참 잘 싸운 전사들이다.
컬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경기였다. 나도 전혀 몰랐는데 이번 대표 팀 경기를 보며 룰을 익혔다. 무게가 20kg인 ‘스톤’ 8개를 4명이 차례로 1개씩 밀어 놓고 ‘브룸’이라는 솔로 문질러 하우스[표적]에 집어넣어 가운데에 가장 가까운 팀이 점수를 딴다. 이렇게 1엔드를 마치고 10엔드까지 경기를 한다. 당구의 이치와 같이 상대의 스톤을 쳐내고 우리 스톤을 남겨 놓는 작전을 한다. 스톤을 미는 힘과 속도, 돌리기 등 기능을 살려 목표하는 곳에 이르러야 잘 하는 것이다. 보기에는 별로 운동 같지 않았다. 그런데 브룸을 문지르는데 많은 힘이 들어 땀이 나니, 얼음판의 경기이지만 반팔 옷을 입고 경기를 한단다. 동계 올림픽 종목 가운데 가장 정적이면서도 긴장감이 큰 종목이다.
어느 팀이나 스톤을 밀 때는 조용히 하다가 손에서 떠나는 라인을 지나면 소리를 질렀다. 중계방송을 들으니 시끄러웠다. 우리 팀도 ‘영미 영미’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영미…’하면 천천히 가라는 것이고 ‘영미 영미 영미’하면 빨리 가도록 문지르라는 신호란다. ‘영미 영미’하는 선수들의 소리가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한 사람만 실수하면 그 엔드에서 패하기 쉬우므로 얼마나 애태우며 ‘영미 영미’했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인다.
대학교에 다니는 외손녀도 강릉 컬링장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경쟁이 심해서 심사에 통과해야 참여할 수 있었다. 임원 선수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지니 시설이 좋고 가까운 곳은 안 되고 숙소가 속초였고 좋지 못했다 한다. 그러나 인기 있는 켤링 경기를 볼 수 있었고 같이 있는 봉사자들이 마음에 맞아 17일간 재미있게 봉사하고 왔단다. 봉사자들은 길 안내, 숙소 안내, 취사, 경비, 보안 등 다양한 일을 했다. 2만여 명의 봉사자가 도와주어 올림픽이 원활히 진행되었다고 한다.
IOC에서 평창올림픽을 매우 잘한 올림픽이라 칭찬했고, 세계 언론들도 성공한 올림픽이라 평했다. 동계 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92개국 2,925명의 선수가 참가한 경기를 잘 치른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힘을 합해 밀어준 덕이다. 처음에는 관람석이 빌까 걱정을 했는데 100% 자리를 메웠다 한다. 날씨가 추워서 걱정을 했는데 며칠만 춥고 괜찮았다. 하늘이 도와준 거라 여겨진다. 올림픽 기간에 한 건의 사고도 없었고 경기에 차질도 없었다. 옥에 티라면 시작 전에 노로바이러스가 발견되어 긴장한 일이다. 다행히 선수들은 감염되지 않아서 경기에는 지장이 없었다.
우리나라는 대단하다. 88하계올림픽도 원만히 해냈고, 2002월드컵축구경기도 마쳤으며, 유니버시아드대회와 세계육상경기도 마쳐 큰 대회를 모두 치른 나라가 되었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국력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증거이고, 문화수준이 높아진 결과다. 이제 어떤 큰 대회를 유치해도 당당히 해낼 자신이 있다. 앞으로 새만금에서 열리는 세계잼버리대회도 잘 해낼 것이다. 국가적인 행사이니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기를 바란다.
(2018.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