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 아틀리에 레지던시 출신 작가 구이진의 개인전이 2014년 6월 24일부터 7월 12일까지 갤러리 이마주에서 열린다. 구이진은 갤러리 이마주가 매년 기획한 ‘YMCA+YWCA’전시 선정 작가 중 한 명으로, 2001년 한국예술 종합학교를 졸업하고 런던 예술 대학 캠버웰 컬리지 북아트학과 석사를 졸업했다. 이후 런던에서의 작품 활동을 시작으로 하여 현재 개인전, 그룹전 뿐만 아니라 국내외 아트페어 등 활발히 작품 활동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이전 작업에서 작가는 끝나지 않은 내면의 유년기를 자신의 ‘어린 내적 자아’를 상징하는 소녀, 또는 의인화된 동물들의 모습을 사실적인 묘사로 연출 하였다. 이번 전시에서 구이진은 ‘사소한 신화’라는 주제로 신화의 이야기를 그림에 담아낸다. 작가 구이진은 오래된 신화와 자신의 이야기 (또는 원형과 개인적인 내면 자아)가 만나는 부분에서 만들어지는 상징적인 이미지들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신화에는 도저히 답할 수 없지만 놓아버릴 수도 없는 질문 혹은 수수께끼들을 본인의 자아와 연결시키는 섬세한 미스터리 같은 유화 작품 19점과 드로잉 3점을 갤러리 이마주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작가에 의하면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이미지는 상징 또는 원형 이미지들을 나름대로 이해하고 재창작한 것이며, ‘사소한 신화’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인간 속 자연’에서 드러나는 어떤 속성을 그리려 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작업에서는 전통적인 표현법이라고 할 수도 있는 동물들의 이미지가 많이 등장하게 된다.
‘사소한 신화’라는 이야기
누구나 지금은 도저히 답할 수 없지만 놓아버릴 수도 없는 질문 혹은 수수께끼들을 가지고 있다. 그게 무엇이건 당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끌어안고 지내는 일은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멍하니 일상을 지내다가도 어느 순간 쿡 찌르며 정신 놓지 않게 하는 그런 것을 품고 있다면, 그 불편함은 저주라기보다는 오히려 다행인지 모른다. 나와 내 수수께끼들 간의 불편하면서도 다행스러운 갈등에 처음부터 신화라는 거창한 말이 개입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말이 끼어들게 되면서 놀랍게도 우리 사이에 일말의 이해가 찾아왔다. 하지만 단어가 지닌 거대함이 부담스러워서 나는 일단 그들을 사소한 신화라고 부르게 되었다.
아직 온전히 이해하거나 화해하지 못한 수수께끼들을 담아 놓고 지켜보기에 이야기 만한 그릇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야기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점은 갈등이건 트라우마건 일단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다면 어느 정도는 견딜 만한 무언가가 된다는 사실이다. 수수께끼를 이야기에 담아 내어 시간과 관심을 들여 지켜본다면 꼭 필요한 말들이나 이미지들이 언젠가는 다가 온다고 나는 믿는다. 설령 상투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했다 할지라도 그렇게 해서 결국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도저히 설명되지 않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삶의 어떤 부분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러 형태의 이야기는 필요하다.
우리 모두는 각자에게 가장 절실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 새로운 부분이 더해지고 더 이상 필요 없는 낡은 부분은 떨어져 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며 이야기들은 느리게 변주된다. 그러다가 이전의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던 어떤 타인의 이야기가 사실은 애초부터 나와 연결되어 있었음을 알아차리는 것, 여기서 개인의 신화가 감지된다. 신화적 요소는 개인의 이야기가 자아의 울타리 안에 고립되지 않게 하는 하나의 미세한 연결고리가 된다. 하지만 나직한 목소리의 사소한 신화를 읊조리기에 너무 시끄러운 세상이다. 그런 내향적 요구는 거의 허영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뭇거리며 이 이야기를 계속 하려는 이유는 그것이 사람 속 깊은 곳에 묻혀 있으면서 수많은 타인들을 연결하고 있는 일종의 뿌리 같은 ‘자연’을 드러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시간이 갈수록 그런 자연이 궁금하다. 그래서 그 어떤 사소한 신화도 사소할 수 없다.
[작가약력]
구이진
2005 Camberwell College of Arts, Book Art, MA
2001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졸업
1996 이화여자대학교 의류직물학과 졸업
개인전
2014 사소한 신화, 갤러리 이마주, 서울
2012 끝나지 않는 유년기, 금산갤러리, 서울
2008 잃어버린 것들의 정원, 터치아트 갤러리, 파주 헤이리
그룹전 및 기획전
2014 구이진 전, 다음 오아시스 갤러리, 서울
2013 FACE, All India Fine Arts and Craft Society, New Delhi
YWCA, 갤러리 이마주, 서울
이야기 만드는 마녀들의 섬, 장흥아트파크, 양주
2012 전지적 작가 시점, 잔다리 갤러리, 서울
2010 몸, 몸, 몸, 부평아트센터, 인천
자아의 변주, 표갤러리, 서울
2009 해석에 반대한다, 인터알리아, 서울
하하미술관, 금산갤러리, 파주 헤이리
Face of Mind – 구이진과 이상선의 2인전, 갤러리 로얄, 서울
2007 Borderless Horizon, 한국예술종합학교 신관 갤러리, 서울
2005 With Books, 금산갤러리, 파주 헤이리
W.A.V.E 이화여자대학교, 서울
기타
2012-14가나아뜰리에 작가 레지던시 입주
2009-11 홍익대, 추계예대 출강
2009 화장품 매장 ‘투쿨포스쿨’과 협업 프로젝트
수상
2014 서울문화재단 기금 지원 선정
2012 영 아트 타이페이 상
2007 서울 국제 북아트 페어, 아티스트 북 부문
소장
런던예술대학 캠버웰 칼리지 도서관, 런던
간단약력
구이진 작가는‘사소한 신화(갤러리 이마주, 2014)’를 비롯하여 ‘끝나지 않는 유년기 (금산갤러리, 2012)’와 ‘잃어버린 것들의 정원 (터치아트 갤러리, 2008)’ 등의 개인전을 선보였고 그 외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와 런던 캠버웰 칼리지(Camberwell College of Arts, Book Art, MA)에서 수학했다.